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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171화 (171/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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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춘추시대 돌입

[제국의 모든 영지의 로드에게 포고하노니···]

이렇게 시작하는 포고령은 도널드 자베르 공작과 루돌프 루벤 공작이 급히 구성한 ‘급변상황대처공동임시정부(이하, 임시정부)’라는 아주 기다란 조직명으로 선포됐는데 내용을 간략하면 이렇다.

1부는 불행한 사건의 발생개요로 크리스탄 교단에 의해 황제를 비롯한 계승권을 가진 황자와 황녀들을 폭사했다.

황위를 계승할 자격을 가진 혈통이 모두 사라져 제국에 큰 혼란이 발생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자베르와 루벤이 임시정부를 구성하여 질서를 유지할 것이다.

이것이 주요 줄거리였다.

2부에 들어가서야 팰리스에게 해당되는 내용이 시작됐다.

임시정부는 포고령이 발표되는 순간부터 영지전쟁의 제한을 사라졌음을 알린다.

막말로 표현하면 지금부터 황제가 되기 위해 박 터지게 싸워라.

같은 귀족이라도 관료가 아닌 계승영주(로드)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계승영주들은 연합을 맺던지 독자노선을 걷던지 상관없이 무한경쟁에서 싸워 살아남으라는 주문이었다.

단, 나름의 룰이 있으니 그것은 다음과 같다.

임시정부를 비롯한 제국군과 황실마탑은 엄정한 중립을 지킬 것이다.

즉, 권력투쟁 과정에 수반되는 각종 합종연횡은 용인하겠지만 제국의 군대와 마탑의 힘을 함부로 이용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어, 상인의 거래와 유통을 방해하지 말라.

영지전을 벌이더라도 농노와 평민을 강제로 동원하지 말라는 룰이 추가되었다.

참고로, 중립을 선포한 영지는 황위 도전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무한경쟁에서 제외된다.

이 경우에는 기존의 룰과 관습을 따른다.

아무튼 임시정부가 제시한 이런저런 룰의 어긴다면 제국군과 황실마탑을 동원하는 한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이런 포고의 배경에는 전란의 냉정한 현실에 기인했다.

일단 타이판제국의 가장 크지만 주인이 없는 무력이 바로 제국군과 황실 마탑이었다.

소모적인 영지전쟁에 말려들어 제국의 가장 큰 자산을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솔직히 타이판 제국이 유일무이한 제국이지만 분열하여 싸우면 반드시 제살을 깎아먹는다.

저도 모르게 제국의 힘이 약화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이런 와중에 (대륙 북부의)바바리안이나 (대륙 남부의)원주민들 그리고 (대륙 서부의)고산족이나 동부 마수의 숲이 준동하면 타이판 제국의 기초가 흔들릴 것이다.

아울러 제국의 머리가 귀족이라면 농노와 평민은 제국은 몸통이자 기반일 것이다.

영주들이 육성한 병사는 싸우다가 사망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허나, 영지전쟁에 농노와 평민들을 강제로 징집하여 소모하면 그만큼 제국의 힘이 약화될 것이다.

임시정부는 여기에 상거래를 방해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전란의 시대에는 많은 사람이 죽지만 우습게도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간접적인 환경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

즉, 앞으로 일어날 잦은 분쟁으로 죽어갈 사람이 100명이라면 그 때문에 발생하는 기근과 사회혼란 그리고 (유통이 중단되며 발생하는)물자부족으로 수천, 수만의 사람이 죽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쟁이 무서운 건 이렇게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그로 인해 발생한 혼란으로 훨씬 많은 사람이 죽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임시정부가 무한경쟁 시의 룰을 만들었다.

영주들이 벌이는 권력투쟁은 용인하되 최대한 백성들이 흘릴 피를 줄이겠다는 목적이었다.

3부에 들어가서 임시정부는 이런 무한권력투쟁에서 승리한 자를 황제로 추대하고 절대적으로 복종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었다.

자베르와 루벤이 가이아 여신의 이름을 빌어 맹세했는데 임시정부는 그때까지 철저하게 중립을 지키며 제국군과 황실 마탑의 힘을 보존할 것이란다.

“황위를 차지하기 위한 무한 경쟁이라··· 마음이 꽤 동하는데요?”

“허허허~ 영주님도 참··· 이 와중에 농담이 나오십니까?”

드레이크가 가볍게 타박했다.

기껏 10배로 늘린 인구가 겨우 5만 명이었다. 아무리 무기체계가 앞섰다지만 수백만 명의 인구를 가진 영지들과 어찌 경쟁할 수 있겠나.

게다가 중앙정치는 파이온시절부터 일고의 가치가 없었다.

‘피식~’

“마도사님. 괜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임시정부의 마법통신을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영주님. 이방을 나가자마자 중립을 선포하겠습니다.”

배달이 선택할 길은 오직 하나였다.

5만의 인구를 가진 팰리스는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것이다.

“우리야 중립을 선포한다지만 이것 참··· 제국이 춘추시대에 돌입해서 걱정이군요.”

“춘추시대요? 영주님, 춘추시대가 무엇입니까?”

드레이크에 물음에 대답하기가 참 난감했다.

공자가 저술한 춘추(春秋)를 기준으로 이전을 춘추시대(春秋時代) 그 이후를 전국시대(戰國時代)로 나뉜다고 솔직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아차~ 마도시대 때의 이야깁니다. 그때에도 작은 세력들이 마구 치고 박고 싸우는 시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시대가 춘추시대고요.”

“오~ 그렇군요. 춘추시대라··· 그럼, 이제부터 춘추시대에 돌입하겠군요.”

“네, 불행하게도···”

멋모르는 철부지들이 전쟁을 대단하고 영웅적이라고 착각하지만 인류가 벌이는 가장 추악한 짓거리가 바로 전쟁이다.

우습게도 전쟁을 기획한 늙은이들은 거의 죽지 않는다.

전쟁발발의 아무런 책임이 없는 젊은이들만 추악한 늙은이를 대신하여 피를 흘린다.

문제는 이런 추악한 전쟁에 제국 전체가 휘말렸다는 점이다.

배달이 괜한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빨리 임시정부에 중립을 통보해야할 것이다.

“아참, 파이온에서는 무슨 소식이 없었습니까?”

“파이온도 중립을 선포했다고 합니다.”

“하긴 그렇겠군요. 아참, 그만 나가보시고 빨리 임시정부의 우리의 뜻을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영주님. 그럼···”

드레이크는 임시정부에 배달의 선택을 통보하여 무한영지전쟁이라는 호랑이를 피했다.

문제는 이때만을 기다렸던 늑대가 배달을 욕심냈다는 점이다.

“마도사님.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임시정부와 마법통신으로 중립을 통보했던 드레이크가 황당한 소식을 전해왔다.

그 소식에 팰리스는 얼음물을 뒤집어 쓴 것 같았다.

“샤이엔 백작이 우리와 영지전쟁을 신청했고 임시정부가 검토하는 중이랍니다.”

“도대체 왜··· 혹시 중립을 통보한다는 것을 깜빡한 것입니까?”

“영주님. 설마 그걸 깜빡했겠습니까?”

“그렇다면 왜 샤이엔이 영지전을 신청한 것이죠? 우린 중립을 선포했잖습니까.”

“중립은 샤이엔 백작령도 선포했습니다. 임수정부에서 통보하길 이건은 예외조항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예외조항은 중립은 선포한 영지의 경우로, 이때는 기존의 룰과 관습에 따른다고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유가 뭐랍니까? 샤이엔에서 우리에게 왜 영지전쟁을 걸었냐고요.”

“그것이··· 하아~ 부정한 거래랍니다.”

“부정한 거래요?”

“네, 우리가 샤이엔 백작에게 20만 골드로····”

쇼쇼니 반도를 구입했는데, 팰리스가 암염광산을 숨기고 헐값에 구입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래서 거래를 되돌리거나 아니면 1달 이내에 암염광산을 샤이엔에게 양도하지 않으면 그 시간부로 영지전쟁을 시작한단다.

“미친 새끼!”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당시에는 20만 골드에 구입해줘서 고맙다며 가난뱅이 영지민까지 ‘덤’으로 넘겨주더니 이제 와서 사기란다.

암염광산이 없지만 설혹 존재했더라도 말이 안 된다.

팰리스가 암염광산의 존재를 숨기고 헐값에 구입했다면 그동안 쇼쇼니 반도를 보유하고 있었던 샤이엔은 도대체 뭔가.

스스로 병신임을 인증하는 셈이지만 샤이엔 백작은 전혀 꺼릴 것이 없었다.

“영주님. 문제는 임시정부가 작은 영지간의 분쟁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최근에 들어와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세상이 찾아왔다고 어께에 힘을 주던 멍청이들 즉, 방계황족들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는 중이란다.

임시정부에서 무한경쟁을 알린 마당에 간판이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멍청이들이 폐기처분당하는 중이리라.

이는 곧 황위를 차지하기 위한 무한 경쟁이 시작된다는 신호였다.

대국적인 판세를 살펴야할 임시정부는 (배달과 샤이엔의 분쟁처럼)작은 영지 간의 분쟁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하아~ 알다시피 우린 지금 전쟁할 때가 아닙니다.”

“당연합니다, 영주님. 샤이엔과 싸워 이기더라도 실익이 거의 없습니다.”

팰리스도 드레이크도 영지전에서 패배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막말로 레인저 출신의 친위대원들을 동원하여 배달소총으로 암살하면 간단했다.

암살이 귀족사회의 금기사항이라 지탄받을 행동이라고?

굳이 암살이 아니더라도 배달이 승리할 길은 다양했다.

전력을 따져보면 병력은 1,800명(1,500명에서 증원 중임)과 5,000명으로 크게 열세지만 무기의 질에서 큰 차이가 났다.

샤이엔은 이제 겨우 원시적인 화승총을, 그것도 겨우 수십 정을 보유한 상황이었다.

병사 대부분이 냉병기로 무장했고 최근에 급히 1,5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린 까닭에 무장과 훈련 상태가 엉망이었다.

다만, 기사의 수가 25명으로 (토머스까지 합쳐)8명뿐인 배달에 크게 앞섰다.

그러나 이 또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샤이엔의 승세를 점칠 수가 없었다.

배달의 기사는 기본적으로 익스퍼트 급인데 반해 샤이엔의 기사 중에는 소드유저 상급도 기사랍시고 어께에 힘을 줬다.

우세한 기사전력?

1개 십인대가 배달소총으로 집중사격하면 기사 할애비라도 견디지 못하고 사망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배달의 병사 100명을 동원하여 게릴라전부터 시작하면 샤이엔을 완전히 압살해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왜 팰리스와 드레이크가 이리 진저리를 칠까.

배달의 먹어치우기에 샤이엔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인구 5만의 배달이 30만의 가난뱅이 영지를 얻어서 무엇 하겠나.

영토?

배달의 토지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는 판국이다.

샤이엔의 땅까지 편입한다면 배달은 소화불량에 걸리기 딱 좋았다.

그렇다고 샤이엔을 가만히 놔둘 수도 없다.

귀족사회에서는 이를 드러낸 상대를 가만히 놔둔다면 만만하게 보일 것이다.

즉, 지금 샤이엔과 싸우는 건 곤란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싸워야했다.

“영주님. 샤이엔을 취하더라도 지금은 절대로 아닙니다. 우린 조용히 몸집을 키울 땝니다.”

“당연하죠. 일단 1달이란 여유가 있습니다. 사자를 보내 최대한 영지전을 막아봅시다.”

팰리스는 드래이먼드를 사자(使者)로 보내 전쟁을 방지하는 한편 황도의 블락에게도 관련정보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아르펜에게 영지전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5일후, 사자의 임무로 샤이엔을 방문했던 드래이먼드가 돌아왔다.

“아무래도 영지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리 판단한 이유는···”

쇼쇼니 반도의 거래를 되돌리겠다고 주장하는 처지에 돌려줘야할 20만 골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드래이먼드는 상인이다.

시장과 상인들을 통해 샤이엔의 재정 상태를 알아보니 엉망진창이었다.

“엉망진창이라? 이상하구려. 천일염과 모직판매를 통해 제법 재미가 좋았을 텐데.”

팰리스의 의문대로 배달상단은 무한주머니를 상거래에 이용해 제국 주요 영지와 거래했지만 일정한 물량은 샤이엔에 배정하여 나름 이웃에게 배려했었다.

“아무래도 탐욕을 부린 것 같습니다. 천일염과 모직을 중계해서 벌어들인 자금을 병력을 늘리는데에 모두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영주 일가의 사치가 꽤 심해졌다는 소문입니다.”

“하아~ 샤이엔 백작. 그 사람 참 못 쓸 자로구려.”

“후안무치한 자가 아니고서야 어찌 우리에게 이를 드러내겠습니까? 이럴 줄 알았다면 제가 샤이엔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을 겁니다.”

“영주님. 절대적으로 우리가 유리해도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란 점입니다. 허허~ 이것 참.”

우습고 황당한 현실에 드레이크가 허튼 웃음만 흘렸다.

팰리스에게도 가신들에게 샤이엔 백작이 참으로 가소로웠다.

“그렇지요. 일개 백인대만 동원해도 우리가 승리할 겁니다. 이런 현실도 모르고 천방지축 까부는 꼴이라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지요.”

팰리스는 답답했다.

우리가 이리도 강력하니 허튼 생각을 품지 말라고 충고할 수도 없었다.

‘화약무기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모르는 욕심만 많은 천둥벌거숭이다. 그런 한심한 놈 때문에 우리의 비밀을 드러낼 수는 없지. 그럼, 어떡한다?’

아직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영지전을 벌이더라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허나, 지금 당장은 샤이엔을 이겨 영지를 취할 때가 아니었다.

팰리스와 가신들은 개전을 미루기 위해 고민했다.

한동안 고민했어도 좀처럼 좋은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답답했는지 드레이크가 혼잣말했다.

“이것 참··· 샤이엔 영지에 혼란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미뤄질 텐데.”

“마도사님. 방금 혼란이라고 말하셨습니까?”

“네, 영주님. 이를테면 전염병이 유행하면 영지전을 벌이겠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니까요.”

“전염병이라···”

팰리스는 언뜻 생물학전이 생각났다.

한국전쟁에서 인민군과 싸웠던 그때, 북한군 고지를 점령하고 눈밭에 각종 곤충들이 돌아다니던 모습을 목격했던 적이 있었다.

[한겨울에 웬 벌레들이지? 전쟁이 나니깐 벌레들까지 미쳐버렸군.]

당시에는 별일이라고 가볍게 넘겼지만 수십 년 후에 그것이 (일본의 731부대와 거래한)미군이 북한군을 상대로 벌인 생물학전이라는 소문을 듣고 크게 놀랐었다.

그래서 팰리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화학전이나 생물학전은 반인륜적인 범죄였다.

그가 생물학전의 희생자가 될 뻔했던 경험과 자칫 실수하면 배달까지 패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건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샤이엔을 혼란에 빠뜨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균전은 절대로 안 될 짓이고··· 다른 방법이 없을까? 가만!’

“그래, 그 방법이 있었지?”

“영주님. 무슨 좋은 방법이 생각나셨습니까?”

“네, 마도사님. 마침, 제법 좋은 기책이 떠올랐습니다.”

팰리스의 말에 가신들의 눈이 그에게로 집중됐다.

“본작이 생각한 비책이 무엇이냐면····”

팰리스가 악마의 미소를 지으면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신들의 입가에도 어느덧 악마의 미소가 깃들기 시작했다.

50 춘추시대 돌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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