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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84화 (8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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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섬?”

“남쪽 해안가의 섬 말입니다. 육지와 1Km 가량 떨어진 곳이라 수심이 그리 깊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사우스 섬에 염전을 조성하면···”

해양몬스터 걱정 없이 안심하고 통행할 수가 있다.

그곳은 육지와 아주 가까웠어도 본질적으로는 섬이었다.

그 때문에 비밀을 유지하는 데에도 안성맞춤일 것이다.

“특히 육지에서 보이지 않는 남쪽 해안 말입니다. 그곳에 염전을 만들면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입니다. 뭐, 암염광산에서 소금을 캔다고 둘러댈 수도 있겠군요.”

“암염광산을 핑계 삼는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다.”

팰리스는 양피지에 ‘염전은 사우스 섬, 남쪽 해안에 조성. 암염광산으로 핑계’라고 메모했다.

“염전은 대충 정리됐고 다음은 농업문제를 생각하자.”

“네, 총독님. 그런데 영토 대부분이 황무지라고 하던데. 괜찮겠습니까?”

피리온이 살짝 우려를 표시했다.

염전 때문에 쇼쇼니를 골랐지만 농업용수를 공급해줄 수원지가 없다는 건 영지로써 상당한 단점이었다.

참고로, 파이온 출신들은 대체로식량의 자급자족을 중요시했다.

“농업용수? 그거야 땅을 파면 나오지 않나? 힘들게 우물을 파야겠지만 농사가 아예 불가능하진 않을 거야.”

“우물이라··· 하긴, 그렇겠군요. 그렇다면 총독님. 부족한 인구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아나톨리아도 문제였지만 쇼쇼니도 인구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쳇~ 그곳도 인구가 부족한가 보군. 흐음~ 그렇다면 사람들을 꼬셔 쇼쇼니로 이주시키자.”

이주! 인구부족을 해결해줄 가장 간단한 방법일 것이다.

자유민은 농노(農奴)와 달리 주거이전의 자유가 있다.

그리고 파이온 백작이 원체 분가에 호의적이라 이주를 방해하진 않을 것이다.

문제는 아나톨리아뿐만 아니라 파이온 또한 주민들이 살기에 좋다고 소문난 영지라는 점이었다.

편안하고 안정된 삶이 보장됐는데 불확실한 미래에 쉽사리 도전하지 못할 것이다.

피리온이 이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럼, 젊은이 위주로 데려갈까? 쇼쇼니는 이제 막 개척하는 곳이야. 진취적인 젊은이라면 관심을 보일지도 몰라.”

“젊은이들이라명 어쩌면 관심을 보일지도 모르겠군요. 알겠습니다, 총독님. 아참~ 드레이크님이나 윈스턴 경에게 배우는 아이(학생)들을 데려가면 어떨까요?”

“아이들? 아이들이라면···”

이제야 말하지만 드레이크는 마법을, 윈스턴은 화학의 기초를 학교에서 가르쳤다.

평민에게 마법사는 출세한 삶으로 평가받는다.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듣지만 연금술사(화학도) 또한 팰리스가 중히 기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꽤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법을 배우고 화학을 배웠다.

참고로, 그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은 토머스처럼 출세하겠다며 검술을 배웠다.

[토머스님이 못생겼어도 여자들이 줄줄 따른다.]

아니다. 여자가 아닌 아줌마들이었다.

[아마도 칼질을 잘해서 그렇겠지?]

아니다. 힘이 좋아서 그렇다. 특히 한밤중에···

[나도 칼질을 배우면 토머스님처럼 인기가··· 으흐흐흐~]

참으로 통탄할 만한 오해였다.

어쨌거나 토머스 덕분에 아이들이 검술을 더욱 열성적으로 배운다고 한다.

각설하고, 팰리스와 친구들은 이렇게 쇼쇼니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미리 계획했다.

그런 팰리스에게 드디어 쇼쇼니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 떠났던 드레이크의 마법통신이 도착했다.

* * *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쇼쇼니가 웬만한 자작령 정도로 넓었음에도 겨우 20만 골드의 헐값이었던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 쇼쇼니를 직접 답사했던 드레이크 일행은 심심찮게 달려드는 몬스터 때문에 상당히 피곤했다고 한다.

5서클 전투마법사와 각궁(파이온의 정책상 편전과 화약무기는 외부에 비밀이었다)으로 무장한 정예병이 호종한 까닭에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그저 쉴만하면 귀찮게 덤벼드는 바람에 답사기간 내내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한다.

-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들이지만 그 때문에 상당히 피곤했습니다. 우리의 예상보다 몬스터의 수가 훨씬 많았습니다.

“그래요? 그거야, 차후 병력을 갖춰 차근차근 토벌하고 씨를 말리면 그만입니다. 그럼, 몬스터를 제외하면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설마 그럴 리가!

두 번째 이유는 쇼쇼니의 강수량이 너무 낮고 건조해서 지역 대부분이 예상보다 훨씬 메말랐다는 점이다.

“메마른 것이야 미리 알고 있었던 사실 아닙니까?”

- 그렇습니다만 훨씬 더 심각합니다.

“그럼, 우물을 파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 되겠군요.”

팰리스의 말처럼 아무리 메마른 땅이라도 10m이상 땅을 파 내려가면 대부분 물이 나온다.

문제는 쇼쇼니가 그런 일반적인 땅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수정구 속의 드레이크가 쇼쇼니의 현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 10군데를 골라 우물을 팠습니다. 그런데 10m이상 땅을 팠어도 물기조차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농지로 개발하려는 계획은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흐음~ 그래요? 몬스터와 물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군요.”

- 현재로선 그것이 가장 큰 문젭니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더욱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세 번째 이유. 이런저런 사정으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지역이 예상보다 훨씬 협소했다는 점이다.

한반도로 비유하면 남해안 일대의 땅에서만 겨우 물이 나왔다.

그 때문인지 인구가 너무 적었다.

- 쇼쇼니는 영역 대부분이 잡풀이 듬성듬성 보일뿐 상당히 메말랐습니다. 우물을 파도 바다와 가까운 지역에서만 겨우 물이 나오는 실정입니다. 현재 쇼쇼니에는···

남해안을 따라 5개의 마을을 들어섰고 마을마다 200여 가구가 살았다.

그들은 목책을 의지해 몬스터의 침입을 막아내며 힘겹게 살고 있단다.

자작령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쇼쇼니의 인구가 겨우 5,000명에 불과했다.

이런 사정이라 쇼쇼니를 판매하려는 샤이엔 백작이 무척 미안했나보다. 5,000명의 영주민을 덤으로 얹어주겠다고 제의했단다.

참고로, 가이아의 농노는 영주의 당연한 재산이었다.

자유민은 경우에 따라 재산으로 취급될 수도 있는데 지금처럼 영지를 거래할 때에는 ‘재산’ 겸 ‘덤’으로 취급된다.

- ···이런 사정입니다. 총독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런데 드레이크님. 계속 단점만 이야기 했는데··· 무슨 장점은 없나요?”

- 장점··· 말입니까? 워낙 척박한 곳이라서 딱히··· 아참, 그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뭐, 뭔데요?”

- 쇼쇼니는 초기의 아나톨리아와 달리···

그나마 다행이라면 초기의 아나톨리아와 달리 쇼쇼니는 무법지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질서가 잡혀있었고 마을마다 자경대가 조직되어 자체적으로 몬스터의 침입을 막아내고 있었다.

최소한 생존문제는 팰리스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또 다른 장점이라면 팰리스처럼 분가하거나 영지를 매입할 경우에는 최소 10년 동안은 (제국법으로)영지전이 불허된다는 점이다.

세금도 3년간 면제되는데, 쇼쇼니가 너무 열악한 까닭에 5년으로 늘릴 수도 있단다.

참고로, 전근대적인 황실은 영지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세금을 책정할 때에는 곡물을 생산하는 농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제조업이 강점인 팰리스에게 무척 유리한 정책이었다.

팰리스는 이런저런 조건들을 따져보며 그곳이 자신의 영지로 적당한지를 고심했다.

‘서부평원만 틀어막으면 우리가 지지고 볶고 살던 탱크를 만들고 비행기를 만들어도 모를 것이다.’

원한다면 외부와 격리시킬 수 있다.

기반이 없는 팰리스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일 것이다.

‘부족한 인구는 늘리면 그만이고 몬스터는 각궁이나 화약무기로 토벌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래! 결정했다.’

“후웁~ 드레이크님!”

- 총독님! 결정하셨습니까?

“네. 드레이크님! 험험~ 들으시오, 도노반 드레이크 남작!”

- 충! 도노반 드레이크! 주군의 명을 기다립니다.

수정구 속의 드레이크가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팰리스 파이온. 그대의 주군으로써 명령하겠소. 쇼쇼니를 구입하여 나의 영지로 삼겠소이다.”

- 예스, 마이 로드!

“지금 즉시 계약금을 지급하고 필요한 계약을 체결하시오.”

- 예스, 마이 로드! 모든 일은 로드의 뜻대로 처리될 것입니다.

팰리스는 자신의 영지가 될 영토를 구입하라고 지시했고 드레이크는 팰리스의 지시대로 쇼쇼니를 구입하기 위해 움직였다.

* * *

아직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편안하게 잠을 자던 팰리스가 갑자기 눈을 떴다.

“으라차차~ 어제 밤늦도록 일해서 그런가? 솔직히 좀 피곤하네. 하아암~”

일찍 일어나는 버릇이 들어서인지 팰리스는 이른 시간임에도 저절로 잠을 깼다.

“피곤해도 수련을 거르면 안 되겠지?”

팰리스는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서 내려와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곤 1시간가량을 가부좌로 마나호흡 유지한 후에 도수체조로 밤새 굳어진 몸을 풀었다.

그 사이에 창밖이 밝아졌고 릴리가 물을 가져와 (세수)대야를 채워놨다.

팰리스는 세안을 마치곤 트리스탄이 가져온 아침을 먹었다.

그리곤 업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가볍게 검술을 수련했다.

‘스으윽, 스으윽~’

업무를 시작하기 전이라 아직은 땀을 흘리면 안 된다.

그래서 태극권처럼 아주 느리게 검을 휘둘렀다.

너무 느려 보기에 정말 답답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팰리스는 정확하고 정교한 검술을 위해 더욱 느리게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팰리스의 이마에 슬며시 살짝 땀이 맺히려는 순간이었다.

“호호호~ 공자님. 칼질 그만하세요. 이제 업무를 시작할 시간이라고요.”

릴리가 팰리스의 수련을 중단시켰다.

얼핏 무엄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었으나 이는 모두 팰리스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집무실에 자리를 잡은 팰리스는 가장 먼저 도자기 공장과 비누공장의 생산현황 그리고 일주일전에 수확을 마치고 겨우 집계한 수치들을 검토했다.

“밀은 전년대비 11%가 늘어났고 호밀과 잡곡도 작년보다···”

수로를 손보고 저수지를 늘린 덕분인지 대체로 (엄청난 풍작이라는)작년보다 작황이 좋았다.

다른 영지에서 기상기후 때문에 흉년이 들었다는 소리가 무색할 정도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네. 이렇게 농사가 잘됐는데 도대체 왜 흉년이라고 난리지?”

이웃 영주들이 들었다면 아마도 뒷목을 붙잡거나 거품을 물고 항의할 망언일 것이다.

그러나 이곳 아나톨리아도 팰리스의 정책을 따라 시행했던 파이온도 풍년이었다.

구석에 시립하고 있던 트리스탄이 피식거리곤 팰리스에게 조언했다.

‘피식~’

“공자님! 혹, 어디 가서 그런 말은 하지 마십시오. 잘못하면 싸움 납니다.”

“후후후~ 그렇겠지?”

“당연하지 말입니다. 아무튼, 이것이 모두 공자님이 이룩한 성과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트리스탄의 찬사에 팰리스의 입가에 슬쩍 장난기가 머물렀다.

“오~ 그래? 좀 더! 트리스탄, 좀 더! 조금만 더 아부해봐.”

“공자님, 아부가 아니라···”

당황하던 트리스탄도 어느새 입가에 장난스런 기운을 머금었다.

“어험~ 찬양하고 찬양할지니. 위대하신 총독각하의 영도 아래 아나톨리아는 지상에 천국을 이룩했도다. 주민들이여~ 마음껏 기뻐하고 오늘을 즐겨라. 그대들은 총독각하의 지도에···”

북쪽 동네에서나 들어봄직한 낯 뜨거운 대사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가만히 아부를 즐기는 팰리스도 헛소리를 나불거리는 트리스탄도 자세히 살펴보면 힘겹게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러나 이쯤 중단해야할 시간이 됐다.

“어머머! 그랬쪄요? 와우~ 우리 공자님 정말 대단해요.”

릴리가 짓궂은 모드로 차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참고로, 릴리에게 잘못 걸리면 며칠이 피곤해진다.

실제의 예로, 팰리스의 나이가 한참 때이다 보니 민정시찰 중에 예쁜 소녀에게 한눈을 판 적이 있었다.

물론, 아주 ‘잠깐’이었다.

그날 밤 팰리스는 벌거벗고 침대 속에 뛰어든 그녀 때문에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호호호~ 공자님. 걔보다 제가 더 예쁘지 않아요? 자~ 만져 봐요. 가슴도 제가 훨씬 크고 살결도 하얗잖아요.”

“어, 어?”

‘뭉클, 뭉클~’

“?···!”

‘동해물과 백두산 마르고 닳도록····‘

“호호호~ 살결이 정말 부드럽죠? 아이 참~ 공자님도··· 힘들게 참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데··· 그런데 뭐가 자꾸 허벅지를 건드리는데. 어머, 커졌네? 히히히~ 제가 ‘호오~’ 해드릴까요?”

‘호오~가 아니라 예전처럼 덥석 물어버릴 거면서··· 그리고 아줌마 당신! 트리스탄과 사귀면서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왜 자꾸 시험에 들게 하냐고!’

가이아의 귀족사회가 원체 문란해서 그랬을까?

이런 릴리의 장난(인지 아니면 실제로 잠자리를 원하는지 자꾸 헷갈렸지만)이 무척 당황스러웠다.

더욱 황당한 일은 릴리와 몰래 사귀는 트리스탄의 태도였다.

그는 릴리가 팰리스와 관계를 가져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자세였다.

팰리스가 유혹에 넘어가지 않자 오히려 성불구가 아닌지 걱정하며 늙은(?) 릴리가 싫다면 10대 중반의 젊은 시녀로 교체하겠다고 제안할 정도였다.

‘하아~ 성진국도 아니고···’

전생과 크게 다른 성관념 때문에 좋으면서도 꽤 힘들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팰리스는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흠흠~ 토벌 3일째인가? 트리스탄, 몬스터 토벌에 관한 보고서는 어디에 있지?”

팰리스의 지시에 트리스탄이 준비한 보고서를 건넸다.

그러나 보고서 검토는 잠시 뒤로 미뤄야했다.

* * *

23. 독립 혹은 분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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