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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을 향해 급속 항진!”
배달의 18살 청년 줄리오는 몬스터로 분장시킨 거북이급의 전투함, 드레이크호의 선장이자 자칭 남방함대의 총사령관이었다.
딸랑 거북이급(거북선을 닮았다)의 전투함 1척으로···
줄리오는 아나톨리아 출신이라서 소싯적부터 학교에 입학했었다.
그는 아줌마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토머스가 부러워 기사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재능이 너무 평범했다.
누구도 줄리오가 기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조차도···
다만, 모성은 참으로 대단했다. 과거 어느 깊은 밤이었다.
“얘야~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통나무에 칼질하거라.”
“알았어요, 엄마.”
‘사각~ 서각~ 사각···’
‘빠악~ 빠악~ 빠악····’
팰리스가 전파한 한석봉의 일화가 가이아에서 재현되었지만 현실은 일화처럼 그리 교훈적이질 못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칼솜씨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지저분하게 잘린 떡 조각들을 급히 입속에 넣어 증거를 인멸했다.
‘우물우물~’
“하아~ 엄마도 참··· 걱정하지 말아요. 기사가 되기로 굳게 결심했으니까요.”
‘꿀꺽~’
“어머, 그랬니? 우리 아들이 참으로 대견하구나. 이제야 말하지만 우리 집에 돈이 많니? 아니면 네 얼굴이 어디 보통이나 가겠니. 네 낯짝으로 장가가려면 어떻게든 기사가 되어야 한단다. 알았지?”
“···네.”
그랬다. 줄리오도 토머스처럼 얼굴이 영 아니었고 그래서 토머스를 롤모델로 삼았다.
‘토머스님 같은 괴물도 여자에게 인기가 좋다. 기사가 된다면 나에게도··· 아자! 아자! 아자~아.’
줄리오는 특별하고도 서글픈 사연덕분에 일찍 철이 들었다.
그는 기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여기에 크라켄 고기를 배급받고 마나집적진의 도움까지 더해져 마침내 17살에 꿈에 그리던 익스퍼트 급의 실력자가 되었다.
“으흐흐흐~ 이제 난 기사다! 이제부터 내 인생은 꽃밭이야.”
설마 그럴 리가!
목표를 달성하며 잘 풀릴 것만 같았던 그의 인생이 갑자기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기사가 됐으니 꽃길만 걸을 줄 알았는데 이리얀 해의 책임자로 배치되고 말았던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건 (병사들에게 천국으로 알려진)이리자야의 톨롱에서 벌어지는 (줄리오에게만)만행이었다.
알다시피 (배달의)병사에게 이리자야는 모두가 꿈꾸는 근무지였다.
남방의 아리따운 처자들에게 너무 인기가 좋아서 소위 ‘자빠뜨림을 당하지 말라’고 경고 받을 정도였다.
단, 백인장 이하의 사병에게만···
[기사부터는 배달의 핵심전력이자 고급정보를 다룬다. 당연히 보안에 철저해야 한다.
정보유출은 개인의 사생활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런 이유로 기사의 1부인은 반드시 배달의 여성이어야만 한다.
단, 2부인과 첩‘들’은 배달의 여성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런 규정 때문에 줄리오는 함부로 자빠뜨림을 당할 수가 없었다.
아니, 줄리오가 자빠뜨림을 당해도 영지에서 결혼을 불허한다는 공식적인 오리발 즉, 책임 회피할 강력한 변명이 된다.
그래서 (이런 특별한 사정을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이리자야의 처녀들이 줄리오에겐 아예 접근하지도 않았다.
“어머, 설마 데이트 신청이에요? 그런데 어떡하죠? 다른 분과 선약이 있어서··”
“어머, 얘 좀 봐··· 입에 침이나 발라라. 그런데 기사님. 기사님은 함부로 데이트할 처지가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맞아, 맞아. 그렇다면 혹시 원 나잇? 아니면 섹파를 구하시나?”
“····험험~”
‘제, 젠장! 내 사정을 어떻게 알았지? 언제라도 자빠뜨려 줄 의향은 충만한데. 하아~ 외로워라.’
풍요속의 빈곤이랄까!
사병들은 아리따운 처녀 여럿과 함께 데이트를 즐겼지만 줄리오는 너무도 외로웠다.
그가 만약 이리얀해가 아닌 배달에서 근무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기사라는 직업은 배달에서도 소위 엘리트였다.
분명 예쁜 처자와 사귀다가 결혼했을 것이다.
근무지가 배달이었다면···
일이 제대로 꼬이려는지 줄리오는 기사로 임관되자마자 남방의 군사책임자로 배치됐다.
그런데 이리얀 해의 근무환경은···
“하아~ 기사님. 어떡하죠? 본부인이 2부인을 괄시하면 집안의 평화가 박살나는데··· 하아~”
어떤 병사가 이리자야의 처녀를 2번째 부인으로 삼았다며 이리 하소연했다.
물론, 젊고 팔팔한 줄리오를 놀리려는 (개)수작이었다.
“····”
‘으드득~’
“하아~ 줄리오 동새··· 아니, 기사님! 제가 술김에 그만 실수한 것 같지 말입니다?”
놀리려는 대열에는 동네형으로 지냈던 사병도 빠지지 않았다.
“····형. 웬만하면 그냥 가세요, 네?”
‘계급으로 찍어 누를 수도 없고··· 아우~ 미친다, 미쳐!’
“아이고~ 우리 줄리오 기사님이 또 이러신다. 그나저나 내 나이 이제 스물 셋인데 하아~”
“아이 씨~ 왜 또···”
“하아~ 인생이 뭔지. 이 나이에 벌써 부인이 둘에다가 첩이 셋이라니··· 고생해서 돈을 벌면 뭐한답니까? 모두 첩이랑 애새끼들 아가리에 훌라당 들어가는데··· (현지)첩들이 하도 난리를 쳐 이젠 술집도 제대로 못 간다니까요?”
“···”
‘까드득~’
‘술 먹고 또 사고를 쳐 첩이 늘어날까봐 그러는 거죠. 그런데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꼬였다냐?’
이상한 규정 하나가 줄리오의 파견생활을 완전히 꼬아버렸다.
줄리오는 계속되는 스트레스에 미칠 지경이었다.
이런 그에게 영지에서 괴상한 마법통신이 하나 날아들었다.
- 줄리오 경! 미안하지만 이제부터 그대가 해적이 되어야겠소.
“네? 해적이··· 되라굽쇼? 마도사님, 해적을 소탕하는 것이 아니고요?”
- 험험~ 사연이 어찌 된 것이냐 하면···
배달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고 경쟁 영지들의 성장을 견제하려면 남방교역을 독점해야 한다.
제국의 유력영지들이 남방교역에 참여하면 어떻게 되겠나?
배달의 가장 큰 수익원이 무너지며 동시에 미래까지 함께 사라진다.
‘사략함대의 임무라··· 내가 지휘하는 드레이크호라면 실패하려야 실패할 수가 없다.’
줄리오는 자칭 남방함대 총사령관으로써 사략함대의 역할을 충분히 성공시킬 것을 자신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줄 희생양이 필요했다.
“맡겨주십시오. 배달의 위해 기꺼이 사략함대를 운용하겠습니다.”
‘열 받는데 마침 잘됐다. 누가 되었든 걸리면 모두··· 뒈졌어!’
- 미안하오, 줄리오 경. 아참, 경도 알다시피 배달은 아직도 작은 영지라오. 괜한 명분을 주지 않으려면···
지구의 대항해시대와 달리 이곳은 마법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자칫 마법통신으로 배달의 소행이 드러나면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 우리의 소행인지 철저하게 숨겨야할 것이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로 우리 배달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줄리오의 남방파견대 자칭, 남방함대가 사략함대이자 해적으로 변신한 순간이었다.
줄리오는 거북이급을 감추기 위해 (배의 이름인)드레이크로 외양을 꾸몄고 해적깃발도 예쁘게 그려 매달았다. 그런데 남방교역을 독점하기 위해 살계를 펴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무리 배달을 위해서라지만 이유 없는 살상은 사기를 떨어뜨린다. 사략함대를 운용하더라도 그에 맞는 적절한 명분이 필요하다.”
줄리오는 부하들의 사기를 위해 아니, 살상의 명분을 찿기 위해 슈퍼스타호와 협의했다.
그래서 슈퍼스타호가 오늘처럼 가리발디의 함대에 빈틈을 보이고 접근했던 것이다.
예상대로 가리발디 함대는 멋도 모르고 배달의 배를 공격하려고 했다.
민간인 1,000여명이 탑승한 슈퍼스타호를 말이다.
“감히 우리 슈퍼스타호를 공격하려고 했어?”
“그렇습니다, 파견대장님. 그 배에는 수많은 민간인이 탑승해 있습니다.”
이로써 이리얀 해에서 무력을 행사할 최소한의 명분을 얻었다.
“그래 내말이··· 악당들아~ 이제부턴 나의 용서를 바라지 말라. 남방함대 총사령관인 나의 자비는 이제 끝났도다.”
‘삐질삐질~’
“아~ 예에····”
“에이 씨~ 또 시작이네.”
“모든 승무원에게 알린다. 드레이크호는 지금부터 적들을 응징한다. 출항하라!"
"하아~ 그 놈의 영웅소설이···“
‘영웅소설이 젊은이들을 죄다 배려놨어. 영주님이 말씀하신 중2병인가?’
이렇게 되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줄리오가 과거를 회상하는 사이에 양측의 거리가 3Km 이내로 줄어들었다.
“기관실, 사령관이다. 추진기어 분리하고 10초간 역회전! 드레이크호를 정지시킨다.”
- 예입! 현재 역회전 중··· 아~ 방금 역회전을 완료했습니다.
드레이크호가 적에게 옆구리를 내보이며 제자리에 정지했다.
3Km의 거리!
청동제 포신에 흑색화약을 사용하는 대포는 최대 유효사거리(직사로 발사하는)가 기껏 500m에 불과했다.
어떤 영지는 겨우 200m에 불과한 대포를 개발하고서 쾌재를 부르는 형편이었다.
반면, 포신을 강철로 만들고 무연화약과 탄피를 사용하는 배달의 속사포는 유효사거리가 3Km, 최대 사거리가 5Km에 달했다.
게다가 팰리스가 전수한 탄도학이 적용된 조준장치로 인해 5Km의 목표도 제법 명중시킬 수가 있었다.
즉, 배달은 싸우기도 전에 이미 승리한 셈이었다.
“함포실, 사령관이다! 지금 즉시 속사포에 철갑탄을 장전하라.”
브릿지에서 발한 줄리오의 명령이 전송관을 타고 2층 갑판의 함포실로 전달되었다.
이에 포병들이 서둘러 철갑탄을 장전하고 일제히 포문을 개방했다.
참고로, 목재선박을 공격하려면 철갑탄보다는 (폭발하는)작열탄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다만, 이럴 경우에는 작열탄의 비밀이 새어나갈 수도 있었다.
그래서 효과가 떨어지는 철갑탄을 장전했다.
- 파견대장님! 장전 완료했습니다.
“나··· 총사령관이다!”
- 아, 네에~ 알겠습니다. 파견대장님.
줄리오를 놀려먹는 포병들. 적들이 워낙 상대가 안 되는 전력이라 이렇게 여유로웠다.
아니, 줄리오의 중2병스러운 발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병들의 행동들이 얼추 이해될 것이다.
“전 함대원들은 들어라! 이제부터 남방함대 총사령관으로써 명령하겠다.”
- 아, 예에~
“적들은 가리발디영지의 선단으로 민간인이 다수 탑승한 슈퍼스타호를 공격하려고 했다. 우리가 비록 해적으로 분장하여 사략함대의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뜬금없는 줄리오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그랬다. 이제 겨우 18살짜리가 참 말이 많은데다가 겉멋까지 잔뜩 들어 있었다.
어떤 병사가 이런 상관을 좋아하겠나?
그래서 줄리오의 특별한 개인사정이 이리자야 처자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소위 자빠뜨림이 원천 봉쇄됐던 것이다.
즉, 줄리오의 스트레스는 그가 자초한 면이 다분했다.
각설하고, 전투를 앞뒀기 때문일까!
평소 30~40분 이어지던 연설이 겨우 10분 만에 마무리됐다.
“···이런 이유로 이제부터 우리가 이리얀 해를 청소해야만 한다. 그래서 목표는 가장 우측 함선, 조준!”
- 하아~ 우측 함선 조준!
- 우측 함선 조준! 조준 완료!
“그렇다면··· 빠개버렷!”
- 예입!
- 사령관 각하께서 빠개 버리랍신다.
‘뻥! 뻐버버버버뻥~’
원추형 철갑탄이 발사되어 대부분이 첫 번째 적선에 틀어박혔다.
‘뻑~ 뻐버버···꽈아아아앙~’
‘화르르륵~’
가리발디의 전투한 1척이 5~6여발의 대포를 얻어맞았다.
재수 없게 화약통에 불이 붙었는지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두 쪽으로 빠개졌다.
“어, 어?”
‘조, 좆 됐다. 이게 아닌 가벼.’
“도, 도망가야 합니다. 빨리 도망가야 합니다.”
“그, 그래! 후퇴! 빨리 후퇴하라.”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요한슨이 전면도주를 명령했다.
그러나 배달의 함포는 민간인을 공력하려했던 자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빠개버렷!”
‘뻥! 뻐버버버버뻥~’
‘뻑~ 뻐버버···꽈아아아앙~’
2번째 전투함이 난타당하다가 결국 유폭되어 침몰했다.
그로부터 4분 후에는 이제 막 배를 돌리고 도주하려던 전투함이 걸레가 되어 따듯한 남쪽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실질적인 전투가 모두 끝난 상황. 이에 소모된 시간이 무척 짧았다.
해상전투는 보통 하루나 반나절동안 쉴 새 없이 싸우는데 배달이 수행하는 해상전투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제 남은 적은 섬 그늘에서 느긋하게 구경하던 수송선들. 그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사신 앞에 모가지를 들이밀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도, 도망··· 빨리 도망가야 해.”
“빠, 빨리 마도기관부터 가동시켜!”
수송선들은 급히 마도기관을 가동하고 도망가려고 했다.
물론, 수송선의 속도가 너무 느려 도망에 성공한 배는 없었다.
차례대로 피격되어 섬 부근의 바다에 가라앉았다.
역설적으로 너무 빨리 침몰한 것이 오히려 그들의 생존율을 높여줬다.
수심이 얕고 섬과 가까운 바다에 침몰했다.
그래서 수송선에 탔던 절반가량의 선원과 병사들이 헤엄쳐 섬에 올랐던 것이다.
몬스터가 서식하는 섬에 빈 몸으로···
(달랑 1척으로)자칭 드레이크 함대는 살육에 미친 자들이 아니었다.
엄정한 규칙과 군법으로 조련된 배달의 병사들이었다.
그래서 비무장으로 섬에 오른 자들을 학살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로로 잡으려 들지도 않았다.
중2병 환자 줄리오만 빼고···
“드레이크호를 섬에 상륙시켜라. 저들을 포로를 잡아야겠다.”
줄리오의 중2병이 또 발작하려고 했다.
다행히 배달의 군부는 줄리오의 성향을 파악하고 리들스톤이라는 작전참모를 붙여 견제하게 했다.
“네에? 포로···라고라? 파견대장님 진심입니까?”
“그렇다, 작전참모. 저들의 배를 격파했지만 내가 스트레··· 아니, 사람이 미워 그런 것이 절대로 아니다.”
“보안! 군사비밀을 새어나가도 괜찮습니까?”
“섬에 가둬 놓고 강제노역을 시키면 되잖나.”
“포로들이 탈출하면요?”
“탈출 못하게 막으면 그만이지.”
“그걸 대책이라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드레이크호는 배수량이 기껏 200톤 밖에 안 됩니다. 포로로 잡아 태우면 이 작은 배가 사람들로 가득 차 버립니다.”
“그래? 그런 작은 불편쯤은 충분히 감수···”
“잠깐! 선장실의 침상도 여럿이 함께 사용할 텐데요?”
“어, 어?···”
아무리 명분이 어쩌고 해도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했다.
당장 생활이 불편해진다는 사실에 중2병이 저절로 치료됐다.
“···역시 보안이 중요하겠지? 험험~ 남방함대··· 현 시간부로 회군한다.”
줄리오의 지시에 드레이크호가 모항인 독도섬을 향해 기동했다.
이리얀 해에서 발생한 작은 해전이 모두 마무리된 순간이자 간신히 살아남은 200여명에게 고단한 무인도 생활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54. 이리얀 해의 최강자-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