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8/261 --------------
“줄리오 대장. 어디를 돌파해야 할까. 앞쪽인가 아니면 뒤쪽인가?”
“굳이 돌파할 필요까지야··· 3시나 9시 방향도 있습니다만.”
줄리오의 말마따나 이곳은 지형지물의 제약을 받는 육지가 아니었다.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껏 이동할 수 있는 너른 바다였다.
“···그렇군. 지금 즉시 3시 방향으로 전속 이탈한다.”
배달함대는 3시 방향, 우측 90도로 진로를 변경하여 앞뒤 포위를 간단하게 빠져나왔다.
알다시피 배달의 전투함이 로이얀 것보다 속도가 빠르고 함포의 사정거리도 훨씬 길었다.
배달함대가 마침내 로이얀 대포의 사정거리를 벗어나고부터 해전의 향방이 달라졌다.
“휴우~ 얼추 7~8Km 쯤 정도인가? 이제야 마음을 놓겠군.”
“사령관님.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당연하지. 큰놈(?)부터 잡는다. 메이플, 지금 즉시 함포를 발사하여 응징을 시작해라."
로이얀의 물량을 압도하는 배달의 질. 이때부터 배달의 본격적이 응징이 시작됐다.
“자, 잠깐! 사령관님, 메이플 자작님. 아시겠지만 7~8Km의 거리는 함포 사정거리(곡사시의)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줄리오의 ‘태클’ 때문에 잠시 후부터 시작될 것이다.
“헌데 직사에 비해 곡사는 명중률이 꽤 하락합니다. 거리도 제법 멉니다.”
“그, 그런가?”
“사령관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이런 이유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화력을 집중하는 일점 포격이 가장 효율적일 것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거 시작해라. 일점 포격.“
“넵, 사령관님. 통신사관 일점 포격하라고 전파하라. 목표는 좌측의 가장 큰놈이다. 그놈부터··· 조져 버렷!”
‘뻐버버버뻥~’
도주 중이던 배달함대의 일제포격이 좌측의 4,000톤짜리 장갑전투함에 집중됐다.
거리도 제법 멀었고 기동 중의 발사했기 때문인지 포탄들이 모두 빗나갔다.
아니, 정확하게는 겨냥한 목표는 빗나갔지만 그 옆에서 기동하던 2,000톤의 장갑전투함에 5발을 명중시켜 낙오시켰다.
배달함대는 좌표와 거리를 보정한 후에 다시 일제히 포격하여 마침내 목표를 명중시켰다.
명중탄은 50발 중에서 겨우 3~4발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건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작열탄이었다.
갑판과 현측 장갑을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폭발했다.
피격된 전함이 순간적으로 움찔했고 그 수간 거대한 화염이 발생했다.
목표가 아닌 처음에 포탄을 뒤집어쓴 전함. 그것이 유폭했던 것이다. 목표물은 3탄을 발사하기 직전에서야 굉침했다.
그렇다면 다음 목표는···
“이번엔 중앙의 큰놈이다. 때렷!”
‘뻐버버버뻥~’
‘콰쾅~ 콰꽈쾅~’
중간에서 추격해오던 4,000톤짜리 전투함이 목표가 되었다.
그런데 그 전함이 바로 로이얀 함대의 기함이었다.
‘화르륵~’
집중포화를 뒤집어쓴 5분 후. 검붉은 화염과 함께 기함이 들썩거렸고 한참 후에야 폭발음이 전달되었다.
기함의 폭발과 함께 로이얀 함대의 전투의지가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비록 그들이 배달함대를 추격하는 양상이지만 그들은 결코 사냥꾼이 아니었다. 실제로는 그들이 사냥당하고 있었다.
“기, 기함이···”
“맙소사! 기함까지 당했다.”
“어, 어떡하지? 기함에 제독님과 주요 지휘관들이 탑승했는데.”
일반적으로 기함에 최고지휘관과 여러 고급장교들이 탑승한다.
폭발이 하도 강력해서 탑승자 중에서 누구도 살날 것 같지 않았다.
함대의 고급장 절반이 몰살당하자 사기가 쑥 가라앉았다.
가슴에 돌이 얹힌 것 같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다음 포격은 우리가 될 수도 있다.’
“후, 후퇴··· 아니, 도망가야 해.”
‘무지막지한 포격에 당하면 우린··· 뒈진다.’
“죽지 않으려면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
“그, 그래! 이건 전투가 아니다. 일방적인 학살일 뿐이야.”
사통팔달(四通八達)의 바다위였다.
배달의 함선들의 자신들의 전함보다 빨랐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는데 배달의 대포는 발사사각 없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뿐만 아니라 사정거리까지 길었다.
지금처럼 사정거리 외곽에서 포격하면 자신들만 일방적으로 당할 것이다.
“서, 선장님.”
“···안 되겠다. 기수를 돌려라.”
“휴우~ 다행이다.”
“마타람입니까, 아니면 본국입니까? 선장님. 어느 곳으로 후퇴하죠?”
“후퇴라니! 나를 어떻게 보고··· 항해사, 이 배까지 잃으면 함대가 어떻게 되겠나? 설마 죽음이 두려워 내가 이러는 것 같은가?”
“네, 네?”
‘그럼 아니냐?’
“오로지 함대를 보존하기 위함이다. 로이얀 함대를 위해서는 반드시 이 배를 살려야 한다. 알았나?”
“아, 예에~ 당연히 그렇겠죠.”
‘거참 이상하네. 요즘은 왜 개소리가 이리도 풍년이지?’
제독까지 사망한 상태라서 후퇴결정에 거칠 것이 없었다.
4,000톤의 전함이 기수를 돌려 추격대열에서 이탈했다.
1척이 후퇴하자 기수를 돌리는 전함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그리고 10분 후에는 모든 함선들이 꼬리를 말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배달함대도 기수를 돌렸다.
이번엔 거꾸로 사냥꾼이 되어 로이얀 함대를 추격했다.
일정한 거리에서 포격하면서···
“메이플. 악착같이 추격해서 적함들을 침몰시켜라.”
“당연합니다. 적함을 잡으면 잡을수록 우리의 바다가 안전해집니다.”
“그렇지. 남방 동부지역에 파이온 왕국을 건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바다부터 장악해야 해.”
병력의 수가 적었던 로이얀 왕국이 얼마 전까지 남방 동부지역의 식민지 세력을 몰아내고 석권했었다.
바다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시기와 장소에 병력과 물자를 상륙시켜 기습하고 전황이 불리해지면 즉각 바다를 통해 퇴출했다.
그리고 다시 전혀 의외의 장소에 병력을 상륙시켜 기습하는 방식은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전술이었다.
이처럼 섬이 많고 고립적인 지형의 이리얀 해에서는 해상세력이 가장 중요했다.
이런 이유로 파이온이 왕국을 건설하려면 바다부터 장악해야 했고 로이얀 함대를 악착같이 추격하며 침몰시켜야만 했다.
배달함대의 악착같은 추격전에 견디다 못한 로이얀 함대는 결국···
“제기랄~ 흩어져라. 흩어지면 살 것이오, 뭉치면 죽을 것이다.”
“이런 쌍~ 속도가 느린데 도망가긴 어디로 도망가? 살고 싶으면 항복해야 해.”
뿔뿔이 흩어지거나 백기를 내걸고 항복했다.
배달함대는 함대 일부와 지원함 세력에게 백기를 내건 선박들을 접수하게 하고 다시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배달함대는 악착같이 도망자들을 추격하여 한척씩 침몰시켰다.
하루 이상 진행된 추격전에 로이얀 함대의 많은 전함이들 침몰하거나 항복했다.
로이얀에게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함선이 워낙 많았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바람에 파이온 백작의 의도와 달리 깨끗하게 청소(?)할 순 없었다.
결과적으로 로이얀 함대의 약 20~30% 가량이 탈출에 성공하여 로이얀 왕국에 복귀했다.
완전히 전멸시키진 못했지만 최소한 동부지역의 해상은 깨끗하게 청소됐다.
이젠 섬이나 육지에 남은 로이얀의 육상세력을 일소할 차례다.
파이온 백작은 마법통신으로 승전소식을 알리곤 독도섬에 대기하던 수송선단을 마타람으로 불러들였다.
“상륙하라!”
“와아~ 파이온 왕국 만세!”
“상륙하는 즉시 교두보부터 확보해라.”
배달함대의 엄호 아래 파이온의 2만 병력과 그들이 사용할 물자들이 줄줄이 하역됐다.
배에서 내릴 양은 많은데 반해 부두시설이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그래서 하역을 완료하기까지 무려 일주일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따지고 보면 적지에 상륙하는 셈이다.
그런데 파이온 군은 아무런 방해 없이 상륙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결코 아니었다.
알다시피 로이얀군은 남방의 동부지역에 난립한 식민지 세력들을 거의 몰아냈다.
마지막으로 해방할 곳이 마타람으로 식민지 세력을 거의 제압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과 파이온 연합이 로이얀 함대를 격파했다.
“뭐야. 장난하나?”
“재주는 곰이 부리는 실속은 엄한 놈이 챙기는 격입니다. 우리가 힘들게 동부지역을 해방시켰습니다. 그런데 파이온 놈들이 감히···”
“용서할 수 없다. 정의의 이름으로 놈들을 심판하겠다.”
밴쿠버 후작은 실전으로 단련된 15,000의 정예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전에 보급까지 마쳐 화약과 포탄도 제법 풍부하게 보유했다.
결정적으로 힘들게 개척해놓은 곳을 빼앗으려는 자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기 위해 공격을 결심했다.
“그런데 후작님. 어떻게 뜨거운 맛을 보여줍니까? 어느 곳에 상륙할 지도 모르잖습니까.”
“후후후~ 놈들의 병력이 적으면 그렇겠지. 허나 놈들은 자그마치 2만이고 물자까지 잔뜩 하역하려면 어디를 이용하겠나?”
“그야 부두시설이 잘 갖춰진 항구··· 아~ 그렇군요.”
“그렇지. 우리보다 병력의 수가 많겠지만 한꺼번에 상륙하지 못해. 그리고 상륙작전은 원래···”
“미리 대비하면 성공하기 어렵고 성공하더라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합니다.”
“하하하~ 그럼 하딩. 우린 어떻게 해야 한다?”
“병력을 항구로 이동시켰다가 놈들이 상륙할 때에 기습해야 합니다.”
“거러취! 그럼 빨리 움직여라, 지금 당장!”
밴쿠버 후작은 파이온 군이 가장 취약해질 시점을 노려 몹시도 뜨거운 맛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뜨거운 맛은 자신들이 맛봐야 했다.
파이온 군의 상륙 대신 시뻘겋게 달궈진 포탄을 통해.
‘꽈콰콰콰콰쾅~’
밴쿠버 후작은 배달의 괴물 같은 함포가 각각 15Km(150mm 주포)와 20Km(200mm 주포)의 사정거리를 가졌을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포탄이 폭발하여 그의 예상을 아득하게 초과한 인명피해를 발생시킬 줄도 예상하지 못했다.
“크흑~ 사, 사령관님···”
“으아악~ 내, 내가··· 내가 이리도 허무하게···”
‘풀썩~’
결국 안전할 것이란 곳까지 날아온 포탄에 폭사 당했다.
함포의 포탄세례에 살아남은 로이얀군 약 5,000명은 부근의 요새로 들어가 틀어박혔다.
밴쿠버가 죽어 임시 사령관이 된 하딩은 아군의 구원을 믿었다.
‘말이 오천이지 다년간의 실전으로 단련된 정예병이다. 대포공격만 봉쇄하고 틀어박혀 농성하면 우릴 어쩌지 못한다.’
농성전에 가장 위험한 공성무기는 대포가 가장 취약한 부분은 성문일 것이다.
하딩은 아예 성문 안쪽에 바위를 쌓아 막아버렸다.
물자와 식량이 제법 풍족하니 구원병이 도착할 때까지 몇 달이고 버틸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래서 하역을 마친 파이온군이 요새 앞 4Km에 정렬하자 성벽에 올라 (목에 마나를 두르고)크게 소리쳤다.
“올 테면 오라!”
‘오라, 오라, 오라····’
메아리소리에 파이온 백작이 절로 고개를 돌렸다.
“으, 응?”
“내가 바로 하딩이다. 나는 네놈들의 더러운 족적을 결코 허용치 않을 것이다.”
하딩의 도발에 파이온백작도 목에 마나를 두르고 응답했다.
‘피식~’
“그런가? 그럼 그렇게 하라!”
“어, 어?”
“혹시 몰라 말하는데, 우린 처음부터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거, 거짓말.”
“거짓인지 참인지는 나중에 밝혀질 테고. 앞으로 살고 싶다면 백기를 내걸고 요새 밖으로 나와야 할것이다. 이상 끝!”
시답잖은 전투전의 신경전이 이렇게 막을 내리며 공선전이 시작됐다.
그런데 파이온 백작은 약속(?)대로 요새 안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굳이 막대한 피해을 입으며 단단한 요새를 공격할 필요가 없지. 준비됐나?”
“넵, 전하~”
“어허~ 메이플. 아직은 아니야. 아무튼 이제··· 시작하라.”
“넵. 포병··· 포격개시!”
‘퓽! 퓨퓨퓨퓨퓽~’
마치 맥주병 마개가 시원하게 개봉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렇다. 직사가 아닌 곡사로 공격하는 박격포였다.
하딩은 공성무기로 대포를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봤고 그래서 성벽을 단단하게 보수하고 성문까지 아예 돌을 쌓아 폐쇄했었다.
그런 하딩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순간이었다.
5분간 집중적으로 포격한 파이온군은 급할 것도 없다는 냥 10문씩 30마다 포격했다.
그리고 그런 지루한(?) 포격이 24시간 계속 지속됐다.
지속적인 파상공세에 하딩이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와아~ 놈들이 백기를 내걸었다.”
“이겼다. 우리 파이온이 이겼다.”
“파이온 왕국 만세! 만세, 만세, 만세~에.”
인명피해가 다량 발생할 공선전이 이렇게 별다른 피해도 없이 성공시켰다.
파이온왕국이 이제 눈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전하~ 승리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조금만 서두르면··· 크흑~”
“후후후~ 메이플. 굳이 서두를 필요가 있나? 무리하게 공격할 필요도 없다.”
파이온군은 무리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그저 우수한 화력으로 성과 요새를 하나씩 무너뜨리고 일주일 만에 마타람을 접수했다.
마타람을 접수한 파이온군은 막강한 해상세력을 이용하여 주인이 사라진 동부지역을 순회했다.
시기적으로 참 절묘했던 것이 이때는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괴롭혔던 식민지세력이 로이얀군에 의해 모두 청소(?)된 상황이었다.
원주민 친화정책을 추진하려던 로이얀의 의지가 미처 시행되지 못했던 애매한 시기였다.
이런 교묘한 시기에 파이온이 동부지역을 석권했다.
“들어라~ 주신 가이아의 이름으로 약속하노니! 안심하라! 파이온의 그늘 아래에선 모두가 하나다. 차별도 학정도 없을 것이다.”
파이온 백작이 이리 선포했다.
지구에서는 너무도 쉽게 ‘신’을 들먹이며 거짓말을 마구 지껄인다.
그러나 가이아 행성에서는 함부로 ‘신’을 들먹일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는 신의 의지가 자주 실현되는 세상이었다.
그래서 파이온 백작은 자신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자연, 외세에 시달렸던 남방인들이 크게 안도했다. 그들은 안심하고 파이온을 열렬하게 환영했다.
그렇다고 파이온 왕국 성립이 마냥 순탄할 수는 없었다.
일단 배달에 정착한 파이온 주민 90만 명을 멀고먼 이리얀 해까지 수송해야 한다.
다도해 지역처럼 곳곳에 떨어진 영토를 중앙집권 방식으로 통치하는 배달처럼 하나된 파이온 왕국으로 통치해야 한다.
수많은 문제와 현실적인 어려움이 산적했고 앞으로 그만큼의 어려움이 생겨날 것이다.
다행히 신생왕국 파이온 곁에는 배달이라는 아주 좋은 친구가 존재했다.
터줏대감과도 같은 이리자야 왕국도 파이온에게 상당히 (배달왕국 때문에)우호적이었다.
그럼에도 막상 왕국을 건설하려니 파이온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 후우~ 왕국이라니. 팰리스~ 내가 잘 할 수 있을 지 걱정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왕국건설? 그거 그리 어렵지 않아요.”
- 어렵지··· 않다?
“그냥 잘! 잘 하면 되요. 아셨죠?”
70. 몰락 그리고 배달의 미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