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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일꾼들이 물에 이긴 진흙을 벽돌형 틀에 넣어 다지고 말린다.
잘 마른 진흙벽돌은 주변에 들어선 컨베이어에 실렸다.
컨베이어는 100m 길이에 달하는 기다란 터널형 가마(대량생산 방식의 가마)를 아주 느리게 통과하며 진흙벽돌을 단단하고 붉은 벽돌로 구워냈다.
적당하게 식은 벽돌들은 4마리의 말이 이끄는 수레에 차곡차곡 실려 어디론가 옮겨진다.
벽돌이 도착한 곳은 아무르강 이남지역으로 지면이 평평하고 단단하게 다져져 있다.
거칠고 울퉁불퉁한 초원을 이리 변신시킨 건 마도기관이 장착된 트랙터였다.
아니, 지금도 트랙터들이 주변의 땅을 계속 고르고 단단하게 다지고 있었다.
정면에 거대한 금속판을 단 트랙터, 불도저가 울퉁불퉁한 대지를 시원스레 밀어버린다.
평평해진 지면은 롤러를 매단 트랙터가 연신 오고가며 단단하게 다진다.
지면이 얼추 다져지면 행정학부 소속으로 실습(을 빙자한 노가다)을 나온 학생들이 도면을 살피다가 그곳에 말뚝을 박고 줄을 쳐 도로와 주택구역을 표시한다.
작업의 우선순위는 역시 도로가 먼저일 것이다.
수많은 인부들이 벽돌을 차례로 깔고 모래를 흩뿌려 고정시킨다.
물론, 재료가 벽돌이고 사람이 하는 일이다.
완벽할 수가 없고 트랙터 같은 중장비가 지나가면 벽돌이 깨질 것이다.
“라라라~ 랄라라라~ 우리 자기. 빨리 나와 봐.”
‘뾰로롱~’
[우리 애기··· 나, 불렀쪄?]
“웅, 내가 불렀쪄! 자기~ 저기 저 도로가 보이지?”
참고로, 클레이는 대지의 상급정령이었고 엘프 에르데는 손자와 손녀를 둔 노파이자 초록마을의 3장로 중 1인이었다.
언뜻 치정문제나 바람을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오해하지 마시라.
클레이와 에르데는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고 있을 뿐이다.
세속의 잣대로 평가하면 안 된다. 정말이다.
정말로 이런 친밀한 관계로 인해 에르데가 상급정령과 계약하게 된 것이다.
‘끌끌끌~ 꿀꺽!’
‘우리들은 하루 일당이 5실버라고 했겠다?’
100브론즈가 1실버였고, 100실버가 1골드였다.
그리고 1골드는 4인 가족의 1년 생활비에 해당하는 거금이라서 5실버는 상당한 일당이었다.
5실버!
에르데가 원했던 최신 망가를 비롯하여 맛있는 고기와 여러 주전부리를 실컷 사고도 남을 것이다.
[눈이 있으니깐 잘 보이지. 그런데 저건 왜 저렇게도 허접하게 만들었대?]
“자기는··· 인간이 하는 일이 원래 그렇지 뭐. 나랑 우리 자기야가 이해해야지. 안 그래?”
[하긴 뭐··· 알았다. 우리 애기는 저것을 돌처럼 단단하게 만들어달란 부탁이겠지?]
“웅, 당연하지. 자기야가 좀 힘 좀 써라.”
[어째 우리 애기는 뭘 부탁할 때만 부르더라?]
“그, 그런 거 아냐. 절대로! 내 맘 알지?”
[알았다, 알았어. 그렇게 정색하면 내가 뭐가 되겠어?]
“헤헤헤~ 고마워 클레이. 역시 우리 자기 밖에 없어.”
[어험~ 내가 힘 좀 써주지. 으챠~]
‘샤라랑~’
클레이가 힘(?)을 쓰자 인도(人道)의 강도로 만들어진 도로가 트랙터가 지나가도 끄떡없을 차도(車道)로 강화되었다.
“어머, 어머! 우리 자기 최고!”
[어험, 어험~ 다른 곳은? 다른 곳은 또 없어?]
“당연히 있지. 저기 하얀 선으로 그려놓은 곳이 보이지? 저곳에 돌과 벽돌을 쌓아 5층 건물을 만든데.”
[당연히 지면이 아주 단단해야겠군. 기초공사란 건가?]
“어머, 우리 자기는 역시 똑똑해! 그렇다면··· 알지? 어서 일해!”
십장이 된 에르데의 지시에 클레이가 기꺼운 마음으로 능력을 발휘했다.
그렇다. 엘프가 동원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정령 또한 노가다 판에 동원되었다.
그런데 건물의 주요 재료가 돌과 벽돌이라지만 다른 소재들도 제법 많이 소요된다.
대표적인 소재를 들자면 역시 철과 목재가 될 것이다.
강철은 무한제철소에서 너무 많이 생산하는 바람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문제는 목재였다.
한번 파괴된 숲은 한세대가 지나야만 겨우 회복된다.
다만, 그건 일반적인 경우였다.
배달에는 숲의 영원한 동반자, 엘프들이 살았고 그들은 나무를 빨리 자라게할 능력자들이었다.
그리고 인간들과 접하면서부터 바라는 것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라라라~ 랄라라라~ 나무야, 나무야 빨리 자라나렴. 그래야 고기도 사먹고 예쁜 옷도 사입고 또 히히힛~ 최신판 망가도 사서 보고 으헤헤헤~”
(마나 공급용)마정석을 손에 쥔 엘프가 바라는 것들을 가사로 담아 노래하다가 방정맞게 웃어젖혔다.
신기한 건 방정맞은 노랫소리에 맞춰 나무줄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굵어졌다는 점이다.
엘프의 성장촉진 마법 덕분인데 사실 작금의 모습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현상이었다.
그래서 일라이는 팰리스가 이런 작업을 부탁했을 때에 거절했었다.
“···그래서 다량의 목재가 필요하오. 수호자 부탁하겠소.”
“영주님! 우린 엘프에요. 자연을 사랑하고 숲의 영원한 동반자, 엘프! 언더스텐?”
“당연히 알고 있소. 하지만 목재를 수급하기 위해 거목들을 벌목하면 숲이 망가지잖소. 일라이 엘프들이 기여한 만큼 발언권 또한 강해질 것이오.”
“하지만 영주님.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건 상당히 좋지 않아요.”
“숲이 파괴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소? 일라이, 잠시 뿐이오. 도시가 완성된 후에는 그곳에 숲을 만들고 도시 내에도 공원을 가꿀 것을 약속하겠소.”
팰리스는 엘프들의 발언권과 숲, 공원을 약속하여 일라이를 설득했다.
그래서 배달은 도시개발에 필요한 목재수급용 생체목재공장(?)을 보유하게 되었다.
각설하고, 완전히 자란 통나무는 기사후보생들의 실습용이 되어 깔끔하게 잘리고 정리되었다.
때로는 그 자리에서 판자와 각목으로 가공되기도 했다.
마법사 후보생도 노가다 판에 빠질 수는 없었다.
그들은 마찰력 제로 마법과 부유마법 등을 발휘하여 작업자들을 도왔다.
이렇게 아무르 개발에는 엘프와 학교의 학생들이 동원되어 여러 부문에 기여했다.
그러나 가장 큰 기여는 역시 별다른 능력이 없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범한 인부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갈 집과 휴식을 취할 공원을 만드는 작업을 오늘도 묵묵히 수행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하루 일당이 1실버라니. 으쌰~ 그 돈이면 여러 물건을 살 수 있다. 으라차차~”
그는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동했다.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수 없는 법이다.
자신과 가족이 살아갈 도시를 자신의 손으로 만든다는 자긍심 또한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런 이들이 5만 명이 넘었다.
5만 명이 넘는 인부들이 열심히 노동하자 허허벌판이었던 곳이 빠르게 변해갔다.
그렇다고 해서 개발을 1~2년 만에 모두 완료할 수는 없었다.
평범한 아파트 단지를 완공하는 데에도 3~4년이 소요되지 않던가?
다만, 21세기 지구보다 빠르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과거의 배달이라면 이리도 많은 인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배달이 샤이엔을 합병하고부터 달라진 모습이리라.
참고로, 한창 농사철인 이때에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건설현장에 동원될 수 있었던 건 역시 트랙터를 적극 이용했기 때문이다.
배달은 트랙터 500대를 제작하고 협동농장에 공급해 일손부족을 해결했다.
그런데 잠깐! 팰리스는 어디에 있지?
거의 5만 5천명의 인부들에게 일거리를 맡긴 시행사(施行社) 팰리스가 건설현장에 보이지 않았다.
영주랍시고 탱자탱자 놀고 있을까?
설마 그럴 리가! 팰리스는 한국의 재벌 2세가 아니었다.
솔선수범하는 리더이자 천생 일꾼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이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오늘도 그는 부산의 마고성 집무실에서 죄 없는 머리카락만 쥐어뜯고 있었다.
“으~ 머리야. 머릿속이 터질 것 같네.”
얼마 전에 자신 스스로가 부여한 숙제 즉, 법랑과 식기용 스테인리스 그리고 (옥도자기의 가면을 쓴)회골자기와 서민용 생활도자기 공장을 위한 정보와 제조법들을 검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뇌에 쥐가 나도록···
알다시피 팰리스는 전생의 칠성이 보고 접한 것들을 모두 ‘촬영’한 모습처럼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렇다고 그가 슈퍼컴퓨터에 버금가는 존재라는 소린 아니었다.
그저 사진을 찍은 것처럼 기억하고 있을 뿐이지 그 내용까지 이해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도서관이나 파일처럼 일정한 방식대로 정리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가 원하는 정보를 찾으려면 지금처럼 집무실에 틀어박혀 며칠씩 머릿속을 뒤지는 수밖에 없었다.
검색(?)의 효율을 높이려면 뇌에 마나를 두르면 된다.
“하아~ 그 짓도 한두 시간이라면 몰라. 하루 종일 그럴 수는 없어.”
검색에 소모한 마나는 저절로 채워지거나 마나호흡으로 급속충전(?)시킨다.
문제는 마나의 소모가 아닌 절대적인 용량의 문제였다.
팰리스는 익스퍼트 중급이라서 검색시간(?)에 제한이 있었고 대부분은 지금처럼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머릿속을 뒤져야 했다.
다행히 보름동안 뇌를 굴리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자 필요했던 정보와 제조법들을 얼추 찾아냈다.
일단은 법랑 문제. 아나톨리아와 이곳에서 도자기를 생산했던 경험이 있다.
팰리스는 세륨과 함께 법랑제작에 필요한 유리질 유약을 만들어 시제품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사실, 도자기가 개발된 시점에서는 법랑의 원리나 개념이 중요했지 구체적인 제조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 아름답군. 도자기도 아름답지만 법랑도 꽤 쓸 만하겠는걸?”
“후후후~그렇게 생각해요?”
“당연하지. 법랑은 본판이 금속이다. 바닥에 떨어뜨려도 찌그러질 뿐 도자기처럼 깨어지지 않아.”
법랑은 표면이 유리 재질이라서 도자기처럼 식기가 부식되지 않고 청결하며 음식의 맛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도자기의 최대 단점인)깨어지지 않는 성질일 것이다.
“그런데 영주. 법랑용 그릇은 어떤 금속으로 만들 거야?”
“후후후~ 뭘까요? 세륨, 재미삼아서 어떤 금속인지 맞춰 봐요.”
“힌트, 힌트는 없나?”
“아마도 세륨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금속일 겁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금속이라··· 흐음~ 구리나 청동, 황동은 너무 평범할 테고.”
“그렇죠. 구리로 만든 그릇은 너무도 평범하죠.”
“그렇다고 해서 돈지랄인 은이나 황금으로 서민용 그릇을 만들 위인은 아닐테고···”
“하하하~ 그렇다면 뭘까요?”
“그렇다면 혹시··· 납? 납으로 법랑의 본판을 만들 생각인가?”
납은 열에 쉽고 녹고 가공성이 좋아 고대로부터 술잔이나 상수도관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그리고 로마의 멸망은 납으로 만든 술잔과 상수도관 때문이라는 설이 전해질 정도로 인체에 유해하다.
“이런 쯧쯧쯧~ 전혀 아니에요.”
“아니었어?”
“당연하죠. 일단 납이 얼마나 인체에 해로운지 알아요?”
“그, 그래? 몸에 아주 안 좋은 거야?”
“네. 아주! 몹시! 너무도! 안 좋아요.”
팰리스는 의도적으로 납의 유해성을 강조했다.
드워프들이 납중독에 걸릴까···
보다는 솔직히 납으로 물건을 제작해서 자신과 가족이 납중독에 걸릴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잘 살자고 이러는 건데 납중독이 웬 말이냐.’
“세륨. 혼자만 알지 말고 모두에게 납이 해롭다는 사실을 알려요. 그리고 납으로 무얼 만들 생각도 말아요.”
“아, 알았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납이 인체에 해롭지 않더라도 말이 전혀 안 돼요.”
“응? 왜 말이 안 되지? 납은 녹이 슬지 않고 가공성도 좋아 식기의 재료로 적당하잖아.”
‘피식~’
“세륨. 우리가 만들려는 그릇이 무엇이죠? 법랑은 기본적으로 800도의 고열로 구워요.”
법랑은 유리질 유약을 녹여 금속표면에 도포하는 그릇을 말한다.
납은 유리질 유약이 녹기도 전에 녹아버린다.
“아참, 그랬지? 그래, 납은 350도도 안 되어 녹아버려.”
“그러니 당연히 납은 절대 아니에요.”
“그렇다면 뭐야? 도대체 뭘로 법랑용 본판을 만들거야?”
“후후후~ 정말 모르겠어요?”
“웬만하면 그냥 알려줘라. 솔직히 대가리 아프다.”
“그렇다면야··· 내가 염두에 둔 금속이 무엇이냐면···”
‘꿀꺽~’
“뭔데?”
“철! 철이에요.”
“엥? 녹이 잔뜩 스는 그 처어~얼?”
“네,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테인리스강으로 철이 주가 되는 합금이에요.”
정답을 말하는 팰리스는 저도 모르게 일주일전에 찾아냈던 정보를 떠올렸다.
[스테인리스강
철의 최대 결점인 내식성의 부족을 개선(중략)··· 오늘날 사용되는 것은 크게 철-크로뮴계의 페라이트 스테인리스강과, 철-니켈-크로뮴계의 오스테나이트 스테인리스강으로 나뉜다.
전혀 녹슬지 않는다기보다는 보통 철강에 비해 그다지 녹슬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중략)···18-8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18%크로뮴·8%니켈 합금(중략)··· 25-20이라고 하는 25%크로뮴 ·20%니켈의 내열합금···(이하 생략)·-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참고로, 팰리스가 어떻게 이런 전문지식을 접했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다시금 말하지만 전생의 그는 공작기계로 쇳덩이를 부품으로 가공하여 납품했었다.
스테인리스강은 당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재라서 당연히 ‘네이뇬’을 검색했었다.
각설하고, 이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세륨은 강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미쳤어, 미쳤어! 아무리 합금이라도 식기를 철로 만든단 말이야? 리얼리?”
“네. 리얼리. 직접 시험해보면 되잖아요.”
“하긴. 그럼 합금비율이 어떻게 되지?”
“일단은 18-8. 그러니까 크롬을 18%, 니켈을 8% 나머지는 철의 비율로 합금해 봐요.”
“오오~ 알았다. 빨리 시험해 보고 알려줄게.”
‘후다닥~’
빠르게 개인 작업장으로 달려가는 세륨. 다음날부터 그는 스테인리스 예찬론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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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아무르 재개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