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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96화 (9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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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그덕, 떠그덕~’

‘후우우웁~ 후우~ 후우우웁~ 후우~’

팰리스는 시간을 헛되이 허비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말 등에서 동공을 수련했다.

정식마나호흡으로 마나를 모은 것보다는 크게 부족했지만 확실히 안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동공은 일상생활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피리온도 토머스도 수련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현재 레인저 4개 분대 20명이 팰리스군이 이동할 지형을 미리 정찰하는 중이다.

지형적으로도 매복하기가 어려운 초원지대라 팰리스군을 기습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팰리스군은 이제- 몇시간 전의 옹골진이 올랐던- 소녀처럼 슬며시 부푼 언덕 아래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평지를 따라 이동했다.

“언덕···인가?”

왠지 모를 불안감에 팰리스는 동공을 중단했다.

그는 상체를 옆으로 비틀어 야트막한 언덕 위를 주시했다.

‘가만! 언덕의 뒤편은 완벽한 사각지대다. 만약 언덕 뒤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화살을 날린다면···’

대비하지 못한 채로 꼼짝없이 당하고 말 것이다.

갑자기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에이~ 아니겠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구릉지역이라 분명 레인저가 미리 정찰했을 것이다.

설혹, 적이 매복에 성공했다손 치더라도 언덕의 정상부와 팰리스군이 통과하는 평지와의 거리가 상당했다.

화살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거리, 그래서 팰리스는 매복이란 생각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물론, 팰리스군을 먼저 발견했던 옹골진도 이점을 고려했다.

그래서 그는 7명의 부하들과 함께 시야가 확 트인 4부 능선의 덤불지대에 땅을 파고 은신했다.

‘적의 방심을 노려 우두머릴 사살한다. 그런 후에 재빨리 언덕 뒤로 도망가면 우리의 공이 으뜸일 것이다.’

보다 많은 전리품을 배정받기 위해서는 누구나 인정할 만한 공이 필요했다.

다소 위험했지만 우두머리를 사살하는 것보다 더욱 큰 공을 없을 것이다.

옹골진의 예상대로 팰리스군은 언덕정상부와 그 뒤에 있을지 모를 매목만을 염려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빤히 보이는 가까운 덤불에 매복병이 숨었다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멍청한 자식들··· 좋았어!’

옹골진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200m, 150m, 100m···

마침내 50m안으로 보급부대의 지휘관들이 들어왔다.

“지금! 지금이다.”

마침내 옹골진의 공격명령이 떨어졌다.

순간, 그와 그의 부하들이 일제히 일어나 재빨리 시위를 당겨 화살을 날렸다.

‘피릿! 피리리릿~’

방금 전까지 언덕의 정상부분만 살피던 팰리스. 근거리에서 검은 인영들이 갑자기 솟아오르자 그저 자신이 잘못 봤거나 눈에 뭔가 들어간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도 잠시, 시위를 당기는 모습에 이르러서야 크게 경악했다.

“헉!”

‘뭐, 뭐냐 쟤네들···’

아무리 참전용사가 어쩌고 해도 불시에 허용한 공격만큼 당황스러운 일이 없었다.

천하의 미군 할애비라도 기습공격 앞에서는 답이 없을 것이다.

팰리스와 토머스가 미처 조치하기도 전에 화살이 날아들었다.

괴물 같은 토머스. 영화의 주인공처럼 갑옷의 경사면으로 화살을 튕겨 내거나 완갑(팔목에 찬 갑옷)을 찬 손을 휘둘러 막아냈다.

그러나 반사 신경이 둔한 피리온은 그만 마법주문을 웅얼거리다가 화살 2대를 허용하고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파이어···컥!”

‘피, 피리온! 설마 네가···’

경악한 팰리스가 피리온을 부르려고 했다.

그런데 목구멍에서는 친구의 이름 대신 그르렁 거리는 소리만 새어나왔다.

“그릉~ 그르릉~”

‘응? 목소리가 왜!’

상황이 너무 이상하게 흘러갔다.

팰리스가 머리를 살짝 기울이려던 찰나, 자꾸만 눈앞에서 얼쩡거리는 화살대가 상당히 거슬렸다.

팰리스는 반사적으로 화살의 꽁지깃을 만졌다.

‘이건··· 뭐냐?’

꽁지깃에서부터 화살촉 방향으로 따라 움직이다가 끝내 자신의 목덜미가 만져졌다.

‘흠칫!’

따뜻하고 축축한 느낌. 황당하게도 자신의 목덜미에 화살이 박혀있었다.

현실감 없게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도 어이가 없고 황당한 나머지 허튼 웃음이 새어나올 것만 같았다.

숨이 막혔는지 그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피거품이 일었다.

시야도 점차 흐려지며 좁아졌다.

“그릉! 그르르릉?”

‘젠장! 이렇게 다시 죽는 건가?’

가이아라는 전혀 생소한 세상에서 환생했다.

나름 고생하다가 마침내 도자기를 개발하고 판매한 자금으로 쇼쇼니를 구입하여 배달의 영주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지구의 문물을 이용하여 자신의 영지를 개발하고 성장시킬 꿈에 부풀었었다.

비록 잠시간 북부전장에 끌려왔다지만 그다지 위험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도 허무하게 짧은 생을 마쳐야 하다니···

완갑으로 화살을 잘 막아내던 토머스가 기어이 죽어가는 친구를 발견했다.

화들짝 놀란 토머스는 팰리스에게 달려오다가 그만 그마저 화살을 허용하고 말았다.

‘피릿~ 피리릿~’

‘티, 팅! 티팅, 퍽! 퍼퍽~’

“패, 팰리스. 괜찮아? 빨리 포션을··· 윽! 앗 따거라.”

‘토머스 너마저···’

어이없고 황당한 감정이 분노로 승화되었다.

화가 났다. 무척 화가 났다.

가이아의 영웅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볼 그와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이름도 없는 황무지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가야 하다니···

‘이런 씨벌! 개좆같은···’

어느새 온몸의 힘이 쑥 빠져나갔다.

말 등에서 몸을 지탱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기우뚱~’

팰리스의 몸뚱이가 스르르 한쪽으로 기울어지더니 기어이 위태한 지경에 이르렀다.

말 등에서 막 떨어지려는 순간, 팰리스는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을 직감했다.

죽음?

죽을 때 죽더라도 꽥 소리는 지르고 죽는다.

마침내 말 등에서 떨어지려는 팰리스. 원통한 마음을 담아 그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고함쳤다.

“그르르릉! 그릉~ 그르르릉~”

‘말도 안 돼! 여기서 파토나면 도대체 어쩌겠다는 말이냐!’

* * *

“안 돼! 웅얼웅얼··· 파토···웅얼웅얼···”

팰리스가 잠꼬대하자 토머스가 흔들어 깨웠다.

그렇다. 팰리스가 동공을 수련하다가 그만 말 등에서 깜빡 잠이 들었던 것이다.

당연히 피리온도 무사했고 토머스도 한심하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참, 꿈의 내용과 달리 팰리스군은 아무런 문제없이 언덕을 지나쳐 왔다.

즉, 옹골진은 괜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그냥 본진으로 퇴각했던 것이다.

“영주님. 꿈꿨어라?”

“꿈··· 꿈이었나?”

“그야 당연히 꿈꿨겠죠. 그나저나 고스톱이었죠?”

헨타이 망가와 더불어 고스톱도 팰리스가 전파한 지구의 문물이었다.

“고스톱? 갑자기 무슨 소리야?”

“방금 영주님이 꿨던 꿈이요. 분명 파토가 어쩌고 했는데··· 아닌가요?”

“아, 뭐···”

‘휘유~’

‘꿈이길 천만다행이다. 만약 그 꿈이 현실이었다면···’

팰리스는 자신과 친구들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이곳은 전장이었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팰리스는 레인저에게 전령을 보내 철저하게 정찰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3시간이 흘렀다.

‘떠걱, 떠걱~’

“영주님, 전방에 대규모 적이 접근 중입니다.”

팰리스의 지시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원천적으로 매복이 불가능한 초원지대였기 때문이었을까!

레인저는 지혜가 이끄는 바바리안들이 20Km 근방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적 병력규모는 얼마나 되나?”

“1,000명이 훌쩍 넘어보였습니다. 빨리 대비해야 합니다.”

보고를 접한 팰리스는 즉각 방어진지를 구축할 것을 지시했다.

보급품이 적재된 수레와 말은 방어에 하등 필요가 없다.

병사들이 급히 중앙에 따로 모았다.

그들은 방벽으로 사용할 전투 수레에서도 말을 떼어낸 후에 (전투수레 한쪽 면이 적을 향하도록)둥글게 이어 원진을 구축했다.

전투수레의 앞뒤 하단에는 쇠고리가 장착되어 있고 벽체 또한 별도의 조작으로 떼어내거나 눕힐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병사들은 수레의 앞뒤 고리에 쇠사슬로 얽어 수레와 수레를 연결했다.

그리곤 수레와 수레 사이에 (전투수레의)뒤판을 떼어 걸쳐놓았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내부로 향한 수레의 벽을 조작하고 눕혀 (벽체)윗부분이 바닥에 닿게 했다.

그러자 조립식 목책이 완성되었다.

(바깥쪽으로 향한)수레의 옆면에 방패까지 장착하고 있었으니 바바리안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기, 화살공격을 제법 막아낼 것이다.

* * *

“오호라~ 텡그리가 우릴 돕는구나.”

엄청나게 긴 수레의 행렬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접한 위대한 지혜. 텡그리가 자신을 도와준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보급부대는 20여량의 수레를 사용했는데 이번에 발견한 보급부대는 수레만 자그마치 90량이었다.

(지혜의 기대에 부합하는 수레는 그저 30량뿐이었다.)

그렇다면 장기주둔하면서 보급부대 여럿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번의 공격 한번으로 충분한 양의 전리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지혜는 자꾸 실없는 웃음이 나오고 입 끝이 귀에 걸리려고 했다.

“하하핫~ 우하하하하~”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초원에서는 어떤 돌발사건이 벌어날지 모르고 이곳은 전장이었다.

‘그래! 이곳은 초원이다. 방심하지 말자.’

“테라칸의 전사들이여~ 가자, 수확하러!”

“와아~ 출동이다.”

“끼랴랴랴랴랴~”

지혜는 바바리안 전사들을 이끌고 팰리스군을 요격하기 위해 다가갔다.

흙먼지로 접근을 알아차렸는지 보급부대는 벌써 수레를 이용하여 조립식 목책을 구축해 놓았다.

지혜는 팰리스군과 2,000m 떨어진 곳에 병력을 집결하곤 상대의 규모와 방어 진지를 자세히 살폈다.

‘허허~ 어떻게 수레로 목책을 만들었지?’

“제법 단단하겠는 걸?”

지혜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수레를 이용한 원진!

보급부대의 일반적인 대응책이었으나 팰리스군이 선보인 건 이전의 부대와 크게 달랐다. 목책이나 다름없었다.

수레의 옆면에 방패까지 장착해 놓아 한눈에도 상당히 견고해 보였다.

“지혜님. 제국 놈들이 고슴도치처럼 잔뜩 웅크릴 생각인가 봅니다.”

“놈들이겐 어쩔 수가 없었겠지요. 병력의 수에서 밀리고 승마실력까지 떨어져 당연히 저런 방어전술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지혜의 말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팰리스군 몇 명이 작은 활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잠깐, 지혜님. 몇몇이 들고 있는 활이 어째 눈에 익습니다. 크기가 작은 것이 아무래도···”

각궁은 파이온 특산품으로 제국군에 주로 납품된다.

당연히 팰리스군이 무장한 각궁이 눈에 익을 수밖에 없었다.

“가꿍(각궁) 말입니까? 그렇다면 약간의 희생이 발생할 수도 있겠군요.”

사실은 ‘약간’이 아닌 ‘상당한’이란 수사를 사용해야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혜를 비롯한 바바리안은 정말 몰랐다.

팰리스군 대부분이 각궁으로 무장했다는 사실을···

그저 궁수의 숫자가 일반적인 편제 수준으로 오판하고 있었다.

“가꿍으로 무장했다면 당연하겠지요.”

“그렇다면 오늘은 포위망만 구축하고 내일까지 방패를 준비해야 할까요?”

지혜가 다소 내키지 얼굴로 물었다.

다행히 기운 또한 그다지 반갑지 않은 대책이었다.

“글쎄요. 이곳은 초원이라 목재가 너무 부족한 곳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놈들의 기사전력입니다.”

“기사? 기사라면 상급전사와 비견된다는 자들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제국의 병사들은 허약하지만 마나 즉, 기운을 사용하는 기사는 조심해야 합니다. 한밤중에 기사들이 난입하면 상당히 피곤해집니다.”

“그렇다면 희생을 감수하고 이대로 공격하자는 뜻입니까?”

“지혜님, 승리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입니다. 우린 초원의 전삽니다. 피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피! 초원에서 살아가는 자들의 숙명일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공격하겠습니다.”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병력운용은 어떻게···”

기운이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었다.

차기 절대자에 대한 교육 차원이었다.

“병력운용이라··· 일단은 정석적으로 건드려볼 생각입니다. 놈들의 반응을 확인한 뒤에 본격적으로 들이쳐야겠죠.”

“그렇군요. 상당히 무난한 전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난한 전술! 특별하진 않지만 그만큼 효과가 입증된 전술이라는 소리였다.

지혜는 선봉으로 ‘옴팡진’과 ‘얄팍한’이 지휘하는 2개의 백인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들로 하여금- 평소에 보급부대를 공략했던 정석대로 -팰리스군에게 꾸준한 피해를 강요할 생각이었다.

“가자~ 테라칸의 전사들이여~”

“나, 얄팍한의 뒤를 따르라!”

“와아~ 수확하러 가자.”

“와아~ 끼랴랴랴랴랴~”

옴팡진과 얄팍한은 괴성을 지르고 말을 달려 정석대로 120m 간격에서 양편으로 100명씩 갈라졌다.

서로 엇갈려 말을 달리던 그들은 고삐를 놓고 양손으로 활을 쏘려고 했다.

평소의 정석처럼···

“발사하라!”

“발사!”

‘피리리릿~ 피리리리릿~’

“어, 어?”

“화살··· 이네?”

화살은 오히려 팰리스군이 먼저 발사했다.

그것도 바바리안들이 예상했던 숫자보다 5~6배나 많은 화살 세례였다.

이렇게 예기치 않은 팰리스군의 선공으로 팰리스와 지혜가 겨루는 초원의 결전이 시작되었다.

27. 팰리스 배달 VS 위대한 지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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