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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227화 (227/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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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팰리스가 북부전장에서 공을 세우고 돌아와 배달이 보유한 비밀무기를 경험했던 병사와 레인저들을 자신에게 넘겨달라고 부탁할 적이 있었다.

당시 파이온 백작은 이를 흔쾌히 허락한 것도 모자라 차남의 실정에 실망하고 아나톨리아에서 이주하겠다는 주민들까지 함께 데려왔었다.

그 보답이라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팰리스는 파이온에 수석식 소총과 대포 제조기술을 전수했었다.

백작 개인에게도 선물했는데 호신용으로 (뇌관딱지를 사용하는)6연발 리볼버가 바로 그것. 그리고 그건 인장반지 옆의 무한주머니 속에 지금껏 잘 보관되어 있었다.

“열려라, 참깨!”

“으, 응? 참···깨?”

영문을 모른 데이비드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파이온 백작은 눈앞에 생성된 검은 공간에 재빨리 오른손을 불쑥 집어넣고 리볼버를 떠올렸다.

그는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자마자 밖으로 꺼내면서 엄지로 해머(공이치기)를 뒤로 당겼다.

그리곤 목표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설명이 꽤 길었지만 이 모든 행동은 0.7초 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끼릭~ 틱!’

‘빵~’

“어, 어? 뭐··· 크아아악~”

허벅지 관통상에 데이비드가 비명을 질렀다.

뒤늦게 통제자들이 오크들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파이온 백작이 좀 더 빨랐다.

그는 저절로 차오른 미량의 마나들을 모두 목에 두르고 벼락같이 호통 쳤다.

“동작 그만! 함부로 움직이면 권총을 발사하겠다.”

“크흑~ 소, 속지마라. 한번 쐈으니 다시 발사하려면···”

데이비는 문장을 완성하지 못했다.

파이온 백작이 연속으로 발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끼릭~ 틱!’

‘빵~’

“크아아악~ 이런 씨···”

‘털썩~ 버둥버둥~’

멀쩡했던 다른 쪽 다리에다가.

양쪽 허벅지에 구멍이 나자 데이비드가 땅바닥에 쓰러졌다.

교인들이 데이비드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이번에는 하늘을 향해 공포를 발사하곤 고함쳤다.

“아직도 3발이나 남았다. 다음 총탄은 너희 사령관의 머리가 될 것이다.”

“···”

극적인 대역전극이자 뜬금없는 인질극이 발생했다.

그런데 상황이 꽤 묘했다.

교군이 파이온을 완벽하게 몰아붙였지만 정작 그들의 사령관이 백작에게 인질로 사로잡았다.

그렇다고 마냥 파이온이 유리한 것도 아니었다.

교군은 사령관 한 사람만 희생시키면 그들이 계획했던 교두보(파이온 영지)를 확보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종교인은 보통 신념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치곤 한다.

변수라면 백작과 기사들은 죽음을 각오했지만 데이비드는 항상 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고 떠든 주제에 자신의 목숨이 너무도 소중했다는 점이다.

‘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가 있다. 그러나 내가 아니면 누가 교군을 지휘할 것인가! 내가 아니면 어느 누가 크리스탄의 위대함을 세상에 널리 전파하겠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주 착각하지만 진실은 그 한사람이 없더라도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

그가 없어지면 오히려 더욱 발전할 수도 있었고 데이비드가 굳이 존재할 필요까진 없었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이치였다.

‘내가 아니면 절대로 안 돼! 이 때문에 이곳에서 허무하게 죽을 수가 없다. 결코 내 목숨이 아까워서 그런 것이 아니야. 지, 진짜다.’

데이비드가 순교를 거부하면서 백작이 원했던 변수가 마침내 완성되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교군에게 후퇴하라는 무리한 요구가 통할 분위기는 결코 아니었다.

이해가 서로 충돌할 때는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파이온 백작과 데이비드는 오크군단을 50m 정도 떨어뜨리곤 조용히 협상을 진행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빈번한 한국과 달리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여 서로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했다.

일단, 현 시간부로 전투를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전쟁의 승자는 크리스탄 교군이고 그래서 파이온의 영토를 교군이 차지하기로 했다.

반면, 영지의 주민들의 거취는 그들의 자유의사에 맡기기로 했다.

영지를 떠나길 원하는 자는 모두 백작이 데려가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전투에서 완전히 졌다. 영토를 떼어주고 다음을 기약하더라도 승리를 전혀 자신할 수가 없다. 그래, 안타깝지만 영지를 포기하고 사람을 선택하자. 팰리스가 약속한 것도 있으니.’

백작은 (주민과 함께 배달로 피신하라는)팰리스의 제안을 믿고 영토가 아닌 사람을 선택했다.

자신을 따랐던 주민들을 끝까지 책임질 생각이었다.

데이비드는 그런 백작을 속으로 크게 비웃었다.

‘멍청하긴. 귀족이라서 평민들의 사정을 모르는 건가? 뭐, 멍청한 선택 덕분에 일부가 아닌 파이온 전부를 차지하게 됐다.’

최근 주변의 영지들이 왕국을 선포하며 상당히 어수선해졌다.

이런 분위기에 귀족들의 대량이주를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일 텐데 어떻게 엄청난 수의 난민들을 받아들이겠나?

파이온의 인구가 거의 백만이었다.

‘설혹 주변의 왕국들이 대규모의 난민들을 받아들이더라도 상관없다.’

어느 누가 정든 고향을 등지고 기약 없는 난민이 되려고 할까?

데이비드는 주민 대부분이 파이온에 계속 남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각설하고, 협상을 마무리한 양측은 각자가 믿는 신의 이름으로 약속을 지킬 것을 맹세했다.

이로써 파이온과 크리스탄 교군과의 전투가 완전히 마무리 됐다.

파이온 백작은 일단 협상 내용을 요새와 피난을 떠난 주민들에게 알렸다.

그리곤 부상자를 구하고 시신을 수습하게 했다.

교군도 아군의 사체에서 무기와 장비들을 수습하고 몸뚱이는 몬스터 군단의 먹이로 던져줬다.

교군의 이런 야만적인 행동에 병사들이 경악했다.

“미, 미친··· 아무리 몬스터라도 방금 전까지 전우였던 동료를 먹어?”

“크리스탄 교단이 저런 추악한 집단이라니.”

“정신 차려! 동료의 시신을 몬스터 먹이로 내어줄 거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우리가 시신을 수습하지 않으면 몬스터들이···· 무슨 소린지 알지?”

“이, 이런··· 시신을 빨리 매장해야겠군.”

“매장하면 땅을 파고 꺼낼 수도 있어. 아예 화장해야 해.”

병사들은 동료의 시신을 악착같이 수습하여 화장했다.

차후의 일이지만 이런 일화가 주민들이 자신들의 거취를 결정할 때에 이점이 중요한 요건으로 작용한다.

아무튼 전후뒤처리가 얼추 끝났다.

이젠 약속을 실천할 때가 됐다.

1달 동안 영지를 정리하고 이주를 준비한 파이온 백작이 마침내 자신을 따라 배달로 이주할 주민들과 함께 파이온을 출발했다.

그런데 그 수가 무려 90만이었다.

데이비드의 생각과 달리 주민 대부분이 교군이 아닌 백작을 선택했던 것이다.

사실 떠나는 이들은 사람이다.

고향을 등지고 난민이 되는 것이 어찌 두렵지 않겠나.

몬스터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과 몬스터 군단의 야만적인 먹이활동 때문이 가장 큰 결정요인 같지만 알고 보면 그것이 결정적인 건 아니었다.

부수적인 요건이었지 가장 큰 요인은 역시 파이온 백작과 팰리스 때문이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파이온 주민들에게 파이온 백작은 여느 권력자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앞에서 적과 싸우는 보호자이자 한발 앞서 걸어가는 리더였다.

그런 그가 교군에게 영토를 떼어주는 대신 자신들을 선택했다.

파이온 백작은 상당히 엄하지만 주민들에게는 제법 자비로운 로드였다.

그런 백작의 아들 또한 배달왕국의 왕이었고 백작에 못지않았다.

그는 소싯적부터 영민하기로 소문났다.

그가 다스리는 배달을 아주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 놨다.

척박하고 아무런 쓸모가 없던 쇼쇼니 반도를 아주 짧은 기간 안에.

주민들은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웠지만 영토가 아닌 자신들을 선택한 로드와 풍족한 국가로 성장시킨 팰리스를 믿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난민의 길을 선택했다.

물론, 모든 주민들이 영지를 떠난 건 아니었다.

약 5만의 주민과 용병들이 파이온에 남았는데 그들은 신성교국(파이온에 세워질 크리스탄 교국)이 신분의 고하가 없는 지상낙원으로 변할 것이라는 감언이설에 혹했다.

아무튼, 90만에 달하는 난민들이 기마로도 일주일이 넘는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2개의 왕국까지 통과해야만 배달의 영토에 도착한다.

세간을 남겨두고 왔지만 짐이 단출할 수가 없었다.

장거리 행군이 힘든 어린이와 노약자의 수도 아주 많았다.

작은 준비부족이 자칫 많은 희생자를 낳을 수도 있었다.

다행히 파이온과 배달은 1달 동안 철저하게 준비했다.

힘겹고 많은 자금이 소요됐지만 전혀 불가능한 역사(役事)가 아니었다.

팰리스는 거대한 상자형태의 화물수레와 노약자들이 탈 마차를 각각 1,000대 이상씩 만들었다.

이 수레들은 트랙터와 콤바인 그리고 퉁구스 인들이 기르던 말을 동원하여 끌게 했다.

2곳의 왕국에도 뇌물을 주고 중간 중간에 휴게소(?)와 보급거점을 만들었다.

그러자 고난의 강도가 ‘죽음의 이주길’에서 ‘힘겨운 행군’ 정도로 약화되었다.

남는 곡물과 육류, 소금으로 간한 생선까지 제법 여유 있게 배급하자 ‘힘겨운 행군’ 또한 ‘힘겨운 나들이’로 약화되었다.

그렇다고 90만이라는 대인원이 그것도 1달이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결코 쉬울 리가 없었다.

출발하는 시간만 엄청났다.

가장 먼저 전초부대가 출발하고 주민들이 차례대로 출발, 마지막으로 백작과 소영주까지 파이온을 떠나는 데에도 일주일 넘게 걸렸다.

90만이라면 평소에도 수십 명이 매일 자연사할 것. 힘들고 낯선 이동 중에 꽤 많은 수의 노인들이 사망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고단한 이동 때문이겠지만 그렇다고 백작과 팰리스를 탓하기에는 노인의 나이가 너무 많았다.

슬프지만 원망하진 않았다.

아무튼, 파이온을 출발한지 45일 만에 90만에 달하는 파이온 주민들이 배달의 땅에 차례대로 도착했다.

가장 후미는 파이온 백작과 소영주 레온이었다.

“아버지,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환영합니다.”

가신 아니, 신하들과 함께 국경까지 마중 나온 팰리스가 진심으로 환영했다.

“··· 고맙다. 너를 볼 면목이 없구나.”

백작이 출세한 아들과 마주했다.

반면, 레온은 아우가 아닌 일국의 왕에게 화답했다.

“이주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상당히 어색했지만 이는 너무도 당연한 처신이리라.

“···그러고 보니 나도 말을 올려야겠군.”

“그러지 마십시오. 주변에서 왕국을 선포하는 바람에 왕이 된 것뿐입니다. 그리고 사적으로 부모와 자식 사입니다.”

“그럼 나야 고맙고.”

“아버지, 레온 형님. 제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하더라도 마음이 불편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야 뭐 그렇겠지.”

“···”

“아무쪼록 마음을 편히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냥 하는 말이 절대로 아닙니다.”

팰리스가 이리 말했지만 그렇다고 백작과 레온의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배달의 주요 수뇌부는 파이온 출신이란 점이다.

영토를 잃고 쫓겨난 백작가문과 주민들을 결코 괄시하진 않을 것. 시간을 잠시 뒤로 돌려 2달 전의 일이었다.

“여러분~ 파이온 난민을 괄시하면 안 될 것이오.”

2달 전, 파이온 백작가문과 난민 90만이 배달로 몰려올 것이란 소식에 팰리스는 가장 먼저 이점을 강조했었다. 삶의 터전을 떠나온 것도 서러울 텐데 군식구라고 괄시한다면 마음이 크게 상할 것이다.

게다가 파이온 주민들은 본래 기질이 억세고 자존심도 꽤 강했다.

“전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위관리 대부분이 파이온 출신입니다.”

왕국을 선포하며 공작 작위를 하사받은 드레이크였다.

참고로, 팰리스는 독신인 드레이크에게만 공작 작위를 하사했다.

신하 대부분은 백작 이하의 작위만을 하사했다.

작위 인플레이션과 고만고만한 왕국에 후작과 공작들이 수두룩하면 꽤 우스워진다는 면이 없이 않아 이리 결정했다.

“스승··· 아니, 공작님. 아무래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본 대책?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그렇소. 리저드 남작(피리온). 무슨 고견이라도 있소?”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파이온 출신은 본래 기질이 억세고 자존심이 꽤 강합니다.”

“뭐, 틀린 말이 아니군. 그래서 배달인으로 동화시키기가 힘들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파이온은 퉁구스나 샤이엔, 세 영지의 경우와 좀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배달이 합병했던 지역은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배달에 비해 크게 낙후된 영지였었다.

편입당시 영주를 비롯한 구심점이 될 자들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강력한 배달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다.

반면, 파이온 주민들은 파이온 백작이란 엄하고도 자비로운 리더를 가졌고 천여년을 제국동부를 수호해 왔다는 자긍심이 무척 강했다.

샤이엔이나 세 영지의 주민들을 동화시킨 방식이라면 거부감을 보일 것이고 끝내 반발까지 불러올 것. 피리온이 이점을 지적했다.

“흐음~ 그렇겠군. 그럼 리저드 경의 근본대책은 무엇이지?”

“완전한 배달인은 다음 세대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십시오.”

피리온의 대책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을 억지로 추진하다보면 탈만 난다.

이를 위해서는···

“전하~ 주민들의 자치도 허용해야 합니다. 백작님과 레온 소영주님의 거취 문제도 있으니까요.”

권력이 분산되고 권위가 다소 약화된다는 단점이 있겠지만 파이온 주민들이 워낙 특별했고 파이온 백작과 레온도 배려해야만 한다.

그리고 배달인과 섞여 생활하다보면 자존심으로 인한 싸움과 분쟁이 잦아질 것이다.

‘끄덕끄덕~’

“그렇군. 여러분은 리저드 경의 제안이 어떻소이까?”

“과히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작의 말대로 시간이 해결해줄 것입니다. 원안대로 진행하십시오.”

이렇게 해서 파이온 주민들을 과거 나바호영지와 푸에블로 영지 사이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배달은 이곳에 파이온 난민들이 정착할 기반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네오 파이온!

2달 전에 시작한 사업이라서 아직도 많은 점이 미비했다.

파이온 백작과 난민들이 도착했으니 이제 그들 스스로가 네오 파이온을 일궈 나갈 것이다.

팰리스는 파이온 백작과 난민들을 네오 파이온으로 인도하고 원활한 지원을 약속했다.

그런 연휴에야 겨우 아무르의 마고성으로 돌아왔다.

세상사 안 좋은 일은 떼를 지어 온다는 말이 있다.

겨우 한숨을 돌린 팰리스에게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급전이 전해졌다.

이리얀 해의 남방함대에서··

- 2시간 전부터 로이얀 왕국과 해상전투에 돌입. 현재 퇴각 중. 피해결과는 추후에 보고하겠음.

맞수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남방함대의 패전소식이었다.

66. 아~ 파이온이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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