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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138화 (138/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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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행사의 테마를 열병식으로 결정한 크리스티앙. 제국군 총사령관과 동서남북 4곳의 군단장에게 공식적인 마법통신을 통해 협조를 요청했다.

“···이런 이유로 병사들을 맡겨주시지요. 이번 행사, 제가 책임지겠소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전쟁의 주역이자 전승행사의 주인공이 책임을 지고 협조를 요청했다.

“북부군 사령관이 그토록 원하신다면야··· 동군단의 병력을 맡기겠소.”

“험험~ 서군단도 병력과 물자들을 보내겠소.”

역풍이나 그에 따른 책임을 원치 않았던 총사령관 이하 동서남북 군단장들은 기꺼이 병력을 내어 주었다.

다음날, 황도 부근의 황무지는 어느 순간 시민들에게 격리되었다.

예상대로 그곳은 하루 만에 급조된 임시훈련소. 황도의 제국군 23,000명과 북부군 2,000명, 합쳐 25,000명이 이때부터 행사가 시작될 때까지 박박 굴러야했다.

“북군단 이쯤 만족하겠다. 1시간 동안 휴식!”

물론, 팰리스의 지시에 잘 따른 부대, 이를 테면 북군단은 보상으로 1시간의 휴식을 얻었다.

반면, 서군단은 예상하지 못했던 고문관의 출현으로···

“서군단! 이 따위 정신 상태로 황제폐하의 병사를 자처하는가? 선착순 100명이다, 뛰어!”

마나가 듬뿍 담긴 토머스의 고함소리에 우르르 내달리는 서군단 5,000병사와 기사, 귀족들. 제식훈련보다는 뺑뺑이를 도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우르르르~’

“우와~ 달려라, 달려.”

“헉헉~ 어떤 새끼야? 정신 안 차릴래?”

“오늘밤 내 밑으로 집합이다. 알았나?”

“헉헉~ 이번에 틀린 고문관 새끼··· 일과 끝나고 가만두지 않겠어.”

사람들이 근처를 지나다가 살벌한 욕설에 흠칫거렸지만 이곳은 1급 통제구역이었다.

무슨 사정인지 궁금했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냥 지나쳐갔다.

물론, 전승행사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풍경인데 마침내 그날이 찾아왔다.

아참, 전승행사는 본래 참전용사들이 황성의 남문에서 쭉 뻗은 대로를 통해 황궁 앞 광장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황제와 고위귀족들은 광장 앞에 세워진 단상에 올라 행진을 구경한다.

행진을 마치면 황제가 유공자들을 불러 올려 포상하고 이후부터는 제국 전체가 일주일간 놀고 마시는 축제로 이어진다.

백성들은 황제와 영주가 제공하는 술과 음식을 즐기고 귀족들은 일주일간 이어지는 파티에 흥청거린다.

아마도 10개월 후에는 신분을 불문하고 출산율이 과도하게 높아질 것이다.

각설하고, 그런 전승행사가 이제 막 시작하려고 했다. 행사의 시작은 역시 황제. 시작을 선포할 그가 가장 늦게 단상에 올랐다.

‘쿵!’

“예를 갖추시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신 황제폐하께서 단상에 오르십니다.”

시종장에 외침에 황족과 귀족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여 가이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자를 맞이했다.

‘저벅저벅~’

75세의 나이지만 몸에 좋은 것을 많이 먹었는지 대체로 건강하게 보였다.

허나, 황태자를 비롯한 황족과 고위귀족들은 황제의 발걸음이 꽤 약해졌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런 기색을 알아차렸을까.

“후우, 후우~ 늙으니까 역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군.”

“폐하! 그런 말씀 마십시오. 폐하께선 아직도 정정하십니다.”

“흘흘흘~ 아니다. 황태자, 너를 위해서라도 이제 그만 죽어야지.”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고? 그것도 권력자가?

밑지고 판다는 거짓말과 함께 3대 거짓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 최근 그는 파이온 백작이 1달 전에 진상한 크라켄 고기를 맛보곤 후궁들은 물론이고 반반하다 싶은 시녀들까지 건드리고 다녔다.

대권주자인 황태자 알렉세이와 7황자 드미트리는 이런 사실을 태양궁(황제의 궁전)에 심어둔 눈과 귀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폐하께서는 가이아 여신으로부터 통치를 위임 받았습니다. 앞으로 20년은 거뜬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드미트리의 아부에 황제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흘흘흘~ 7황자는 그리 생각하는가?”

“폐하~ 당연히 그렇사옵니다!”

“됐구나. 귀에만 듣기 좋은 소리로군.”

“네, 네?”

황제가 서늘한 눈빛으로 드미트리를 훑었지만 그건 극히 짧은 시간이라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황제는 자신의 능력보다는 아부에 치중하는 7황자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각설하고, 오늘은 전승행사를 시작하는 날이고 지금이 바로 그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여봐라~ 지금부터 전승행사를 시작하여라.”

“충! 모든 일은 황제폐하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옵니다.”

황제의 선언에 10명의 나팔수가 팡파르를 울리며 전승행사가 시작되었다.

‘빠아아암~ 빰빰~ 빠아아암~’

팡파르가 성문에 전달되었을까!

쭉 뻗은 대로의 끝 성문, 특별한 날에만 개방되는 문이 쩍 갈라지듯 열렸다.

그 문으로 처음 모습을 보일 자는 아무래도 이번 전쟁의 주인공인 크리스티앙 발터백작이리라.

그런데 발터백작으로 추정되는 인영이 마차도, 말도 없이 두 발로 걸어오다가 도중에 우뚝 멈추는 것이 아닌가!

예전의 행사와 전혀 다른 시작이었다.

“응? 이번 행사는 왠지 특별할 것 같구나.”

“하하하~ 폐하의 혜안은 역시 탁월하십니다.”

‘흐흐흐~ 벌써부터 파탄이군. 이번 행사를 빌미로 황태자를 지지하는 귀족들을 쳐내야 한다.’

황제의 말에 7황자가 웃으며 대거리했지만 속으로는 정치적인 계산에 몰두했다.

반면, 황태자는 웬일인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백성들에게 자랑할 포로도 전리품도 없이 어떻게 전승행사를··· 정말 큰일이군.’

황제파연맹의 지지를 받는 알렉세이는 이번 행사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자리가 꽤 불편했다.

그런데 화려해도 모자랄 판에 주인공이 초장부터 볼품없고 파탄 날 조짐을 보여줬다.

‘제발 백성들이 납득시켜야 하는데.’

이런 황태자의 뜻이 크리스티앙에게 전달되었을까? 갑자기 기다란 기병도를 빼어들며 뭐라고 소리쳤다.

“응? 뭐라고 소리친 것 같은데···”

“폐하~ 거리가 멀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7황자가 행사의 부실함을 돌려 말하고는 황태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잔뜩 비틀린 미소로 비웃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형님. 발터백작은 무슨 생각으로 행사를 저렇게 부실하고····‘

그때였다. 갑자기 북소리가 울리며 아스라이 행진곡 특유의 4박자 리듬이 들려왔다.

‘둥! 둥! 둥!····’

‘쿵짝쿵짝, 쿵짝쿵짝, 쿵짝···’

“볼품없이··· 응? 무, 무슨 소리지?”

“호오~ 악사··· 아니, 음유시인들인가?”

황제의 추측대로 그들은 팰리스가 음유시인들을 잔뜩 끌어 모아 급조한 군악대. 행진곡 빠진 열병식은 앙꼬 없는 찐빵일 것이다.

아직은 소리가 작았지만 경쾌한 4박자 리듬에 절로 심장을 빨리 뛰었다.

뭐라 소리치면서 기병도를 수납한 크리스티앙. 갑자기 다소 과장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뒤에 황실문장의 깃발을 위시한 수많은 깃발을 든 기수들이 성문을 통과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황제와 고위귀족들은 저도 모르게 자신(을 상징하는)의 깃발을 훑었는데 그도 잠시뿐이었다.

깃발부대에 이어 군악대가 걸어오면서 행진곡 풍을 곡을 연주했기 때문이다.

“오호~ 걸으면서 악기를 연주하다니··· 참으로 신기하구나.”

황제만의 감상이 아니었다.

광장과 대로 주변을 가득 메운 백성들도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었다.

이들은 몰랐다.

열병식은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점을. 드디어 팰리스가 의도한 열병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척! 척! 척!····’

이고르 자작이 이끄는 북부군 2,000명의 등장했다.

거리가 꽤 멀었어도 이천이 한꺼번에 내딛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10열종대의 200줄이 오와 열 그리고 손과 발의 높이까지 똑같이 맞춰 행진했다.

정말로 한사람이 행진하는 것 같았다.

황제까지도 더없이 강력한 정예로 느껴졌으니 백성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겠는가.

‘짝짝짝~’

“우와~ 멋있다.”

“한사람이 움직이는 것 같아.”

“우리의 군대가 저렇게 강했다니··· 어떤 적과 싸워도 이길 수 있다.”

구경하던 백성들이 환호했다.

사실, 병사들이 강한 것과 그들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

병사들이 강력해야 외적으로부터 침략 받지 않는 다는 말이 있지만 그저 원론에 불과했다.

제국은 본래 가이아 유일은 제국이자 가장 강력한 국가였다.

그래서 소위, 병사들이 강한다고 해서 백성 개인의 살림살이 나아지는 건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 관계가 없는 병사들이 백성들의 심장을 빠르게 뛰도록 강요했다.

백성들은 오늘은 사느라 잊었던 충성심이 마구 솟구쳤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악을 쓰고 고함쳤다.

“타이판 제국~ 만세~에.”

“만세! 만세! 타이판 제국 만세~에!”

“황제폐하~ 만세~에.”

백성들의 만세소리가 메아리쳐 단상까지 전달되었다.

노회한 황제가 저도 모르게 진정한 미소를 지을 정도였다.

“허허허~ 좋구나! 아주 좋아~”

황제가 두꺼운 가면을 벗고 미소 지었다.

이전까지는 7황자가 미소 짓고 황태자가 얼굴을 찡그렸는데 이제 형세가 역전되었다.

‘척! 척! 척!···’

북부군 2,000명에 이어 총사령부 3,000병력이 성문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또한 행진곡에 발을 맞추고 오와 열을 맞춰 행진을 시작했다.

백성들이 목이 터져라 환호해도 병사들은 일절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저 정면을 15도 각도 올린 채로 행진했다.

물론, 그들도 사람이었다.

백성들의 환호가 자신들에게 향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자꾸만 입 끝이 귀밑으로 향하려고 했다.

‘척! 척! 척····’

‘사, 사람들이 우리에게 환호한다.’

‘이런 박수갈채를 처음 받아봐.’

‘이런 기분이라니··· 병사가 되어서 행복하다.’

황성에서 제법 유명한 술집에는 대부분 이런 글귀가 써 있다고 한다.

개과 군바리는 출입금지!

군인은 툭하면 술에 취해 싸우고 말썽부려 기피대상이었다.

그래서 병사는 돈을 버는 대상일 뿐이지 친구나 동료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지구에서도 유사했다.

병사들은 그 점을 이해하면서도 내심 억울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해 환호하고 박수쳤다.

총사령부의 평범한 병사이자, 직장인(?)이었던 가우디는 처음으로 자신이 병사된 것이 자랑스러웠다.

이는 가우디뿐만의 감정이 아니었다.

오와 열을 맞춰 행진하는 병사들은 물론이고 앞에 툭 튀어나와 무리를 이끄는 기사나 귀족(지휘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척! 척! 척!···’

‘그래, 나는 타이판 제국의 자랑스러운 군바리다!’

총사령부 소속의 연대장이자 명목뿐인 작위(남작)를 가졌던 트루먼 남작. 그 또한 가슴이 북받쳤다.

심장이 빠르게 뛰며 잊었던 충성심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정치인은 사람들이 원하는 점을 빨리 캐치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조작한다.

가이아의 최고 정치인은 황제라고 할 수 있다.

황제는 백성과 병사들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나에게! 제국을 향해 환호하고 박수치고 있다.’

“흘흘흘~ 참으로 보기가 좋구나. 그래~ 정말 기분이 좋아.”

황제가 만족감을 표시하자 황태자의 얼굴이 밝아졌다.

반면, 7황자의 얼굴은 그만큼 썩어 들어갔다.

열병식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북부군 이천과 총사령부 삼천은 맛보기에 불과했다.

동군단 오천의 병력을 시작으로 서군단, 남군단, 북군단이 차례대로 성문을 통과했다.

이쯤, 군악대가 단상 앞을 지나쳤고 북부군이 막 단상 앞을 지나갈 순간이었다.

말없이 특유의 과장스러운 걸음으로 이동하던 크리스티앙이 갑자가 기병도를 뽑아 앞으로 쭉 내밀며 큰소리로 명령했다.

마나를 사용했는지 멀리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북부군···· 황제폐하께···· 받들어~ 검!”

크리스티앙의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한사람이 된 2천 병력이 일제히 검을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빼어들었다.

이어 고개를 황제에게 돌리는 것과 동시에 검신을 세워 콧대에 가져다댔다.

그리고 한목소리로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추우우웅!”

단 1음절의 구호! 모두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다소 시끄럽던 행진곡마저도 사라진 것 같았다.

황제는 물론이고 한창 환호하던 백성들까지 깜짝 놀라 커다래진 눈만 끔뻑거렸다.

‘충’이란 구호가 메아리로 되돌아올 때까지···

‘추우웅~ 우웅~ 우웅, 우웅, 웅···’

‘척! 척! 척!···’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뚝 끊기자 발걸음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그사이에도 이천 병사들은 얼굴에 검신을 바짝 세운 채로 그리고 황제를 바라본 채로 계속 행진했다.

“폐하~”

“어, 어? 왜 그러느냐, 황태자야.”

‘척! 척! 척···’

“북부군이 폐하의 하문을 기다리옵니다.”

“그, 그래?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그저, 잠시 손을 흔들어주시면 되옵니다.”

“하하하~ 그렇구나. 그럼···”

고개를 끄덕인 황제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잠시 숨을 죽였던 함성과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와아~’

‘짝짝짝···’

“북부군~ 만세~에!”

“황제폐하~ 만세~에!”

“타이판 제국~ 만세~에!”

단번에 황궁 앞 광장이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북쪽 동네에서 자주 벌이던 가식적인 열병식과 전혀 달랐다.

진심에서 우러난 환호성이었고 백성들도 진정으로 행복감을 드러냈다.

41 전승행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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