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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208화 (208/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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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우~ 이보게 집사(트리스탄). 영주님께선 어디 계신가?”

세 영지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팰리스에게 보고하러 급히 달려왔던 아르펜. 집무실에 당사자가 없자 트리스탄을 찾았다.

“요즘 수련에 집중하시니 아마도 전영 수련장에 계실 겁니다. 소식을 전해드릴까요?”

영주 전용의 수련장이라서 팰리스의 가족과 집사, 경호기사 외에는 출입을 통제했다.

“아니, 한시가 급하네. 나랑 함께 내려가지.”

아르펜과 트리스탄이 서둘러 지하 연무장으로 내려왔다.

아르펜이 문앞을 지키는 호위기사에게 용무를 말하고 조심스레 문을 살짝 열었을 때였다.

팰리스의 몸, 정확하게는 가부좌로 앉은 아랫배에서 미약한 빛이 새어나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어, 어? 서, 설마···”

‘영주님께서 지금 더욱 높은 단계로 도약중인가?’

아르펜이 조용히 문을 닫곤 호위기사에게 팰리스의 상태를 전달, 엄중하게 호법을 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는 공교롭게도 세 영지가 전격적인 그러나 너무도 예견되었던 침공을 막 개시하려던 시점이었다.

* * *

1시간 전의 팰리스는 석유화합물(플라스틱)과 석탄을 열분해하여 나일론으로 합성하는 관련지식들을 찾기 위해 열심히 머릿속을 뒤지고 있었다.

‘후우우웁~ 후우~ 후우웁~ 후우~’

‘나일론은 플라스틱(고분자화합물) 중의 하나이고 석유화합물이 있어야만··· 에~ 그러니까 당연히 석유(원유)가 있어야겠지? 문제는 그 녀석이 땅속 깊은 곳에 묻혀 있다는 점인데. 석유를 땅위로 퍼 올리기도 힘들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지만 팰리스는 쉽게 유전을 개발할 수도 있었다.

엘프들에게 부탁하면 의외로 간단했다.

그들이 부리는 정령 중에서 대지의 정령에게 부탁하면 각종 지하자원과 유전을 쉽게 찾아 채굴할 수도 있었다.

배달의 강역에 석유가 있다면···

다만, 가이아에는 마나석과 마정석이라는 매우 훌륭한 정력ㅈ··· 아니, 에너지원이 존재했다.

그만큼 석유자원에 대한 필요성이 낮아졌다.

생각해보라.

자연을 해치는 석유자원과 정력에도 좋고 매우 친환경적인 마나석과 마정석 중에서 어떤 자원을 사용하겠나.

‘당연히 정력 아니 마정석이지. 에이 씨~ 이번에도 또 삼천포로 빠졌잖아? 아무튼 나일론의 원료를 석탄에서 뽑아낸다는 말을 들었어. 그렇다는 말은 석탄을 여러 성분으로 분해(분리)했다는 건데··· 그럼 석탄을 분해하는 구체적인 지식과 정보들을 찾아보자.’

팰리스가 일주일 넘게 머릿속을 뒤지고서야 겨우 나일론 제조에 관계된 자료를 찾아냈다.

‘후우웁~ 후우~ 후우웁~ 후우···’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일론은 석탄과 물, 공기로 합성··· 으, 응?’

나일론 합성에 관한 지식을 한창 검색하고 있을 때였다.

왠지 모르게 아랫배가 묵직해졌다.

‘후우웁~ 후우~ 후우웁~ 후우···’

‘단전이 위치한 곳이고 어째 익숙한 느낌··· 설마 다음 단계로의 성장?’

팰리스는 예전에 경험했던 감각을 느꼈다.

익스퍼트 초급에서 중급으로 성장할 때와 똑같으 느낌이었다.

현재 팰리스는 익스퍼트 중급이다. 익스퍼트 중급이면 웬만한 영지의 기사단장 급의 실력자다.

일반적으로 익스퍼트 급의 기사가 되기도 힘들지만 그런 특별한 실력자도 4~50대에 이르러서야 겨우 도달하는 경지가 바로 익스퍼트 중급이었다.

남들은 평생을 수련해도 익스퍼트 급에 오르지도 못하는데 팰리스는 26살의 나이로 익스퍼트 중급의 실력자였다.

그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일 것이다.

그런데도 팰리스는···

‘후우웁~ 후우~ 후우웁~ 후우····’

‘그러고 보니 자존심 상하네. 내가 그리도 못 났나?’

황당하게도 팰리스는 만족하지 못했다.

친구들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천재라고 치켜세우지만 뭘 몰라서 하는 소리야. 진짜로 천재는 피리온이랑 토머스야. 나는 그저 지구의 지식 때문에 이 만큼 성장했잖아? 막말로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단전을 만들었는데 토머스랑 똑같은 경지라니··· 에이~ 자존심 상해.’

토머스도 중급이지만 대련하면 항상 그에게 졌다.

알다시피 팰리스는 뱃속에서부터 단전을 만들어 태어난 반면 토머스는 6살이 되어서야 팰리스에게 마나호흡을 전수받았었다.

두뇌 면에서도 그렇다.

팰리스가 지구의 여러 지식들을 풀어 대단한 천재로 추앙받지만 진정한 천재는 피리온이었다.

가이아의 공용문자(표의문자)를 누가 월등하게 빨리 습득했던가.

‘그래, 진정한 천재는 역시 토머스랑 피리온이야. 나는 그저 전생의 기연 때문이었고. 쳇~’

팰리스가 이리 자괴감에 휩싸였지만 솔직히 토머스와 피리온의 천재성도 엄청난 기연 때문이었다.

자그마치 만년 묵은 만드라고라를 먹어 이런 괴물로 다시 태어났지 않았던가.

알다시피 만년 만드라고라의 몸통을 먹은 토머스는 육체가 괴물 수준으로 발달했다.

뇌두부분을 먹은 피리온은 두뇌가 비약적으로 좋아졌었다.

각설하고, 팰리스는 아랫배의 감각을 통해 마침내 그런 열등감으로부터 벗어날 길을 찾아냈다.

‘무척이나 중요한 순간이다. 나일론? 아니지. 지금은 무조건 마나호흡에 집중하자.’

‘후우웁~ 후우~ 후우웁~ 후우~···’

팰리스는 검색작업을 중지하고 마나호흡에 매달렸다.

그렇다고 그가 무슨 특별한 내공심법으로 마나를 순환시킨 건 아니었다.

기경팔맥이나 십이정맥 등의 경로만, 그것도 한약방에 걸린 경맥도를 사진처럼 기억하는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지 마나(내기)를 구체적으로 운용하는 방식(내공심법)을 아는 건 결코 아니었다.

고로, 건곤대나이나 태을심법 같은 건 눈곱만큼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기를 순환시켜 보다 높은 단계로 성장하는 건 아예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팰리스는 나름의 방식을 찾아냈다.

‘내공심법을 알아야만 성취를 올릴 수가 있을까? 그렇다면 가이아에서는 어떻게 소드마스터가 탄생했겠어? 이곳에는 단전도 안 만들고 내공심법도 없는데. 안 그래?’

이곳은 가이아다. 지구가 아니었다.

가이아의 소드마스터는 가이아에 맞는 성장비법을 활용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은 것이여. 그러니까 마나호흡에 집중하되 마나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가만히 놔둬야 해.’

팰리스가 찾아낸 성장방식은 자유방임주의. 마나란 생명체에게 이로운 기운이고 체내를 자연스럽게 순환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두는 방식이었다.

팰리스는 의도적으로 마나를 구속하던 통제를 풀었다.

본능적으로 통제하던 것을 풀려고 하니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자꾸 시도하니 통제력이 사라졌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유! 아니, 방종!

체내의 마나들이 중구난방으로 이리저리 쏘다녔다.

무질서하게 돌아다니자 온몸 이곳저곳에서 고통이란 신호로 팰리스의 뇌에 고자질했다.

[주인님~ 졸라 아파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마나를 통제하세요, 네?]

‘인마~ 조금만 더 참아. 마나는 본래 생명체에게 이로운 기운이니깐. 알았어?’

팰리스는 마나를 통제하려는 의지를 다독였다.

여기에 그의 신체 또한 본능적으로 향상성을 추구했다.

한동안 불규칙하게 움직이며 온몸에 부담을 안겨주던 마나들이 조금씩 자율적인 규제에 들어갔다.

녀석들은 주인에게 가장 이로운 방향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건 태아시절의 팰리스가 생사의 기로에서 단전을 형성할 때에 만들어졌다가 흔적만 남은 경로였다.

단전을 중심으로 회오리 또는 태풍의 모양으로 집중되는 경로였다.

이해를 돕자면 변기의 물을 내렸을 때에 물이 흘러가는 모양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그렇다. 팰리스에게 가장 적합한 내공심법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참고로, 팰리스는 차후에 ‘싸이클론’이라고 이름 붙였고 가이아에서 오직 팰리스만이 가능한 내공심법이었다.

‘이것이다, 나에게 가장 적합한 (마나의)경로가. 똑똑하게 기억해 놔야 해.’

순환하던 초반에는 흐름이 매끄럽지 않았다.

태아시절에 만들어졌던 길이라서 곳곳에 세맥(細脈) 즉, 좁은 골목이 마나의 흐름을 지체시켰다.

참고로, 무협상식과 달리 일반인이라도 마나(氣)가 일절 통하지 않는 기맥은 없다.

기(氣)가 막히면 절맥(切脈)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절맥이 많으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다만, 일반인은 기맥이 정글수준으로 이동이 불편한 반면 익스퍼트 급은 신작로, 소드마스터 급은 고속도로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각설하고, 넓게 닦인 길(기맥)도 문제였다.

그동안 살아오며 쌓인 노폐물이 마나의 원활한 통행을 방해했다.

뭐, 그래도 일정한 마나가 흐름을 계속 지속했다.

시간이 흐르자 좁은 세맥이 부단한 이동 덕분에 조금씩 넓혀졌다. 순환되는 마나의 양도 증가하고 자연 흐름까지 빨라졌다.

점점 더···

졸졸 흐르던 시냇물이 하천수준으로 발전한 것. 자연 통행을 방해하던 노폐물이 마나의 흐름에 딸려나갔다.

그것들은 체내를 순환하다가 조금씩 땀구멍을 통해 배출되어 속옷을 검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팰리스의 몸에서 신비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앗싸아~ 뭔가 좋아지고 있다. 순환하는 마나의 양이 늘어나고 흐름도 꽤 빨라졌어.’

팰리스는 자신이 지금 성장 중이고 느리지만 바디체인지가 진행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더욱 마나호흡에 집중했다.

‘후우웁~ 후우~ 후우웁~ 후우···’

‘오래 지속하면 할수록 그만큼 성취가 높아질 것이다.’

당연하게도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가능한 오래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전 10시 무렵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성장. 언제 끝마칠지를 기약할 수가 없게 되었다.

문제는 이 시간에 세 영지의 병사들이 경계선을 넘어 침공해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팰리스와 아르펜은 배달군의 최고 통수권자다.

배달은 잠시 지휘관 공백현상이 발생하고 말았다.

* * *

3시간 전, 나바호와 배달의 경계지대.

일단의 병력이 모습을 보이더니 잠시 뒤에는 줄줄이 몰려왔다.

나바호 영지의 정규병 3천과 (1달 전에 소집하여 급히 훈련시킨)징집병 2만의 병력이었다. 그들은 도착하는 대로 배달과의 경계선 앞에 진형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를 막아야할 배달의 병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본래 출입을 통제하는 1개 백인대가 주둔한 곳이고 병사들이 생활하는 막사 2동과 식당, 마구간 등의 부속건물 3채가 들어서 있었다.

당연히 나바호의 병력을 발견하자마자 아르펜에게 지급으로 보고했었다.

[영주님께 보고한 후에··· 흐음~ 늦어도 1~20분 후에 지시하겠다. 아참~ 혹시 모르니 돌발적인 상황 시에는 매뉴얼대로 조치하라.]

그런데 1~20분 걸릴 것이라는 통신과 달리 30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 현장지휘관의 적절한 대처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리라.

“백인장님. 아직도 소식이 없습니까?”

“흐음~ 도저히 안 되겠다. 모두 막사 안으로 대피하라”

막사는 단단한 붉은 벽돌로 만들었다.

막사에서 농성하는 편이 야지에서 셔츠와 방탄복만 믿고 전투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바호의 병력과 대치하는 배달군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2시간 전, 나바호의 2만 3천 병력이 그제야 대열정비를 마쳤다.

“영주님~ 이제 곧 정옵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제부터··· 시작하지.”

‘처척~’

“충~ 주군께 승리를 바치겠습니다.”

군례를 마친 나바호 군대의 사령관. 포병대장에게 대포발사를 지시했고 포병대장은 배달과의 경계를 따라 포진한 포대에 발사명령을 하달했다.

참로로, 1개 백인대를 전멸시키기 위해 대포를 발사하는 건 화력낭비일 것이다.

다소 피해를 입겠지만 천인대만 내보내도 충분히 제압할 것. 그러나 나바호 자작은 완벽한 승리와 그로인해 올라갈 사기를 위해 배달군의 완벽한 전멸을 원했다.

“목표는 배달군이 농성중인 좌측 막사다. 겨냥하라!”

“넵, 겨냥!”

“부대~대···· 쏴!”

‘뻥~ 뻐버버버버뻥~’

‘꽝~ 콰쾅~ 퍼퍽···’

좌측 막사를 향해 50여발의 철환이 날아갔다.

초탄이라 대부분이 빗나가고 3~4발이 겨우 명중했다.

대포가 워낙 파괴력이 좋아 벽독건물에 예쁘장한 구멍을 만들었다.

“재장전. 빨리 재장전 해라.”

“쏴!”

‘뻥~ 뻐버버버버뻥~’

‘퍼버퍽~ 꽈과과꽝~’

재발사라서 명중탄이 늘어 8~9발이 건물을 직격했다.

더욱 고무적인 건 막사 안에 화약이라도 보관했는지 건물이 크게 폭발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내부에서 농성중인 배달군 100명은···

‘꾸아아앙~’

‘화르르~’

“우와~ 놈들이 다 뒈졌다.”

“우와~ 만세. 나바호 만세.”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는 순간, 전쟁의 공포에 굳었던 병사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탄환에는 눈이 없고 전쟁터는 언제 죽을지 알 수가 없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의 1차 관문을 어린아이 손목을 비틀듯이 가볍게 박살냈다.

“이긴다! 이 전쟁 우리가 이길 거야.”

‘그럼, 내가 죽지 않겠지. 아니, 나는 절대로 죽지 않아.’

막사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병사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잘 탄다, 아주 잘 타. 벽돌로 만들었는데도 저렇게 잘 타는구나. 우하하하~”

나바호 자작에게 불길은 승리의 예고이자 징조였다.

‘솔직히 좀 긴장했는데 다행이군. 이번 전쟁··· 생각보다 쉽게 승리하겠어.’

“사령관.”

“넵, 영주님.”

“이제 그만 출발하지?”

“넵, 영주님. 부대~애··· 1연대부터 진군을 시작하라.”

사령관의 명령에 나바호의 병사들이 대열을 풀고 배달의 영토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1시간 전에 벌어졌던 상황으로 연무장의 팰리스는 여전히 익스퍼트 상급을 위해 매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사태가 비단 나바호와의 접경지대에서만은 아니었다.

레나강변 즉, 레나강 이북지역을 통해 푸에블로와 크로우 영지와 접한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크로우와 푸에블로의 포병이 강 건너 배달의 막사 즉, 배달의 경비병들이 농성중인 막사를 향해 대포를 발사했고 이곳도 곧 불길이 치솟았다.

1차 관문을 박살난 푸에블로와 크로우의 병사들이 아무런 방해도 없이 도강했다.

그들의 뒤를 따라 무거운 대포를 실은 수레들이 줄줄이 다리를 통과했다.

팰리스와 아르펜의 부재 때문인지 배달의 저항은 전혀 없었다.

침공의 첫날이 다 지나가도록···

세 영지의 병력이 배달을 향해 거침없이 진군했고 이번 사태를 예견하고 파견된 정보원들이 오늘의 결과를 마법통신으로 보고했다.

61. 배달, 가진 힘을 드러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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