20잔. 바를 처음 찾는.
1.
기준의 데뷔전이 끝나고 정환은 여느 때처럼 일상으로 복귀했다. 사실 일상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데뷔전 역시 여느 때와 같기는 했지만.
명진은 정환의 실력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마 그날 나눈 대화는 둘만의 밀담이라. 정환은 그렇게 여기기로 했다.
정환은 언제나처럼 아르센에 출근해 바닥을 쓸었고 또 과일을 날랐다.
그게 끝나면 다시 과일을 다듬었고 얼음까지.
이제는 빨리 끝내는 것도 익숙해진 정우와 기준은 정환의 일 처리에 대해 적응한 지 오래였다.
“편하다니까, 아주.”
“잘하네요.”
“오. 기준이 네가 칭찬을 다 하고.”
“사실이니까요.”
“뭐, 그건 그렇지.”
기준은 데뷔전 이후로 정환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라 딱히 티가 나게 챙겨주는 건 아니었지만 늘 따스한 시선이 정환을 향해 꽂히고 있다.
“정환 씨.”
얼음을 전부 다듬고 찾아온 잠시간의 여유.
바의 영업을 개시하기 전 잠시 있는 그 시간에 기준이 슬쩍 정환에게 다가왔다.
“네, 기준 형.”
“내일부터 휴무 맞지?”
“네, 이번에 제가 이틀이나 쉬더라고요. 내일이랑 모레. 잘 쉬다 오겠습니다!”
“휴무 때 혹시 시간 있어?”
“어···, 별다른 일은 없는데 왜 그러세요? 내일은 안 되고 모레는 될 거 같은데···, 바꿔드릴까요?”
“아니. 시간 있으면 같이 어디 좀 가자고. 모레면 딱 되겠네.”
“어딜···요?”
기준이 이렇게 친근한 성격이었나. 처음부터 편하게 대해주던 정우도 사적으로 밖에서 뭘 하자는 말은 없었다.
정환은 갑작스레 친근해진 기준의 이런 말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칵테일 스터디라고 혹시 들어봤어?”
“네?”
칵테일 스터디라는 말이 들리자, 정환은 눈을 크게 고쳐 떴다.
마치 잊었던 무언가를 떠올리는 그런 이의 표정이다.
잠시 잊고 있었다. 자신이 주니어 바텐더이던 시절, 어떻게 칵테일을 연습하고 또 공부했었는지.
정환은 긴자에서 칵테일을 배우며 여러 주니어 바텐더들과 교류했었다.
긴자에는 못해도 수십, 수백 개의 바가 있었고 거기에 속한 주니어 바텐더들의 수는 그보다 많았다.
자연스레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도 당연한 일. 정환은 선배의 소개로 그곳을 찾아 다른 바텐더들과 교류하며 함께 연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강남이면 그런 게 있고도 남지···.’
강남은 한국의 긴자라 불릴 만큼 ‘그나마’ 한국에서 바가 모여있는 동네였다.
실질적인 가게 수로 따진다면 비교가 되지도 않겠지만, 어쨌든 서울 내에서 이 정도로 모인 곳을 찾기는 힘들었다.
당연히 그들이 키우는 주니어 바텐더들의 커뮤니티도 있기 마련.
정환은 서둘러 기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죠! 좋아요! 저 갈래요!”
“응. 모레 한 시까지 아르센으로 와. 같이 가자.”
기준은 정환의 표정이 밝아지자 덩달아 웃음을 얼굴에 실었다. 자신이 건네는 선물을 받는 사람이 좋아하니, 어찌 기분이 안 좋을 수 있겠나.
“야, 정환아.”
“네. 정우 형.”
정우는 이제는 ‘씨’라는 어색한 호칭도 빼고 편안히 정환을 불렀다.
어깨를 슬쩍 감싸는 그의 행동이 마치 동네 형처럼 친근하게만 보였다.
“빠르네. 난 적어도 기준이가 반년 채우고 나서야 거기 데려갔는데. 뭐야? 뭘 먹인 거야? 난 안 주냐?”
“에이,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닌 거 맞아? 확실하지? 나 따돌리는 거 아니지?”
“설마요.”
확실히 정환은 아르센에 무사히 안착한 것 같다. 이제는 편하게 농담을 걸어오는 정우나 자신을 먼저 생각해주는 기준. 그리고 알 수 없는 실력까지 인정하면서 정환을 품어주는 명진까지.
문득, 이곳을 추천해준 김태현 교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는 정환이었다.
그렇게 또 아르센의 평범한 하루가 흘러갔다.
2.
“오빠, 저 처음이에요.”
오늘은 정환의 휴무.
오래간만에 찾아온 휴무에도 정환은 집이 아닌 밖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간은 어느덧 해가 저물어, 어둠이 그득한 시간이었다.
“긴장할 거 없어, 편하게 하면 돼.”
“후우. 떨리네요.”
잘 차려입은 복장에 청초한 얼굴이 아리따운, 일전에 과팅에서 서로 연락처를 교환한 항공과 전시은이라는 여학생이 정환의 앞에서 얼굴을 붉혔다.
정환과 시은은 이후로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 가끔은 학교에서 만나 점심을 함께 먹기도 하는 사이가 된 게 벌써 한 달 전.
오늘은, 두 사람이 학교가 아닌 외진 골목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어두컴컴한 골목에는 가느다란 네온사인만이 한 줄기 내려와 둘의 얼굴을 밝힌다.
색이 조금, 야릇한 빛이다.
“오빠가 잘 가르쳐 줘야 해요.”
“걱정마. 편하게 하면 되니까.”
오가는 대화 속에 둘의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인적이 드문 골목 안.
잘 차려입은 젊은 남녀 둘은 그렇게 둔탁한 문을 열고 어두운 조명이 가득한 곳으로 입장했다.
시은은 떨리는 듯 정환의 소매를 겨우 잡고 어깨 뒤로 몸을 반쯤 숨겼다.
부끄러움인지, 겁인지, 그저 정환은 좋을 뿐이었다.
“어서 오세요.”
둘을 반기는 목소리.
정환은 어색한 표정으로, 시은은 떨리는 표정으로.
둘이 들어 선 곳은.
“어, 정환이네?”
다름 아닌, 아르센이었다.
“오늘 쉬는 날이지 않아?”
매니저 신정우는 쉬는 날 바를 찾아온 정환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이내 그의 시선이 정환의 뒤에 숨은 한 여인에게 닿자, 정우는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좋은 시절이네.”
“안녕하세요, 정우 형. 아는 동생이 바에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요.”
“그래서 일하는 곳에 데려왔다? 무슨 배짱이야?”
“아르센만큼 좋은 곳이 없으니까요.”
정환은 잔뜩 너스레를 떨며 한쪽에 자리를 잡고 몸을 옮겼다. 구석에 있는 자리로 향해, 영업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였다.
“여긴 우리 매니저 형. 그리고 저쪽 분은 기준 형. 선배셔.”
“안녕하세요, 전시은이라고 해요. 정환 오빠랑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시은은 첫 만남에 늘 수줍음을 가지고 있다. 이제 정환이야 편해져 불편함 없이 대하는 그녀였지만, 처음에는 정환에게도 수줍어하던 그녀였지 않나.
“안녕하세요. 잘 오셨어요. 편하게 놀다 가요. 미인이시네.”
정환이 쉬는 날임에도 이명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몸이 또 좋지 않은 걸까.
오늘은 정우와 기준이 둘이서 바를 운영해 가고 있었다.
시은과 정환이 자리를 잡고 앉자, 기준이 젖은 수건과 체이서를 준비해왔다.
가볍게 정환과 눈인사를 나눈 그는 특별한 안주를 몇 개 꺼내와 정환의 앞에 두었다.
다른 손님에게는 잘 나가지 않는, 고급 안주였다.
눈을 찡긋하는 그의 표정이, 낯선 정환이다.
“이제···, 뭘 하면 되죠? 저 아무것도 몰라요.”
“편하게 주문하면 되지. 뭐 마시고 싶은 거 있어?”
“아뇨, 아는 게 없어서요. 혹시 메뉴판은 따로 없어요?”
“있긴 있는데···, 보여줄까?”
자신이 일하는 곳이니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정도는 불 보듯 훤하다.
정환은 바 구석에 놓인 작은 메뉴판을 가져와 시은에게 내밀었다.
이를 열어보는 시은. 백바라 부르는 술장에는 저토록 술이 많은데, 메뉴판은 간략하기 그지없다.
칵테일 이름 몇 개와 그 칵테일에 들어간 술이 적혀 있는 메뉴판.
무얼 시킬지를 보통 메뉴판을 보고 정하겠지만, 지금 시은은.
“와···, 이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외계어 같아요···.”
“그렇지? 술을 잘 모르면 메뉴판을 봐도 답이 없긴 해.”
메뉴판을 봐도, 그저 외계어를 보는 그런 느낌일 뿐이다.
바의 메뉴판이라는 게 그렇다. 칵테일의 종류야 무궁무진하고 거기에 개인의 취향까지 맞추면 이는 한 없이 늘어난다.
이를 어찌 다 메뉴판이라는 작은 공간에 담겠나. 그저 대표적인 메뉴 몇 개만을 적어 놓은 게 메뉴판.
메뉴판은 혹여나 바가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손님에게 ‘우리 가게의 가격은 대충 이렇습니다.’라고 알려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럴 때는 바텐더를 이용하면 되는 거야. 평소에 즐겨 먹는 술 있지? 좋아하는 술이랑. 그런 취향을 말해주면 바텐더들이 알아서 추천해 줄 거야.”
“좋아하는 술이요?”
“응. 예를 들면···, 모히토?”
모히토란 말이 시은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첫 만남에서 둘을 가깝게 만들어준 모히토란 술은.
시은에게 상징적인 술인 모양이다.
“모히토는 다음에···, 다른 바텐더에게 주문할래요. 오늘은 다른 거 먹어봐요.”
“그럴까? 그럼.”
눈치가 없는 걸까. 정환은 제법 달콤했던 말 앞에서 덤덤한 척 메뉴판을 접어 구석에 밀어 넣고만 있었다.
“에휴, 저 답답이.”
그리고 그런 둘 사이에 다가오는 한 바텐더. 아르센의 매니저, 신정우였다.
“네?”
“조용히 해, 이 답답아.”
손님에게 다분히 무례한 바텐더의 말. 가족이기에 별문제는 없겠지만, 정우는 무언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한 번 짓고는 정환을 향해 고개를 절레 저었다.
“손님, 원하시는 칵테일이 있으시면 편히 말씀하세요. 최대한 맞춰 드릴게요. 이쪽은 조금 눈치가 빠른 바텐더라서요.”
시은에게 향하는 정우의 시선. 정환에게와는 다르게, 다분히 바텐더스러운, 친절한 말투였다.
“네? 음···, 바라는 곳이 처음이어서요. 사실 뭘 시켜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평소에 어떤 술을 좋아하세요? 또 싫어하는 술은요?”
“소주처럼 맛이 역한 술은 못 마셔요. 달콤하고 또 청량감 있는 술을 좋아해요. 모히토처럼?”
“모히토는 아닌데 모히토 같은 칵테일이라···”
정우는 턱을 잡으며 고개를 들었다. 뒤를 돌아 백바를 한 번 살펴보고 또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 제법 전문가다운 모습이었다.
“다이키리는 어떨까요? 모히토랑 비슷하게 럼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인데, 라임의 상큼함과 설탕의 달달함도 담긴 칵테일이죠.”
“다이키리요? 처음 들어봐요! 한 번 마셔볼래요.”
“좋아하실 거예요. 알겠습니다. 다이키리. 우리 답답이는?”
정환은 그저 조용히 정우와 시은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자신이 나서서 이것저것 추천해줄 수도 있는 처지였지만, 정환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바에서, 또 바텐더 앞에서. 자신이 바텐더고 술에 대해 아는 게 많다고 해도 이를 잘 아는 듯 주절거리는 모습은 어마어마한 추태인 법이다.
“전 진토닉요.”
“괜찮아. 편하게 마셔.”
바텐더가 다른 바에 가면 무얼 주문할까. 손님이라면 궁금해할 법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정환이 들려줬다.
바텐더라면, 다른 바텐더를 배려해 간단히 빌드로 만드는 술을 주로 주문하게 된다.
동종 업계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허나, 정환은 정우의 후배이자 사제이다. 정우는 정환에게 편하게 마시란 말로 다른 주문을 허락했다.
“그럼, 보스턴 쿨러 부탁드려요. 기왕 럼이면.”
“보스턴 쿨러, 오케이.”
정우는 주문을 받고 그대로 술병을 챙기기 시작했다. 시은의 눈앞에 하나둘 술병을 놓아주는 정우의 모습에 정환은 감사함을 느꼈다.
바에 처음 오는 사람에게는 술병조차 신기한 법이다. 이렇게 하나둘 보여주며 직접 설명해주는 곳은, 참으로 좋은 바일 것이다.
“다이키리면 뭔가 일본어 같다, 그죠?”
“응? 다이키리가?”
“아니에요? 전 일본 칵테일인 줄 알았는데.”
“궁금하면, 바텐더분에게 여쭤봐. 친절하게 알려주실 거야.”
“정말요? 그래도 돼요?”
“그럼. 그게 일인걸.”
배려가 넘치는 사회로 가다 보니, 점점 작은 질문을 던지는 것에도 망설임이 생겨나고 있다.
바는 적어도 그런 걱정이 없어도 되는 곳.
정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설명도 시은을 부추겨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바에서 바텐더와 술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하나의 상품이니까.
“다이키리는 쿠바의 한 광산 이름이에요. 쿠바에서 유래한 칵테일이거든요. 쿠바가 특히 럼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였죠. 럼으로 만드는 모히토도 쿠바에서 유명해졌고요.”
“아, 그래서 모히토랑 연관을 지으신 거예요? 대박이다.”
“네, 그런데 그거 말고도 모히토랑 다이키리는 다른 연관점도 있어요.”
“다른 연관점요?”
“헤밍웨이 아세요?”
“그···, 노인과 바다를 쓴 작가 아니에요? 엄청 유명한 작가잖아요!”
“맞아요. 작가 헤밍웨이. 헤밍웨이가 한때는 쿠바에서 지낸 적이 있거든요. 그때 그는 늘 낮에는 모히토를 저녁에는 다이키리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고 하죠.”
“그래서···!”
정우는 샤카샤카 소리를 내며 셰이커를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놓치지 않는 손님과의 대화.
시은은 정우와의 대화에 집중하다가도 그가 잡은 셰이커에도 시선을 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모든 게 처음인 그녀에게, 이 광경 역시 생소한 것이다.
“그때 헤밍웨이가 남긴 말이 있죠. ‘나의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La Bodeguita)라는 바에서, 그리고 나의 다이키리는···’”
정우는 말을 하다 말고 정환을 바라봤다. 뒷말은 네가 해보라는, 그런 신호였다.
“엘 플로리디타(El Floridita)라는 바에서.”
“우와!”
정환은 놓치지 않고 정우의 토스를 그대로 받아냈다. 시은이 새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도, 바텐더였다는 걸 새삼 실감하는 눈빛이다.
“자, 여기 다이키리랑 보스턴 쿨러 나왔습니다.”
시은은 자신의 눈앞에 놓인 다이키리를 눈썹을 올리며 감상했다.
기대했던 것만큼. 색부터 영롱한 다이키리란 칵테일이 그녀를 맞이했다.
“흐으음.”
향기가 무척이나 상큼하다. 라임을 그대로 품은 청량한 향이 그녀의 코를 간지럽히자, 얼른 입으로 가져가고 싶은 충동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잘 마시겠습니다!”
이를 그대로 들이켜는 시은.
그리고.
“우와아! 진-짜 맛있어요!”
란 격정적인 반응이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지켜보는 정환도, 또 이를 만들어낸 정우도 흐뭇한 표정으로 그녀를 지켜봤다.
“괜찮죠? 말씀만 해요. 맛은 얼마든지 맞춰 드릴 수 있으니까.”
정우는 자신감이 넘치는 어투로 시은에게 장담했다. 이는 바텐더의 자신감.
손님의 취향만 안다면, 얼마든지 마음에 드는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자신감이다.
시은은 계속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연거푸 잔을 들어 올렸다. 정환이 보고 싶어 했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
바에 와서 행복한 순간을 느끼는 누군가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라. 정환은 덩달아 행복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몇 잔의 술을 더 마시고서야 정환과 시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칵테일이 맛은 좋아도 도수는 높은 술이 많기에, 오랜 시간을 앉아 있지는 않은 둘이었다.
“벌써 가려고?”
“차 끊겨요. 금방 들어가야죠.”
“오늘 감사했어요! 저···, 자주 와도 되죠?”
“그럼요. 언제든 찾아주세요.”
“갈게요. 형.”
밖으로 나서려는 시은과 정환. 막 돌아서는 정환의 옷깃을 기준이 잡았다.
“내일 1시, 알지 정환 씨?”
“아, 스터디 말씀이죠? 그럼요. 기억하고 있어요.”
“늦지 말고. 내일 봐.”
정환은 기준에게까지 인사를 남기고야 아르센을 떠났다. 쉬는 날에도 업장을 찾았던 하루였지만.
새롭게 바라는 곳을 알아가는 한 사람 덕분에 정환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