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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137화 (137/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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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전승행사.

“자~ 이제 쏩니다.”

‘딸깍! 치이이익~’

‘뻐어어엉~’

“봤어요? 이것이 바로 아저씨들이 만들려는 화승총이에요. 자~ 받아요.”

세륨이 발사시범을 보인 후에 화승총을 골드버그에게 던져줬다.

골드버그와 동료들과 화승총의 여러 부위들을 꼼꼼하게 살피며 소위, 물고 뜯고 맛을 봤다.

이제껏 사령관이나 이고르 자작의 설명을 들었을 때에는 좀처럼 총기의 개념을 잡지 못했었다.

오늘 실제로 화승총이 발사되는 모습과 실제의 총기를 만져보니 원리가 쉽게 파악됐다.

“뭐야! 알고 보니 별 것도 아니었잖아?”

“기다란 쇠관 속에다가 파이어 파우더(화약)를 넣고 쇠구슬도 집어넣고 불을 붙이는 거였구먼. 알고 보면 정말로 별 것도 아니었네, 뭐.”

골드버그들이 화승총을 폄하했지만 그들도 잘 알았다.

자신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콜럼부스의 달걀처럼 실물을 직접 살펴보고 시범까지 구경한 터라 이젠 문제없이 제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허나, 장인으로써 이것을 처음으로 고안하고 만든 자가 참으로 대단했다.

20mm 탄환에 적중되면 중상급 몬스터라도 1발로 사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대단한 물건이군.’

‘동족들은 몬스터가 득시글거리는 곳에 산다. 동족에게 알려주면 보다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생각하는 건 대체로 거기서 거기라고, 세륨은 이런 골드버그들의 생각을 읽었다.

“화승총, 정말 대단한 물건이죠? 붉은 망치족에게 알려주면 정말 유용할 것 같죠?”

“어, 어? 어···”

“보기엔 간단해 보여도 실제로 만들려면 꽤 주의해야만 해요.”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지?”

“일단 총열! 그저 단순한 쇠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잘못하면 과도한 압력으로 터져버리는데···”

세륨이 거드름을 피우며 화승총 제작 시의 주의할 점을 전수했는데 인간으로 따지자면 그는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애송이였다.

그런 그가 40대의 원숙한 장인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꼴이었다.

내심 자존심이 상했지만 드워프 사회에서는 기술이 곧 실력이자 자존심이었다.

아무리 세륨이 속을 박박 긁어대도 참아야했다.

“···”

‘참자, 참아! 지금은 기술을 배울 때다.’

‘참아야지. 우리 드워프는 기술을 가진 자가 장땡이다.’

“하아~ 아저씨! 지금 딴생각하고 있죠?”

“어? 그걸 어떻게···”

“내가 뭐라고 했어요? 총열은 폭발하거나 깨질 수도 있다고 알려줬잖아요.”

“어! 그랬지. 그런데 왜?”

“하아~ 그런데 왜 연철을 두드리고 있죠?”

“그야 연철로 만들면 깨지지 않으니깐··· 그럼, 안 되냐?”

“당연히 연철은 강도가 약해서 안 되죠. 아저씨들 바보에요?”

세륨이 뭔가 꼬투리를 잡았을까?

신나게 골드버그들을 타박했는데 다소 도를 넘는 행동이었다.

당연히 응분의 대가가 따랐다.

“이런 씨발 새끼가··· 나중에 고개를 숙이더라도 일단은 아구창부터 날리자.”

골드버그가 주먹 1발 장전하고 달려들려고 하자 동료가 그의 어께를 붙잡았다.

‘덥석~’

“야, 골드버그!”

“이거 안 놔?”

“그만 해!”

“말리지 말라니깐? 저런 싸가지 없는 새끼를 가만히 놔둘 거야?”

“그게 아니고, 내가 먼저 아구창 날리고 싶어서야.”

“어, 어? 아하~”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 죽어라, 이 버릇없는 새꺄~”

‘휘익~ 휙휙~’

‘퍽! 퍼퍽~’

‘꿰에에에엑~’

골드버그들에게 세륨이 집단으로 구타당했다.

팰리스 일행은 동료 세륨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

아니다. 이제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는지 슬금슬금 뒷걸음쳤다.

“에휴~ 쯧쯧쯧~”

‘맞아도 싸지, 싸!’

“이런, 이런···”

‘나라도 한 대 줘 팼겠다. 까불어도 너무 까불었어.’

일제히 세륨의 명복을 빌어주며 자리를 피했다.

다행히 드워프의 몸뚱이 워낙 단단해서 아마도 내일이면 무슨 일이 있었냐며 능청을 떨 것이라서 양심의 거리낌도 전혀 없었다.

구타가 끝나고 기술을 전수를 마칠 때까지 상당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곳에서 서성이기도 곤란해서 승전행사 때에나 보자고 했던 크리스티앙을 다시 찾아갔다.

“응? 무슨 일로 다시 찾은 것이오?”

“그, 그것이···”

‘젠장~ 뭐라고 둘러대지?

강제로 개과천선 당하는 동료를 구해주기 싫어서 이곳에 찾아왔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궁즉통(窮則通)이라고 불현듯 좋은 변명거리가 생각났다.

‘아~ 그래!’

“각하! 전승행사에 저도 참가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언제 시작합니까?”

‘보름 뒤에, 그때 시작하는 건 나도 잘 아네요.’

“공지가 부족했나보구려. 남작, 보름 뒤로 시작할 것이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처음에는 마냥 둘러대기 위한 화제였으나 이젠 전승행사 자체가 궁금해졌다.

“제가 경험이 적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전승행사는 어떻게 치러집니까?”

“하하하~ 그것이 궁금했소이까? 하긴 그럴 만도 하겠구려!”

“네, 아무래도 저도 참가하고 그런 행사는 처음이라서··· 어떤 식인지 궁금했습니다.”

“내가 잘 설명해 드리리다. 험험~ 전승행사는 거의 20년 만에 열리는 행사로···”

크리스티앙이 전승행사의 의미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설명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로마의 개선식과 같은 행사로 전쟁에 참가했던 지휘관과 병사들이 깨끗한 군복을 입고 시가지를 거쳐 황궁 앞까지 행진한다.

물론, 병력만 이동하면 심심할 할 것이다.

공성무기 일부와 전쟁에서 획득한 전리품, 적국의 귀족들을 사슬에 묶어 전공을 자랑한다.

무성영화처럼 중요한 전투를 재현하기도 한다.

단순한 페레이드 같지만 여기에는 여러 정치적인 의미들이 포함됐다.

일단, 제국은 현재 몹시 어지러운 상태라 백성들의 관심을 돌리거나 열광시킬 그 무엇이 필요했다.

아무리 강력한 제국이라도 전쟁은 천문학적인 양의 물자들을 소비하는 법이다.

그리고 이 물자들은 영주가 바쳤지만 그들은 영지민에게 수탈했기 때문에 결국은 백성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셈이다.

당연히 전쟁기간 내내 제국인들이 몹시 힘들게 지냈다.

‘한마디로 전쟁동안 착취당하고 고생한 백성들에게 보여주는 일종의 쇼로군. 그도 아니면 너희들이 고생해서 제국이 이런 전공을 세웠다는, 일종의 변명거리가 되겠어.’

팰리스의 생각이 맞았다.

이번 전승행사는 화려하고 성대한 쇼를 보여줘 그동안 착취당했던 이들을 납득시키고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정치적인 행사였다.

이 때문에 백성들이 충분히 납득하거나 열광할만한 무엇을 보여줘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우두머리를 죽이거나 사로잡지 못했다는 점이오.”

“아참 그렇지요. 그렇다면 전리품이라도···”

“알다시피 바바리안은 워낙 가난한 자들이고 전투는 대체로 방어적으로 치렀소. 그래서···”

백성들에게 자랑할 만한 전리품 또한 충분히 빼앗지 못했다.

적의 우두머리도 자랑할 만한 전리품도 없다.

그런 상태로 시가지를 행군하면 전승행사 취지에 맞지 않을 것이다.

황제파에게 유리한 전승행사를 귀족파가 순순히 동의해줬던 결정적인 이유이자, 크리스티앙이 오늘도 골머리를 앓는 이유였다.

“각하! 적들의 말 수만 마리를 얻었지 않았습니까?”

“남작, 퍼레이드에 그것을 선보이기에 좀 그렇지 않겠소? 행진할 병사 대부분도 오르도스 영지에 머물고 있소. 나는 그저 2,000명 병력만 이곳에 데려왔다오.”

“이런···”

“황제폐하께서 크게 기대하실 텐데··· 행사를 제대로 치러낼지 걱정이오.”

적의 우두머리도 수레를 가득 채운 금은보화도 없는 개선식?

깨끗하게 세탁한 군복을 걸친 이들이 부대별로 터벅터벅 시가지를 행군하는 모습일 것이다.

참고로, 냉병기 시대에는 흔히 떠올리는 제식훈련이 없었다.

화약무기의 사용 이후에야 도입했다고 한다.

“각하께선 행사를 잘 마치실 겁니다.”

“빈말이라도 고맙소만 쉽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오. 만일 이번 행사로 백성들을 열광시키지 못하면···”

백성들은 제국이 왜 천문학적인 전비를 들여 북부와 전쟁을 치렀는지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 귀족파가 역공을 취해 전공이 무시되어 승작 또한 취소될 것이다.

프레임도 ‘전쟁영웅’이나 ‘전쟁에서 이룬 전공’이 아닌 ‘왜 괜한 전쟁을 벌여 자신들을 힘들게 했나.’로 돌변해 백성들이 비난할 것이다.

“설명을 들어보니 보통 행사가 아니었군요?”

“그렇소. 그 때문에 요즘 머리카락이 빠져서 그만··· 험험~”

“남도 아니고··· 저도 좀 고민해보겠습니다.”

‘피식~’

“말이라도 고맙소만 책임은 나 같은 고위귀족의 몫이라오. 남작은 그저 마음 편히 행사를 즐기시오.”

크리스티앙의 조언대로 한낱 남작 따위에게 책임을 묻진 않는다.

그렇지만 백짓장도 함께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다.

“각하. 저도 함께 싸운 전우잖습니까! 가만··· 뭔가 좋은 생각이 날 것도 같은데.”

팰리스는 문득 북쪽 동네의 김씨 일가(一家)가 자주 벌였던 군사퍼레이드가 생각났다.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기계같이 행진하는 병사들. 크리스티앙이 바라는 ‘쇼’에 가장 부합하는 모습일 것이다.

“각하! 제가 방금 좋은 수를 생각했습니다. 포로도 전리품 없이도 백성들을 만족시킬 방법 말입니다.”

“오~ 그것이 무엇이오?”

“열병식이라고 부르는데····”

팰리스가 열병식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크리스티앙과 이고르자작이 초롱초롱 눈빛을 빛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그것으로 백성들이 열광하겠소? 겨우 걷는 것에 불과하잖소.”

“배달 남작.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소.”

“사령관 각하, 이고르 자작님. 그렇다면 북부군 이천을 저에게 하루만 맡겨주시지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얼추 보여줄 수는 있을 겁니다.”

“흐음···”

“각하! 배달 남작이 저리 자신하고 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니 내일 하루 맡겨보시지요.”

“후우~ 좋소, 배달 남작! 내일 하루··· 수고해 주시오.”

크리스티앙들에게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북부군 2,000명은 아침 일찍부터 제식훈련을 강제로 주입받았다.

그들은 500명씩 4개 그룹으로 나눠 제식을 훈련했는데 다른 그룹보다 성과가 낮으면 식사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엄포 때문에 바짝 긴장했다.

아침부터 선착순을 비롯한 각종 뺑뺑이를 돌린 덕분이지 오전 11시 정도가 되었을 때에는 제법 오와 열을 맞춰 행진했다.

정상적인 군대를 나온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가장 힘든 훈련이 그냥 걷는 ‘행군(行軍)’이고 제일 짜증나는 훈련이 바로 제식훈련이라는 사실을···

“하나, 뚤! 하나, 뚤!···· 하나에··· 왼발! 왼발! 왼발!”

‘척! 척! 척!···’

병사들이 구령에 발을 맞춘 덕분에 제법 모양새가 나왔다.

팰리스의 심술기가 발동되기 전까지는···

“왼발! 왼발!··· 뒤로돌아~ 갓!”

‘삐죽~’

“아~ 이번엔 또 누가···”

“으~ 어떤 새끼야? 제발 정신 좀 차리자. 응?”

이번에도 몇 사람이 대열에서 튀어나왔다.

동료들의 비난과 탄식, 욕설이 뒤따른 건 너무도 당연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참을 수가 있었으나 동료들의 따가운 눈초리. 사실, 그것보다 더욱 무서운 건 다른 부대의 병사들이 구경하다가 틀릴 때마다 박수치고 비웃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신 안 차리나! 선착순 3명··· 몇 명?”

팰리스가 툭하면 선착순 뺑뺑이를 돌렸다.

“3명입니다!”

“좋아! 뛰어!”

‘우르르~’

2,000명이 맹렬하게 연병장을 뛰었고 북부군과 관계없는 병사와 지휘관들이 깔깔거리며 구경했다.

며칠 후에는 이 대열에 자신들도 함께 한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면서···

각설하고, 팰리스가 칠성시절에 경험한 군대는 당나라 군대였지만 사회생활하며 보고 들은 것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팰리스는 훌륭한 교관이 되어 북부군 2,000명을 강력하게 ‘조교’했다.

덕분에 일과를 마칠 무렵이 되었을 때에는 어느 정도 시범을 보일 정도가 되었다.

“헛~둘, 헛~둘··· 좌로! 안쪽은 보폭을 줄이고 바깥쪽은 보폭을 넓혀라.”

‘척, 척, 척···’

“1제대··· 사령관님께, 경례!”

팰리스의 구령에 첫 번째 500명이 일제히 단상으로 고개를 돌리며 가슴에 주먹을 올렸다.

동시에···

“충!”

마치 한사람이 소리친 것 같았다.

하루 내내 비웃고 조롱하던 이들마저 감탄할 정도였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짝짝짝···’

“우와~ 멋지다.”

“어떻게 저런··· 정말 굉장하다.”

“바로!”

‘척~’

“헛~ 둘, 헛~ 둘··· 좌로!”

‘척, 척, 척···’

“2제대··· 사령관님께, 경례!”

“충!”

‘우와~ 짝짝짝···’

2제대도 멋지게 전체경례를 마쳤고 어느새 모여든 (타부대의)병사들에게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자연 분위기가 제법 좋아졌다.

그래서 3제대와 4제대에서 실수가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만족할 만한 행사가 되었다.

“겨우 2,000명이 하루만 훈련했을 뿐이다.”

‘만일, 규모를 더욱 늘리고 전승행사 때까지 부단히 훈련시킨다면···’

크리스티앙의 머릿속에 상당히 멋진 그림이 그려졌다.

“그래, 좋아! 결정했다.”

전승행사가 열병식으로 변질된 순간이자 수도에 주둔한 까닭에 소위, 꿀을 빨던 병사와 중간 간부들에게 헬게이트가 열린 순간이었다.

41 전승행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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