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61 --------------
“발사! 발사하라!”
‘뻐뻥! 뻐버버버벙~’
불안한 휴전상태였던 제국을 쟁투의 시대로 몰아간 포성(砲聲)이 제국에 울려 퍼졌다.
포성의 주인공은 안드레아에게 식민지 티모르왕국을 상실한 도야마 백작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달 전, 도야마가 티무르왕국을 막 빼앗겼을 무렵이었다.
‘으드득~’
“가리발디 놈들에게 티모르왕국을 빼앗겼다니.”
도야마 백작에게 티모르는 거대해진 군대를 비용을 감당해줄 기대주였다.
그런 티모르를 상실하면서 황위의 꿈과 미래도 함께 빼앗겼다.
도야마가 얻었던 수익을 이젠 가리발디가 대신 얻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대로 앙숙이었던 ‘개자식’들이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각하! 이대로 말라죽을 순 없습니다.”
기사단장의 말대로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백작과 영지가 말라죽을 것이다.
“단장의 말이 맞습니다. 이판사판입니다. 어렵더라도 가리발디를 쳐야 합니다.”
“후우~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능하겠나? 그대들도 알다시피 가리발디가 우리보다 강력하다.”
객관적인 전력은 가리발디가 훨씬 앞섰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가능··· 할 겁니다.”
“가능하다?”
“그렇습니다, 각하! 다구리에 장사가 없고 기습공격엔 그 어떤 군대도 무력해집니다.”
틀린 말이 아니다.
현재도 강하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미국도 강력했다.
그러나 그런 강력한 미국이 ‘허접’하다고 여겼던 일본에게 철저하게 우롱 당했다.
방심했다가 기습받았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일본과의 전쟁에 대비가 없어 전황이 파죽지세로 밀렸었다.
다만, 가이아의 상식으로 선전포고 없는 기습공격은 매우 부적절했다.
영지전쟁을 시작함에 있어 기습공격은 감히 생각지도 못할 ‘폭거’이자 비겁함의 정점이었다.
“뭐, 뭐라? 기습공격이라고?”
“영주님의 명예에는 큰 흠이 될 것입니다. 허나, 이대로 주저앉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기습을 너무 비겁하다. 그렇지 않나?”
“그렇지요. 허나, 이대로 죽을 순 없잖습니까.”
“맞습니다, 영주님. 솔직히 가리발디가 먼저 선전포고 없는 기습공격을 감행했잖습니까.”
“응? 단장, 그 자식들이 언제 우릴 기습했었나?”
“티모르왕국입니다.”
제국 영주들에게 식민지는 자신의 영토가 아니었다.
그저 비대해진 군비를 감당해줄 캐쉬카우이자 착취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남방의 해전에서 자주 발생하는 기습공격은 뇌외로 간주했다.
“티모르왕국? 거긴 사정이 다르잖나. 알다시피 티모르는 식민지라서···”
“각하! 식민지든 뭐든 우리 도야마가 관리했습니다. 우리가 관리했으니 당연히 영톱니다.”
‘이제부터는 무조건 영토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가?”
‘그렇지. 영토가 되어야만 우리에게 유리하다. 그래 식민지도 나의 영토다!’
이리 생각하니 백작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렇군. 티모르는 우리의 영토였다. 비겁한 개자식들이 기습해서 우리의 영토를 강탈한 것이다.”
“맞습니다. 명예를 모르는 개잡종들입니다. 가리발디 놈들이 먼저 기습 공격한 겁니다.”
“옳소! 비겁한 놈들이 비겁하게 기습했습니다. 허나, 우린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우리의 기습은 정당합니다. 그렇습니다. 응징이자 보복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응징, 보복! 좋다. 가리발디 놈들에게 응징하고 보복하겠다.”
이렇게 해서 가리발디를 목표로 기습공격이 결정되었다.
다만, 전쟁을 결정했다고 그때부터 당장 싸울 수는 없었다.
전쟁을 시작하려면 병력을 소집하여 전장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병사들이 소비할 병기와 물자들을 마련하고 적절한 보급 창고에 모아놔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공격할지, 어디부터 점령할지 그리고 점령한 뒤에는 어떻게 처리할지 등의 수많은 문제들을 미리 검토해야 한다.
최소 1달을 꼼꼼하게 준비해야할 것이다.
최소 1달. 전쟁과 기습공격을 준비하다가 시작하기도 전에 탄로 날 가능성이 높았다.
“정의로운 보복(기습공격)이자 응징이지만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
“당연합니다, 각하!”
“그대들도 잘 알 것이다. 개잡종들이 눈치를 채면 오히려 우리가 당한다는 사실을.”
“넵, 영주님.”
“앞으로 1달이다. 그동안 철저하게 우릴 감춰야할 것이다.”
“충! 모든 일은 영주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도야마는 1달 동안 전쟁을 준비했고 마침내 가리발디를 기습 공격했다.
기습공격!
천하의 가리발디도 기습 앞에는 너무도 무력했다.
주세페가 병력을 소집하라고 명령할 때에 조선소와 대장간이 공격받았다.
그곳의 수많은 기술자가 죽었고 도야마의 포로가 되었다.
급히 소집한 기마부대를 보냈을 때에는 꾸준한 수익을 약속했던 방직공장이 불타고 있었다.
게다가 제국 최대의 곡물을 생산하던 농경지 1/5이 그만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기마부대가 시행한 무한파괴 작전의 결과인데 가리발디는 이처럼 도야마의 기습공격에 너무도 허무하게 당했다.
그렇다고 해서 도야마의 승리를 점칠 수는 없었다.
가리발디는 제국 서부의 전통적인 강자였다.
병력과 무기의 질에서도 앞섰다.
그저 초반의 기습공격에 무력하게 당했을 뿐이다.
각설하고, 가리발디와 도야마가 영지전쟁을 시작함으로써 불안한 휴전상태가 깨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도야마가 ‘기습공격’이란 전자의 보도를 사용하고부터 기존의 암묵적인 룰이 깨졌다.
과거에는 선전포고 없는 기습공격이 폭거였지만 이제부터는 효율적인 작전이 되어버렸다.
* * *
도야마 백작이 가리발디를 기습하겠다고 결단할 즈음이었다.
아무르를 배달의 주도로 결정한 팰리스는 티아늄 부부와 함께 아무르 재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새롭게 건설될 아무르는 상수도와 하수도를 갖춰야하고 도로들 또한 한꺼번에 마차 4대가 지나칠 만한 넓이로 확장하라고?”
“네, 티아늄. 그 정도가 되어야하지 않겠어요?”
“그래? 정 그렇다면 도시를 깨끗하게 밀어버리는 건 어때? 그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 같은데.”
티아늄의 제안에 팰리스가 기함을 터뜨렸다.
“뭐, 뭐라고요? 아무르는 10만 명이 살아가는 도시예요. 건물을 모두 밀어버리면 이곳에 사는 10만 명은 어떻게 지내라고요.”
솔직한 마음으론 살짝 그런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아무르 시는 계획적으로 성장한 도시가 아니었다.
난잡하게 확장한 도시였다. 팰리스가 원하는 도시로 다시 개발한다는 건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것 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러나 팰리스는 고도성장기의 한국의 독재자가 아니었다.
달동네 판잣집에 살다가 건설회사에서 고용한 용역깡패들에게 소중한 집을 잃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건설회사? 용역깡패? 아니지. 그놈들은 인세(人世)의 악마들이다. 아암~ 악마가 별 건가? 그놈들이 바로 악마였지.’
다른 영주라면 몰라도 최소한 팰리스에게는 그런 무지막지한 정책은 죄악이었다.
“생각해봐요. 집을 잃은 주민들이 어떻게 생활하겠어요?”
“그 사람들? 그네들이야 뭐 알아서들···”
“알아서 잘 살면 되겠다요. 안 그렇다요?”
“···”
‘이런 쌍~ 이놈의 드워프 부부가 정말.’
“절대로 안 그러네요. 최소한 나의 배달에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네요.”
“그래? 시간도 돈도 훨씬 많이 들 텐데?”
“그래도 어쩔 수가 없죠. 최소한 인세의 악마가 되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별 수 없지. 아무튼, 아무르를 2배로 확장하되 이미 살고 있는 주민들을 불편하지 않도록 재개발하자, 이 말이지?”
“네, 티아늄.”
“그런데 어떻게? 팰리스~ 나는 도통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다요. 그럭저럭 사는 주민들을 피해 어떻게 새로 개발한다요?”
이상은 높으나 현실은 시궁창이란 말이 있다.
기존의 도시를 어떻게 재개발하느냐! 이것이 문제였다.
“그거 말인가요? 그야 당연히··· 잘! 잘하면 되지 않겠어요?”
“이, 이런 씨ㅍ···”
“주먹이 운다요.”
‘까드득~’
‘뽀드드득~’
“워워~ 진정해요. 루비, 티아늄. 농담이잖아요.”
“정말로 농담이었어?”
“네, 두 사람도 가끔 나에게 농담하잖아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워 꽤 황당했지만.’
“쩝~ 뭐, 그렇다고 치고··· 그런데 정말 어떻게 할 건데?”
“맞다요. 젊은 영주가 요구한 도로와 상하수도는 설계도에 충분히 반영한 수 있다요.”
“그렇지. 하지만 기존에 이미 들어선 건물과 도로는 어떻게 할 건데? 주민들이 불편 없이 개발하는 건 불가능하다.”
“루비, 티아늄. 이렇게 하죠? 일단은···”
현재 아무르 시는 (과거의)서울처럼 아무르 강 북부에 주로 살고 있다.
(서울의)강남개발처럼 아무것도 없는 남부지역에 10만 명이 살만한 주거지와 근린시설들을 새로 만든다.
이렇게 남부지역의 건설이 끝나면 북부의 주민들을 남부에 이주시킨다.
이후에 텅 비어버린 북부지역을 깨끗하게 밀어버리고 계획적인 도시로 다시 개발하되 아무르 강 이남과 어울리게 개발한다.
즉, 이무르 시를 시간차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계획상 재개발이 완료되면 남부지역은 주로 주거용 건물과 근린시설들이 주를 이루겠지요.”
“그렇다면 북부는 상가와 공공건물이 주를 이루겠네?”
“그렇죠.”
“쩝~ 뭐, 나쁘진 않군.”
“후후후~ 당연히 그렇겠죠.”
‘한국에서도 보통 이런 식으로 개발했으니까요.’
사실 한국에서도 이런 대단위 개발은 거의 없었다.
아파트 단지 규모만 해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대규모 공사일 것이다.
다만, 가이아에서는 고층 건물을 세울 필요가 없었다.
마나와 마법을 이용하면 21세기 한국보다 쉽고 빠르게 건물을 만들 수가 있었다.
팰리스는 드워프들과 함께 일주일 동안 신도시를 설계했다.
준비를 마친 보름 후부터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아무르 강 이남의 어느 석산에 일단의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제군들~ 오늘은 마나를 원숙하게 다루기 위해 현장실습을 마련했다.”
“네? 현장··· 실습이라고요? 노가다 판이 아니고요?”
“안토니아 교수님. 저희들은 기사학부 졸업반입니다.”
“그렇습니다. 저흰 마나를 깨우친 익스퍼트 실력자들입니다.”
‘피식~’
“너희들이? 허허허~ 너희들은 나, 스트롱 안토니아 같은 실력자가 아니다. 너희들이 정말로 익스퍼트 급 실력자들인 줄 아나?”
기사 안토니아 말의 과히 틀리지 않았다.
검에 마나를 주입한다고 해서 진정한 실력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아직 마나수납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비록 다른 영지에 가면 상당한 실력자로 대우하겠지만 파이온과 배달에서는 그저 햇병아리에 불과했다.
“아, 아닌가요?”
“그렇다. 제군들은 아직 아니다. 검에 마나를 주입한다고 해서 다 익스퍼트급인 줄 아나?”
“···”
‘갸우뚱~’
“대단한 착각이자 오만이다. 그런 정신머리로 전장에 나서면 죽는다. 아주 평범한 병사의 총에, 정신 차려라!”
“···”
‘꿀꺽~’
“최소한 탄환을 튕겨낼 정도의 실력! 그리고 마나를 원숙하게 다루고 수납이 자연스러운 경지가 바로 진정한 익스퍼트 급의 시작일 것이다.”
“교수님. 어떻게 해야 마나 수납이 자연스러운 실력가 될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해야 마나를 원숙하게 다룹니까! 가르쳐 주십시오.”
“정답은 제군들도 잘 알고 있다.”
“네, 네?”
“오직··· 연습만이 살길이다.”
“아~ 예에···”
“쳇~ 또 그 소리네.”
“조용! 제군들이여~ 진정한 익스퍼트급 실력자가 되고 싶지 않나?”
“···”
생각 외로 기사후보생들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다.
솔직히 이들은 모두 검에 마나를 주입하는 실력자였다.
학부를 졸업하면 대부분 실버 라이칸 기사단의 일원이 될 것이다.
“아참~ 실버 라이칸 기사단에 입단하려면 마나수납이 자연스럽고 원숙하게 다뤄야만 한다.”
“뭐,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피식~’
“단순하기는··· 제군들. 기사단에 입단하면 어떤 줄 아나?”
“그야 뭐···”
“꽃길을 걷는 거 아닌가요?”
“상황파악이 느리군. 제군들~ 예쁜 여자들이 길게 줄을 선다고 한다.”
“오~”
“몇몇 제군들은 아직도 감이 못 찾았군. 입단하면 말이다? 예쁜 여자들이 너흴 자빠뜨리려고 덤벼든단 말이다.”
“우와~”
함성소리가 더욱 커졌다.
“다시 묻겠다. 제군들이여~ 옆에 있는 동료보다 먼저 진정한 실력자가 되고 싶지 않나?”
“넵! 되고 싶습니다.”
“안토니아 교수님. 솔직히 제가 저 새끼보다 훨씬 낫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먼저 실버 라이칸 기사단에 입단해야 합니다.”
“하하하~ 그런가? 그렇다면 이곳에서 증명해라. 아니, 이제부터 실습해라.”
“넵, 교수님.”
“다시금 명심해라~ 오직 연습만이 살길이다. 참고로, 석재는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50Cm 크기로 자르되 검에 마나를 계속 주입하고 있어야 한다.”
“맡겨주십시오, 교수님.”
“좋다! 그럼, 이제부터··· 실시!”
“실시!”
‘우루루~’
기사후보생들은 일제히 적당한 바위를 골라 마나검으로 석재를 다듬기 시작했다.
그렇다. 기사후보생들은 지금 건설용 석재채취에 동원되어 열심히 노가다를 뛰고 있었다.
“나도 예쁜 여자랑··· 이얏!”
그들은 예쁜 여자와 사귀겠다는 집념으로 마나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기사학부만 노다가판에 동원된 건 결코 아니었다.
학생들이 적당한 크기로 자른 석재를 한곳에 쌓아놓자 로브를 걸친 자들이 모여들었다.
마법학부의 교수 말포르 도밍고와 그의 제자들이었다.
참고로, 그들은 평소 기사학부를 무식하다고 놀리는 낙으로 산다.
“자네들은 기사학부와 달라. 뇌까지 근육으로 단련시키는 자들이 아냐.”
“하하하~ 그렇습니다, 스승님.”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자네들이 더욱 잘 알겠지?”
“넵, 스승님.”
“우린 마법을 이용하여 신도시가 더욱 빠르게 건설되도록 협조해야 합니다.”
“아무르 시를 새로이 개발하는데 조력하고 부족한 마법실력도 늘리는 아주 훌륭한 수련법입니다.”
“그렇지. 아주 잘 알고 있구먼.”
“스승님. 저흰 기사학부가 아니잖습니까? 저흰 마법학붑니다.”
“하하하~ 그렇지. 아무튼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제부터 각자 알아서 노가다··· 아니, 수련하도록.”
마법학부 학생들도 수련을 겸한 노가다판에 뛰어들었다.
덕분에 아무르강 이남지역이 21세기보다 훨씬 빠르게 제 모습을 갖춰갔다.
59. 아무르 재개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