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하면 잘살거 같지-234화 (233/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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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스타가 직접 경험한 배달의 함대는 매우 강력했다.

1,000톤도 안 되는 전투함 4척이 완벽한 함정에 빠졌었다.

그럼에도 작은 전투함(200톤급) 2척만 침몰했을 뿐, 자신들의 함대에게 더욱 큰 피해를 강요하고 탈출했었다.

“전하~ 배달 놈들은 아마도 이번에 이를 갈고 준비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욱 큰일이잖소. 그렇잖아도 괴물이었는데 더욱 큰 배에 대포까지 더욱 커졌다면···”

“객관적으로 놈들이 무척 유리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선전포고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전투는 공식대로 풀리는 수학이 아니다.

전력이 열세였던 측이 크게 승리하여 역사서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그건 흔치 않은 일이라 그런 것이지 않소.”

“공작님.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유명한 것입니다.”

“그렇지요. 흔치 않아 유명하지요. 그런데 그런 믿기지 않는 전투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공통적인 부분이 존재했습니다.”

“그렇소?”

“공작님. 그것이 무엇입니까?”

“적을 경시하는 오만과 과한 자신감! 그리고 지형지물에 어두웠다는 점이오.”

배달의 함대는 매우 강력했지만 지난 해전에 패배했었다.

나름 설욕을 준비했을 것이고 저도 모르게 자신들과 대적할 적이 없다고 방심할 것이다.

그리고 전장은 로이얀에 익숙하지만 배달왕국에 생소한 남방의 바다였다.

“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초대황제의 믿기지 않는 승리들은 대부분 그런 공통점들이 배경이었습니다.”

“그 말이 참말이오?”

“게다가 놈들의 함대와 본대가 도착하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뭐, 준비한 것을 단단히 믿고 있을 테니 승리를 자신할 겁니다. 그러나 자신감이 과하면 탈이 나고 아군이 구원을 요청한다면 마음까지 급해질 겁니다.”

“구원요청? 그렇다면 독도섬이란 근거지를 공격할 생각이오?”

“네, 전하~ 진심으로 싸우기보다는 슬쩍 찔러보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놈들이 그걸 알겠습니까? 아마도 그 소식을 전해 듣고 허겁지겁 달려오겠지요. 그리하면···”

마음이 급해진 나머지 서두를 것이다.

그런데 배달의 목적은 동부지역의 정벌이다.

당연히 많은 병력과 물자를 실은 수송선단과 함께 몰려올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투함은 빠르지만 수송선은 느리다.

마음이 급한 지휘관은 전투함 대부분을 독도섬으로 보낼 것이고 이렇게 함대와 분리된 수송선단은 그야말로 잘 차려진 밥상이나 다름없다.

주력병력과 물자들을 손쉽게 가라앉힐 수가 있다.

수송선단에도 마법사가 탑승해 이 소식을 알리겠지만 함대가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상황이 끝나고도 한참 지난 후가 될 것이다.

“그럼 함대 사령관이 크게 분노하겠지요. 흥분하면 시야가 급히 좁아지고 그런 그들을 함정으로 유인하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았다.

참모들은 베티스타가 입안한 큰 그림을 ‘배달의 침몰’이라는 작전으로 가다듬고 준비했다.

* * *

로이얀이 치밀한 함정을 파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배달. 남벌(남방정벌)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

배달의 부산에서 로이얀 주력함대가 진주한 마타람까지 이동할 거리만 2주일이 걸린다.

뭐하나 빠뜨렸다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 빈틈없이 준비해야만 했다.

그런데 일들은 몰려서 온다고, 배달과 파이온의 연합병력이 이리얀 해로 출발하기 이틀 전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했다.

신성교국이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다만 파이온을 밀어낸 종교집단이 신성교국이라는 국가체제로 정비하고 내부를 단속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2년 만에 내부정비를 마치고 세력 확장을 꾀한 것이다.

시간을 잠시 거슬러 1달 전의 일이었다.

“세인트. 부르셨습니까?”

“그래, 데이비드야. 내부정리를 얼추 마쳤다는 걸 알려주려고 불렀구나.”

종교집단이 2년 만에 국가체제로 정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신성교국은 그것을 해냈다.

“세인트. 정말입니까?”

“하하하~ 뭐, 어려울 것이 있겠느냐? 교단조직을 조금 확대하면 그만인 것을.”

그랬다. 신성교국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었다.

고위교도 300명이 신정국가의 수뇌부가 되어 신성교국을 다스렸다.

10만의 하급교도와 드워프들은 중간관리와 생산을 책임졌다.

나머지는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100만의 몬스터 군단. 그들이 농업과 전투를 담당했다.

이처럼 교단을 확대개편한 방식이라서 일반적인 왕국처럼 복잡하고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충돌할 일이 거의 없었다.

파이온을 밀어냈던 신성교국은 교단에 귀의하거나 투항한 자들을 하급교도로 삼고 몬스터를 다루는 비술을 가르쳤다.

테이밍이 아닌 통제하는 비법이라서 6개월의 훈련이면 충분히 배울 수가 있었다.

이로써 사람이 없어 몬스터 군단을 통제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사라졌다.

비법을 배운 하급교도들은 몬스터군단을 농기계(?) 삼아 곡물을 생산하거나 더욱 많은 몬스터들을 생포하여 군단의 수를 두 배로 늘렸다.

“아참~ 첩보에 따르면 왕국들이 신무기를 개발한다는 구나.”

“아~ 혹시 장갑차 말입니까? 장갑차가 대단한 무기라는 소식을 들어 나름 대비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과거의 데이비드는 암살이나 첩보 등의 (개인적인 역량이 강조되는)임무들을 맡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추기경이자 몬스터군단을 지휘하게 사령관이다.

당연히 전략과 전술을 배웠고 강제로 시야와 안목을 넓혀야했다.

“오~ 역시 추기경답구나. 그런데 어떻게 대비를 한 것이냐?”

“장갑차와 대포를 비롯한 화약무기는 인간에게 매우 무서운 무깁니다. 하지만 우리 교군의 주력은 강력한 몬스터 군단, 강력한 신체능력을 가졌지요.”

“몽뚱이가 단단해도 화약무기 앞엔 무력해진다. 대포는 오우거도 단숨에 제압할 수 있어.”

“그래서 오우거 기갑부대에게 두툼한 장갑과 방패를 장착하게 했습니다. 여전히 포탄에 직격되면 위험하지만 그 이외는 괜찮습니다. 게다가 대포는 한번 발사하고 재장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충분한 수의 오크들을 전면에 세워 화력을 흡수하고(몸빵) 오우거 군단을 돌격시키면 장갑차와 포병세력을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물량 앞에는 천하에 장사가 없고 약간의 전술만 가해지면 더욱 강력해진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방심은 금물이구나. 최근 소문을 들자하니 뒤에서 장전하는 방식이면 발사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졌다는 구나.”

“저도 그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상대가 아닙니다.”

“데이비드야~ 방금 전에 대포가 매우 위협적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빠르게 장전하고 발사하면 곤란해질 텐데?”

“맞습니다. 그래서 내심 걱정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알아보니 부풀려진 면이 없지 않습니다.”

“부풀려졌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린가?”

“뒤에서 장전하는 대포를 모든 왕국들이 보유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개발에 성공한 왕국도 현재 보유한 수량은 기껏해야 20문을 넘기지 못했다는 정봅니다.”

“20문이 채··· 안 된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군. 바보가 아니라면 빨리 양산하여 배치해야 할 것 아닌가?”

“그렇지요. 그런데 후장식 대포는 구조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정밀성이 요구된다고 합니다. 사고의 위험성도 높아 빠르게 만들 수가 없고요.”

“분업으로 제작하면 많은 수량을 만들 텐데?”

“분업화가 안 되나 봅니다.”

믿기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배달은 일반작업자들이 프레스와 밀링, 절삭기계 등의 공작기계를 이용하여 부품을 만들고 조립한다.

반면, 여타 왕국들은 오로지 드워프와 특급장인들만이 망치를 두드려서 대포와 장갑차를 제작했다.

언뜻 이해가 안가겠지만 사실이었다.

실제의 예로, 2차 세계대전 때의 일본 소총이 같은 모델이라도 부품들이 서로 호환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보급창(공장)별로 규격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더욱 황당한 경우는 21세기의 인도였다.

테자스라는 전투기를 만들고 있는데 각 기체 간의 부품이 서로 다르다고 한다.

가장 정밀한 부품이 사용되어야할 전투기가 말이다.

농담 같이 들리지만 2018년에도 진행되는 황당한 ‘사건’이었다.

21세기 지구에서도 이런 상태인데 중세시대에 공작기계까지 없는 가이아에서는 어떻겠나?

전생의 칠성이 운영했던 (공작기계의)작업장은 기름밥을 먹는다고 괄시받았지만 가이아에 와서야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 셈이다.

각설하고, 이런 이유로 왕국에게 시간을 주면 줄수록 몬스터군단에게 위협적인 대포가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신성교국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면 당연히···

“세인트~ 성전을 서둘러야합니다. 왕국에게 시간을 줄수록 더욱 어려워집니다.”

“···좋다! 성전을 시작하겠다.”

데이비드의 강력한 요청에 세인트가 성전을 결정했다.

그런데 전쟁을 결정했다고 곧바로 시작할 수는 없다.

동족의 시체까지 먹는, 악식(惡食)으로 유명한 몬스터 군단이라도 군량을 준비하고 전장이 될 지역으로 이동시키자면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기간이 1달 이었다.

신성교국과 국경을 접한 3개 왕국. 평소와 다른 모습에 전쟁이 시작될 것을 감지했다.

몬스터 군단의 가장 하급이 오크인데 오크는 정예병 2~3명의 전투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그런 몬스터 군단이 무려 100만이라고 한다.

3개의 왕국은 연합하여 몬스터 군단과 승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전쟁의 본질은 3개의 왕국 연합과 신성교국 간의 전쟁이다.

그러나 인간과 몬스터 간의 전쟁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동부지역의 왕국들이 왕국연합에 참전을 희망했다.

그런데 우스웠던 건 참전의사가 앞서 말한 이유 때문이 결코 아니란 점이었다.

[몬스터군단 100만? 무시무시한 전력이었지. 예전에는 말이야.]

[지금은 화약무기의 시대다. 수가 많다고 무조건 유리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

[100만이 많긴 많지. 하지만 30톤짜리 장갑차로 깔아뭉개고 후장식 대포로 쏴대면 제 놈들이 어떻게 버티겠어?]

그들은 장갑차를 비롯하여 최근에 급속도로 발전한 무기들을 믿었다.

대회전에서 승리한 후에 나눠가질 이권에 눈이 멀어 한발을 걸치려고 했다.

즉, 동부지역의 왕국들은 왕국연합이 신성교국에 승리할 것이라고 점쳤던 것이다.

그렇다면 파이온의 원주인과 배달은 어찌 해야 할까?

“남벌을 포기하고 파이온을 탈환해야 할까?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글쎄요. 왕국연합은 물론이고 동부지역의 왕국들까지 끼어들었습니다. 아버지의 기득권을 누구도 인정하려하질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다들 욕심에 눈이 벌게졌어.”

파이온의 원주인은 따로 있는데 주변인들이 서로 이권을 차지하려는, 그야말로 ‘난세’였다.

“아마도···”

“약육강식의 난세다. 예정대로 남벌을 계속 진행하는 편이 낫겠다.”

“그리 하시겠습니까? 파이온은 아버지의 영토인데. 괜찮겠습니까?”

“안타깝지만 우리의 손을 떠난 것 같구나.”

파이온 백작의 외세의 각축장으로 변해버린 파이온을 되찾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소 10개 왕국이 이권을 위해 눈이 벌게진 상태라 아수라장이 될 것이 뻔했다.

파이온이 이런 난장판에 끼어들면 지리멸렬 사라질 것. 이럴 바에는 차라리 과감하게 포기하고 배달의 지원 아래 남방에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는 편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이런 세상에는 난장판에서 한발 떨어지는 편이 나을 수도 있구나.”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수많은 병력이 움직일 테니 배달도 나름 대비해야 합니다.”

“대비? 그렇다면 혹시···”

“아무래도 육군을 지원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신성교국과 10여개의 왕국들이 병력을 움직여 호시탐탐 이권을 노리는 비상시국이었다.

파이온을 지원한답시고 자신을 지킬 병사들까지 떠나보낼 수는 없었다.

다행히 파이온은 전통적으로 육군이 강했다.

개량형 캐논소총으로 무장한 2만 병력에 장갑차와 속사포까지 무장했다.

그리고 이번 이벤트에 별다른 힘을 쓸 수는 없지만 파이온에 가장 절실한 해군은 예정대로 남벌을 지원할 수가 있었다.

“···알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그럼 예정대로 남벌을 진행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남벌은 배달의 해군과 파이온의 육군 2만이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새로 건조한 전투함과 수송선이 병력과 물자들을 가득 싣고 전장이 될 마타람 해역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배달왕국에 남은 육군은 돌발적인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지대에 전개시켰다.

* * *

가이아에 잠시간 지속됐던 평화가 끝나고 다시 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가장 먼저 포성이 울린 곳은 예상대로 신성교국과 어느새 6개국으로 늘어난 왕국연합 간의 대회전이었다.

참고로, 4~5개의 왕국들이 여전히 참전을 희망했지만 왕국연합이 기득권(?)을 주장한 바람에 끼어들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각설하고, 신성교국은 이번 원정에 화승총과 전장식 대포로 무장한 몬스터 군단 80만을 동원했다.

데이비드는 몬스터의 종류별로 보병과 기마, 수송, 기갑부대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맞선 왕국연합은 총병력 40만 명을 동원했다.

보병은 수석식 소총과 소수의 후장식 소총으로 무장했다.

기갑부대는 장갑차가 800대로 구성됐고 포병은 전장식 대포 2,000문과 후장식 대포 100문으로 구성됐다.

선수(先手)는 역시 공자(功者)인 신성교국의 몫이었다.

“추기경, 성전을 시작하라.”

“알겠습니다, 세인트. 대신관 포트리스! 이제부터 성전을 시작한다. 크림왕국을 정복하라!”

“넵, 추기경 각하! 위대한 크리스탄께 크림왕국을 봉헌하겠습니다.”

‘두둥두둥, 둥둥둥, 두둥두둥 둥둥···’

신성교국의 선봉부대 10만이 마침내 크림왕국의 국경을 넘어 차근차근 진군을 시작했다.

신성교국의 목표가 밝혀지자 왕국연합도 재빨리 이에 대응했다.

카운티 백작이 지위하는 크림왕국 주둔군 5만을 노팅힐 관문으로 출동시켜 교국의 선봉부대를 상대하게 했다. 동시에 이곳저곳에 분산된 병력과 물자들을 크림왕국으로 집결시켰다.

참고로, 전초전이 될 노팅힐 관문은 험준한 협곡 사이를 성을 쌓아 연결한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관문의 형태라서 한쪽 방향으로만 공격하고 후방으로부터 보급이 용이했다.

그런데 관문에 도착한 카운티 백작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지시를 하달했다.

“관문을 나가 대회전을 벌이겠다.”

카운티 백작의 지시에 군관과 참모들이 깜짝 놀랐다.

“아니 왜··· 사령관님! 튼튼한 성을 의지하고 싸우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그렇습니다. 설마 예전처럼 ‘명예로운 전쟁’을 벌이실 작정이십니까?”

명예로운 전쟁이란 기습공격이나 상대를 속이지 않고 힘과 힘을 겨뤄 승부를 겨루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젠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니오?”

“왕국이 다르다지만 카운티 백작님은 이곳의 직속상관이오.”

“험험~ 방금 발언을 사과합니다. 하지만 관문을 나가 대회전을 벌이다니요. 저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전투를 모르는 왕들은 이번 전쟁의 승리를 자신했고 그래서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끼어들려는 판국이다.

그러나 전장을 오래 굴렀던 자들은 몬스터 군단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잘못된 명령 하나에 패배는 물론이고 자신의 생명까지 사라질 판국인데 최고명령권자가 정말 어이없는 명령을 내렸다.

당연히 반대가 극렬했다.

‘웅성웅성~’

“후후후~ 자자~ 진정하고. 일단 내말부터 먼저 들어보시오.”

“···”

“관문을 나가 싸우자는 말이 당연히 이상할 것이오. 하지만 본 사령관은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오.”

“그렇··· 습니까?”

“그렇다면 왜 방어자의 장점을 버리시려는 지요.”

“내가 왜 튼튼한 관문을 나가 싸우자고 주장하느냐면···”

카운티 백작이 차근차근 설명하자 그제야 일선지휘관들이 납득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자들도 많았으나 대세는 이미 카운티 백작의 전술에 따르기로 결정됐다.

관문을 나가 대회전을 벌인다?

결론적으로 절반이 맞고 절반이 틀렸다.

카운티 백작은 관문 그 자체까지 지형지물로 삼아 작전을 설계했다.

고대시대부터 자주 사용되었던 망치와 모루 작전이었는데, 연합군 주력을 성벽과 성벽 아래에 조성한 가슴높이의 토담에 대포와 소총수를 배치하여 모루로 삼는다.

후장식 대포가 장착된 장갑차와 전차부대(전차 1대에 후장식 소총수 2명과 조종수)는 좌익과 우익에 배치, 빠르게 치고 빠지는 망치로 활용하는 작전이었다.

68. 파이온 왕국을 위하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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