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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133화 (133/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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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선원들이 유골을 수습하는 동안 바람님과 전사들이 바바리안 부족에게 거래를 청하러 떠났습지요.”

막심이 팰리스에게 이번 상행에 대해 보고했다. 그의 보고를 대충 정리하면 이렇다.

일단, 전우의 유골 건. 최대한 챙긴다고 챙겼지만 70%가량만 수습했다고 한다.

테라칸 부족이 동료의 시신을 수습할 때 함께 딸려갔거나 새들의 먹이로 일부가 소실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으로 우려했던 소금과 말의 거래는 생각보다 잘 풀렸단다.

처음에는 적대적일 것이라 생각하고 전투까지 대비했는데 다행히 바바리안들은 소금을 가져왔다는 소식에 호의적으로 응했다고 한다.

“바람님의 말을 들어보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가축에게 소금을 공급해줘야만···”

가축들이 인간에게서 도망가지 않는다.

이렇듯 소금은 유목민의 기반인 목축에 반드시 필요한 광물이었고 그래서 얼마 전까지 전쟁을 벌인 이들과 기꺼이 거래에 응했다.

그런데 절반의 부족들은 너무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거래로 사용할 여분의 말이 없었다.

이대로 말라죽을 수도 없으니 소금을 약탈하려고 생각했으나 소금은 신성한 섬에 정박한 무시무시한 철배에 실렸다.

약탈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자 말이 없는 부족들이 생존을 위해 고심했다.

“샤먼! 거래할 말이 없는데 어떡하지요? 아둔한 머릿속을 밝혀주시오.”

“족장, 투라로 거래를 청해보는 것이 어떨지요.”

“투라··· 말입니까? 철배의 제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초원의 말입니다만.”

참고로, 바바리안들은 지금처럼 비상시기가 아니면 가축들의 먹이라며 투라를 먹지 않는다.

투라는 주로 겨울철의 말먹이로 사용했다.

“그렇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말도 먹어야 살지요. 혹시 모르니 식량으로 거둬들인 투라로 거래를 청해보시지요.”

이렇게 해서 말이 없는 부족들은 초원에 널린 투라 수확하거나 기존에 보유했던 것을 꺼내 소금과 거래를 청했다.

삼동이로 수송하는 동안 말도 먹여야 한다.

마초는 부피가 커 먹이로 적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머릿바람은 기꺼이 대두를 소금과 교환했다.

“다음에 말을 줄 테니 외상으로 소금을 주시오.”

“외상으로 소금을 달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보쇼. 쌔고 쌘 것이 투라고 말이 없는 부족은 투라로 소금을 사갔소만.”

“뭐, 투라로 소금을 바꿔준단 말이오?”

“소문도 못 들었소?”

“이런··· 그렇다면 보름만 기다려주시오. 얼른 투라를 모아오겠소.”

“우린 3일 후에 떠날 예정이오만. 쯧쯧쯧~”

“어떻게 안 되겠소? 소금이 없으면 우리 부족이 무너진단 말이오.”

“거참 딱하게 됐군. 그렇다면 혹시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소? 말 10마리 값으로 계산해 줄 수도 있는데.”

바짓단을 들춰 발찌로 타락해버린 무한주머니를 슬쩍 보여주는 머릿바람. 이렇게 해서 투라를 가져올 깜냥도 없던 부족들은 과거에 약탈했고 지금은 마나탱크로만 활용하는 무한주머니로 소금을 거래했다.

바람은 그 과정에서 5개의 팔찌를 확보했단다.

각설하고, 막심선장을 물린 팰리스는 탁자에 놓인 무한주머니를 바라보며 음흉하게 웃음 지었다.

‘오호~ 생각보다 꽤 쏠쏠하군. 앞으로는 말보다는 무한주머니부터 구입해야겠군.’

“트리스탄~ 잠깐 들어와.”

팰리스는 트리스탄에게 팔찌를 건네주고 드레이크와 피리온에게 전달하게 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각자 하나씩 가지게 하고 나머지는 새로운 암호로 재설성하란 뜻을 덧붙였다.

“트리스탄~ 다음은 축복을 불러줘.”

축복이 집무실에 들어오자 팰리스는 배달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퉁구스인들에게 수입한 말과 투라를 벌판에 방목하고 투라를 뿌리는 임무를 맡겼다.

“어때~ 잘 할 수 있겠어?”

“당연하죠. 초원의 자식들이 제일 잘하는 것이 바로 말과 가축을 기르는 일이에요.”

“하긴 유목민이었으니 당연히 잘 기르겠군.”

“고마워요, 서방님.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아니 뭐··· 너의 부탁이 아니었더라도 말과 가축은 반드시 우리에게 필요했어.”

“서, 서방님 정말··· 정말 고마워요. ”

무척 고마웠는지 축복의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눈물지으며 밝게 웃는 축복. 참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험험~ 그나저나 내일은 남은 투라로 메주를 만들자.”

“메주···요? 메주가 뭔데요?”

“메주는 마도시대 사람들이 먹었던 간장과 된장이라는 음식을 만드는 재료인데···”

메주에 관해 설명하는 팰리스. 옛날을 살았던 전라도 사람답게 칠성은 메주와 간장을 만드는 법을 잘 알았고 각종 요리도 꽤 능숙했다.

다음날 아침, 팰리스와 축복은 앞치마에 콧노래를 부르며 메주 만들기에 돌입했다.

일단, 시종과 시녀들에게 10포대의 투라 즉, 메주콩을 깨끗하게 씻도록 했다.

이후에는 솥에 삶고 충분히 뜸을 들였다.

따뜻할 정도로 식은 콩은 절구에 적당히 찧고 목침 크기의 메주로 뭉쳐 다졌다.

그리곤 어젯밤 티아늄에게 급히 부탁한 메주창고의 선반에 밀짚을 깔고 그 위에 완성된 메주를 올려뒀다.

물론···

“릴리, 축복. 만드는 방법을 잘 기억했겠지?”

“네, 서방님.”

“주인님. 앞으로는 저와 마님이 메주를 만들게요.”

릴리와 축복에게 메주 띄우는 방법을 충분히 전수하여 다음부터는 그녀들이 메주를 띄울 수 있도록 교육시켰다.

“그런데 사방님. 저렇게 방치하면 메주가 썩지 않아요?”

“하하하~ 저런 경우는 썩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냐. 발효라고 말해야지.”

“발효요? 발효는 또 뭔데요?”

“썩는 것이나 발효가 되는 것이나 엄밀하게 따지면 둘 다 음식물이 변질되는 것이야. 하지만 메주는 와인이나 술처럼 변질되더라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변하지.”

“와아~그래? 정말 신기해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간장과 된장을 기대해도 좋을 거야.”

‘오래간만에 간장과 된장을 만들어보겠군. 아~ 내년이 기대된다.’

아쉽게도 간장이나 된장은 숙성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팰리스와 축복이 간장과 된장을 제대로 맛보려면 참으로 지난한 과정들이 필요했다.

메주를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지구시절에 맛봤던 음식들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젓갈이나 생선도 있었네? 소금이 대규모로 생산되고 있으니, 그래 좋아.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만들어보자.’

“축복, 릴리. 잠깐 이리와 봐.”

“부르셨어요, 서방님.”

“주인님, 말씀하세요.”

팰리스는 축복과 릴리를 앞에 두고 토기에 새우나 작은 생선을 넣고 소금물에 절여 젓갈로 담그는 법을 알려줬다.

“그럼 크기가 큰 생선은 어떡해요? 그것도 젓갈로 담그면 되나요?”

“큰 놈들이야···”

소금을 뿌려 햇볕에 말려 오래도록 맛을 즐기는 편이 낫다.

이런 일들은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원주민 부녀자들에게 맡겨도 될 테고 그녀들에게 적당한 일거리이자 수익원이 될 것이다.

“주인님, 그런데 왜 젓갈로 만들고 햇볕에 말리는 것이죠?”

“그야 젓갈이나 말린 생선이 오랫동안 저장할 수가 있기 때문이지. 새로운 맛이라 식탁도 풍성해질 거야.”

“와아~ 정말 그러겠네요? 서방님, 부녀자라도 쉽게 돈을 벌 수 있겠어요.”

“마님, 그럼 생선을 수출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겠지?”

“그런데 주인님, 이렇게 간단히 새로운 요리를 만들 수가 있는데 왜 지금껏 이런 요리들이 없었을까요?”

“소금이 워낙 귀하고 비싸니깐 그렇겠지. 누가 귀한 소금을 생선에 마구 뿌리고 절일 생각이나 했을까?”

사람의 적응력이란 것이 참으로 요상한 것이, 배달영지에서 소금을 대량 생산하고부터 풍족하게 사용했다.

그래서 릴리는 어느새 소금 귀한 줄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아참~ 그렇구나. 소금이 아주 귀한 음식이었죠?”

“어머! 그러고 보니 그러네. 나도 깜빡 잊고 있었어. 헤헤헤~”

“호호호~ 마님도 그러셨어요?”

축복과 릴리가 수다를 떠는 동안 팰리스는 새로운 음식들을 또 생각났다.

“그럼 당연하지. 솔직히 초원에서는 소금이 너무 귀해서···”

‘흐음~ 수출이라··· 수출용 식재료라면 역시 후추가 제격인데.’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향신료인 후추. 후추의 역사를 살펴보면 상당히 재미있는데, 이것으로 인해 지구의 역사까지 달라졌었다.

과거, 이슬람세력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이 점령되면서부터 후추를 수입했던 인도와의 무역로 즉 육로(陸路)가 막혀 버렸다.

그래서 유럽은 새로운 무역로를 개척하기 위해 바다로 눈을 돌렸는데 그것이 바로 대항해시대의 시작이었다.

대항해시대는 인류의 엄청난 진보라고 종종 말하는데 알고 보면 그렇지가 않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하고도 비인간적인 착취와 제노사이드에 버금가는 대규모 학살 그리고 너무도 처참한 노예거래와 강제노동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역사는 본래 승자의 일기장 같은 면이 있어 궤변같이 들릴 것이다.

허나, 지구의 수준으로 평가하면 대항해시대는 긍정적인 면보다 훨씬 많은 어둡고 몹시 추악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 바로 팩트였다.

물론, 유럽의 입장으로만 보면 다르겠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후추무역을 위한 대항해시대는 엄청난 부(富)를 만들어냈고 팰리스가 떠올린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가이아에 후추가 존재할지는 확신할 수는 없다. 허나, 아열대 지역에는 우리가 모르는 엄청난 향신료나 여러 보물들이 널려있어. 우리가 그것을 싸게 구입해온다면···’

‘꿀꺽~’

팰리스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21세기 지구에서도 아마존의 존재하는 약용식물 중의 1%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그만큼 아열대지역의 동식물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보물이 될 수도 있었다.

현재의 가이아는 후추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과거에는 후추를 비롯한 각종 향신료들을 사용했다고 한다.

식재료에서 시작된 팰리스의 상념은 이제 대륙 남부지역의 탐험으로 이어졌다.

‘위험한 지역을 탐험하고 그곳까지 이동하려면 역시 새로운 배가 필요해. 삼동이처럼 안전하고 강력한 배가 필요하겠지? 그래, 드워프들에게 부탁해서 삼동이 2호를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

참고로, 가이아 대륙 남부는 타이판 제국의 힘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었다.

남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와 같은 열대 정글의 식생(植生)이고 인간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는 독물과 몬스터들이 우글거린다고 한다.

인간의 힘은 참으로 위대한 것이, 그런 열악한 지역에서도 인간은 살아간다.

비록 인구밀도가 낮은 편이지만 대륙의 남부 정글에도 부족국가 수준의 세력이 존재한단다.

‘침략, 착취? 그럴 필요가 있나?’

해가 지지 않는 국가를 건설했던 대영제국!

혹자는 식민지에서 엄청난 수익을 벌었다고 착각하는데, 우습게도 그렇지가 않다고 한다.

도덕이나 비인간적인 면을 떠나 회계학적으로 따져도 그렇다고 한다.

식민지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된 비용이 과다해서 차라리 상호 협력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편이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훨씬 유리하다고 한다.

그래서 현대의 지구는 식민지 정책이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하기도 곤란했다.

식민지정책 대신 경제적인 예속을 통해 해당지역의 부를 빨아먹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사육되는 곰의 쓸개에 호스를 꽂는 것처럼···

팰리스는 일제강점기에 철저하게 착취당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기억 때문에 일방적인 이익이나 착취를 원하지 않았다.

‘정당하게 구입··· 물론, 원산지라서 저렴하게 구입하겠지만 서도··· 아무튼, 보물이 존재한다면 수익이 충분할 것이다. 바다와 접한 지역이라도 소금은 귀하니깐! 그래, 결정했다. 남부지역을 탐험하자.’

마침내 팰리스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깊은 사색에서 빠져나왔다.

그제야 자신을 부르는 릴리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주인님, 주인님!”

“어? 불렀어?”

“예, 마도사님을 비롯한 가신들이 찾아왔어요. 주인님을요.”

“뭐, 나를 찾아?”

“네, 주인님. 헤라클 경이 곧 도착할 시간이라네요.”

“아~ 그렇지.”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

아침부터 바지런히 움직인 덕분에 시간이 금세 지나가버렸다.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어갈 시간이라 지휘부가 팰리스를 만나러왔다.

그제야 제대로 복장을 갖춘 팰리스는 토머스를 맞이하러 나갔다.

“영주님. 헤리클 경이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빨리 출발하시죠.”

“알았소. 빨리 나가봅시다.”

‘떠걱, 떠걱~’

‘이히히히힝~’

팰리스는 가신들과 미리 입을 맞추며 북쪽을 말을 걷게 했다.

약 30분이 지나자 멀리 보이는 언덕 너머로 흙먼지가 일었다.

토머스가 가져온 3,200마리의 말과 경비대가 다가오며 만든 흙먼지였다.

1시간이 더 기다리자 마침내 토머스와 엄청난 말떼가 시야에 들어왔다.

토머스도 마중 나온 팰리스를 발견했을까?

급히 말을 달려···

아니, 토머스를 태울 말이 없어 두발로 뛰어왔다. 마나를 사용했는지 엄청난 속도였다.

“영주~니~임!”

간절하게 팰리스를 부르면서···

반가움 대신 토머스가 타고 다닐 말부터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떠오를만한 안타까운 광경이었다.

‘후욱, 후욱~’

‘처척~’

“보고합니다. 토머스 헤라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복귀합니다.”

“하하하~ 무사했구나, 토머스. 그래 다친 데는 없고?”

“당연히 말짱합니다. 그동안 애타게 저를 기다리셨죠?”

“그, 그야 당연하지. 그렇지, 피리온?”

“그, 그렇지요. 험험~ 토머스. 영주님께서 너를 무척 기다렸어.”

“정말? 하하하~ 역시 나는 영주님께 꼭 필요한 사람이었어. 안 그래요?”

“···”

“···”

확실히 미리 입을 맞춘 덕분에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각설하고, 토머스가 무사히 팰리스의 곁으로 복귀했다.

팰리스는 이제 황도에서 열리는 전승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해야할 것이다.

40. 황도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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