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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136화 (13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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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의 도시는 더럽기로 악명이 높다.

한때는 파이온의 영주성 또한 엄청난 악취를 자랑했었다.

지금이야 팰리스가 추진했던 공공화장실과 거름사업을 통해 악취가 거의 사라졌다지만 그건 파이온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들은 여전히 더러웠다.

하물며 가이아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 올림피아스는 어떤 악취가 반겨줄까?

마법진에 오른 팰리스는 솔직히 그 점을 걱정했다.

‘파팟~’

강력한 빛과 함께 여섯 인영이 (이동마법진이 음각된)석조 구조물 위에 짠하고 나타났다.

단번에 올림피아스에 도착한 팰리스와 그의 일행들이었다.

아참, 일행이 한 사람 더 늘어난 이유는 피리온이 자기만 빠졌다고 삐쳤기 때문이다.

‘어질어질~’

“으윽~ 우웩~”

마도사를 제외한 6인이 일제히 비틀거렸다.

세륨은 그 정도가 심해 헛구역질했는데 냄새 때문이 아니었다.

갑작스런 위치변화 때문에 발생한 현기증이었다. 이런 모습이 마탑의 마법사들에게 비웃음을 샀다.

‘피식~’

“황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어디 깡촌에서 올라온 촌놈들인가?’

“이동을 마쳤으면 빨리 마법진에서 나오시오.”

“서두르시오. 미적거리다가 사고 나면 책임지지 않소.”

비웃음에 기분이 상했지만 따지기도 어색했다.

팰리스는 일행들을 챙겨 조용히 마탑을 빠져나왔다.

그들을 반긴 건 200만명이 살아가는 중세의 거대도시 올림피아스의 시가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깨끗했고 악취도 없었다.

“우와~ 정말··· 대단하군.”

“하나, 둘, 세, 넷···· 건물들이 모두 여러 층입니다.”

토머스의 말마따나 시가지는 3층 석조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간간이 6층 이상의 건물이 드물게는 10층짜리 건물도 시야에 들어왔다.

거대도시 서울을 경험한 팰리스와 달리 시골뜨기 토머스와 피리온, 세륨, 안토니아는 올림피아스의 위용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담이지만 이런 팰리스의 담담함에 드레이크와 드레이먼드가 살짝 실망했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깨끗하구려.”

팰리스의 물음에 얼마 전까지 이곳에서 (파이온 상단의 황도)지부장을 역임했던 드래이먼드가 대답했다.

“귀족들의 주로 이용하는 구역이라 당연히 깨끗합니다. 평민이 사는 구역은 몹시 더럽고 슬럼가는 더욱 더럽고 위험해 웬만하면 방문하지 마십시오.”

“호오~ 그래요?”

“사람 사는 곳이 뭐 그렇지요.”

드래이먼드의 말마따나 가이아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었다.

부자는 풍족하게 살아가고 가난한 자들은 힘겹게 살아간다.

‘피식~’

“사람이 사는 곳이라··· 하긴 그렇겠구려.”

“영주님~ 이제부터는 소신이 안내하겠습니다.”

“부탁하오, 세바스찬 경.”

황도에 작은 저택을 가지고 있던 드레이먼드가 마차 대기소로 일행을 안내했다.

“이랴~”

‘떠걱, 떠걱~’

황도는 황제가 사는 곳이고 거대한 타이판 제국의 중심도시였다.

제국의 부가 몰린 곳이라 당연히 황성 내부는 부동산 가격이 매우 비쌌다.

그래서 영주나 웬만한 부자가 아니라면 저택을 보유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일개 남작령의 가신인 드레이먼드가 농구코트 2개 넓이의 부지의 저택 앞에 마차를 세우게 했다.

‘이히히히힝~’

“영주님. 이곳입니다.”

“이곳이오? 호오~ 제법 크구려. 정말 대단하오, 대단해.”

비꼬는 것이 아닌 순수한 감탄이었다.

서울에서도 이런 부동산을 구하려면 백억 단위의 돈을 들여야만 가능할 것이다.

“대단하긴요. 영주님 덕분에 마련한 저택입니다.”

단순한 아부가 아닌 것이, 이 저택은 도자기와 비누로 많은 돈을 벌었기에 가능했다.

여담이지만 토사구팽으로 황도에서 밀려난 드래이먼드는 저택을 처분하려고 생각했지만 지금처럼 팰리스가 황도를 방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매각을 유보하고 정원사와 요리사로 일했던 톰슨 부부에게 저택을 맡겨 관리하게 했다고 한다.

각설하고, 이동포털을 이용했던 까닭에 아직 정오도 지나지 않았다.

팰리스 일행은 저택에 짐을 풀고 다시 마차(택시?)에 올랐다.

제국군 사령부에 방문하여 보고하고 화승총 제작법을 전수하기 위해서였다.

‘이히히힝~’

“나리님들, 제국군 사령부에 도착했습니다요.”

“수고했구나.”

드래이먼드가 마차비용을 지불하는 사이 팰리스는 제국군 사령부의 정문을 올려다봤다.

감옥처럼 높고 기다란 담장으로 둘러싸였는데 특이하게도 이곳은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황성의 내부였다.

드래이먼드의 설명에 따르면 축구장 4개 넓이의 군영에 3,000명의 정예 병사가 주둔하여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단다.

“애걔~ 겨우 3,000명밖에 안 되나요?”

“헤라클 경의 말마따나 겨우 3,000명뿐이오? 올리피아스는 제국의 중심이잖소. 상당히 넓은 것 같은데, 병력이 너무 적은 것 아니오?”

“3,000명뿐이라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황성 외부의 동서남북으로 4개의 진영이 더 들어섰습니다. 각각 5,000명의 병사가 주둔했지요. 로열기사단을 비롯한 제국의 여러 기사단과 치안대를 제외하고도 상비병만 23,000명입니다. 게다가···”

황도에는 제국군뿐만이 아니라 여러 귀족들이 거느린 사병과 기사들이 득시글거린다.

이 때문에 올림피아스는 과히 용담호혈이었다.

외부의 어떠한 도전도 용납하지 않았다.

‘끄덕끄덕~’

‘하긴~ 대륙 유일의 제국인데 그 정도는 되어야겠지.’

“자~ 이만 사령부로 들어갑시다.”

‘터벅터벅~’

팰리스가 일행을 이끌고 정문으로 다가갔다.

귀족차림의 팰리스가 기사와 마법사의 호위를 받으며 다가오자 병사들이 긴장했다.

그들은 위병소에서 쉬고 있던 상관을 불러냈는데, 제국군 사령부를 지키는 기사답게 덩치가 몹시 크고 탐색하는 눈매 또한 날카로웠다.

“정지하시오. 이곳은 제국군 사령붑니다.”

그러니 용무가 없으면 당장 꺼져라 라는 뒷말이 생략된 것 느낌이었다.

짬밥(?)이 제일 낮은 토머스가 대거리했다.

“알고 있네요. 용무가 있어 방문했네요.”

“그렇소? 무슨 용무로 이곳을 방문하셨소이까?”

“저분이 제 주군으로 배달의 로드, 팰리스 파이온 배달 남작님이라고 하네요.”

‘가우뚱~’

“배달? 배달 남작님이라면 혹시··· 북부전장?”

뭔가를 떠올렸을까!

탐색하듯 날카롭던 눈매가 갑자기 두 배로 커졌다.

“뭐, 북부전장에 참가한 건 맞네요.”

토머스의 말에 기사가 팰리스에 다가와 뜬금없이 기사의 예를 취해 보였다.

아마도 팰리스군이 벌였던 무용담을 들었던 모양이리라.

‘처척~’

“여, 영광입니다. 제국군 사령부 소속의 기사, 하디스. 북부전장의 영웅을 뵙습니다.”

“험험~ 본 영주도 반갑소이다.”

다소 오버로 보였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제국군은 특성상 대체로 황제파였고 팰리스 또한 황제파에 속했다.

이 때문에 팰리스의 전공이 널리 알려졌던 것. 하디스가 팰리스만 알아보자 유치한 토머스가 샘이 났나보다.

“하디스님. 내가 바로 토머스 헤라클이네요. 어험~”

그러니까 나도 좀 알아봐줘! 이런 뜻이 물씬 풍겨났다.

“토머스··· 헤라클? 아~ 광란의 질주?”

“어험, 어험~”

“오~ 광란의 질주를 벌였던 당사자를 마주하다니··· 어린 나이에 참으로 대단했소.”

“헤헤헤~ 별것 아니었네요.”

토머스가 잔뜩 어께에 힘을 줬다.

팰리스가 보기에 정말 유치해 보였지만 둘은 정말 쿵짝이 잘 맞았다.

“반갑소, 헤라클 경. 참으로 멋진 무용이었소.”

“하하하~ 그렇지요? 기사라면 역시···”

“힘! 힘이지요.”

“우핫핫핫~”

“우핫핫핫~”

똑같이 양손을 허리에 얹은 토머스와 하디스. 고개를 쳐들고 크게 웃었다.

비슷한 덩치에 비슷한 성향까지, 두 사람이 참으로 유치해 보였다.

‘하아~ 저 기사··· 제국군의 토머슨가?’

“···”

“···”

드레이크를 비롯한 일행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둘의 쿵짝이 보기에 과히 좋지 않았지만 이곳은 우군이 하나 없는 황도였다.

팰리스는 하디스의 호의를 고맙게 받아들였다.

“아참 한창 바쁘실 텐데. 험험~ 영웅 아니, 남작님. 따라오지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하디스는 상전을 모시는 것처럼 팰리스 일행을 크리스티앙의 집무실까지 안내하고 위병소로 복귀했다.

가장 높은 직속상관은 제국군의 총사령관이다.

팰리스는 본래 황태자의 외할아버지이자 제국군의 총사령관, 알렉세이 로마노프 후작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평소처럼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정치질’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북부군의 크리스티앙을 찾아갔는데 그가 반갑게 환영했다.

“사령관 각하! 황도에 방금 도착했습니다.”

“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오.”

“감사합니다, 각하! 아참, 후작으로 승작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고맙구려. 그대도 조만간 자작으로 승작할 것이오. 축하하오.”

한때는 껄끄럽게 대했고 죽을 자리로 내몰았지만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

그래서 이젠 전쟁을 함께 치렀던 전우가 되었다.

더욱이 팰리스는 제국군을 보다 강력하게 만들어줄 신무기를 제공해줄 것이다.

“배달 남작! 내, 지난날의 과오를 사과하겠소.”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니오. 예전엔 내가 너무 옹졸했소.”

“그렇다면··· 험험~ 사과 받아들이겠습니다.”

“고맙소, 남작. 아참~ 저 드워프가 바로 그···”

“네, 각하. 제국군에 화승총 제조법을 전수할 장인으로 세륨이라고 부릅니다.”

팰리스의 손짓에 세륨이 입을 열었다.

“반갑다, 높은 인간. 나는 드워프 세륨이다.”

막말에 가까웠지만 드워프의 말투는 원래 이렇다.

크리스티앙도 드워프를 상대해봤는지 피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덥썩~’

“반갑소, 드워프 세륨. 북부군을 지휘하는 크리스티앙 발터 백작이오.”

“병사들의 대빵이라는 소리네?”

“당신 말대로 진짜 대빵은 따로 있소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튼 어디로 가면 되나? 괜한 시간을 허비하기 싫다.”

“하하하~ 알겠소, 드워프 세륨. 이고르 자작?”

“네, 각하!”

“남작 일행을 1급 대장간으로 안내하게.”

“알겠습니다, 각하.”

“승전행사 때에 다시 뵙겠습니다, 각하! 그럼···”

팰리스 일행은 이고르 자작의 안내로 제국군의 병기를 제작하는 1급 대장간으로 향했다.

대장간이 가까워졌는지 특유의 망치질 소리로 시끄러웠다.

‘땅! 땅! 땅···’

1급 대장간은 제국군의 직속 대장간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설이었다.

그래서 몹시 귀하다는 드워프 3~4명이 웃통을 벗고 망치질 하고 있었다.

황제와 신성한 계약을 맺고 일하는 드워프들. 세륨에게 잠깐 눈길을 주었을 뿐 팰리스 일행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망치질하다 말고 풀무질 하는 인간에게 고함쳤다.

“이런 쌍~ 피죽도 못 먹었어? 그런 체력으로 밤일은 제대로 하는 거냐?”

“제대로 하란 말이다, 제대로! 풀무질 하나 못하면서 기술은 언제 배울 거냐고!”

“죄, 죄송합니다, 마스터!”

“거봐. 내가 뭘라고 했어? 에잇~”

‘쉬익, 쉬익~’

‘화르르륵, 화르르륵~’

드워프들의 타박에 대장장이들이 힘껏 풀무질했다.

그러자 불길의 색깔이 조금씩 달다졌다.

붉은색이었던 화염이 오렌지색에서 다시 백색으로 변하며 주변에 뜨거운 열기를 퍼뜨렸다.

“그렇지. 저런 불길이어야만 제대로 철을 뽑아내지.”

백색화염이 마음에 들었는지 세륨이 한마디 했다.

그러자 무시하고 일하던 드워프가 그제야 망치를 내려놓고 다가왔다.

그는 이고르 자작을 흘깃거린 후에 팰리스 일행을 하나씩 살폈다.

“애송이 자작이 데려왔다면 이곳에 용무가 있어 왔을 테고··· 그런데 너, 누구냐?”

선임 대장장이로 보이는 드워프가 말하는 대상은 팰리스가 아닌 세륨이었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 같은데··· 설마, 이 녀석에게 기술을 가르치라는 건가?”

“흥? 나이는 어려도 장인이네요.”

“호오~ 그래?”

“그리고 기술을 배우는 건 내가 아닌 아저씨들이네요.”

세륨의 도발에 드워프들이 발끈했다.

알다시피, 드워프는 장인의 종족이다.

대체로 나이가 많은 쪽이 숙련도가 높고 기술도 좋았다.

그런데 이제 갓 성인이 된 녀석이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한 장인에게 도리어 기술을 가르쳐주겠다고 말했다.

“뭐, 뭐시라 고라?”

“이런 씨방새끼가··· 나이도 졸라 어린 새끼가 감히··· 뒤질래?”

‘피식~’

“아이고~ 무서워라. 잘못하면 한 대 치겠네요?”

이상하게도 티아늄과 그의 일당들은 상대의 속을 잘도 긁어댔다.

“어린놈의 자식이 정말 버릇없군. 너 어디 출신이야?”

“검은 모루족의 세륨이네요. 그런데 그러는 아저씨는 어느 부족인데요?”

“붉은 망치족의 골드버그다.”

“붉은 망치족이라면 대륙의 남부?”

“그래 새꺄~ 그런데 검은 모루족은 그렇게 가르치던? 어른에게 막대하라고!”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요? 다만, 별 볼일 없는 장인은 무시해도 괜찮다고 들었거든요?”

“이이···”

“아저씨들~ 작업하는 것 보니깐 지금··· 화승총 만들고 있죠?”

세륨의 말에 팰리스는 골드버그의 작업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흐음~ 총열··· 인가? 상당히 조잡하지만 아무래도 화승총의 총열로 보이는군.”

인간 팰리스의 입에서 ‘조잡’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골드버그의 얼굴이 더없이 시뻘게졌다.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아무리 귀족이라도 우릴 무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어린 인간! 네 말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으드득~’

드워프들이 분노했지만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그들이 제작한 것을 보니 아직 원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설명만으로 대충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럴 때는 직접 실물을 보여줘 상대를 납득시키는 편이 나을 것이다.

피식~’

“당연히 책임을 지지요. 나와라, 아공간!”

‘스르르~’

긴장한 드워프들이 침만 꼴딱꼴딱 삼키고 바라보는 사이, 팰리스는 아공간 입구에 손을 쑥 집어넣어 화승총 1정을 꺼냈다.

41 전승행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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