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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207화 (207/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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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가이아의 영주는 여러 특권들을 가졌고 자신의 영지에서는 절대적인 권력을 지닌 왕이나 다름없다.

세 영지가 하나의 영지처럼 연합하겠다는 말은 곧 자신의 기득권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서로의 이해득실을 따져야하기 때문에 연합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서 크로우 자작이 푸에블로와 나바호를 초대한 자리에서 특별하고도 아주 황당한 해결방안을 제안했다.

“푸에블로 남작, 나바호 자작. 남자로 태어난 이상 최고가 되어야봐야 하지 않겠소?”

“자작님. 최고라 하심은 혹시···”

“설마 황위를 말하는 것이오?”

“그렇소이다. 황제폐하와 후계자자들이 폭사 당했고 현재 주인이 없는 상태요. 누가 되었던 아니, 우리들 중에서도 황제가 나올 수가 있단 말이지요.”

‘피식~’

“하지만 자작님. 우리처지에 그것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그렇잖아도 (배달상단이)상권을 완전히 장악한 바람에 재정사정이 몹시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기껏해야 자작령이오. 차~암 꿈도 야무지구려.’

“안 될 것은 또 무엇이지요?”

“네, 네?”

‘도대체 무슨 소리야?’

“크로우 자작. 도대체 무슨 뜻으로 그리 말하는 것이지요? 우리 주제에 황위라니.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데.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소만.”

‘쓸데없는 서론이 너무 길다. 그러니까 서론은 이만 접고 빨리 본론이나 말해라.’라는 뜻이 생략되었다.

“험험~ 그렇다면야··· 두 분도 생각해보시오. 일단 우리 세 영지가 하나로 똘똘 뭉치는 거요. 여기에 부자라고 소문난 배달까지 합쳐지면 어떻게 될 것 같소? 아~ 그렇다고 배달과 연합하자는 뜻은 아니라오. 배달은 우리 세 영지의 재정을 악화시킨 놈들이오. 당연히 그곳은 취해야할 곳이지 동등하게 합칠 곳이 아니지요.”

세 영지는 고만고만했지만 하나로 합쳐지면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리고 배달은 세 영지의 시장 대부분을 잠식한 현실처럼 상당한 이익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크로우 자작 주장대로 세 영지가 합쳐지고 배달까지 병합하면 어떻게 될까?

제국의 어떤 강자라도 무시하지 못할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할 것이다.

단, 이를 위해서는···

“배달을 취하기 위해서는 일단 우리가 먼저 하나로 뭉쳐야만 할 것이오.”

문제는 이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

‘그걸 누가 모르나. 그것이 실제로 가능 하느냐의 문제였지. 안 그래? 그리고 하나의 영지로 합쳐지면 도대체 누굴 맹주로 추대한단 말이야?’

‘말이 쉬워 연합이지, 대승적으로 누가 우두머리를 양보하겠냐고. 드래곤의 꼬리보다는 코볼트 머리가 되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잖아?’

“아마도 누가 양보하겠냐며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오. 아니오?”

“어험~”

“험험~”

“요즘 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권력이라는 것이 참으로 요상합디다. 기사의 맹세처럼 충성맹세가 그리도 신성하다고 말하지 않소? 헌데 권력이라는 놈이 끼어들면 당최 믿을 수가 있나. 여러분도 아니 그렇소?”

“뭐, 그렇긴 하지요.”

“권력이 그만큼 대단하지요..”

“그래서 내가 생각했소. 우리 세 영지가 어찌해야 진정으로 하나로 뭉칠까!”

“하나로 뭉친다함은 혹시 피를 섞는?”

고래(古來)로부터 피를 합쳐 민족과 영지를 단단하게 결속시키는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하하하~ 그렇지요. 자식들을 혼인시켜 새로 태어날 아이에게 영지를 상속하는 것이오. 그럼, 우리 세 영지가 하나의 가족이 될 테고 후대에는 강력한 영지로 성장하지 않겠소?”

“···”

“···”

여전히 반응이 냉담했다.

충성맹세도 믿을 수 없다는 판국에 어찌 정략결혼을 믿겠는가.

여기에 가장 큰 난관은 연합할 영지가 두 곳이 아닌 세 곳이라는 점이다.

“아아~ 알지요. 세 영지가 결합해야 한다는 사실, 누구보다 본인이 더욱 잘 알지요.”

“그럼에도 이를 언급했으니··· 그렇다면 비책이 있습니까?”

“그렇소. 우리 세 영지가 한 가족으로 엮이는 비책. 그것이 무엇이냐면···”

크로우 자작에게는 1부인(대체로 정통성과 영향력이 가장 크다)에게 얻은 딸, 엘리제가 있는데 결혼하기에 적당한 16살이고 얼굴도 어미를 닮아 제법 반반하다.

그의 딸 엘리제 그리고 푸에블로 남작과 나바호 자작의 아들들을 비밀리에 혼인시킨다.

즉, 부인 한명에 남편이 둘이라는 소리였다.

크로우 자작의 입장에서는 그의 피를 이은 엘리제, 그녀가 낳은 손자에게 영지를 상속한다.

푸에블로와 나바호도 각자의 피를 물려받은 아들, 그들의 피를 이은 손자에게 영지를 상속한다.

그런데 잠깐!

부인이 하나인데 남편이 둘이라고?

그럼 세 영지를 상속받을 아이가 누구의 피를 이어 받았는지 알 수가 없다.

여담이지만 고대 인류는 대부분 난혼(亂婚)으로 종족을 이어갔다.

부친이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았던 반면 모친은 확실하게 알 수가 있다.

이런 이유로 고대 인류는 자연스럽게 모친 중심으로 모계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21세기 현대사회에서도 티베트의 어느 지방에서는 부인 한명에 2~4명의 신랑(보통은 형제, 兄弟共妻)과 결혼하는 일처다부제(一妻多夫制)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사위를 받아들일 때에 딸의 나이가 너무 적으면 장모가 대신 사위와 부부생활을 하다가 딸의 나이가 차면 그제야 합방시키기도 한단다.

또 중국 쓰촨성과 윈난성 국경지대에 사는 소수민족, 마사인(摩梭人)은 주혼(走婚)이라는 결혼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여성이 13세가 되면 성인식을 치르고 이때부터는 마을의 성인남자와 애인관계를 맺고 밤에 방으로 불러들여 거사를 치른다.

언뜻 난잡한 성생활이 연상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이곳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사귀는 남자만 방으로 불러들이는데 사실상 일부일처제와 다름없다고 한다.

남자와 함께 살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하면.

그렇다. 세상이 좁아졌어도 여전히 넓고 참으로 다양하다.

모든 것을 유교사상에 찌든 우리의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우리의 관습이나 가치관과 ‘다르다’고 해서 ‘틀리다’로 해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처다부제가 되었든 일부다처제가 되었든, 형제공처든지 주혼이든지 그것이 생겨난 건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재벌들이 없애자고 난리치는 각종 규제들처럼···

또 그럴 만한 사정과 필요성(예를 들자면 티베트는 토지 생산성이 너무 낮다. 자연스러운 인구 억제책으로 일처다부제를 채택.)으로 인해 관습으로 굳어진 것이다.

사회구성원이 모두 인정하는 관습 말이다.

그런데 크로우 자작이 제안한 건 가이아의 관습이나 상식과 전혀 맞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비밀리에 결혼시킨다고 제안했을까?

이는 매우 추악한 권력욕 때문이라는 방증이고 그만큼 비도덕적인 정략결혼이었다.

“내가 노린 점이 바로 그것이오. 그대들의 아들과 엘리제를 한꺼번에 합방시키면 누구의 씨앗인지 모르오. 오직 신만이 알지 않겠소? 뭐, 원한다면 그대들이 내 사위가 되어도 상관없소. 중요한 건 세 영지의 피를 섞는 것이니까요. 하하하~”

“그, 그런··· 어떻게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푸에블로 남작은 어이가 없는 얼굴이었지만 나바호 자작은 여전히 신중한 얼굴이었다.

“잠깐 푸에블로 남작. 마냥 그리 탓할 것이 아닌 것 같소.”

“자, 자작님.”

“이보시오. 남작.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따져보시오. 우리 세 영지에게 무엇이 이익인지.”

나바호 자작의 충고에 푸에블로가 잠시 고심했다.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될 것이냐. 아니면 미래의 강력한 로드의 웃어른이 될 것이냐.

푸에블로 남작은 날 때부터 금수저였다.

그의 대답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좋습니다. 적당한 아들을 골라 혼인시키지요.”

이렇게 배달을 위협하는 세 영지가 혼인동맹을 이용하여 믿을 만한 연합으로 다시 태어났다.

세 영지는 배달을 접수하기 위해 전쟁을 준비했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역시 선제기습 공격이리라.

그래서 은밀하게 군수품을 준비하고 병력도 인적이 없는 곳에 모아 훈련시켰다.

배달이 절대로 알지 못하도록 매우 은밀하게···

* * *

‘피식~’

“어떻게 이리도 우릴 모를 수가 있지?”

‘멍청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도 순진한 것인지.’

“설마 그리 움직이며 우리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피식거리며 비웃는 팰리스. 세 영지가 은밀하게 준비하는 가당찮은 짓에 어이가 없고 너무도 한심했다.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까지 일었다.

배달을 침략하기 위해 은밀히 준비하는 자들에게···

“갑작스럽게 공격하겠다는 속셈이겠지요?”

“당연히 그럴 겁니다. 굳이 모사드의 정보가 없더라도 충분히 알만한 사실이었습니다.”

배달의 무력을 책임진 아르펜 휘슬러였다.

‘순진한 건지 아니면 너무도 무능한 것인지.’

“우리가 세 영지의 상권을 장악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나? 허허~ 그것 참.”

세 영지가 영지차원으로 나름 은밀하게 준비하고 있다지만 시장에 영향이 안 갈수가 없었다.

곡물과 철의 유통경로만 슬쩍 체크해도 전쟁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낼 수가 있었다.

“그만큼 우릴 모르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구려. 불쌍할 정도로 우릴 모르는군요.”

비단 세 영지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배달이 워낙 숨기고 움츠린 덕분에 주변 영주 대부분이 하찮게 여겼다.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배달이 주변 영주들에게 얕보인 것이리라.

전쟁이 시작되고 배달이 가진 힘을 드러나면 아마도 깜짝 놀라 자빠질 것이다.

“영주님. 경시하면 할수록 그만큼 전쟁이 쉬워집니다. 그것을 위안 삼으십시오.”

“본 영주도 잘 알고 있소. 헌데 한편으론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구려. 우리가 이리도 얕보였다니.”

“잠시뿐입니다. 조만간 우리의 진정한 실체가 드러납니다. 모두들 놀라 자빠질 겁니다.”

“후후후~ 그렇겠지요? 아무튼 무력부장. 기습공격 대한 대응책과 역습은··· 계획대로 잘 준비하고 있겠지요?”

배달은 덩치를 불리기 위해 세 영지를 병합하겠다고 결정했다.

세 영지를 빠르게 합병하고 주민들을 배달인으로 동화시키기 위해서는 침략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선제공격을 허용하되 통렬한 역습으로 빠르게 점령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처척!’

“충! 준비는 이미 완벽합니다. 영주님~ 저희 군은 놈들이 빨리 침략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하하하~ 좋소. 무력부장과 군을 믿겠소. 이제 그만 일보시오.”

“넵, 영주님. 그럼···”

팰리스는 기꺼운 마음으로 아르펜을 전송했다.

“그런데 어찌한다. 하릴없이 마냥 기다리기도 뭣하고.”

침략이 임박한지라 배달은 보름 전부터 전시체제로 전환했다.

군수품으로 전용될 상품의 유출을 통제했고 세 영지가 빨리침략해오기만을 기다리는 실정이었다.

팰리스는 평소 매우 바쁘게 생활했다.

황당하게도 위기(?)가 오자 시간적으로 여유로워졌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갑작스런 여유에 팰리스가 난감해했다.

한마디로 너무 심심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았다.

“그렇다고 시간을 마냥 헛되이 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면 조만간 도착할 고무로 (트랙터용)타이어를 개발할까? 자, 잠깐 타이어를 만들려면 나일론이 필요하잖아? 그럼 플라스틱이랑 나일론도 함께 만들어보자.’

트랙터는 현재 고무가 발명(?)되지 않은 관계로 통짜 철로 만든 바퀴를 사용한다.

타이어 개발이 이리 늦어진 건 원료 수급 때문이었다.

팰리스가 고무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가신들이나 (이리자야의)티무르 왕에게 고무나무 수액은 그다지 좋은 상품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고무는 아이들의 놀이용 공을 만드는 원료였다.

그래서 팰리스가 권한 고무나무의 대량재배에 그리 반기지 않았다.

다행히 팰리스가 대량구매를 약속하고 선금까지 미리 지급하는 방식으로 밀림에 거대한 고무나무 숲을 조성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안정적으로 고무나무 수액이 공급될 것이다.

그리고 나일론과 플라스틱으로 대표되는 고분자화합물은 언뜻 땅속 깊은 곳의 석유를 시추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리 석유가 대단하다지만 개발은 좀 곤란하지. 어디에 묻힌 줄도 모르고 석유를 시추할 기술적인 여건도 너무 부족해. 그렇다면 역시···”

다행히 플라스틱(고분자화합물)의 원료는 석탄을 (고온고압으로)열분해해서 얻을 수가 있었다.

다만, 전생에서 화학과 그리 친하지 않았던 팰리스라 그에게는 ‘넘사벽’수준이겠지만···

‘피식~’

“그걸 왜 내가 고민해야 해? 그 문제는 그 분야의 전문가, 연금술사에게 맡기면 그만이지. 안 그래,”

‘알케미 경에게 나일론이나 만들라고 지시해야겠다.’

나일론을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단지 규모의 어마무시한 생산설비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석탄을 분해한다는 개념과 나일론, 플라스틱을 생산하기까지의 제반지식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가이아의 연금술은 중세시대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다행히 원스턴 알케미와 그의 제자들은 팰리스가 과학지식을 제공함으로써 대략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 사이의 기초화학지식을 보유했다.

윈스턴에게 플리스틱과 나일론을 제작하도록 명령하려면 팰리스가 그에 필요한 제반지식과 기술들을 제공해야할 것이다.

‘고로, 내가 또 머릿속을 졸라 검색해야 한다는 뜻이겠지? 아이고 내 팔자야.’

“그래, 놀면 뭐하나. 하나라도 빨리 발전시켜야지. 겸사겸사 마나호흡으로 수련도 하고.”

팰리스는 영주 전용의 수련장으로 이동하여 평소처럼 마나집적진 위에 가부좌로 틀어 앉았다.

머릿속에서는 타이어와 나일론에 관한 지식을 뒤졌다.

동시에 마나호흡을 유지하며 주먹만 해진 단전에 마나를 공급했다.

여담이지만 수련이라고 해서 꼭 혈맥이 어쩌고 혈도가 어쩌고 하는 건 아니다.

지금처럼 머릿속으로는 고민하고 몸으로 마나를 받아들이면 그것이 바로 수련이었다.

그런데 관련지식의 검색,도, 단전의 성장이라는 것도 언제라고 기약할 수가 없었다. 그저 꾸준하게 검색하고 수련하다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것을 찾거나 얻을 것이다.

팰리스에게 뭔가 변화가 찾아온 건 일주일 후, 세 영지의 침공이 임박했을 무렵이었다.

‘후우우웁~ 후우~ 후우웁~ 후우~’

‘어, 어라? 뱃속이··· 아랫배가 뭔가 좀··· 수상해.’

그렇다. 한 단계 도약할, 꾸준한 수련의 보상을 받을 기미가 시작되었다.

어느 순간 팰리스의 몸에서 흐릿한 빛이 새어나왔다.

60. 쟁투의 시대가 시작되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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