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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162화 (16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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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스 일행이 동부산악지대에 들어 온지도 벌써 10일이 흘렀다.

샤벨타이거를 사냥하고부터 행군방식이 조금 달라졌는데, 몬스터 영역의 경계를 통해 이동하는 건 예전과 동일했다.

달라진 건 몬스터에 대한 대응방식이었다.

가능한 싸움을 회피했던 예전과 달리 이젠 사냥을 주저하지 않았다.

다소 위험 했지만 몬스터를 사냥하고 놈의 소굴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이후에 다시 이동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몬스터와 싸운 건 아니다.

아직도 가능하면 싸움을 피하려는 몬스터가 있었는데, 그것들은 오크나 베오올프, 라이칸슬로프처럼 집단을 이루는 놈들이었다.

산악지대 중심부로 다가갈수록 몬스터가 더욱 강력해진다.

그런 강력한 놈들과 경쟁하면서도 자신들의 영역을 지켜내는 집단이 과연 만만하겠는가! 민간인이나 다름없는 축복을 보호하는 입장에서는 강력하지만 단독 생활하는 몬스터를 골라 녀석을 사냥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몬스터용 배달소총이라라는 사기적인 아이템 때문에 이런 선택이 가능했다.

그래서 오늘의 목표는 트윈 헤드 오우거.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놈이 사냥 갔는지 은신처가 비어있었다.

“우리 소문을 듣고 도망갔나?”

“호호호~ 그러게요. 아마도 사냥하러 잠시 자리를 비웠나 봐요.”

“그럼, 기다리자. 언젠간 돌아오겠지, 뭐.”

일행은 잠시 휴식하며 트윈헤드 오우거를 기다리는데 멀리서 싸우는 소리가 자그맣게 들려왔다.

분노에 찬 오우거의 로어와 함께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마구 짖어대는 소리였다.

불구경과 함께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바로 싸움구경이다.

저도 모르게 팰리스의 귀가 쫑긋, 반사적으로 토머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토머스도 회가 동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조심스레 라이칸슬로프 영역으로 진입해 어느새 영역의 중심지에 도달했다.

평소라면 영역의 초입부터 순찰해야 할 놈들이 한 놈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강력한 적의 침입에 모든 라이칸슬로프가 싸움에 동원됐으리라.

‘크허허허헝~’

‘크르르, 캬아악~’

‘컹~ 컹! 컹! 컹···’

일행은 구경하기 좋은 구릉에 엎드려 밑을 내려다보니 여전히 계속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트윈헤드 오우거는 신장 8m에 피와 뇌수로 지저분해진 몽둥이를 마구 휘둘렀다.

놈의 주위에는 황소만한 크기의 은백색의 라이칸슬로프 10여 마리가 포위했는데, 빈틈이 생길 때마다 달려들어 물어뜯다가 재빨리 빠지는 방식으로 싸웠다.

그런데 트윈헤드 오우거의 가죽이 두껍고 재생력이 너무 강력했다.

라이칸슬로프의 이빨이 날카로웠어도 좀처럼 치명상을 안기지 못했다.

반면, 무식한 몽둥이에 맞으면 라이칸슬로프의 두개골이 단번에 박살나고 척추가 부러졌다.

그 바람에 시간이 갈수록 계속 불리해졌다.

그 증거로 7마리의 라이칸슬로프가 이미 죽거나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은백색의 크고 아름다운 늑대들은 패색이 짙은 싸움을 계속 이어갔다.

“이상하네요.”

“응? 뭐가?”

“서방님, 라이칸슬로프가 상대가 안 되잖아요. 그런데 왜 도망가지 않죠?”

“아마도 영역 때문이지 않을까? 오아시스를 빼앗긴 사막의 부족처럼 영역을 빼앗기면 멸망하기 때문일 거야.”

사막에서 발원한 종교들이 타 종교에 매우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이유가 바로 이런 문화적인 특성 때문이었다.

이런 팰리스의 추리가 그럴듯하게 들렸지만 축복을 납득시키진 못했다.

“그럴···까요? 뭔가 다른 이유 때문인 것 같아요.”

“샤먼의 추측이 맞습니다. 절벽 30m 위를 보세요.”

토머스가 가리킨 곳은 절벽의 중간쯤에 뚫린 자연 동굴이었다.

안력을 돋워 자세히 살펴보니 라이칸슬로프 새끼로 보이는 녀석들이 오들오들 떨며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 어머! 새끼에요, 서방님. 라이칸슬로프가 새끼 때문에 도망가지 못한 거예요.”

“이런, 쯧쯧쯧. 새끼들을 지키려고 절벽에 은신처를 만들었네요.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더욱 위험하게 만들었어요.”

토머스의 평가대로 동굴은 접근이 쉽지 않았다.

자잘한 몬스터의 침입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지만 오늘과 같은 경우에는 제때 도망갈 수가 없었다.

새끼에게도 성체들에게도 매우 치명적이었다.

“서방님. 새끼들을 구해줘요, 네?”

젖먹이 니콜라스가 생각났는지 축복이 이리 부탁했다.

팰리스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축복아~ 놈들은 몬스터야. 오히려 우릴 공격할지도 몰라.”

“라이칸슬로프도 머리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아직 새끼잖아요.”

“잔인한 것 같지만 자연은 나름의 법칙이 있어. 함부로 참견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그럼, 어미들이 죽어가는 꼴을 지켜보라고요? 어미가 죽으면 새끼도 죽잖아요.”

축복의 이성도 가만히 지켜보라고 충고했다.

헌데 출산한지 겨우 1달을 넘긴 모성이 자꾸만 새끼들을 위해 라이칸슬로프 무리를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그사이 라이칸슬로프의 무리는 꾸준히 줄어들어 어느새 우두머리 수컷과 암컷으로 보이는 2마리만 남았다.

“서방님. 저 녀석들이 불쌍하지 않아요? 아무리 몬스터라지만··· 배달소총이면 간단하잖아요.”

“미안해. 하지만··· 후우~ 드디어 끝났나 보다.”

축복이 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우두머리 2마리도 결국 트윈 오우거에 맞아 죽었다.

라이칸슬로프 무리를 모두 전멸시킨 트윈 오우거가 기쁨에 찬 로어를 터뜨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크항~ 크하하하하~’

아마도 놈은 사냥한 먹이를 가능한 많이 챙겨 은신처로 돌아갈 것이다.

이곳에 남은 새끼들은 운명이란 자연의 잔인한 손에 맡겨질 것이다.

팰리스가 속상한 축복을 위로하고 있을 때였다.

“어? 저, 저 새끼가!”

“왜! 왜 그래?”

“영주님. 저 새끼 보십쇼. 아무래도 저 새끼가 지금···”

토머스가 가리킨 곳을 보니 트윈헤드 오우거가 절벽을 오르고 있었다.

먹이가 충분했는데도 기어코 새끼들까지 죽이려고 했다.

“서방님! 오우거 새끼 저거··· 죽여 버려요. 안 그러면 잠자리 거부할거예요.”

축복이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으름장을 놓았다.

팰리스도 마침 분노한 상태였다.

‘잔인한 새끼! 먹이가 충분하잖아. 그런데도 새끼까지 죽이려고 해? 축복이의 경고가 아니었어도····’

“넌··· 뒤쳤어. 토머스!”

“명령만 내리십쇼. 아참, 저는 오른쪽 대가립니다.”

토머스는 벌써 한쪽 머리의 뒤통수를 겨냥하고 있었다.

팰리스도 총을 들어 동굴 입구까지 올라와 기어이 새끼 1마리를 잡아 으적으적 씹고 있던 놈의 왼쪽 머리를 겨냥했다.

트윈헤드 오우거는 이제 유일한 입구이자 출구가 불편했는지 아예 퍼질러 앉았다.

“쏴!”

‘뻐뻥~’

‘퍽! 퍼석~’

소총의 굉음에 두개골이 박살하는 소리가 섞여들었다.

바르르 몸을 떨던 놈이 스르르 옆으로 기울어지다가 픽 쓰러졌다.

응징 끝! 일행은 서둘러 절벽에 올라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오들오들~’

열댓 마리의 새끼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떨고 있었다.

맹수들은 냄새로 의사소통하고 상황을 파악한다.

천적의 강력한 냄새에 새끼들이 오줌을 지리며 두려워했다.

축복은 그런 새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쓰다듬었는데 그것이 더욱 무서웠는지 겁에 질려 자지러졌다.

축복은 탄식하듯 한숨을 내쉬고는 스킨쉽을 계속했다.

허밍 하듯 이름 모를 노래를 흥얼거리며···

[초원을 내달리는 푸른 늑대야~

네 모습이 너무도 강해 보여라.

다리는 억세고 송곳니는 참으로 뾰족하구나.

초원을 질주하는 은빛 늑대야~

네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라.

하얀 털이 빛나고 몸매는 너무도 잘 빠졌구나.

초원을 질주하는 갈색 늑대···(하략)]

축복이 새끼들을 다독이는 동안 팰리스와 토머스는 사냥 후의 작업들을 처리했다.

먼저, 동굴 입구에 쓰러진 오우거를 힘겹게 안으로 옮겼다.

팰리스는 트윈헤드 오우거의 가죽을 벗기고 마정석을 뽑아 마나보존처리했다.

반면, 토머스는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는 구덩이를 파고 마정석만 챙긴 라이칸슬로프 사체를 미련 없이 묻고 흔적까지 말끔하게 지웠다.

“쳇~ 아깝네. 새끼들을 앞에서 간과 심장을 먹을 수도 없고···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겠지?”

힘겹게 별미의 미련을 버린 토머스가 다시 절벽을 올랐다.

이즈음 새끼들이 꽤 안정됐는지 축복의 손길을 즐기고 있었다.

몇 마리는 발라당 누워 배를 보였고 몇 마리는 고로롱고로롱 코를 골았다.

그리고 대장 녀석은 가끔씩 입구를 향해 으르렁거리다가 축복에게 꼬리를 흔들었다. 마치 고자질하는 것처럼···

‘카릉~ 카릉~’

아마도 부모를 죽인 놈에 대한 본능적인 적개심과 믿을 만한 상대에게 어떻게 좀 해결해 달라는 부탁일 것이다.

이를 본 팰리스는 좀더 서비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것···’

“으샤~ 이놈들아. 이거나 먹어라.”

팰리스는 오우거 사체에서 탁자만한 크기의 생간을 꺼내 새끼들 앞에 내려놓았다.

새끼들은 처음에 천적의 냄새에 기겁했지만 축복이 노래를 흥얼거리자 안심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놈들이 조금씩 용기를 냈다.

‘킁! 크킁~’

새끼들 중에서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킁킁거리다가 다가가더니 으르렁 거렸다.

그러다가 팰리스가 깜짝 놀랄 정도로 거칠게 달려들어 원수의 간을 뜯어먹었다.

대장이 간을 먹기 시작하자 가만히 지켜보던 새끼들도 조심스레 접근하다 냄새를 맡더니 침을 흘리며 맹수처럼 물어뜯었다.

‘피식~’

“확실히 몬스터는 몬스터군.”

“아직은 새끼예요. 그리고 아까 보았다시피 라이칸슬로프의 피는 붉어요.”

토머스의 귀에는 붉은 피를 가졌으니 먹어도 괜찮다는 뜻으로 들렸다.

반면, 팰리스의 귀에는 개나 고양이처럼 사람이 키울 수 있는 동물이란 뜻으로 전해졌다.

“축복아. 우리가 거둘 수 없다는 건 알고 있겠지?”

“부, 불쌍하잖아요. 이리도 귀여운 새끼들인데.”

솔직히 말해서 하나도 귀엽지 않았다.

이를 드러내곤 격렬하게 간을 뜯어 새끼들이 어떻게 귀여워 보이겠나!

팰리스는 속내를 솔직하게 말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그, 그러네?”

“그렇죠? 그럼, 이 아이들을 데려가는 거죠?”

“안 돼! 안 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잖아. 안 그래?”

“하지만···”

축복을 챙기며 이동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고 그녀도 생각하는 머리가 있었다.

15마리의 라이칸슬로프 새끼들을 어떻게 챙겨 이동할 수가 있겠나.

허나, 모성애가 자꾸만 축복의 감성을 흔들었다.

“축복아. 이곳에서 하루를 쉴 테니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알았지?”

“네, 알았어요.”

이렇게 해서 일행은 라이칸슬로프 새끼 15마리와 짧은 동거에 들어갔다.

트윈헤드 오우거는 신장만 8m에 달하는 거대한 놈이었다.

팰리스가 새끼들의 먹이로 제공한 간도 몹시 거대했는데, 푸른 피를 가진 몬스터라서 인간은 (마나가 다량 포함된)간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낌없이 라이칸슬로프 새끼들에게 제공했다.

“그래, 많이들 먹어라. 썩으면 마나도 뭣도 없이 버려야 하니깐 무조건 다 먹어야 한다, 알았지?”

팰리스가 입으로는 이리 말했지만 속으로는 (가장 빨리 변질되는 부위가 간이라서)대부분은 버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웬걸, 진돗개만한 새끼 15마리의 식욕이 참으로 대단했다.

아무리 부드럽고 물컹한 간이라지만 무게만 거의 1톤에 달하는 크기였다.

그런데 다음날 정오가 지나자 그것이 핏자국만 남기고 모도 녀석들의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린 놈들은 빵빵해진 배로 내보이고 잠을 자다가 저녁 무렵에 일어나선 다시 (너무 크고 귀찮아 동굴에서 치우지 않았던)트윈헤드 오우거의 사체 안팎으로 고기를 뜯느라 정신이 없었다.

부드러운 간과 달리 트윈헤드 고기는 다소 질겼다.

어떤 녀석은 고기가 잘 뜯기지 않자 성질을 부렸다.

그러다가 팰리스 일행이 동굴로 들어서면 발라당 누워 배를 보이거나 아양을 떨었다.

아름다운 은백색 털을 (몬스터의)푸른 피로 목욕한 채로···

솔직히 하는 짓이 귀여웠지만 보기에는 과히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축복은 무엇에 홀렸는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렇게 하루를 푹 쉰 팰리스 일행은 다음날 아침이 되자 떠날 차비를 준비했다.

만남은 반드시 헤어짐으로 이어지고 그래서 이별의 전주곡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새끼들도 어수선한 분위기로 눈치 챘는지 낑낑거리며 축복의 다리에 몸을 비비거나 바짓단을 물어 늘어졌다.

‘끼잉~ 낑낑낑~’

자신들을 버리지 말라고 시위같았다.

팰리스는 웬지 모르게 코끝이 찡했으나 어린 녀석들을 챙기고 다닐 수는 없었다.

일행이 위험해질 뿐만 아니라 새끼들의 생사까지 장담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곳에 내버려둬도 문제였다.

아무리 강한 맹수라도 아직은 힘없는 새끼였다.

보호자를 잃고 자연의 손에 떨어진 순간 미래가 너무도 암울했다.

“축복아~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

“···알아요. 그래서 너무 슬퍼요.”

“그래도 녀석들이 최대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떠나자.”

팰리스와 토머스는 동굴의 내부의 돌을 옮겨 입구에 쌓고 사람이나 새끼들만 통과할 공간만 남겨뒀다.

이렇게 조치해 놓으면 덩치가 큰 몬스터가 난입하지 못할 것이다.

“쳇! 내가 아껴 먹으려고 했는데. 이거 먹어라.”

토머스도 뭔가를 느꼈는지 나중에 먹을 요량으로 무한주머니에 챙겼던 샤벨타이거를 꺼냈다.

트윈헤드 오우거와 사벨타이거 사체만 해도 동굴내부의 1/4를 차지하는 엄청난 양이다. 아무리 먹성이 좋은 녀석들이라도 2달을 충분히 버틸 것으로 예상됐다.

“2달을 버텨요? 고기가 썩으면 못 먹잖아요.”

“샤먼. 라이칸슬로프는 크기가 훨씬 크지만 늑대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썩은 고기를 먹어도 탈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요?”

“토머스 말이 맞아. 축복아~ 우린 할 만큼 다 했어. 그러니 이제 그만 움직이자.”

“····네, 알았어요.”

축복은 낑낑거리며 매달리는 어린 녀석들을 힘겹게 떼어내곤 지상으로 내려왔다.

일행들은 젖은 눈으로 배웅하는 라이칸슬로프 새끼 15마리를 뒤로 하고 다시 이동했다.

동부산악지대의 중심지 즉, 마나가 더욱 짙고 불안정한 곳을 향하여···

48. 세계수 싹을 틔워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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