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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129화 (129/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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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주군!”

기사의 예를 마치자마자 안토니아가 이리 뜬금없이 말했다.

“응?”

‘뜬금없이 무슨···“

“무사히 돌아오셔서 소신 참으로 감사합니다.”

“아하~ 고맙소, 안토니아 경.”

“그나저나 리저드 경에게 들어보니 큰 공을 세우셨다면서요?”

“어쩌다보니··· 마지막에 삼동이가 구출하러 오지 않았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소이다.”

“드레이크님께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었더군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등줄기가 서늘하오. 아참, 전사자들의 가족들에겐 충분한 보상을 지급했소?”

“그 건은 드레이크님이 당당하신 업무라서··· 예전의 경우도 있으니 당연히 유가족에게 충분히 보상하고 앞으로 살길도 열어줄 것입니다.”

“영지를 위해 싸우다 전사했으니 당연히 그래야겠지요.”

“그런데 영주님. 병사들과 지난 전쟁을 듣다보니 꽤 골치 아픈 문제가···”

‘뭐, 골치 아픈 문제라고?’

“안토니아 경, 그것이 무엇이오?”

“영주님도 아시다시피 북부전장에 참전했던 병사들은···”

배달의 병력이 아닌 파이온에서 빌려온 병사들이었었다.

일부는 배달로 이주를 결정했지만 300명가량은 여전히 파이온에 적을 두고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배달영지에서 1급 비밀로 보호하는 삼동선과 대포, 작열탄을 비롯하여 캐논소총까지 죄다 목격했다는 점이다.

“이런, 그런 문제들이 있었구려.”

‘살인멸구해서 비밀을 지킬 것도 아니고. 상당히 곤란한 문제로군.’

아무리 비밀을 당부한다고 해도 사람의 입이란 참으로 가볍고 믿을 것이 못된다.

지리적으로 폐쇄된 쇼쇼니 반도에서는 그나마 비밀을 유지할 수는 있다.

파이온 영지처럼 개방된 곳이라면 복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세상에 널리 퍼져 버릴 것이다.

팰리스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했다.

그래서 지휘부에 이 사실을 알리고 조언을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날 아침, 팰리스의 통보를 받은 지휘부는 영주의 집무실로 모여들었다.

퉁구스에서도 축복과 바람이 대표로 참석했는데 무슨 조언을 구하기보다는 상징성과 소속감 때문이었다.

“···당시 상황이 급해 사용했소만, 파이온에서 빌려온 병사들이 복귀하면 우리의 비밀들이 드러날 상황이 되었소.”

“이런···”

“끄응~”

“경들의 지혜를 빌리는 바이오.”

“···”

적절한 대책이 없어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기다리다 지친 팰리스가 천재적인 피리온에게 고개를 돌렸다.

“리저드 경! 무슨 좋은 방도가 없겠소?”

“글쎄요. 특별한 대책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안토니아 경! 경은···”

“험험~”

“세바스찬 경?”

“죄송합니다, 영주님.”

다들 적절한 대책이 없어 팰리스는 하릴 없이 귀를 파던 티아늄에게도 물었다.

“나, 나? 설마 나한테 물어 본거야?”

한심하다는 뜻이 역력한 얼굴에선 ‘물어볼 사람한테 물어봐라.'라는 글이 쓰여 있는 것 같았다.

“험험~ 미안하네요, 티아늄.”

티아늄에게 사과하고 고개를 돌렸지만 다들 팰리스의 시선을 피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팰리스의 멋진 모습을 ‘감상’하는 축복만 제외하고···

팰리스와 축복의 순간적으로 눈이 딱 마주쳤다.

“축··· 아니다.”

‘쳇 바랄 걸 바래라. 축복이 뭘 안다고 적절한 대책을 말하겠어?’

“서방님 왜요?”

“생각해 보니 아닌 것 같아서.”

“뭐, 아주 간단한 것 같은데···”

축복에 말에 화들짝 놀란 사람들이 일제히 축복을 바라봤다.

“간단··· 하다고?”

“네, 서방님. 병사들을 이곳에 살게 하면 간단하지 않겠어요? 우리 퉁구스처럼 말이에요. 들어보니 이곳 쇼쇼니 반도는 아주 폐쇄적인 지형이던데요.”

“하아~ 그게···”

어이없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는 대책이었다.

뭘 몰라 하는 말이라 축복을 탓하기도 뭐해 뒷말을 아꼈다.

그런데 오늘따라 건강해진 드레이크가 이에 호응했다.

“그렇구려. 마님이 되실 분의 말씀이 참으로 무난하고 좋은 해결책이겠습니다. 아차~ 샤먼이었지요?”

“호호호~ 네, 드레이크님. 제 말이 맞죠?”

칭찬이 신난 축복이었다. 피리온은 현실적인 문제를 따졌다.

“하지만 샤먼 그리고 스승님.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병사는 영지를 지키는 손발이자 매우 중요한 인적자원입니다.”

“그렇지, 아주 중요한 자원이지. 그런데 안 될 건 또 무어냐? 가장 좋은 해결책이면 그리 되도록 만들면 되는 것을. 허허허~”

이상하게도 드레이크의 표정이 밝았다.

아니, 이마에 깊이 새겨진 주름까지 거의 사라져 20~30년은 젊어보였다.

‘무슨 천년 묵은 만드라고라를 먹었나? 가, 가만···’

“남작님 혹시 성취가···”

팰리스의 말에 사람들의 고개가 이번엔 드레이크에게로 향했다.

“허허허~ 그렇습니다. 이번에 여섯 번째 서클을 완성했습지요.”

“오오~”

“운이 좋았습니다. 영주님의 말씀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지요. 우연찮게 마나가 아주 풍부한 크라켄 고기를 맘껏 포식했고요. 허허허~”

“크라켄 고기? 아~”

몬스터 부산물이 마법재료로 각광받는 이유는 마나를 함유했기 때문이다.

해양몬스터 최강자의 고기라면 상당한 마나가 포함했을 것이다.

문득, 무한주머니에 처박아둔 크라켄 다리 한 짝이 생각났다.

‘이런~ 아까운 내 마나들이··· 마나가 흩어지기 전에 빨리 고정시켜야겠다.’

몬스터 부산물은 가능한 빨리 약품이나 마법처리를 통해 대기 중으로 마나가 방출되는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사이에 보유한 마나가 방출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사냥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아공간에 보관했기 때문에 그 사이에 방출된 마나가 극히 일부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건 회의가 끝난 이후의 문제다.

지금은 마도사가 된 드레이크를 축하해줄 시간이었다.

“축하합니다, 남작님.”

“아닙니다, 영주님.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이제 마도사로 불러드려야겠군요?”

5서클 까지는 별도의 호칭이 없었으나 6서클부터는 대단히 귀중한 인적자원이다.

그래서 마도사라는 호칭을 붙여준다.

“여러분~ 드레이크 남작님은 이제부터 마도사요. 차후에 연회를 열어 축하하겠지만 일단은 박수로 축하합시다.”

‘짝짝짝~’

팰리스가 박수를 치자 사람들이 따라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와아~”

“축하합니다.”

‘짝짝짝~’

“험험~ 고맙소이다.”

드레이크가 자리에서 일어나 답례하곤 분위기를 다시 환기시켰다.

“본론으로 들어가, 영주님! 백작님께 이주를 부탁하면 어찌어찌 될 것 같습니다.”

“부탁··· 이라고요? 어떤 부탁 말입니까?”

드레이크가 대답하기도 전에 축복이 끼어들었다.

“그야 병사들을 달라는 부탁이겠죠, 뭐. 안 그래요, 마도사님?”

“허허허~ 샤먼의 말씀이 옳소이다. 백작님께 그리 부탁해서 해결하면 될 것입니다.”

축복과 드레이크의 해결책에 모두들 고개를 흔들었다.

병사들이 순순히 따르는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병사는 영지의 매우 중요한 인적자원이었다.

그런 병사를 300명이나 달라는 건 이치에 맞지도 그런 요청을 들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스승님.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하게 하면 될 것 아니겠느냐.”

“네? 하지만 상식적으로···”

피리온의 말은 도중에 끼어든 드레이크 때문에 중단되었다.

“영주님.”

“네, 마도사님.”

“다행히 늙은 소신에게 백작님이 빚을 좀 졌습지요. 제가 한번 부탁해 보겠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아마도··· 아마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이렇게 전체회의가 끝났다.

팰리스는 드레이크의 장담이 믿기지 않았으나 따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제법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드레이크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승인하고 축복과 바람을 불렀다.

피리온에게 무한 주머니에 보관중인 크라켄 고기를 처리, 마나가 흩어지지 않도록 고정하기 위해서였다.

그 시간 드레이크는 파이온에 통신을 요청, 1시간 뒤에야 파이온 백작과 통신할 수 있었다.

- 오래간만이군, 드레이크.

“허허허~ 저도 오래간만입니다, 백작님.”

- 어째 얼굴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은데. 그동안 무슨 좋은 일이 있었나?

예상대로 안부를 묻다가 마도사가 되었다는 말에 파이온 백작이 크게 기뻐하며 축하했다.

- 아참~ 배달 남작은 무사한가? 전쟁이 끝났고 큰 공을 세웠다는 소식만 얼추 들었는데. 소식이 없어 궁금하구먼.

“얼마 전에 영지에 복귀했습니다.”

- 응? 벌써 복귀했어?

“네, 백작님. 사정이 있어 당분간은 비밀입니다.”

- 그래? 말하기 곤란한 사정인 것 같구먼.

“그래서 말인데···”

팰리스에 맡겼던 병사와 그들의 가족들을 배달에 넘겨 달라!

드레이크의 부탁은 백작에게는 참으로 어처구니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백작은 신중하게 경청했다.

팰리스는 오거스틴을 따르는 가신들 때문에 위험한 북부전장에 끌려갔었다.

힘들게 가꾸고 개발시킨 아나톨리아까지 빼앗긴 격이 되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드레이크를 불러 팰리스를 보필하라고 부탁하지 않았던가.

파이온 백작은 드레이크의 부탁을 들어주려고 마음먹었다.

문제는 아무리 파이온의 로드라도 모든 일을 자신의 뜻대로 처리할 수가 없다는 것. 최악의 독재정권이라는 북한에서도 최소한의 명분이 없다면 들어줄 수가 없는 부탁이었다.

- 반대급부는? 자네도 알다시피 명분이 필요해. 가신과 아이들이 크게 반발할 거야.

“그렇겠지요. 그럼 화승총 같은 신무기는 어떻습니까?”

팰리스와 미리 조율한 제안에 마법수정구 속의 백작이 흠칫거렸다.

- 신무기? 어떤 것이지?

“수석식 소총과 대포라는 무기로···”

드레이크는 수석식 소총과 전장식 대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가 비록 팰리스의 가신이 되었지만 평생을 파이온 백작에게 충성하던 드레이크였다.

조만간 화승총이 제국군에 도입될 것이란 말에 파이온 영지의 군사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생각이었다.

드레이크의 제안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거래로 명분으로도 제법 훌륭했다.

배달이 얻는 이익이 더욱 크겠지만···

- 좋군. 정당한 거래고 명분도 훌륭하다.

“감사합니다, 백작님.”

- 그런데 드레이크~ 배달은 그보다 훨씬 좋은 무기를 개발했나? 새로운 소총과 대포의 제작법을 전수하는 걸 보아하니 말이야.

확실히 영주의 자리는 고스톱으로 딴 것이 아니었다.

“네? 그게 무슨···”

- 후후후~ 으뭉스럽기는··· 괜찮다, 드레이크. 한 영지의 로드로써 당연히 그래야겠지.

“···”

- 자네가 그런 얼굴이면 내가 더 미안하잖나. 그리고 팰리스도 내 아들이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 문제는 됐고. 그렇다면 병사들의 가족들을 배달로 이주시키겠다.

무장답게 뒤처리가 시원시원했다.

“그래 주시겠습니까?”

- 당연하잖나. 위험할지 모르니 내가 직접 데려다 주지. 팰리스 얼굴도 좀 보고 싶고.

여러 일들이 꼬여 데면데면했지만 아버지는 아버지였다.

아무튼, 이로써 팰리스에게 난제가 전화위복이 되어 영지의 인구가 늘어나게 되었다.

파이온 배작은 가신들을 불러 배달과의 계약을 들어 병사 300명과 그들의 가족을 배달로 이주시키겠다고 결정했다.

한국의 어떤 오른쪽 끝 정당처럼 반대를 위한 반대가 일부 있었다.

그러나 파이온은 대대로 몬스터와 싸워왔던 영지였다.

이미 화승총의 매력에 푹 빠졌던 귀족들은 그보다 더욱 진보된 소총과 대포의 도입에 열광했다.

문제라면 다소 강제적인 이주라서 병사들의 가족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다행히 그들에게 영주는 자비롭고 상당히 뛰어난 지배자였다.

그런 영주의 아들이 개척하는 곳도 살지 좋다는 소문났다.

휴가 나온 병사에게 팰리스가 어떤 지배자인지 오래 들었기에 불편하지만 영주의 뜻에 따라 이주를 준비했다.

배달의 지휘부도 병사들을 만나 설득했다.

영지와 영지간의 거래로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 괜한 수고라고 반대했지만 팰리스는 인권이 강조되는 사회를 살았다.

병사들의 진정한 마음을 얻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병사들을 만나 설득했다.

1달 후에 가족들이 배달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팰리스와 지휘부들이 병사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자 그들도 진정으로 이주를 결심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경험한 팰리스는 파이온 백작에 버금가는 아니, 더욱 뛰어난 로드였다.

모든 병사들이 이주를 결심했을 때에는 배달로 복귀한지 벌써 보름이 지난 후였다.

그제야 팰리스는 제국정부에 마법통신을 보내 팰리스군이 배달에 복귀한 것과 전투의 결과들을 보고했다.

뗏목을 타고 탈출했다는 알리바이 때문에 이리 보고를 늦췄던 것이다.

마침, 이때는 북부군이 원정을 마치고 오르도스에 돌아왔을 때였다.

그제야 팰리스는 뭔가 잊은 것 같은 기분의 정체를 깨달았다.

“이, 이런··· 어떻게 그걸 잊고 있었지?”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너무도 어이가 없습니다.”

피리온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팰리스를 비롯한 병사들은 그동안 엄청난 전투를 치르고 여러 일들을 경험하는 동안 토머스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이없게도 토머스는 이런 사정을 꿈에도 몰랐다.

팰리스와 병사들이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래서 크리스티앙과 귀족들의 만류에도 뿌리치고 배달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팰리스가 북부군 진채에 남겼던 전투수레 60여량과 그 수레를 끄는 (바바리안 사망자들이 남기곤 간)초원의 말 3,200여 마리. 토머스는 200명의 용병들을 고용하여 그 많은 수레와 말들을 이끌고 복귀하고 있었다.

“히히힛~ 많이 챙겼으니깐 좋아 하겠지? 그러고 보니 영주님이 걱정이네. 나를 애타게 찾다가 병이 나진 않았겠지?”

설마 그럴 리가! 턱도 없이 오해하는 토머스였다.

“병사들도 이 몸을 애타게 찾고 있을 거야. 아암~ 그렇고말고.”

쯧쯧쯧~ 그를 위해서도 팰리스를 위해서라도 비밀은 꼭 지켜져야 할 것이다. 아니면 미리 입을 맞추거나!

* * *

38. 정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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