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하면 잘살거 같지-261화 (260/261)

-------------- 261/261 --------------

epilogue

시간이 강물처럼 흘러, 마왕이 탠덤탄두 방식의 로켓탄에 폭사당한지도 어언 80년이 흘렀다.

30년 전까지 ‘마고성’으로 불렸고 지금은 주도(主都)가 대륙 중심으로 옮겨가서)‘배달성’이 된 궁궐에 왠지 모르게 서글픈 기운이 감돌았다.

이곳의 주인이 곧 파란만장한 생을 마치려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리라.

“후우웁~ 후우우우~ 후우웁~ 후우우우~”

어느새 115살 노인이 된 팰리스가 힘겹게 호흡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랜드 마스터 아니, 소드 마스터에만 올랐더라면 팰리스의 육체가 새롭게 개조됐을 것이다.

그럼 앞으로도 최소 50년 이상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며느리(일라이)의 성화에 소드 마스터 상급이 된 선샤인이나 괴물 같은 피지컬로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 아직도 발정 난 수캐마냥 바람피우는 토머스처럼 말이다.

[뭐시여~ 발정 난 수캐? 아이 씨~ 갑자기 나를 왜 끌고 들어오는 거야?

작가 양반. 솔직히 바람피우는 건 맞지만 마누라가 그렇게 하라고 권했거든?

나 땜에 밤에 너무 힘들다고 말이야. 으흐흐흐~

작가 양반, 솔직히 말해봐. 이런 내가··· 부럽쟈?]

···안타깝게도 팰리스는 그랜드 마스터는 고사하고 소드 마스터에도 오르지 못했다.

솔직히 말이 쉬워 소드 마스터고 그랜드 마스터였다.

가이아 행성에 100명도 안 되는, 그런 희귀한 재원이었다.

팰리스는 자질이 살짝 부족한데다 국왕의 업무가 너무 많았다.

소싯적에는 가장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지만 40살을 넘기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만년짜리 만드라고라를 먹어 괴물이 된 토머스에게 검술이 밀렸다.

신성력 버프를 받아 태어난 장남(선샤인)에게도 추월당했다.

“에이 씨··· 금수저라서 그런가? 쳇~”

‘그래, 나는 무도인이 아닌 위정자(爲政者)다. 가이아 여신도 그 때문에 이곳에 나를 환생시켰다.’

당시의 팰리스는 이리 위안을 삼았다.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발전하지 않는 수련 대신 1시간을 투자하면 확실한 효과가 나타나는 왕국의 행정에 집중했다.

그래서 벽을 깨뜨리진 못했지만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무나 붙잡고 세상에서 제일 바쁘고 똑똑한 사람을 꼽으라면 모두들 팰리스를 꼽았다.

“대왕님께서는 하찮은 우릴 위해서 항상 바쁘게 일하신다.”

“그래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세상에 모르는 것 없이 똑똑하시고 현명하신 분이시지. 하지만 그보다 더욱 대단한 건 다른 것이야. 너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뭐, 그랬나요? 그다지 관심이 없네요.”

“후우, 후우~ 그래, 참자. 아무튼 노력! ‘노오~력’이란다. 우리 대왕님께서는 말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국정을 돌보시고 밤늦게까지 미천한 우릴 위해 열심히 노력하신단 말이다.”

“그러니깐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뜬금없이 왜 이러는 건데요?”

숙취 때문에 부스스한 어느 망나니같은 아들과 이 때문에 화난 어느 아버지의 대화였다.

“이이~ 이놈의 자식이 아직도··· 하아~ 아들아. 제발 좀 부탁하자. 빨리 취직하고 술도 좀 줄이고··· 아들아~ 제발 정신 좀 챙기고 살자, 응?”

“쳇~ 대왕님이야 원래부터 잘나고 똑똑하잖아요. 하지만 난··· 누가 이렇게 낳으랬어요?”

“뭬야? 그러니까 네놈의 말은 이것이 다··· 부모 탓이다? 비싼 돈 들여서 대학까지 졸업시켰던 나랑 네 어미가?”

팰리스는 6년제의 ‘학교’를 더욱 세분화하여 초등학교 6년, 고등학교 3년에 이어서 4년제의 대학교까지 만들었다.

“그렇게 까진 말하진 않았네요. 그리고 요즘 세상에 대학 안 나온 애들이 있나요?”

그리고 서민이라도 이처럼 대학교 교육까지 마친 이들이 수두록했다.

“그, 그러냐?”

“내가 이 말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부모들이 빵빵하게 지원해줘 옷도 유명 브랜드로 쫙 도배했잖아요. 우리 집이랑 완전 다르게요.”

“···”

“아무튼 일정부분은 뭐··· 솔직히 우리 집은 좀 그렇잖아요. 누구나 있는 빽 하나도 없고, 안 그래요?”

팰리스가 이상적인 사회를 위해 노력했지만 인간은 원래 불완전한 존재였다.

이처럼 학연과 지연, 혈연 등의 안 좋은 문제들도 발생했다.

“···하아~ 진심이냐?”

“뭐,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아빠도 엄마도 솔직히 좀··· 진실은 원래 이렇게 냉혹한 겁니다.”

“후웁, 후웁~ 그래! 진실은 항상 냉혹한 법이지.”

“그렇죠? 그럼 이제부터는 잔소릴 안하실거죠? 그렇죠, 아빠?”

“아, 아빠? 이 자식이··· 좋다. 이제부턴 더 이상 너에게 뭐라 잔소리 안 하마.”

“정말이죠? 깔치랑 오늘 술 마시기로 약속했는데. 못 나가게 하는 거, 아니죠?”

“그래, 이 자식아! 약속은 약속이니깐!”

“얏호~ 이제부터 자유···”

“대신! 오늘부터는 천하의 개망나니에 대한 세상의 냉혹함을 알려주마.”

‘스으윽~’

“네? 갑자기 무슨··· 어? 갑자기 몽둥이는 왜···”

“흐흐흐~ 미친개는 몽둥이로! 어금니 꽉 깨물어.”

“서, 설마··· 이건 폭력이에요. 형법 7조 3항에 의하면 누구라도 사사로이 폭력을 행사···”

치안이 가장 큰 복지정책이리라.

팰리스는 이처럼 법치주의를 통해 사회를 안정시키고 국민들의 복지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뭐, 폭력? 지금부터는 가정교육이다. 못된 짐승새끼를 사람 새끼로 교화하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 알간? 죽어라~ 이 싹퉁머리 없는 짐승 새꺄~”

‘휘익~’

‘뻐억~’

“꾸웩~ 사람 살류! 동네 사람드을~ 못된 부모가 착한 아들 잡아요. 동네 사람드을~”

“허허~ 힘만 센 못된 부모?”

“내가 그렇게 말하지는···”

“오냐, 좋다. 오늘은 확실히 못된 애비가 되어주마. 에잇~”

몽둥이가 눈에 안보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뻐버버버뻑~’

“꾸웩, 컥! 끄아아아~ 자, 잘못ㅎ··· 꾸웩~”

백성 중에서도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팰리스는 너무도 위대하지만 아주 피곤한 ‘엄친아’였다.

그의 아들 선샤인은 더욱 피곤한 ‘엄친아’라서 온갖 스트레스의 근원이 되었다.

“쯧쯧쯧~ 이놈의 자식은 누굴 닮아서 이러는지. 누구 반만 닮았으면 원이 없겠네.”

“···”

‘황제폐하 미워! 황제폐하 때문에 나만 미워해.’

어린 백성들에게 황제의 지지도를 하락시킨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역설적으로 사회가 매우 안정됐기에 이런 사소한 것들이 문제가 되었으리라.

각설하고, 배달제국은 왕국시절부터 부유하고 매우 안정된 사회로 유명했다.

팰리스가 왕좌를 이양하고 제국으로 성장한 뒤에도 더욱 부유해지고 안정된 사회로 발전했다.

과거, 배달왕국은 분명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했다.

막판보스처럼 막강한 마왕까지 소멸시키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팰리스는 군사력을 함부로 남발하지 않았다.

전생시절에 하루도 전쟁이 끊이질 않았던 미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았던 것. 그는 크고 아름다운(?) 제국을 건설하기보다는 작은 왕국이나마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렇다고 해서 배달왕국의 영토가 작았던 건 또 아니었다.

간혹 주제도 모르고 배달에게 덤비는 왕국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도대체 뭔 소리래? 마왕과 싸워 이긴 배달이잖아. 어떤 멍청이가 그런 국가에 함부로 들이댔겠어?]

이런 의문이 당연하겠지만 세상은 참 요지경이었다.

어이없고 황당한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배달은 그때마다 어린아이의 손목을 비틀듯이 어리석은 적들을 물리치고 역으로 점령, 온전한 배달의 영토로 소화시켰다.

그런 그가 이제 곧 영원한 잠을 앞두고 있었다.

가이아 행성 유일의 제국이자 강력한 중앙집권제의 기반을 조성했고 황제의 권력 상당 부분을 제국민이 선출한 의회(議會)에 이양하도록 조언했던 상황제의 이름으로.

그랬다. 배달제국은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법치주의 국가였다.

그리고 초대황제는 예상과 달리 팰리스가 아니었다.

그의 장남이자 현숙한 토라이의 반려였고,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달님 문라이트의 벗이자 주군이었던 선샤인. 그가 바로 배달제국의 초대황제였다.

그 말인즉,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했던 팰리스가 제국을 건설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배달제국은 선샤인과 그의 벗, 달님이의 업적이었다.

“문라이트 공작. 아니, 나의 벗 달님아. 굳이 세상을 하나로 통일해야할까?”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배달왕국을 배달제국으로 성장시킨 두 사람이 이렇게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의논했었다.

“황제폐하! 그래야하지 않겠습니까? 하나로 만들면 분쟁이 사라지고 세상이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그럴까? 그건 좀 아니라고 봐. 하나로 뭉친다고 해서 세상에 분쟁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왜 그리 단정하십니까?”

“누워서 침 뱉는 소리지만 솔직히 우린 인간이다. 부족하고 불완전한 인간 말이야.”

“그렇지요.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됩니까?”

“달님아~ 세상을 하나로 통일시켜도 새로운 분쟁거리가 나타··· 아니 분쟁거리를 찾아낼 거야.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자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추악한 권력을 꿈꾸겠지.”

“그렇긴 합니다. 어느 시대에나 항상 추잡한 자들이 기어 나오니까요.”

“아마도 인간세상의 참모습이겠지?”

“그러나 폐하. 세상을 하나로 뭉쳐놓는 편이 더욱 낫지 않겠습니까? 통일시키면 분쟁의 소지도 줄어들 테고요.”

“그야 그렇겠지. 그런데 상황제께서는 항상 이리 강조하셨다. 국가나 조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사람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말씀하셨지.”

“그렇지요. 그 때문에 타국 백성들이 우리 제국을 부러워하잖습니까.”

“그대도 알다시피 짐은 거창한 걸 바라지 않아. 그저 다수가 행복한 세상, 그런 아주 작은 소망일뿐이야.”

“폐하. 그것이 정말로 거창한 겁니다.”

“그런가?”

“넵! 그리고 행복은 너무도 관념적이고도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에 아주 불행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면 그가 바로 행복한 사람이잖습니까? 행복과 만족은 권력자에게 악용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종교인들이 써먹기에도 아주 좋은 ‘아이템’이죠.”

“뭐, 그런 면도 없진 않지. 하지만 그런 일이 어디 빈번하겠나?”

“그렇긴 합니다.”

“짐은 말이야. 아무리 가난한 자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하는 세상. 배달제국을 그런 국가로 만들고 싶네.”

“그렇··· 습니까?”

“그래, 나의 충실한 벗이여~”

“그런데 폐하! 그건 상황제께서 먼저 말씀하시고 그리 시행하시던 정책인 것 같은데··· 솔직히 불어보십쇼. 아닙니까?”

“···그래, 짐이 표절했다. 그래서 어쩔 건가?”

“그렇다면 원작자에게 적절한 저작권료를 지불하심이 가한 줄로 아뢰오. 그도 아니면 구치소의 특실 503호가 요즘 비었다고 합니다.”

둘은 어린 시절부터 궁궐에서 생활해왔다.

만나는 이들이 죄다 팰리스와 그의 일당들이었다.

이 때문에 농담과 장난이 이처럼 정상적이지 못했다.

각설하고, 이런 이유로 팰리스가 생을 마칠 무렵에도 가이아는 통일되지 않았다.

그럴 기미도 없었다.

배달제국은 그저 평화롭고 풍요로웠다.

전생의 팰리스가 바라던 대로 누구라도 노력하고 그럴 능력을 가졌다면 성공할 수가 있는 사회가 됐다.

아니, 인간이 원체 불완전한 존재라서 그런 사회에 매우 가까워졌고 이를 위해서 오늘도 노력하는 과정이었다.

이 때문에 생을 마감하는 팰리스는 여한이 없었다.

“후우웁~ 후우우우~ 후우웁~ 후우우우~”

‘오늘 따라 먼저 간 마누라가 보고 싶군. 달기와 슬기도 무척 반가워하겠지?’

부인들은 보통사람이라서 예전에 사망했다.

축복은 팰리스에게 고맙다는 유언을 남겼고 첩이었던 달기와 슬기는 무한한 영광이라며 웃으며 이 세상을 등졌다.

팰리스는 조만간 만날 달기와 슬기에게 미안했다.

그녀들이 후계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자식을 낳지 않았기 때문. 이 때문에 팰리스의 자손은 단 3명에 불과했다.

자식의 수가 십 단위를 넘어 백 단위를 사용해야 하고 그래서 자식들의 이름조차 자주 잊어버리는 토머스와 딴판이었다.

‘그러고 보니 피리온 녀석도 자식을 아주 많이 낳았군.’

비실비실한 외양과 달리 피리온은 밤의 제왕이었다.

주로 아줌마에게 인기가 좋은 토머스와 달리 녀석은 항상 꽃다운 아가씨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8서클 대마법사가 되어 다시 젊어진 요즘에는 더욱 더···

“후우웁~ 후우우우~ 후우웁~ 후우우우~”

‘젠장~ 그러보니 내가 제일 불쌍하잖아? 이럴 줄 알았다면 수련에 더욱 정진··· 아니다. 100년 넘게 살았으면 충분하지. 전생까지 따지면 200년 넘게 살았던가?’

팰리스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일생을 떠올렸다.

전생과 달리 이번 생에서는 상당한 업적들을 이룩했다.

매우 특별하고도 특별했던 삶을 살아왔고 그때의 한이 되었던 사회문제들을 이곳에서나마 해결했다.

‘하하하~ 그래. 노력하면 성공하는 세상을 만들었어. 그러면 됐지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가이아께서도 충분히 만족하셨을 것이야.’

팰리스의 입가에 얼핏 미소가 감돌려는 그때였다.

죽어가는 팰리스의 눈에···

[호호호~ 그렇구나, 팰리스 파이온 배달아.]

가이아 여신이 나타났다.

[너의 업적에 충분히 만족했구나.]

“후우웁~ 후우우, 저, 저마··· 여ㅅ··· 니까?”

팰리스가 이상을 보이자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눈치를 보아하니 가이아는 오직 팰리스의 눈에게 보이는 것 같았다.

[힘들게 말하지 않아도 된다.]

“후우웁~ 후우우우~”

‘감사합니다, 여신이시여. 아무튼 제가 실패작이 아니란 것이지요?’

[당연히 성공작이지. 아니 대성공이야.]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성공이 무엇이고 실패는 무엇인지··· 솔직히 좀 궁금했습니다.’

[후훗~ 그건 나중에. 지금은 그럴 시간이 아니구나. 가족에게 마지막 말을 남겨야 하지 않겠니? 내가 좀 도와주마.]

“도와··· 주시겠다고요? 무엇을 도와···”

“헉! 아, 아버지. 괜찮으십니까?”

“으, 응? 그래, 선샤인아. 이제 좀 살 것 같구나.”

“전하!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저, 토머습니다.”

“아~ 그래, 내 친구 토머스야.”

“크흑~ 도대체 이것이 뭔 꼴입니까? 저처럼 수련했으면···”

“야~ 토머스 이 멍청아. 네놈이 지금 이럴 때냐? 전하~ 말씀하시지요.”

죽어가던 사람 같지 않았다.

유식한 말로 회광반조(回光返照)의 현상. 팰리스도 그의 친구들도 그리고 수백에 달하는 그의 자손들도 팰리스에게 최후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팰리스는 아직 못 다한 말들을 친구와 자손들에게 남겼다.

제국의 운영이나 정치체제도에 관해서는 예전에 충분히 남겼기에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팰리스는 친구와 가족들에게 남은 삶을 행복하고 충실하게 살아가라고 덕담했다.

“···세상 참 별 것 없더라.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그저 모든 일에 열심히··· 허억, 허억~”

그때가 되었는지 갑자기 호흡이 흐트러졌다.

팰리스는 한 마디라도 더 유언을 남기기보다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무도 해맑은 미소를···

‘빙그레~’

“후우웁~ 후우우우·····”

‘툭~’

그렇게 팰리스가 가이아 대륙에서의 생을 마쳤다.

여한이 없는 그런 충실한 일생을···

늙은 육체에서 팰리스의 영혼이 분리됐다.

그는 육체를 끌어안고 슬퍼하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런 그에게 가이아 여신이 치하했다.

[참으로 수고가 많았구나. 팰리스 아니, 칠성이라고 불렸던 지구의 영혼아.]

[아, 예에~ 이제 그만··· 가시지요? 그런데 저는 어디로 가야합니까?]

[호호호~ 글쎄다. 너는 어디로 갈 것 같으냐?]

[···]

[네가 이룬 업적을 감안해 선택할 기회를 주겠다.]

[네? 선택할··· 기회라굽쇼?]

[그렇구나. 수백년 후에 다시 이곳에 태어나거나 아예 다른 세상에서 생을 다시 시작할 기회. 그도 아니면 천국을 선택하면 된단다.]

[그렇다면 행복한 천ㄱ···]

[잠깐! 참고 삼아 말하지만 천국은 네가 아는 그런 곳이 아니란다. 아주, 무척, 너무도 심심한 곳이야.]

가이아의 말투가 갑자기 ‘용팔이’의 말투와 비슷해졌다.

무슨 속셈인지 2번째 환생, 그것도 가이아행성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라고 추천하기 시작했다.

‘여신이 갑자기 왜 이런데?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아무튼~'

[넵, 여신님. 결심했습니다. 저의 선택은···]

안타깝게도소리가 너무 작아져서 더 이상 들리지가 않았다.

-大尾-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