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하면 잘살거 같지-82화 (8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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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탄환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뇌관과 공이문제를 해결한 프로젝트팀은 이제 탄환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팰리스는 전생시절의 M1 소총처럼 규격화된 금속 탄피로 만든 탄환을 요구했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프레스나 선반 같은 공작기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여담이지만 전생시절의 팰리스가 (공작기계로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던)공장을 운영했던 관계로 원하기만 한다면 드워프와 함께 뚝딱하고 만들 수도 있었다.

동력문제만 해결된다면···

공작기계 없이 일정한 규격의 금속탄피를 만들 수는 없었다.

뭐, 한자리수 단위야 어찌어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량이 늘어나면 탄환의 길이와 굵기가 들쑥날쑥해질 것이다.

드워프 할애비가 오더라도 이런 불량품 문제는 해결할 수가 없을 것이다.

참고로, 규격에서 벗어난 탄환은 없느니만 못한 존재다.

탄피의 굵기가 규격보다 얇으면 그나마 사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탄피가 약실(탄환이 들어가 발사를 기다리는 곳)보다 굵다면 약실에 탄피가 꽉 끼어 배출되지 못한다.

총을 쏘는 상황이라면 한시가 급한 전투상황이라는 뜻인데 이때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무기라면 없느니만 못했다.

그래서 팰리스와 프로젝트팀은 다시 편법을 동원했다.(이미지 참조)

(전장식 소총에서 사용했던)탄약포와 유사한 방식인데 최초의 니들건도 이런 방식의 탄환을 사용했다고 한다.

기름을 먹인 얇은 가죽(종이 대용)으로 금속탄피를 대신한 것이다.

그 이름도 유치찬란한 가죽포탄환!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릴 무렵에야 겨우 완성되어 완전한 후장식 소총 즉, 캐논소총(정식명칭은 캐논-1 소총)이 마침내 완성되었다.

캐논소총! 캐논소총?

그런데 소총의 이름이 왜 캐논소총일까!

세륨이나 드레이크, 피리온이 아닌 조연에 불과했던 캐논의 이름말이다.

[아들아, 그거야 당연히 캐논 그 못된 늙은이가 그만큼 기여했기 때문이란다. 그땐 새파랗게 젊은 놈이었는데 이젠 꼬부랑 늙은이가 되었다니··· 인간은 역시 너무 빨리 늙어··· 아참, 무슨 이야기 하다 말았지? 아무튼 장인의 종족으로써 좀 쪽팔리지만 그것이 사실인데 어쩌겠니?]

훗날 세륨이 자식들에게 고백하는 내용처럼 캐논의 기여도가 그만큼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알다시피 팰리스의 머릿속 폴더에는 엄청난 양의 지구의 지식정보가 수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구현시키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특히 폭약 같은 민감한 분야는 솔직히 제조법이 너무도 제한적이었다.

캐논은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강선이 새겨진 후장식 소총에 걸맞은 탄환을 개발했다.

일단, 구슬모양이었던 탄두를 한쪽 끝이 뾰족한 원추형으로 개선했다.

탄두의 꽁무니에 뇌관딱지를 부착하고 가죽포 내부를 화약을 채우는 방식으로 탄환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건 팰리스의 조언에 따른 개발에 불과했다.

캐논의 진정한 업적은 후장식 소총에 걸맞은 무연화약의 발명. 그것을 캐논이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무연화약은 폭발물 분야의 특성상 팰리스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제대로 몰랐다.

그저 니트로글리세린이나 TNT, 면화약(니트로셀룰로오스), 다이너마이트 등의 이름과 일부 완성된 화합물의 화학구조식만 알고(있다고 썼지만 실제로는 머릿속 폴더에 저장만 되어) 있었다.

“···면화약, 다이너마이트 등이 있소. 연기가 없어 무연화약이라고 부른답디다.”

“총독님. 그렇다면 무연화약은 어떻게 만들어야 합니까?”

“그건 나도 잘 모르오. 나는 윈스턴 경과 연금술사 그대들을 믿고 있소. 마도시대의 화학지식을 연구하다보면 차차 만들어지겠지요. 뭐, 10년 이상을 연구해야 가능하지 않겠소?”

팰리스가 지나가는 투로 언급했던 내용인데, 마도시대의 지식(지구의 화학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동시에 무연화약을 연구하던 캐논은 면화약이라는 이름에 주목했다.

면화약(nitro cellulose)!

이름을 풀이하면 니트로(질산) 기운(?)을 가진 면(綿, 목화)인데, 화약이란 이름이 붙었으니 폭발하는 성질을 가졌으리라.

그리고 (흑색)화약은 본래 황과 질산칼륨 즉, 황성분과 질산계열의 성분이 합쳐져 폭발현상을 일으킨다.

“아무리 마도시대의 무연화약이라도 따지고 보면 (흑색)화약의 일종이다. 그리고 면화약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분명 목화로 화약을 만들었을 것이다.”

옷이나 실을 만드는 목화로 화약을 만들었다?

좀처럼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마도시대라면 어쩌면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납득했다.

“그렇지. (흑색)화약을 만들 때도 숯가루가 들어가잖아, 안 그런가? 뭐, 아니면 말고!”

어느덧 무책임한 족벌신문 기자들의 사상에 물들어버린 캐논은 면화약이라는 이름에서 힌트를 얻었다.

다행히 그는 숙련된 연금술사답게 황산도 만들 수 있었고 질산도 만들 수가 있었다.

이때부터 그는 목화를 황산에 적시거나 질산에 담가보는 등 질산과 황산으로 여러 실험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질산과 황산이 혼합된 용액에 목화를 적시고 그것을 그늘에 말린 후에 불씨를 가져다 댔다.

그런데 그것이···

‘푸슷, 화르륵~’

맹렬한 속도로 불타올랐다.

흑색화약을- 폭발시키지 않고- 불에 태울 때와 똑같은 반응이었다.

“얼라리요? 완전··· 화약이네? 그런데··· 연기가 없다!”

‘앗싸아~’

연기가 없는 화약이라면 말 그대로 무연화약이다.

캐논은 주책없이 날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마셨다.

아무런 불평 없이 후원해준 주군 팰리스. 지금은 그에게 바칠 성과인지 제대로 확인해야할 때였다.

‘그래, 지금은 확인 작업이 먼저다.’

캐논은 흥분을 억누르곤 면화약의 폭발력과 연소속도 등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그 결과···

“우와~ 기존의 화약(흑색화약)보다 2배 이상 강력하다니··· 게다가 반응할 때에 연기도 만들지 않는다. 전술상 운용이 더욱 유리해질 것이야.”

꼼꼼하게 확인해보니 무연화약 중에서도 면화약이 맞았다.

팰리스가 10년 이상을 연구해야 겨우 개발될 것이라는 무연화약을 뚝딱하고 만들어졌던 것이다.

캐논은 무연화약과 원추형 탄두 그리고 피리온과 드레이크가 개발한 뇌관딱지로 후장식 소총용 탄환들을 만들었다.

그리곤 째깍 팰리스에게 달려가 바쳤다.

‘끼릭~’

‘뻐어엉~’

시험발사하는 팰리스. 너무도 강력한 반동에 어께가 뒤로 확 젖혀졌다.

그런데 총을 발사하면 의례히 발생하던 연기가 없었다.

“오~ 여, 연기가 안 난다.”

“총, 총독.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쏴보시오.”

얼마나 놀랐는지 드레이크가 경칭까지 잊을 정도였다.

“그럴까요?”

팰리스가 피식 웃곤 노리쇠를 후퇴 고정, 탄약주머니에서 (가죽으로 탄피를 대신한)탄약을 꺼내 약실에 집어넣었다.

그리곤 노리쇠를 전진시켜 약실을 폐쇄, 목표를 겨냥하다가 방아쇠를 슬쩍 당겼다.

‘끼릭~’

그 순간, 격철이 튀어나가며 (예리함과 내구성)마법이 인챈트된 공이를 때렸다.

공이는 탄피(가죽)을 뚫고 들어가 계속 전진. 탄두 뒤에 부착된 뇌관딱지까지 훼손시켰다.

훼손된 마법진은 작은 불꽃과 폭발을 일으켰고 이것은 가죽포 안의 무연화약을 점화시켰다.

약실에서 발생한 폭발은 엄청난 폭발과 함께 갑작스런 열이 만들어냈다.

열에 살짝 팽창된 탄두는 즉각 총열 속을 내달리려고 했다.

그런데 부피가 늘어난 바람에 총열사이에 꽉 끼었고 빠져나오려면 어쩔 수 없이 (강선의 길을 따라)회전해야만 했다.

총구를 빠져나오고서야 자유로워진 탄두. 그러나 가야할 곳은 오직 팰리스가 겨냥한 지점뿐이었다.

설명이 아주 길고 복잡했지만 이 모든 건 0.1초 동안에 발생한 현상이었다.

그제야 사람들의 귀에 총성이 전달되었다.

‘뻐어엉~’

‘주섬주섬~’

‘끼릭~’

‘뻐어엉~’

‘주섬주섬~’

물 흐르듯이 10발이 끊임없이 발사되었다.

연기가 없는 것도 특징이지만 발사속도 또한 전장식 소총보다 최소 5배 이상 빨라졌다.

게다가 팰리스는 현재 서서 쏘는 것이 아닌 ‘엎드려쏴’로 총을 쏘고 있었다.

10발을 모두 발사한 팰리스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개발자들이 박수치며 환호했다.

소총의 성능에 크게 만족감을 보이던 팰리스.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갑자기 얼굴을 굳혔다.

‘애무원(M1 개런드) 소총에 비하면 불편하고 발사속도 또한 느린 총이다. 하지만 화승총이나 수석식 소총에 비하면 너무도 혁명적이다.’

“아무래도 더 이상 발전시키면 큰일 나겠군.”

중상급 몬스터를 상대하고 남자의 로망 때문에 총기를 개발했는데 어느덧 후장식 소총까지 개발하고 말았다.

‘이러다간 기관총까지 개발할 지도 모르겠군.’

1차 세계대전 때 엄청난 사람들을 죽인 기관총!

왠지 모르게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팰리스는 그제야 화약무기가 가져다줄 재앙과 파급력을 인식했다.

‘내가··· 실수한 건가? 우리가 개발한 건 무엇도 아닌 화약무기다. 앞으로 조심해야겠군.’

자신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 같아 기분이 찜찜했다.

팰리스의 얼굴이 굳어지자 박수치고 환호하던 개발자들이 조용히 눈치를 살폈다.

“총독님. 마음에 혹··· 안 드십니까?”

“네, 네? 아~ 죄송합니다, 드레이크님. 잠시 다른 생각 때문에···”

‘아차~ 실수했다. 개발자들이 지금껏 고생했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되겠지?’

오늘은 대단한 소총을 완성한 날이고 지금껏 고생했던 개발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축하해야할 날이었다.

팰리스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털어버리곤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하하~ 그동안 고생했소이다. 이번에 개발한 소총이 정말 마음에 쏙 듭니다.”

“그렇··· 습니까? 혹여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다면···”

“그래, 계약자. 개량할 점이 있으면 빨리 말해. 눈치 보지 말고 솔직하게, 알았지?”

“하하핫~ 정말 아닙니다. 드레이크님, 피리온, 세륨, 캐논. 정말 마음에 드는 총이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소이다.”

팰리스의 칭찬에 그제야 개발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런데 드레이크님. 이 소총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이름··· 말입니까?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이 없군요.”

“그럼, 계약자 이름을 붙여 팰리스 소총, 팰리스 소총은 어때?”

세륨의 제안에 팰리스는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팰리스 소총. 팰리스 소총이라···”

자신의 이름이 붙은 소총이라면 대단한 명예가 될 것이다.

팰리스는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려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멈칫거렸다.

‘엄청난 피를 부를 지도 모르는 무기인데. 게다가 총을 만들기 위해 고생한 사람은 따로 있다. 그래, 주군으로써 내 사람의 명예를 함부로 빼앗을 순 없겠지?’

“내 이름보다는 개발자의 이름을 붙이는 편이 나을 것 같소.”

팰리스의 역제안에 개발자들의 얼굴이 묘하게 변해갔다.

후장식 소총은 대단한 무기였다.

그런 물건에 자신의 이름이 사용된다는 건 상당한 명예였다.

그런데 개발자 중에서 누구의 이름을 붙여야 할까?

팰리스가 그 기준을 말했다.

“그런데 여러분~ 누구의 공이 가장 으뜸이오?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명예를 가져야겠지요.”

“하긴, 계약자 말이 맞겠다.”

“알겠습니다, 총독님. 잠시 저희들끼리 상의하겠습니다.”

드레이크, 피리온, 세륨, 캐논이 잠시 숙덕거리더니 만장일치로 캐논의 공을 제일 으뜸으로 결정했다.

무연화약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가이아 최초의 후장식 소총은 이제부터 캐논소총이 되었다.

그런데 캐논소총은 전장식 소총과 격을 달리하는 무기였다.

전장식 소총만하더라도 가이아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무기인데 격을 달리하는 캐논소총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내겠나!

세상에 선을 보인다면 자칫 가이아의 오늘과 내일까지 변화시킬 수도 있었다.

이런 위험성을 인식한 팰리스는 개발자들에게 이점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다.

“그 때문에 캐논소총을 당분간 봉인할 생각이오. 미안하지만 양해해 주시오.”

“그렇··· 군요. 별다른 생각 없이 만들었지만 총독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스승님. 캐논소총이 세상에 드러나면 정말 큰일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계약자랑 늙은이 말이 맞다. 솔직히 좀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겠지. 됨됨이가 바르지 못한 인간의 손에 들어가면 엄청난 재앙이 될 거야.”

“세륨님 말이 맞습니다. 그리고 우린 아나톨리아를 넘겨줘야만 합니다. 캐논소총을 봉인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결정입니다.”

개발자 모두 팰리스의 결정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팰리스는 고생한 개발자들에게 왠지 모를 죄를 짓는 것 같았다.

“미안합니다. 여러분이 그동안 힘들게 개발했는데··· 특히 캐논경이 더욱 아쉽겠구려.”

“아, 아닙니다, 총독님. 당분간만 봉인하는 것이잖습니까. 캐논소총이 꼭 필요할 그때에 제대로 사용···”

양손바닥을 보이며 괜찮다고 말하던 캐논이 갑자기 뒷말을 흐렸다.

“아,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그럴 상황이 없어야겠군요?”

“응? 하하하~ 말이 또 그렇게 되는구려.”

“우헤헤헤~ 캐논 말이 맞다. 나 세륨도 그렇게 생각한다.”

웃음 때문에 무거웠던 분위기가 다소 밝아졌다.

“그럼,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캐논소총들을 봉인하겠소. 나와라, 아공간!”

시동어를 말한 순간, 시커먼 장막 같은 것이 나타났다.

아공간 주머니의 입구였다.

팰리스는 아공간 주머니 속에 (모양이 다른)캐논소총 3정과 탄환 300발 그리고 캐논소총을 개발하면서 작성한 일지와 여분의 부품들까지 모두 넣어 캐논소총을 완벽하게 봉인했다.

그런데 캐논 소총이 3정이었나?

그렇다. 완성된 소총은 길이가 다른 캐논소총 3정이었다.

참고로, 캐논소총은 시험용으로 3종류로 만들었다.

총기의 구조와 구경은 모두 똑같지만 총열의 길이만 종류별로 다르게 만들었다.

총열의 길이가 가장 긴 것은 저격용 소총. 중간 길이는 일반 보병용 소총이고, 가장 짧은 소총은 카빈소총처럼 기병용으로 제작한 총이었다.

각설하고, 이로써 오랫동안 극비리에 진행되었던 니들건 프로젝트가 캐논소총 개발을 끝으로 해산되었다.

내년 5월이면 팰리스도 성인식을 치르고 마침내 독립할 자격을 얻는다.

그때 가서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할 것이다.

“여러분, 이제부턴 독립 프로젝트를 시작하겠소.”

팰리스의 일성에 팰리스의 가신들이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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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독립 혹은 분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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