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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군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근본적인 목표는 마왕이다.
마왕을 물리치든지 죽여야만 이번 사태가 종식되고 세상이 유지된다.
당연하게도 망루에서 몬스터를 저격하던 팰리스도, 지휘부도 마왕의 행동을 계속 주시했는데 아스타로가 마침내 움직이려고 한다.
그런데 현재의 전황이 백중세였다.
전투방식이 몬스터군단에게 극히 유리한 난전이었지만 그 대신 연합군의 수가 많았다.
놈들의 강력한 일격을 밀집대형의 방패와 창병으로 구성된 냉병기 팀이 어찌어찌 막아냈다.
이후에는 후방에 대기하던 장거리 투사무기(화약무기) 팀이 소총을 발사하여 하나둘씩 사살하는 양상이었다.
뭐, 이것이 실패하면 투입한 병력 절반이 적에게 쓸려나갔지만···
아무튼, 전황이 백중세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차 연합군에게 유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막판 보스와도 같은 마왕이 참전하려고 한다.
아마도 마왕이 저투에 가세하면 전황이 단숨에 역전될 것이다.
그렇다면 연합군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마왕이란 존재는 본래 수적인 우위가 소용없다.
강력한 무력을 지닌 실력자들이 뭉쳐 마왕을 상대해야 하는데 배달군에게 소드마스터 같은 실력자는 팰리스를 호위하러 따라온 토라이 1인뿐이었다.
그런데 마왕이 지난 전투에서 일방적으로 승리했었다.
가이아 행성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그랜드 마스터와 (그보다는 조금 못하지만)초인으로 구성된 용사들의 ‘다구리’를 상대로.
이런 이유로 팰리스와 수뇌부는 개인의 무력으로 마왕을 어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팰리스 개인의 무력이 천하무적이자 킹왕짱, 먼치킨이라면 또 모를까!
‘가이아 여신이 나를 이곳에 초대한 건 맞다. 나를 이 시대의 주역으로 선택했다는 뜻이지.’
아무리 시대의 주인공이라도 팰리스가 모든 문제들을 척척 해결하는 만능박사는 아니었다.
그는 한계를 가진 한 사람의 인간에 불과했다.
‘그렇지. 나는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다. 그런 내가 마왕과 직접 드잡이하리? 그건 용감한 것이 아니다. 세상에 다시없을 멍청한 짓이지.’
다시금 말하지만 현실은 소설이 아니었다.
전투나 전쟁도 (삼국지처럼)장수 한두 명의 용력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배달왕국의 진정한 힘은 기사나 소드마스터가 같은 고급인력이 아닌 보통사람들로 구성된 근대화된 군대였다.
그런 군대의 수장인 팰리스가 어찌 마왕과 검을 맞대고 싸우겠나.
“그대들도 잘 알 것이오. 우리 왕국의 강점은 화약무기와 시대를 앞선 무기라는 사실을.”
“그렇습니다, 전하. 포병과 전차, 박격포, 기관총 등을 적절히 조합하여 마왕을 작살내고 아작내야 합니다.”
일주일 전, 팰리스와 토머스의 대화가 모든 수뇌부의 마음을 대변했다.
이런 이유로 배달군은 화약무기와 뛰어난 전투장비들을 조합하여 마왕을 물리치기로 결정했다.
시간을 다시 현실로 되돌려.
“지금부터 플랜B! 대(對) 마왕전투를 시작한다. 신호수!”
“넵, 전하!”
“신호를 전파하라.”
“넵, 알겠습니다.”
‘펄럭, 펄럭~’
망루의 깃발신호에 후방의 포병들이 방열된 야포와 박격포를 급히 거뒀다.
그리곤 연합군의 진형 전면으로 그것들을 이동시켰다.
난전이 시작되면서부터 구경꾼으로 전락했던 기갑부대도 이동하여 포병세력에 합류했다.
그리고 팰리스를 비롯한 수뇌부들이 그런 전차와 장갑차에 올라 마왕과의 전투를 준비했다.
어찌 보면 졸(卒)은 졸끼리, 장수(將帥)는 장수끼리 맞붙는 양상으로 전차 해치에 상체를 드러낸 팰리스가 크게 고함쳤다.
“들어라~ 이제부터 마왕과의 전투를 시작한다.”
“충!”
“그대들도 알다시피 마왕이 진형 내부로 침입하면 우리가 패해할 것이다. 패배는 곧 세상의 종말이고 나와 그대들의 가족이 모두 죽을 것이다.”
이번 전투에 진다고 당장 세상이 멸망하는 건 아니다.
그럴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뿐이다.
아무튼 최소한 하나만은 정확했다.
침입을 허용하면 확실하게 배달군이 패배할 것이란 사실 말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연합군에게는 마왕과 검을 맞댈 자가 없었다.
소드마스터 토라이가 겨우 마왕의 1격이나마 막아낼까?
2격부터는 생사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현실이 이런 상황인데 마왕이 기갑부대 진형 내부로 침입하여 난전을 펼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준비한 것이 배달의 장점인 장거리 투사무기와 압도적인 물량을 이용하여···
“그래서 우린 우리에게 유리한 거리를 유지한 채로 싸워야만 한다.”
마왕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전략이었다.
만일 이것이 실패한다면 인파이터에게 접근을 허용한 아웃복서보다 훨씬 심각한 피해를 불러올 것이다.
“포병!”
“충!”
“준비한 작전대로 움직여야 한다. 포병은 임무를 수행 할 수 있겠나?”
“추우~웅!”
너무 관념적이라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배달군은 배달왕국의 자랑인 시대를 앞선 무기와 그 무기들이 사용할 무식할 정도로 많은 준비한 포탄들을···
“전차 그리고 장갑차!”
“충!”
“본 왕은 그대들을 믿겠노라. 작전대로 순차적이고도 압도적인 물량으로 마왕을 제압해야 한다, 알았나?”
“추우~웅!”
모두 마왕에게 쏟아 붓는다.
그것도 맞물리는 톱니바퀴처럼 순차적이면서도 압도적인 포격으로.
쉽게 생각해서 마왕에게 향할 칼질이나 펀치, 발차기를 (원거리에서 발사된)포탄이 대신한다는 뜻이다.
기관총과 포탄을 쏴 마왕을 밀어낸다고나 할까?
이것이 접근을 원천 거부하는 전략의 핵심이었다.
배달의 전략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왕이 4Km 전방에서 설렁설렁 다가오고 있었다.
“들어라~ 이제부터 준비한 작전을 시작한다. 포벼~엉! 포격을 개시하라.”
“넵, 전하!”
“발사하라.”
‘푱! 표표표푱~’
박격포 30문이 마왕공략의 첫 포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전의 거창한 연설과 달리 팰리스도 포탄을 쏘아올린 병사들도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비행속도가 느린 박격포탄으로 마왕을 어찌할 것이란 헛된 기대를.
실제로도 마왕은 박격포탄에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휘잉, 휘이이이이잉~’
‘털레털레~’
‘콰쾅~ 콰지지지지직~’
아스타로 피식거리며 떨어지는 포탄을 산보하듯이 피해냈다.
그래서 포탄이 마왕의 지근거리에서 폭발했고 소나기처럼 파편들이 마왕을 덮쳤다.
‘쓍, 쒸이잉~’
[흐흐흐~ 이까짓 것!]
‘화아악~’
‘후두두두둑~’
검고 투명한 마벽이 마왕의 피부 10Cm 전방에서 생성되어 파편들을 모두 막아냈다.
참담한 실패?
팰리스는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먹을 불끈 쥐며 내심 기대하기 시작했다.
‘좋았어!’
“좋다. 계속 마왕을 타격한다.”
‘푱! 표표표푱~’
‘휘잉, 휘이이이이잉~’
‘콰쾅~ 콰지지지지직~’
5초도 안되어 엄청난 파편들이 다시 아스타로 아니, 마벽을 강타했다.
그런데 배달군이 사용하는 무기들은 모두 은이나 미스릴로 코팅했다.
성수처리까지 마친 ‘마왕전용 특별 한정판’이었다.
그리고 마왕의 기운에 기반을 둔 마벽도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으, 응? 어째 좀 꺼림칙하군.]
‘왠지 모르게 등줄기가 싸해졌어. 가만, 이제 보니 2차 공격이 너무 빨랐잖아?’
그랬다. 마왕전용으로 처리한 포탄 공격은 지난 전투에서 충분히 겪었다.
그러나 이번 포격은 차원이 달랐다.
2차 포탄들이 5초도 지나지 않아 날아왔었다.
그렇다면 2~3초 후에 3차 포격이 날아올 것이다.
[저놈들 혹시··· 물량공세냐?]
‘아뿔사~ 이거 잘못하다간··· 좆 되겠다.’
그제야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이런 방식의 공격이라면 마벽만 믿을 수가 없었다.
멋모르고 여유를 부리다간 과거의 마왕들처럼 허무하게 역소환될 것이다.
실제로도 보호막의 내구성이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후다닥~’
설렁설렁 움직이던 마왕의 걸음이 빨라졌다.
이제 맞춰 팰리스는···
“지금이다. 105mm도 포격에 가세한다.”
‘꽈콰콰콰콰쾅~’
105mm 곡사포 50문. 그중 절반(순차적인 포격을 위해 두 부대로 나눠 발사했다)이 아스타로를 향해 불을 품었다.
곡사가 아닌 직사로.
‘쒜쒱~’
그것도 마왕의 전후좌우 즉, 화망을 형성해서 발사했다.
뛰어난 안력으로 비행궤적을 읽더라도 최소한 2~3발이 마왕을 직격하는 화망이었다.
이젠 검으로 걷어 내거나 단단한 몸뚱이로 버텨내야할 상황이 되었다.
‘쉐엥~’
‘꽈아앙~’
폭발음이 하나로 들렸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여러 소음들이 하나로 합쳐진 소리였다.
포탄 1발이 마왕의 검에 튕겨 나가는 도중에 (충격으로)폭발했다.
미처 걷어내지 못한 다른 1발은 마왕의 복부 아니, 복부쯤의 마벽에 가로막혀 폭발했다.
그리고 포탄 2발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파편 소나기가 다시금 마벽을 두드렸다.
직격의 충격에 더해진 지근거리에서의 폭발 그리고 파편세례가 동시다발적으로 마벽을 두드렸다.
한도 이상으로 가해진 충격이라 보호막이 단숨에 날아갔다.
마왕이 맨몸으로 발가벗겨진 상황이 되었다.
팰리스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지, 지금이다. 쏴!”
‘푱! 표표표푱~’
‘꽈콰콰콰콰쾅~’
‘쿠쿵, 쿠쿠쿠쿠쿵~’
90mm박격포와 105mm곡사포의 직사공격. 여기에 50량의 전차까지 가세했다.
전차포는 직사로 마왕을 공격했다.
배달의 자랑, 압도적인 물량전의 시작이었다.
여러 플랫폼에서 발사된 포탄들이 보호막이 사라진 마왕을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했다.
[이익~]
‘태, 탱~’
‘콰쾅~ 콰지지지지직~’
‘뻐뻑~’
‘꽈아앙~’
‘후두두두둑~’
100발이 넘는 포탄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다량의 포연이 마왕의 신형을 잠시 감췄다.
포격의 효과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팰리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불끈~’
‘두 귀로 똑똑하게 들었다. 고깃덩이(?)를 강타하는 소리를.’
포연 때문에 몰랐지만 강력한 전차포가 보호막이 사라진 마왕의 가슴을 강타했었다.
“제발···”
잠시 포격이 멈췄다. 모두가 포연이 사라지길 초조하게 기다렸다.
‘휘이잉~’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포연을 걷어내자 마침내 포격의 결과가 드러났다.
팰리스가 안력을 돋워 자세하게 살폈다.
멀리 마왕 아스타로가 입을 앙다물고 있었다.
입가의 얕은 핏자국과 함께.
마왕이 걸친 갑옷도 멀쩡하지 않았다.
여러 곳에 구멍이 생겨났고 전차포에 명중한 가슴은···
‘주르륵~’
[끄아아악~ 내, 내가···]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아스타로. 가죽 재질의 갑옷이 걸레가 됐다.
부러진 갈비뼈 1~2대가 외부로 튀어나왔다.
얼핏 빠르게 박동하는 심장이 보일 정도였다.
파편을 허용한 다른 부위도 멀쩡하지 못했다.
아스타로의 방어구 곳곳에 구멍이 났고 그곳을 통해 검붉은 피가 새어나왔다.
그랬다. 마왕도 생명체였다. 죽일 수 있는 존재였다.
“돼, 됐다.”
“마, 만세! 마왕이 부상당했다.”
“마왕새끼도 무적이 아니다. 저 새끼도 죽는 놈이다.”
병사들이 사기가 단숨에 하늘로 치솟았다.
마왕도 피를 흘리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마왕이 달리 전투종족의 수장이겠나?
방금 전의 포격으로 분명 아스타로가 심각한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마왕이고 막대한 마기를 아직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스르륵~ 뿌득, 뿌드득~’
[크흐~ 으아아악~]
‘꾸물꾸물~’
튀어나온 갈비뼈가 저절로 안으로 들어가며 절단면이 서로 맞물렸다.
움푹 파여진 가슴 부위에 촉수들이 생성되어 힘줄과 신경, 혈관을 형성하더니 어느새 멀쩡한 피부로 변신했다.
그 과정에 엄청난 고통이 따랐지만 아스타에게 고통은 일상이리라.
참고로, 마나의 성질처럼 마기도 상처를 치유하는 성질을 가졌다.
방금 전의 아스타로는 마기로 중상을 치료했었다.
‘화아악~’
아스타로는 부상의 치유에 그치지 않았다.
약해진 체력을 복원시켰다.
(방금 전의 포격으로 날아갔던)보호막까지 다시 생성했다.
당연하게도 공짜는 아니었다.
다시금 멀쩡해진 대가로 그가 보유한 마기 1/3 이상이 소모되었다.
‘까드득~’
[내 이놈들을····]
아스타로가 이를 갈았다.
지난 전투에서도 피를 봤지만 그땐 유희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공격을 허용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것도 그랜드 마스터와 소위 용사들의 집단 ‘다구리’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간들과 검을 맞대지도 못했다.
단지 그들이 제작한 수단 즉, 무기에 부상을 당했다.
그래서 더욱 치욕이었다. 자연, 아스타로가 크게 분노했다.
[나, 아스타로가···]
‘그응~’
잠시 말을 늘이며 오른발을 강하게 내딛었다.
강력한 위력에 땅바닥이 은은하게 흔들리며 흙먼지가 일었다.
[···내가 그리도 만만하더냐?]
‘구궁~’
이번엔 왼발을 강하게 지면에 내딛었다.
[들어라, 미천한 인간들아! 이제부터 너흰···]
‘구궁~’
[···더 이상 미천하지 않은 인간이다. 나, 아스타로가 인정한 진정한 적이 됐으므로.]
‘구궁~’
[나의 적들에게 고하노니. 이제부터 진심을 다해 싸울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왜 마계서열 28위의 마왕이자 전장의 공포인지 뼈 속 깊이 새겨주겠다.]
‘구궁~’
[각오하라! 이제부터가 나 아스타로의 진정한 시작이다~아.]
‘···다아~.’라는 끝맺음이 길게 늘어지는 순간이었다.
아스타로의 왼발이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꽈아아아앙~’
‘쒜엥~’
얼마나 강하게 지면을 박찼는지 포탄이 폭발한 것 같았다.
속도 또한 매우 빨랐다.
순간적으로 마왕의 신형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76. 최후의 결전-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