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하면 잘살거 같지-223화 (223/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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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동부의 변란- 마수의 숲.

마수의 숲. 그러니까 파이온의 역대 영주들이 건설한 요새 너머의 지역은 인간의 발길을 허용치 않는 몬스터들의 터전이었다.

보통은 마수의 숲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마수(마계의 짐승)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몬스터가 워낙 많고 파이온을 비롯한 동부지역에 많은 피해를 줘 마수의 숲이라고 부를 뿐이다.

아무튼 마수의 숲은 인간이 살아가기에 너무 너무도 위험했다.

가이아대륙을 통일했던 알렉산더 타이판도 이곳의 토벌을 포기할 정도였다.

그는 통일과정에서 큰 공을 세운 기사에게 파이온이란 성과 작위를 하사하고 이곳의 방비를 부탁했고 이것이 동부의 사자라는 파이온 가문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마수의 숲에 일단의 인간들이 나타나 활보하기 시작했다.

몬스터 테이밍(Taming)에 관한 비술을 보유한 크리스탄 교단. 그중에서도 (봉사단을 제외한)선교단에 관계된 300명이 바로 그들이었다.

알다시피 그들은 황제와 후계자들을 폭사시켰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제국에 수배됐다.

잠시 사족을 붙이자면 그들은 크리스탄을 유일신으로 숭배하는 집단으로 몬스터 테이밍과 수술을 이용한 치료법 때문에 흑마법사로 오인 받았다.

신성력도 없는 주제에 자신들이 믿는 ‘크리스탄만이 가이아의 유일무이한 신(神)이다.’ 이런 교리 때문에 신전세력에게도 경원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기를 음지에서 활동했다.

그런 그들이 마침내 양지로 나설 기회가 생겼다.

황도의 슬럼가에서 봉사하던 봉사단의 우두머리 엘리자베스가 팰리스는 인연을 맺었던 것. 그녀와 봉사단은 팰리스에게 천연두 예방백신과 세균, 시대를 앞선 의료개념들을 전수받았다.

여기에 카페의 금적지원으로 제국의 주요영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이런 봉사단의 노력덕분에 크리스탄 교단의 이미지가 악랄한 흑마법사에서 알고 보면 착한 흑마법사들(?)로 개선됐다.

그리고 조만간 흑마법사라는 멍에까지 벗고 양지로 나서는 듯 보였다.

바로 그런 시기에 황실의 대장간이자 VIP의 안가(安家)로 활용했던 곳에 보관했던 화약들이 폭발하여 황제와 황위를 이을 후계자들이 모조리 폭사했다.

‘꽈아아아앙~’

‘화르르륵~’

거대한 화염과 폭발음은 제국의 혼란과 마지막을 알리는 서곡이었지만 마침내 양지에 나서려던 크리스탄 교단에게도 조종(弔鐘)이 되었다.

데이비드를 비롯한 크리스탄 교단은 제국정보원에 의해 테러주동자로 날조되고 폭발사건에 대한 모든 누명을 썼다.

제국 곳곳에 지명수배 됐다.

크리스탄 교인이라면 무조건 체포하여 조리돌림을 놓는 분위기였다.

다행히 블락이 운영하는 거름사업팀이 제때에 봉사단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의료봉사 중이던 엘리자베스 성녀와 봉사단의 교인들을 슬럼가에 숨겼고 결국에는 (배달상단을 통해)배달영지로 빼돌렸다.

봉사단의 교인들은 이렇게 블락과 배달에게 구함을 받았다.

반면, 선교단을 비롯한 교단수뇌부들은 신전 건립문제를 협의하려고 모였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데이비드가 기적적으로 탈출하여 제국정보원의 촉수를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는 점이다.

선교단은 즉각 (예전처럼)지하로 스며들었다.

그런데 그들이 뒤집어쓴 누명이 너무도 대단했다.

제국정보원은 물론이고 현상범 사냥꾼들까지 추격의 끈을 바짝 조여 왔다.

그런데 무사히 피신한 봉사단은 교단의 곁가지에 불과했다.

교황격인 세인트를 비롯한 500여명의 선교단이 크리스탄 교단의 진정한 알맹이였다.

이들이 체포되어 사형당하면 교단이 사라질 것이다.

[잡히면 무조건 사형당할 분위기다. 교단을 유지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추격자들이 바짝 뒤를 쫓자 어쩔 수 없이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마수의 숲으로 피신했다.

몬스터 테이밍 하나만을 믿고서···

다행히 그들이 보유한 비술, 몬스터 테이밍이 통했다.

그렇다고 마냥 순조로웠던 건 아니었다.

3인 1조의 5개의 조(組)가 목숨을 걸고 오크 마을에 숨어들었다.

마을의 중앙에 진법을 설치하고 3일 밤낮을 쉬지 않고 비술을 펼쳐야만 테이밍이 성공한다.

이런 과정의 특성상 발각은 곧 죽음이었다.

그래서 꼼꼼하게 확인하고 안전이 확인된 이후에야 비술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마수의 숲은 너무도 위험했다.

마수의 숲까지 피신한 500명은 싸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숨기에는 너무도 많았다.

제반여건을 꼼꼼하게 살필 여유가 없었다.

시간에 쫓겨 한꺼번에 5개 마을에 비술을 시도했다.

안타깝게도 2개 마을이 성공했지만 3개의 마을에서 발각되어 오크들에게 갈가리 찢겨 죽었다.

중요한 건 2개의 오크마을이 성공리에 테이밍 됐다는 점이다.

그들은 2개의 오크마을을 하나로 합쳤다.

본래 테이밍된 오크들은 시전자의 명령에 절대복종하고 죽음까지 불사한다.

선교단은 이런 오크들을 이용하여 세력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순식간에 주변의 10개 오크마을을 제압하고 안전한 상태에서 테이밍했다.

오크마을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지만 새로 늘어난 오크의 수가 훨씬 많았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크리스탄 교단은 테이밍된 오크군단을 5만까지 늘렸다.

물론, 이 과정에서 무수한 오크들이 희생됐고 선교단의 일원들도 상당수 희생되거나 질병에 걸려 죽었다.

남은 인원은 이제 약 300명. 그러나 그들에게 절대복종하는 오크군단이 무려 5만이었다.

이때부터 마수의 숲 생태계가 혼란으로 치달았다.

선교단은 오크군단을 이용하여 오우거와 트롤, 샤벨타이거를 생포하고 그놈들까지 테이밍했다.

그렇게 만든 특수병과(?)가 무려 1,000여기. 오크군단이 몬스터 군단으로 발전하고 예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세인트!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우리에게 누명을 씌웠던 자들에 대한 복수를 허락해주십시오.”

크리스탄 교단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율법이 있다.

데이비드가 정당한 복수를 청원했지만 세인트 제라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린 양 데이비드야, 아직도 부족하구나.”

“세인트. 무엇이 부족하단 말씀입니까?”

“단 한 번의 실패가 우리 교단의 멸망으로 이어진다. 지금 몬스터 군단을 움직이는 건 모험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세인트. 우리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오크군단이 무려 5만입니다. 특수병과의 몬스터도 1,000여기에 달합니다. 이들을 동원하면 어떠한 영지도 우릴 막지 못할 것입니다.”

틀린 말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었다.

제국이 갈가리 조각났지만 대규모의 몬스터군단이 움직이면 하나로 뭉쳐 대응할 것이 유력했다.

게다가 이때의 영지들은 대부분 화약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데이비드야, 대포와 화승총이 너무도 두렵구나. 화약무기를 보유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장담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화약무기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세인트.”

데이비드가 겨우 납득했다.

그도 화약무기가 너무도 대단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아쉽게도 살아남은 300인 중에는 대장장이와 연금술사가 없었다.

화약과 화약무기의 제조법을 확보했지만(주세페 가리발디에게 협조할 시기에 확보) 그것을 실제로 구현할 기술자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알고 보면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 격이었다.

둘이 신중하게 결정이지만 그들은 입만 산 종교인이었지 군사전문가가 아니었다.

화약무기는 특유의 굉음과 파괴력이 대단하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일단, 활과 비교하면 연사력이 너무 떨어졌다.

화약과 포탄의 원활한 보급이 뒷받침되어야만 하고 비나 바람이 심하면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

비록 냉병기로 무장했더라도 화약무기의 특성을 잘 이해한 정예병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여기에 더해 평범한 오크라도 상대하려면 정예병 2병이 달라붙어야 한다.

전사급 오크는 오러를 운용하는 기사가 아니면 상대하기 곤란한 전투력을 지녔다.

그런 오크군단에 오우거와 트롤, 샤벨타이거, 라이칸슬로프 등의 특수한 몬스터들이 더해지면 괴멸적인 전투력을 발휘할 것이다.

아무튼 절호의 기회를 놓친 선교단은 다시 몬스터 군단을 늘리는 작업에 주력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대포와 화승총을 만들어줄 일꾼, 마수의 숲에서 살아가는 드워프 부족을 발견했다.

선교단은 신중하게 접근했다.

드워프는 지성을 가진 인류라 테이밍이 불가능했다.

설혹 그것이 가능했다손 치더라도 테이밍 과정을 거친다면 이지가 흐려진다.

드워프들을 온전하게 활용하려면 진심으로 협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드워프 여러분~ 유일무이한 신 크리스탄께서는 이리 말씀하셨소. 모든 인류는 동등하다고.”

참고로, 결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솔직히 크리스탄이라는 신이 가이아에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이었다.

증거?

선교단의 어느 누구도 신성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잡신(雜神)을 모시는 신관 즉, 개나 소나 발휘한다는 그 흔한 신성력을···

다만, 세인트를 비롯한 선교단의 인물들은 종교인이었고 종교인의 언변은 참으로 가공할 만했다.

본질을 꿰뚫어 본다는 드워프마저도 세인트의 거짓말을 분간하지 못했다.

“그, 그랬냐?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게요. 형님, 확실히 저런 얼굴은 거짓말을 할 상이 아니지요?”

현대인이 세인트 제라드를 봤다면 아마도 ‘간달프’로 오해할 만한 모습이었다.

“어험~ 그렇소. 나는 평생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오.”

이것부터가 거짓말일 텐데 종교인의 입을 통하자 진실같이 들렸다.

“아무튼 크리스탄께서 말씀하시길, 드워프는 우리 인간과 생김새가 다르지만 같은 인류라고 이르셨소. 그 말인즉, 우리와 같은 형제라는 뜻이지요.”

“형제? 니들이랑 우리랑?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들 같은 인간을 가족으로 둔적이 없는데? 아참~ 동생네랑 가족인가?”

“혀, 형님. 정말 너무하시네요. 우리 어머니가 바람기가 좀 심하다지만 쟤네들은 인간이잖아요. 인간이랑은 절대로 바람피우지 않았을 겁니다. 지, 진짜로요.”

“그러···냐? 뭐 아니면 말고.”

“저, 저런 저···”

하도 어이가 없어 세인트가 입만 벙긋 거렸다.

그래서 데이비드가 재빨리 도우미로 나섰다.

“그건 비유잖소, 비유! 비유도 몰라요?”

“그, 그렇소. 비유였다오.”

“비유였나? 뭐, 그렇다 치고··· 그래서?”

“어험~ 우리 크리스탄 교단은 유일신 크리스탄의 영도 아래 모든 인류가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을 바라고 있소. 아니, 몬스터까지 공존하는 세상을 추구합니다.”

“호오~ 그래?”

“형님, 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어째 좋은 말 같죠?”

“그러게. 그런데 저 놈들이 왜 우리를 찾아온 걸까?”

“어이~ 인간들 형님이 그렇고 하는데?”

“험험~ 나 크리스탄의 세인트···”

“잠깐. 그런데 세인트가 뭐야?”

“교황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오. 아무튼 드워프 형제들에게 제안을 하나 하겠소.”

“제안?”

“그렇소. 크리스탄께서 말씀하신 세상! 지상에 구현하고 싶지 않습니까? 역사적인 과업이자 인류의 행보에 크나큰 획이 될 것이오.”

“오~ 그래? 그런데 미안해서 어떡하지?”

“별로 땡기지가 않아.”

“으, 응? 지상 낙원인데 끌리지가 않소?”

“웅. 그다지··· 아참~ 말리지는 않을게. 그러니까 너희들끼리 알아서 잘 그런 세상 만들어봐라.”

“그려~ 이왕이면 꼭 성공해라. 우리들은 밀린 작업이 좀 많아서 이만···”

“저, 저런 저···”

이곳의 드워프들도 강적이었다.

입으로 먹고사는 종교인이 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데이비드가 또 급히 끼어들어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혹시 화승총을 아시오?”

“화승··· 총? 이봐 동생. 그것이 뭔 줄 아나?”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화이어 파우더 알죠? 그것을 이용하는 무깁니다. 최근 ‘인간들이 개발’한 신무기지요.”

“뭐, 새로운 무기라고라?”

심드렁했던 드워프들이 눈빛부터 달라졌다.

데이비드가 화승총이 어떤 무기이며 제조법을 알고 있다는 말에 안달했다.

“그게 뭔데? 자세히 설명해봐.”

“화승총이 무엇이냐면···”

데이비드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드워프들의 눈이 커지고 또랑또랑해졌다.

“그런데 대포라는 무기는 화승총보다 더한 무깁니다.”

“대···포? 그건 또 뭐야?”

“그건 커다란 철 구슬을 날리는··· 에~ 그러니깐 쉽게 말해서 화승총을 수백 배로 뻥튀기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뭐, 수백 배라고?”

“와우~ 그렇다면 정말··· 크겠군.”

“그렇게 크다면 정말··· 아름답겠다!”

이것이 결정타가 되었다.

데이비드가 이렇게 드워프 부족을 꼬드겼다.

새로운 무기의 개발에 열광한 드워프들은 테이밍된 오크들을 ‘시다바리’로 부리며 화승총과 대포들을 열성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성이 없는 몬스터들이 화승총을 사용할 수가 있을까?

결론적으로 이지가 흐려진 오크들도 화승총을 발사할 수가 있었다.

다만, 3일만 훈련시키면 쓸 만한 총병으로 양성되는 인간과 달리 몬스터는 역시 몬스터였다.

오크들은 무려 2달 동안을 지겹게 반복 훈련시키고서야 겨우 총병 흉내를 냈다.

그것도 인간지휘관이 장전과정을 일일이 명령해야만 가능했다.

대포의 경우는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됐다.

그나마 제일 똘똘한 오크 2마리와 (덩치가 크고 무시무시한 힘을 자랑하는)오우거 1마리를 1개 조(組)로 엮어 소형대포(81mm 박격포 크기, 포신이 강철 재질)를 운용하게 했다.

그러자 살아 움직이는 돌격포(자주포 개념)가 완성되었다.

그사이 몬스터군단이 더욱 늘어 그 수가 10만을 넘겼다.

9만의 오크군단을 총병으로 삼고 오우거 포병에 기타 몬스터들을 특수부대로 삼자 무시무시한 전력이 만들어졌다.

당연히 이에 고무된 데이비드가 다시 세인트를 찾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타깝지만 오크군단에게 명령을 내릴 신도가 부족하구나.”

장전과정을 일일이 지시해야할 선교단이 겨우 300명이었다.

영지규모의 병력과 싸울 때에는 충분했지만 대회전은 다소 무리였다.

“그렇다면 복수는 요원한 겁니까? 오크군단을 관리할 신도를 구할 수가 없잖습니까!”

“아니다, 데이비드야~ 우리에는 남은 신도가 있느니라.”

그랬다. 크리스탄 교단은 선교단 만이 아니었다.

훨씬 많은 신도가 존재했고 그들은 의료봉사를 하다가 배달로 피신했다.

세 곳의 영지와 전운이 감돌던 팰리스의 배달에···

“그, 그렇군요. 제가 배달에게 가겠습니다. 엘리자베스 성녀라면 분명 우리의 꿈에 동참할 것입니다.”

65. 동부의 변란- 마수의 숲-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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