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잔. 뜨거운 물.
2.
정환은 느릿한 걸음으로 지동철 교수가 모아둔 술장 앞에 멈췄다.
바에 다니길 좋아하는 사람은 방에도 바처럼 이렇게 술을 모아두곤 하는 법이다.
원하는 바가 근처에 없다면, 결국에는 제 손으로 말아 먹는 게 최선이니까.
코냑부터 럼, 진 그리고 위스키까지.
리큐르 종류는 부족했지만,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는 술들이 그의 술장에 가득했다.
‘역시···’
긴자의 바 호퍼답다. 정환은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지동철 교수 쪽으로 돌렸다.
“지금 뭐 하자는 거지?”
지동철 교수는 술장에 시선을 던지는 정환을 보며 눈매를 날카롭게 했다.
“말씀드렸던 것처럼 흔적을 남겨볼까 해서요.”
“여기가 학교란 걸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거기다 교수의 연구실이네.”
연구실에서 술을 마시라는 거냐. 지동철 교수는 꾸짖는 어투로 말했다.
하지만.
스윽.
정환은 가볍게 손을 들어 지동철 교수의 앞에 놓인 작은 잔을 가리켰다.
가리킨 잔에는.
얼음이 녹은 물과 적당히 희석된 위스키로 보이는 액체가 담겨 있었다.
지동철 교수는 이미, 온더락스로 위스키를 즐기고 있었다.
“이, 이건···!”
“원래라면 오늘 휴무시더군요.”
“그, 그렇지. 그, 그래서 그런 거라네. 수업이 있다면 절대 입에도 대지 않네!”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
학교를 지나다니며 그의 휴무일에 맞춰 찾아온 것이기에 이를 트집 잡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야 자신이 하려는 무언가를 지동철 교수가 받아 줄 것도 같았고.
휴무에도 그가 연구실에 머문다는 사실을 정환은 이미 알고 있었다.
“가볍게 한 잔 올렸으면 합니다. 명함이 없는 제가···. 보여드릴 건 그것뿐이니까요.”
기억에 남고 싶다. 아니, 남기고 싶다.
잊을 수 없는 인상을 주어 지동철 교수를 바 건너편에 앉히고 싶다.
정환은 그런 생각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렸다. 명함도 없고, 그렇다고 번호를 써서 남기자니 이는 너무 식상하다.
무언가 뇌리에 남길 한방이 필요하단 생각을 찰나, 지동철 교수의 술 장은 정환에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다.
일신에 가진 게 정환이 뭐가 있나.
그저 술에 대한 지식과 그 술을 다루는 기술이 전부.
정환은 이를 통해.
지동철 교수의 기억 속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려 했다.
“······.”
지동철 교수는 입을 닫고 자신의 앞에 선 학생을 노려봤다.
건방진 제안이다.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술을 한 잔 만들겠다라. 그만큼 실력에는 자신이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의심이 없는 건 아니다. 이제 23살짜리 신입 바텐더가 실력이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나.
다만, 이를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도.
자신의 앞에 놓인 위스키 때문에, 이를 거절하기에는 상황이 난감하다.
“···바 툴은 가져왔나?”
“아쉽게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허.”
바 툴 없이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은 그 종류가 제한된다. 당장에 셰이커와 바 스푼 없이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은 거의 없을 정도였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
“무얼 하든. 맛있는 술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허. 자신이 만만하군.”
“바텐더니까요.”
“······.”
무리일 거다. 그걸 알고 있다.
그런 생각에도 너무나 당당히 나오는 정환의 태도에 지동철 교수는 결과물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도 슬쩍 들고 있었다.
- 바텐더니까요.
라.
바텐더랍시고 마냥 굽신거리기만 하는 이들은 매력이 없는 법이다.
자신이 어느 일을 하든 그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한 이들.
지동철 교수는 그런 건방진 이들을.
싫어하지 않았다.
“좋네. 한 번 해보게.”
지동철 교수의 입이 열렸다.
정환이 바라던 방향으로.
눈빛은 여전히 경계하는 눈빛이 가득했지만.
“술을···”
“술장에 있는 거라면 마음껏 써도 좋네. 물론 이 방 안에 있는 건 뭐든지. 얼음은 냉장고에 있고···, 다른 음료도 있을 걸세. 쓸만한 게 있을지는 모르겠네만 뭐든 해보게. 대신···, 맛있는 술. 그걸 만들어와야 할 걸세. 그렇지 않다면···”
지동철 교수의 눈이 정환을 차갑게 훑는다. 호기심과 흥미, 가늠하려는 마음이 가득한 눈빛. 그리고 그런 눈빛의 끝에는.
“자네를 기억하지 않겠네. 애써 잊어버리겠다는 말이지.”
살짝 정환의 건방짐을 꾸짖는 눈빛도 들어있었다.
바씬이라는 곳은 특이한 곳이다.
‘프로’라는 칭호를 달고 일하는 이들보다 때로는 객으로 찾은 손님들이 더 전문성을 갖추는 경우도 있는 곳이 바씬이다.
신입으로 바에 입문한 초심자에 비해,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바에 다닌 손님이 더 업계를 잘 아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게 아닌가.
‘프로’란 칭호를 달고 몇 년간 공부하고 또 노력한 경우에는 다르겠지만.
지동철 교수는 그런 생각에 이제 막 업계에 발을 들이는 저 건방진 바텐더를 살짝 혼내 줄 생각이었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이라면. 어쭙잖은 바텐더가 만드는, 그리고 이렇게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오는.
그런 칵테일에 대해 일갈할 정도는 되었으니까.
“그럼 한 번 해보겠습니다.”
정환은 지동철 교수의 강렬한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금 술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럼부터 위스키까지. 여러 술병이 도열한 술장을 훑다가 위스키 앞에서 멈추는 정환의 시선.
마냥 위스키로 묶었지만, 싱글 몰트부터 버번과 블렌디드, 그리고 라이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까지.
위스키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없이는. 모을 수 없는 컬렉션이다.
‘달모어에 맥캘란···, 히비키에 탈리스커까지?’
가까이서 보니 라인업이 더 장난이 아니다.
무얼 보여줘야 할까.
준비된 것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적은 지금.
정환은 위스키를 기주(基酒)로 사용할 결심을 했다.
다른 맛이 더해져야 특징이 도드라지는 다른 술들에 비해. 재료와 도구가 없는 지금은, 위스키가 제격이다.
앞에는 싱글 몰트, 중간에는 특성이 강한 위스키.
그리고 뒤에는 하이볼이나 칵테일에 사용하면 딱 맞을 적당한 블렌디드 위스키들.
그들을 잠시 바라보던 정환은.
어느새 결심이 선 듯 손을 들어 술병 사이로 손을 향했다.
정환의 손은, 뒤편에 자리한 작은 위스키 한 병을 가지고 나왔다.
손에 병을 들고 돌아선 정환을 보자, 지동철 교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조니워커 레드···?’
조니워커 레드 라벨.
‘허어.’
이건 자신을 만만하게 보는 걸까.
조니워커 레드 라벨이라니.
해봐야 시중가 고작 3만원이면 700ml 한 병을 살 수 있는 저렴한 블렌디드 위스키가 아닌가.
자신도 하이볼이나 타 먹을 생각으로 구매해둔 저렴한 술이었기에, 지동철은 저 선택을 잘못된 판단이라 생각했다.
값비싼 질 좋은 위스키로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한.
그런 위스키가 조니워커 레드 라벨이었으니까.
‘경험 부족인가···.’
아직 어리기에 경험 부족.
별다른 좋은 위스키를 접해본 경험이 없어서라.
그렇게 판단하는 지동철 교수.
그런 지동철 교수에게 정환은.
“잠시 이걸 써도 되겠습니까?”
라는 말로 그의 옆에 놓인 전기 포트를 가리켰다.
“···사용하시게.”
이제는 저 학생이 뭘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동철은 고개를 절레 저으며 정환의 기행이 얼른 끝나기를 기다렸다.
-딱.
물을 넣고 포트에 전원을 넣는 정환.
잠시 후, 물이 끓더니, 정환은 포트를 들고 지동철 교수의 앞으로 다가섰다.
“···뭐 하는 건가? 칵테일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
“만드는 모습 역시 바텐딩의 일부니까요. 보여드리려고 왔습니다.”
“······.”
첨가하는 음료도, 섞는 술도 없다. 그저 물과 싸구려 위스키 한 병. 그게 전부인 상황에서 정환은 여유로운 표정과 몸짓으로 잔을 찾았다.
온더락스 잔을 하나 가져오는 정환.
정환은 그대로 넓은 온더락스 잔에.
위스키가 아닌 뜨거운 물을 먼저 붓기 시작했다.
- 또르르르륵.
정환은 뜨거운 물을 어느 정도 잔에 붓고는 그대로 조니워커 레드 라벨을 개봉했다.
- 트르륵!
경쾌하게 캡이 열리는 소리에 이어, 정환의 손은. 그대로 라벨이 보이게 병을 잡고 눈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술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 촤아아아아.
과하지 않게 적당한 양으로 쏟아지는 위스키. 위스키는 한 줄기 폭포처럼 쏟아지더니 떨어지는 힘을 이용해 그대로 따뜻한 물과 섞여 갔다.
스푼이나 다른 스틱을 쓰지 않고 술을 자연스레 섞는. 정환만의 기술이었다.
‘소, 손재주는···’
과연 건방질만 했다.
의식하지 않았으면.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을 움직임이었다.
- 슥.
술이 적당히 부어지자 정환은 손을 갈무리하며 병을 돌렸다.
정환의 손 아래 테이블에는.
적절히 배합된 위스키 오유와리(お湯割り)가 한 잔, 준비되어 있었다.
- 스윽.
이를 지동철 교수의 앞으로 내미는 정환.
지동철 교수는 살짝 놀랐지만, 결과물에는 만족하지 못한 모습이다.
“···이게 자네가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그 한 잔인가?”
“드셔보시죠.”
“재미는 있군. 오유와리라···.”
지동철 교수는 정환이 만들어 낸 한 잔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일본에서 공부한 시간도 길었고 또 긴자라는 곳에 뻔질나게 드나든 사람이다.
오유와리라는 저 술을 오히려 모르는게 이상할 터.
오유와리는 별다른 칵테일 같은 게 아니다. 그저 따뜻한 물에 위스키를 섞는 것. 그게 전부였다.
찬물을 위스키에 섞으면 미즈와리(水割り). 따뜻한 물에 위스키를 섞으면 오유와리.
일본 특유의 위스키 섭취 방식인 저 오유와리를 지동철 교수는 모를 수 없었다.
- 탁.
지동철 교수는 안경을 벗어 책상에 올려뒀다. 눈가를 손으로 한 번 쓸어내린 그의 눈빛이 차게 가라앉았다.
“오유와리라···. 그래.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재료가 많지 않은 지금에야 위스키의 맛을 살릴 수도 있고 또···, 평일 낮에 속도 버리지 않는. 하지만 레드 라벨은 아닐세. 이치에 맞지 않지 않나?”
오유와리란 발상에는 칭찬하면서도 기주를 선택한 걸 보며 정환을 꾸짖었다.
오유와리로 술을 섭취하면 향이 특히나 강해지는 효과를 가진다.
더불어 맛 역시 강해지게 되는데, 이는 좋지 않은 맛까지 강해지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조니워커 레드 라벨은 저렴한 술이다. 그런 만큼 온전히 정제된 맛이 아닌, 역한 맛 역시 존재하는 술이 바로 레드 라벨.
오유와리로 만들면 레드 라벨 특유의 알콜 향 역시.
강해질 게 분명했다.
자신을 향해 꾸짖어 오는 지동철 교수.
그런 지동철 교수를 보면서도 정환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그가 뱉은 말이라곤.
“우선 한 번 드셔보시길···”
재차 잔을 권한 게 전부였다.
‘패기인가, 무지인가···?’
지동철 교수는 답답함을 느끼며 못 이기는 척 잔에 손을 가져갔다. 따뜻하게 전해져 오는 잔의 온기.
그는 잔을 들어 코로 가져갔다.
은은한 위스키 향이 올라온다. 알싸하면서도 톡 쏘는 레드 라벨 특유의 향.
따뜻한 물과 만나 훨씬 진해진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노즈는 그럴듯하지만···’
맛에는 알콜 맛이 늘어 있을 거라. 지동철 교수는 그런 예단을 하며 찝찝한 표정으로 잔을 넘겼다.
- 꼴깍.
!!!!!!!
그리고 한모금이 목을 넘자, 이내 커지는 그의 동공.
그는 얼른 자신이 마셨던 잔을 들어 자신이 마신 술의 정체를 재차 확인했다.
“······!”
지동철 교수의 시선이 옮겨졌다. 다른 곳. 이 술을 만든 사람. 차정환이라는 학생의 얼굴로.
“이거···. 무슨 짓을 한 건가?”
“오유와리입니다.”
“오유와리인 걸 묻는 게 아니지 않나!”
- 트륵.
지동철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서 정환의 앞에 둔 레드 라벨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잔에 물을 따라 레드 라벨과 섞어 본다.
그 잔을 그대로 마신 그의 표정이.
또 한 번 놀란 사람의 눈치다.
“···이게 왜···”
다르냐. 같은 재료로 만든, 그저 단순한 술에 물을 탄 액체일 뿐인데.
지동철 교수는 잔을 다시금 입으로 가져갔다. 한 번 더 삼켜보는 그.
!!
역시나.
알싸한 맛이 혀를 감싸고 돈다. 톡 쏘는 피트(*이탄)의 향기까지. 그리고 이제 치고 와야 할 특유의 역한 알콜 맛이.
기다리는 그의 혀가 무색하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지동철 교수는 가만히 서서 자신을 기다리는 차정환을 바라봤다.
“······.”
이제야.
그는 저 학생이 왜 레드 라벨을 썼는지 알 것 같았다.
“일부러 레드 라벨···을 고른 건가? 실력을 과시하려고?”
평범한 싱글 몰트였다면 알콜 향이 역하게 치고 오르지 않는다. 즉, 단점을 바텐더가 컨트롤 할 수 있었음을 표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정환은 자신이 물을 더해 위스키의 맛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레드 라벨을 택한 것이다.
“작은 건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전부는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다는 소리군.”
“이전에 드신 위스키가 피트향이 강한 위스키 같아서요. 다른 위스키를 쓰면···, 맛이 묻힐 거라 생각했습니다.”
!
정환의 말을 들은 지동철의 동공이 갈 곳을 잃었다.
저 말은.
자신의 앞에 둔 얼음이 잔뜩 녹은 온더락스에 들어간 위스키를 알아보는 말이며 또 그 위스키와 레드 라벨 사이의 상성을 고려했다는 말이 아닌가.
한 잔에만 집중하는 바텐더는 삼류라고 불린다. 손님이 마신 술의 전후를 생각하는 이는 이류. 그리고 손님의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그는 일류.
그렇다면.
저 어린 신입 바텐더가.
못해도 이류는 된다는 말이다.
“···내가 앞서 마신 잔을 고려해 다음 잔을 준비했다?”
“네. 그랬습니다.”
“왜?”
어떻게든 맛있는 술을 만들어 자신을 만족스럽게 만들어야 하는 게 방금의 상황.
지동철은 이런 때에도 만들어낼 술이 아닌, 이를 마시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바텐더니까요.”
!
당연한 답이 들려왔다. 아무런 허세도 없이, 담담하게 뱉는 정환. 그의 표정이 정말 당연한 걸 당연하게 말하는 이의 모습이다.
“바텐더라서···”
이제야.
지동철 교수는 다시금 프로와 아마의 차이를 떠올렸다.
그래, 술에 대한 지식이야 손님이 많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의 영역.
진정한 프로 바텐더라면.
술이 아닌 다른 곳에 집중해야 함을.
그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건가···”
지 교수의 표정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제법이군. 재밌어. 아주 재밌는 한 잔이란 말이지.”
“감사합니다. 다만···”
“들르겠네. 아르센이라고 했나? 차정환 군. 자네 이름도 기억하지. 걱정하지 말게나.”
지 교수는 무언가를 말하려는 정환의 말을 끊고는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나가보게. 충분했네만···. 몸이 고단하군. 좀 쉬어야겠어. 자네의 흔적은···, 잘 남았네. 내 기억하고 있겠네.”
그리고는 이내 정환을 내보내려는 그의 말. 그는 피곤한 듯 몸을 뒤로 기대고는 정환에게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저···, 교수님.”
“할 말이 남았는가?”
지친 다는 듯 묻는 지동철의 말에 정환은 밝게 웃으며 바텐더로서 해야 할 말을 한 번 더 던졌다.
“술은 입에 맞으셨습니까?”
허.
지금까지의 말로 부족하다는 걸까.
지 교수는 이제 완전히 웃는 얼굴로 정환을 바라봤다.
그래, 이 말이 듣고 싶은 거겠지. 너희 바텐더라는 족속들은.
그런 생각으로 지동철은 속에 있는 말을 가감 없이 내뱉었다.
“아주 맛있었네.”
- 씨익.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만족스럽게 웃은 정환이 방을 나섰다.
은은한 조니워커 레드 라벨의 향이 연구실에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