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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총독님, 드레이크 남작님의 마법통신입니다.”
피리온이 활성화된 마법수정구를 가지고 집무실에 들어왔다.
- 각하! 드디어 쇼쇼니 반도의 매매계약을···
수정구 속의 드레이크가 드디어 쇼쇼니 반도의 거래를 마쳤다고 보고했다.
물론 5,000여명의 영주민을 ‘덤’으로 인계받는 조건이었다.
팰리스는 이제 몬스터 토벌을 마치는 대로 황실과 귀족원에 토지매매를 통보하고 새로운 봉건영주로 인정받아야할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잠깐!
여러분은 팰리스의 지갑이 얼마나 두꺼울지 무척 궁금할 것이다. 도대체 도자기로 얼마만큼 벌었고 팰리스는 현재 얼마의 돈을 가지고 있을까?
쇼쇼니 반도의 구입자금을 제외하더라도 팰리스는 현재 60만 골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참고로, 매매대금은 팰리스의 개인 자금으로 집행했다.
공적인 자금을 쌈짓돈마냥 마구 낭비하는 재벌이나 불법을 일삼는 일부 권력자와 전혀 달랐던 것이다.
회사의 자금으로 람보르기니를 구입했다면 그건 범죄행위이고 수혜자는 당연히 ‘범죄인’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이지 대한민국은···
[회사 돈으로 고급 스포츠카도 못 굴리나? 아무리 5%도 안 되는 지분이라도 내가 사장이고 회장이다. 그러니까 회사 돈을 내 맘대로 사용할 것이다.]
[나랏돈은 눈먼 돈이지. ‘특수활동비’도 그렇고 크크큭~ 주인 없는 돈인데 그걸 못 먹으면 천하의 병신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범죄자’들이 너무도 당당한 세상이었다.
반면, 팰리스는 적법한 규정대로 자금을 운용해왔다.
대한민국의 일반서민처럼···
아무튼 팰리스가 아직도 60만 골드를 보유했다면 아나톨리아 수익의 70%를 배정받은 총독부 금고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금화들이 쌓여있었을까?
총독부는 이런저런 사업과 복지정책을 시행하고도 현재 150만 골드라는 엄청난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1골드면 가이아의 평민가정이 한 달을 지낼 수 있는 금액이었다.
150만 골드라면 실로 어마어마한 거금이었다.
[자, 잠깐만! 그런데 아나톨리아는 곧 파이온으로 넘어오잖아?]
이 때문에 아나톨리아를 차지하면 150만 골드를 실질적으로 차지할 수가 있다.
뭐, 아나톨리아의 모든 재화는 파이온백작에게 귀속된다고 따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명목에 불과했다.
[미, 미친! 자그마치 150만 골드라니···]
[아나톨리아를 차지하는 자! 150만 골드를 차지한다. 앗싸아, 꿀꺽~]
[150만 골드? 바보 천치들··· 생각이 너무 짧군. 150만 골드도 대단하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따로 있지.]
[당연하지. 도자기 공장과 비누공장! 그곳은 끊임없이 황금알을 낳아줄 거위다. 금화는 너희들끼리 나눠가져라. 우린 도자기 공장과 비누공장을 가질 테니. 으흐흐흐~]
파이온의 가신들은 난데없이 굴러온 덩굴 달린 호박 때문에 난리가 났다.
그들은 보다 빨리 과실을 맛보기 위해 팰리스 분가의 여론을 조성했다.
그런데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일부에서는 쓸데없는 고민으로 골치를 썩였다.
[큰일이다. 아무리 부자라도 150만 골드는 엄청난 거금이다. 팰리스 공자는 분명 이중장부를 만들어 ‘내 돈’을 빼먹을 것이다.]
[이, 이런··· 팰리스 공자가 우리 돈을 감추기 전에 빨리 분가시켜야한다.]
일부 가신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팰리스가 보다 빨리 분가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었다.
때는 바야흐로 곡물의 수확과 몬스터 토벌까지 성공리에 마치고 기나긴 휴식에 들어갈 시간이 되었다.
거래를 위해 떠났던 드레이크 일행도 전원 무사히 복귀했다.
내년 5월이면 16살이 된 제국의 모든 소년들이 성인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성년의 날!
팰리스가 아나톨리아를 파이온에 넘겨주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물론, 팰리스가 작위를 받고 쇼쇼니를 봉건영지로 인정받는다면 그 이전이라도 파이온을 떠날 것이다.
그래서 파이온의 가신들은 팰리스가 가능한 빨리 작위(보다는 빨리 떠나라고)를 취득하도록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
조만간 떨어질 콩고물을 바라면서···
‘똑똑~’
“아, 피리온이었군. 그래, 무슨 일로 수련할 시간에 날 찾아왔어?”
천재적인 피리온. 노력까지 더해져 조만간 4서클의 벽을 두드릴 것이라는 평을 들었다.
“총독님, 파이온에서 마법통신으로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마법··· 통신?”
“네, 총독님. 쇼쇼니라는 이름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
‘갸우뚱~’
“만일, 영지가 될 곳의 이름을 변경하시겠다면 가능한 빨리 알려달라는 소식이었습니다.”
참고로, 이는 팰리스를 봉건영주로 세우기 위한 사전절차였다.
“파이온에서? 그곳에서 왜 그런 걸···”
‘이상하네. 설마 뒤통수를 때릴 생각은 아니겠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팰리스는 일단 의심이 먼저였다.
“피리온. 이번에도 무슨 속셈이나 계략이 숨겨진 건 아닐까?”
“후후후~ 아닐 겁니다. 그들이 무슨 이유로 우리보다 먼저 발 벗고 나서나면···”
다행히 팰리스가 걱정하던 것이 아니었다.
사연인즉, 영지의 이름은 대체로 봉건영주의 성(姓)으로 호칭된다.
그래서 팰리스가 쇼쇼니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그는 ‘팰리스 쇼쇼니’ 또는 ‘팰리스 파이온 쇼쇼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참고로, 쇼쇼니는 1,000년 전에 멸망한 왕국의 언어로 ‘풍요로운 땅’이라는 뜻을 가졌는데 팰리스가 영지의 이름을 빨리 결정해야 그만큼 계승 작위를 빨리 얻을 수가 있었다.
“아~ 콩고물! 콩고물 때문에 파이온의 가신들이 그렇게 열성이었군?”
“그렇습니다. 그들은 총독님이 빨리 작위를 받고 그곳으로 떠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피식~’
“그런데 절차를 모두 그쪽에 맡겨도 괜찮겠어?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유는?”
“원하는 바가 서로 같으니까요. 그래서 이름을 빨리 알려달라고 하잖습니까.”
“하긴, 그렇기도 하겠군. 그나저나 팰리스 쇼쇼니라···”
‘어감도 그렇고 좀 구린 이름이네. 어째 인디언 이름 같잖아?’
팰리스의 표정이 좋지 않자 피리온이 재빨리 제안했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그렇다면 아예 새로운 이름으로 변경하십시오.”
“새로운 이름? 그래도 될까?”
“총독님의 당연한 권립니다. 이참에 쇼쇼니라는 이상한 이름대신 새로운 이름으로 결정하시지요.”
“흐음~ 그렇다면 무엇으로 정한다?”
분가해서 다스릴 영지이고 자신의 성이 될 이름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팰리스는 적당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정오가 지났어도 팰리스는 계속 고민하고 고민했다.
그러자 보고하기 위해 집무실에 들렀던 사람들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각자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계약자.”
“으, 응? 아~ 티아늄, 세륨. 언제 왔어요?”
“조금 전에. 그나저나 그곳에서도 신기한 물건들을 만들어낼 생각이겠지?”
“그야 뭐··· 당연하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아주 적당한 이름을 추천해 주겠다. 블랙해머! 블랙해머는 어때?”
티아늄의 제안에 세륨이 적극 찬성했다.
“오~ 블랙해머! 이름만 들어도 힘이 불끈 솟는 것 같군. 으헤헤헤~”
“정말 그런 것 같지? 으흐흐흐~ 역시 세륨이 뭣 좀 아는군.”
혹시나는 역시나. 드워프다운 작명이었다.
그러자 잠자코 있던 드레이크가 끼어들었다.
“세이지라는 이름은 어떻습니까?”
역시나 마법사다운 작명이었다.
“총독님. 현자라는 의미인데, 총독님이 다스릴 영지의 이름으로 가장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적어도 블랙해머보다는 훨씬 낫겠지요.”
“세이지요? 고리타분하게 무슨··· 블랙해머도 그렇지만 세이지도 절대 아닙니다. 총독님, 그랜드! 그랜드는 어떻습니까? 크고 대단하다는 뜻이지만 위대한 그랜드마스터라는 의미도 함께 가진 이름입니다.”
이젠 기사 안토니아까지 추천하며 끼어들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블랙해머를 비하하자 드워프들이 발끈했다.
“세이지랑 그랜드라고? 기사와 마법사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 세륨 안 그래?”
“그래, 맞아. 권력자가 세상을 좌지우지하지만 망치를 가진 노동자가 바로 그런 세상을 만들어낸다. 안 그러냐? 그래서 무조건 블랙해머로 지어야 해!”
“티아늄, 세륨. 총독님이 다스릴 영지가 무슨 노가다 판이오? 블랙해머가 뭐요? 블랙해머가··· 그런데 잠깐! 노가다는 도대체 무슨 뜻이지?”
“드레이크 남작님 말씀이 맞습니다. 블랙해머는 정말 아닙니다. 적어도 그랜드 정도는 되어야합니다.”
“안토니아 경! 영지의 이름으로 무식한 기사의 이미지를 가져오면 어떡하겠다는 것이오? 그랜드는 안 될 것이오.”
“무, 무식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럼, 세이지라는 이름은 마법사처럼 너무 고리타분하지 않습니까! 세이지라는 이름보다는 크고 아름다운 그랜드가 훨씬 낫습니다.”
엉뚱한 일로 뜬금없이 열기가 고조되었다.
팰리스가 참견해 조정해야할 때였다.
“그만! 모두 조용하시오.”
“···”
“내가 다스릴 영지이고 내 성이 될 이름이오. 당연히 내가 직접 결정하겠소.”
처음에는 결코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
실상은 추천받은 것 중에서 적당한 이름을 골라 결정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이 스스로 작명해야할 상황으로 내몰렸다.
‘아이 씨~ 정말 골치 아프네. 별 것도 아닌데.’
팰리스의 불평처럼 따지고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이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이름을 지을 수도 없었다.
팰리스가 속으로 툴툴거릴 때, 불현듯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그래, 코리아!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결정할까? 나는 한국인이니깐!’
한국인의 정체성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일 것이다.
그런데 코리아라는 단어가 워낙 나라의 이름으로 사용된 까닭에 살짝 거부감이 들었다.
코리아는 본래 ‘고려’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것에서 출발했다.
그 때문에 국명 이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 살짝 아쉬웠다.
‘그럼, 정체성도 살리고 의미도 깊은 이름으로 결정하지 뭐. 그런데 그런 이름으로 무엇이 적당할까?’
팰리스는 환국에서부터 시작하여 대한민국까지의 모든 국명들을 후보에 올리고 하나하나 따져봤다.
‘조선은 가이아 인이 발음하기가 힘들어 곤란하고 그렇다면 뭐가 좋을까? 흐음~ 가만, 배달이라면!’
철가방 이미지가 떠올랐지만 배달은 가이아인 구강구조에도 거슬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게다가 ‘배달’이라는 이름은 ‘밝달’에서 나왔고 ‘밝달’은 ‘밝다’ ‘밝음’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알다시피 밝다 또는 밝음은 밝은 세상 즉,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지향한다는 의미였다.
홍익인간(弘益人間)과 더불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의미가 더욱 깊어지는 이름이었다.
“여러분~ 배달이라고 생각해 봤는데··· 어떤 것 같소?”
“배달··· 말입니까? 생소하지만 입에 착 감기는 이름 같습니다.”
드레이크도 배달이라는 이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배달은 무슨 뜻입니까? 배달이라는 이름은 혹시··· 아, 아닙니다.”
피리온이 급히 뒷말을 흐렸다.
마도시대의 이름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팰리스는 피리온에게 고개를 슬쩍 끄덕이곤 배달의 뜻을 자세히 풀어 설명했다.
“배달은 고대의 언어로 밝다 또는 밝음 이라는 뜻을 가졌소. 대처 밝음이란 무엇이겠소? 밝음이라 함은 본래 정의롭고···”
팰리스는 급히 머릿속 폴더에 저장된 관련내용을 교과서 읽듯이 설명했다.
그러자 이름 때문에 다퉜던 이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배달이라는 이름!
알고 보면 상당히 깊은 뜻을 가진 단어였다.
아무튼, 이때부터 쇼쇼니는 본래의 이름이 사라지고 배달이 되었다.
이름이 결정되자 피리온은 급히 이 사실을 파이온에 알렸다.
이때부터 파이온 배작과 가신들은 열심히 로비를 벌이기 시작했다.
쇼쇼니 아니, 배달을 샤이엔 백작으로부터 정당하게 구입했고 신년이 지났으니 몇 달 후에는 팰리스가 성인이 되어 분가할 자격을 얻을 것이다.
파이온은 이점을 (마법통신으로)역설하며 보다 빨리 계승 작위를 하사해 달라고 로비를 벌였다.
그동안 팰리스는 정신적인 가족, 아르펜과 모친을 설득하기 위해 그린 포레스터에 방문했다.
[아버지. 내가 배달이라는 곳의 영주가 되요. 나랑 함께 가요. 편히 모실게요.]
[아, 아버지라뇨! 소인에게 어찌··· 공자님! 이주 제안은 고맙습니다만 소인이 있을 곳은 오직 파이온뿐입니다.]
[아가~ 그이가 그렇게 말했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단다. 서운하겠지만 우린 이곳에 계속 살고 싶구나.]
아르펜과 라이나는 팰리스의 입장을 걱정했는지 완강하게 파이온에 남겠다고 고집했다.
결국 아나톨리아에서 한창 배우는 동생들만 배달로 이주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각설하고, 황제에게 파이온 백작은 자신의 유용한 칼이자 언제나 믿음직한 신하였다.
그런 파이온 백작의 자제가 분가를 하여 새로운 봉건영주가 된다.
황제의 입장에선 유리한 일이고 실제로도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마음 같아서는 배달영지의 크기를 들어 자작에 봉하고 싶었지만 그곳은 인구도 적고 생산량(곡물기준)도 형편없었다.
그래서 팰리스에게 계승되는 ‘남작’ 작위를 하사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귀족파연맹이 주도하는 귀족원의 승인절차. 그리고 마무리는 황제가 주최하는 작위수여식에 참석하여 정식으로 팰리스 배달이 되어야 한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팰리스 배달 남작 또는 팰리스 파이온 배달 남작!
드디어 3월 초반에 들려온 소식이었다.
이로써 팰리스는 봉건영주가 되었고 배달이라는 지역의 실질적인 ‘왕’이 되었다.
그런데 세상일은 어찌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으드득~’
“총독님 아니, 영주님. 어떻게 이런 일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주군!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당장 파이온으로 달려가 씹새끼들의 대갈빡을 뽀샤 버리겠습니다.”
안토니아가 이를 갈고 토머스가 도끼자루를 만지작거리면 소리쳤다.
팰리스에게 계승되는 남작작위를 하사하며 배달의 영주로 인정하되 단서조항이 붙었기 때문이다.
단서조항!
북부의 전장에 참전(參戰)하여 바바리안들을 물리치라는 조건이었다.
24. 뭐야! 북부전장에 참전하라고?- 1 <무료 연재 마지막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