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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66화 (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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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병사들의 엄중한 호위아래 일꾼들이 산비탈에서 (도자기 제작에 필요한)흙을 채취하던 광경이었다.

아나톨리아 외곽을 돌아다니던 리하르트도 이 광경을 목격했다.

리하르트와 달튼은 일꾼들이 채취한 흙이 바로 도자기의 원료라고 의심했다.

여담이지만 하루 종일 도자기 비법만을 생각하던 리하르트와 달튼이었다.

그래서 무언가 이상하면 무조건 도자기와 연결시켰다.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를 잡은 격이지만 어쨌든! 달튼과 리하르트는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기 위해 몰래 수레의 뒤를 따랐다.

여러 종류의 흙을 실었던 수레는 센트럴 대신 엄중하게 보호되는 목책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10일마다 판매용 도자기가 반출되는 아주 특별한 곳이었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운이 좋았든, 냉철한 판단이든 이렇게 해서 도자기 제작에 대한 실마리가 풀렸다.

“일꾼들이 퍼 담은 흙은 분명 도자기를 만드는 원료가 분명해! 그렇지 않으면 왜 힘들게 먼 곳에서 하얀 흙과 돌덩이를 가져가겠어?”

“고급스런 도자기가 하찮은 흙으로 만들었다니 정말 황당하군. 그런데 어떻게 해서 흙을 도자기로 만들었지? 연금술로··· 에이~ 걔들은 사기꾼이고 그럼, 마법을 부린 건가?”

아무리 골똘히 궁리해 봐도 비밀을 풀어낼 순 없었다.

“그래? 그럼, 저 안에서 뭐하는지 지켜보자.”

달튼과 리하러트는 이때부터 도자기 공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몰래 아지트를 만들었다. 그리곤 급히 요청한 마법사들에게- 적진을 살피는 용도로 자주 사용되는 마법- 이글아이를 펼치게 하곤 목책 내부의 작업들을 꾸준하게 관찰했다.

안타깝게도 실내에서 작업하는 모습은 지붕과 처마에 가려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외부의 작업만을 관찰했다.

그럼에도 2달이 지나자 조금씩 비밀에 접근할 수 있었다.

[채취한 흙을 과도할 정도로 곱게 만들고 반죽한다.]

[흙구덩이(가마) 속에 흙으로 빚은 그릇을 넣고 석탄을 태운다? 아~ 그렇다면 도자기는 불에 굽거나 태워야 만들어지는구나? 저런 걸 가마라고 불렀던가?]

[한번이 아니다. 가마에 두 번을 굽는 것 같다.]

[처마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한번 구운 토기를 흙탕물(유약)에 빠뜨렸다. 흙탕물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아주 중요할 것 같다. 흙탕물의 정확한 비율은 도무지 모르겠다. 허나, 커다란 배럴(barrel, 나무통)에는 분명 하얀 흙과 돌가루 그리고···]

이렇게 해서 도자기에 대한 상당한 정보들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물론, 유약의 정확한 성분비율과 도자기 생산의 전반적인 작업과정 그리고 분업화시스템까지는 실내에서 작업한 까닭에 알아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엄청난 성과임에는 분명했다.

리하르트와 달튼은 이 정보를 즉각 제국정보원과 블랙핸드에 보고했다.

대략적인 정보를 얻은 휴런영지(영주의 둘째 아들이 제국정보원의 원장이라 제국정보원의 직속영지나 다름없다)와 가리발디 영지. 엄청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세부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단편적인 정보들이라 처음부터 도자기를 재현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돈과 인력 앞에는 장사가 없었다.

제국정보원은 황실 몰래 빼돌린 막대한 비자금을 투입했다.

가리발디 영지는 본래 상업이 발전한 영지답게 자금이 풍부했다.

그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웠고 마침내 얼마 전부터 도자기를 생산했던 것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회의실이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팰리스가 시종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트리스탄이 완드(Wand)로 대리석 바닥에 일정한 간격으로 내리쳤다.

총독이 발언할 테니 조용하라는 신호였다.

‘쿵! 쿵! 쿵! 쿵! 쿵!’

“···”

5번째에 가서야 겨우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그제야 팰리스가 입을 열었다.

“일단은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해야할 것 같소. 그래야 본 총독과 여러분들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 생각하오. 프랑크 경이 도자기 판매를 주관하고 있으니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해 주시면 고맙겠소.”

‘스윽~ 벌떡!’

“상업을 담당하는 벤자민 프랑큽니다.”

팰리스의 지시에 벤자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팰리스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에 드레이먼드 지부장이 마법통신으로 자신에게 알려준 사항들을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드래이먼드 지부장이 통보하길, 1달 전부터 휴런과 가리발디 영지가 운영하는 상단이···”

황도에 판매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도자기를 판매할 것이라는 소문을 사교계에 퍼뜨렸는데 처음에는 아나톨리아의 도자기를 매집해서 판매하는 것으로만 알았다.

그런데 3일전부터 자신들이 개발한 것으로 보이는 도자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소식에 놀란 드레이먼드가 급히 구입해서 살펴봤는데 다행히 휴런과 가리발디에서 만든 도자기는 한눈에 보기에도···

“품질이 조악하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드레이크님. 드워프를 투입했는지 모양새가 오히려 우리 것보다 나았다고 합니다. 알다시피 우리가 판매하는 도자기는 대부분 인간 기술자들이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튼, 모양새는 미세하게나마 그쪽이 나았지만 색상과 투명도가 조악해서 우리의 것과 비교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물량도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고요.”

물량이 적은 이유는 분업화시스템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업화시스템은 알기만 한다면 금방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려. 후우~”

“남작님 말씀이 맞습니다. 상품의 질이 떨어지고 물량까지 적다면 당연히 잘 팔리지 않을 것입니다.”

드레이크와 제이콥이 안도했는지 표정을 풀었다. 반면, 벤자민의 얼굴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아닙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프랑크 경! 그게 무슨 뜻이오?”

“품질이 조악하고 물량이 적은 건 사실입니다. 허나, 그 대신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고 합니다.”

“아하~ 우리보다 싸게 판매하나 보군요. 프랑크 경. 얼마나 저렴하기에 아직도 얼굴이 그리 어두운 것이지요?”

“놀라지 마십시오. 크기와 모양에 따라 다르지만 1점당 가격이 30~ 90실버라고 합니다.”

참고로, 1골드가 100실버였고 1실버가 100브론즈였다.

“30~ 90실버라면···”

“우리가 만든 도자기가 3~10골드에 팔리니까··· 뭐야! 열배나 싸다는 말이오?”

“허허~ 열배라니. 어찌 그런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단 말이오!”

“아닙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도자기 생산원가는 그리 높지가 않습니다. 30~90실버에 팔아도 인건비와 투자비, 운송비를 제하더라도 상당한 이익이 남습니다.”

벤자민의 설명처럼 도자기가 그만큼 비싸게 팔렸고 부가가치가 높았다.

1/10 가격으로 판매해도 이익이 남는 구조였다.

“이런,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군요.”

“어떡하죠? 도자기가 팔리지 않으면 큰일인데.”

잠시 안도했던 사람들이 다시 수심에 잠겼다.

아나톨리아의 경제는 막말로 도자기 하나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던 팰리스의 표정이 의외로 어둡지 않았다.

팰리스의 눈짓에 트리스탄이 다시 바닥을 내리쳤다. 소란스럽던 회의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쿵! 쿵! 쿵!’

“···”

“드르렁, 쿨~ 드르렁, 쿨~”

“어험, 어험~ 여러분들의 표정이 너무 어두운 것 같소.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잖소. 아니 그렇소?”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다? 총독 그것이 무슨 뜻이지요?”

도자기를 판매한 자금으로 아나톨리아를 성장시키고 힘을 기르는 중이다.

지금까지 워낙 많은 돈을 벌어놨기 때문에 당분간은 괜찮을 것이다. 허나. 도자기 판매가 끊기면 화수분 같던 자금도 금세 바닥날 것이다.

드레이크의 의문은 너무도 당연했다.

“남작님. 말 그대로 절망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다소 우려할 만한 일이겠지만 도자기 비법은 언젠간 알려질 기술이었습니다.”

“하긴 뭐 그렇겠지요. 세상엔 영원한 비밀이 없다는 말이 있으니.”

드레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도자기 비법을 언젠가는 알려질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저들이 만든 도자기 품질이 조악하고 수량 또한 많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각하!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순 없습니다.”

“프랑크 경의 말이 맞습니다. 도자기 품질이야 계속 만들고 연구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질 것입니다. 물량도 분업화시스템을 적용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소. 프랑크경과 제이콥 경의 우려가 맞소. 하지만!”

팰리스가 잠시 말을 끊고 수뇌부 얼굴을 하나하나 살폈다.

그리곤 슬쩍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나도! 여러분도! 마냥 놀고만 있지 않겠지요?”

“네? 그야 뭐···”

“당연히 그렇습니다만.”

벤자민과 제이콥이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 반면, 뭔가 눈치 챈 드레이크는 ‘아~’ 하며 팰리스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총독. 총독에게 무슨 대책이 있겠지요?”

“하하하~ 거창하게 무슨 대책이랄 것까지야.”

“오~ 있다는 뜻이지요? 총독,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오.”

드레이크의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팰리스에게로 향했다.

“후후후~ 여러분, 도자기를 더욱 고급으로 만들고 더욱 비싸게 팔면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길 것이라 생각하오.”

“엥?”

“네, 네? 더욱 비싸게 판다고요?”

“그렇소. 이것을 두고 고급화전략이라고 부르는데, 본래는 도자기 판매 초기에 사용하려고 했었소. 그러나···”

도자기가 너무 잘 팔리는 바람에 미처 사용하지도 못했던 전략으로 고급화전략은 더욱 비싸게 파는 동시에 물량을 조절하면 고급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진다.

팰리스는 가격을 올리면 오히려 더욱 잘 팔리는 심리와 그것의 메커니즘 그리고 고급화전략을 위한 브랜드(상표)에 대해 자세히 풀어 설명했다.

“우리 제품에 상표가 있었다고요? 아~ 도자기 밑면에 그려진 음각화가 상표였습니까? 도대체 왜 도자기 밑바닥에 작은 문양이 그려져 있는지 궁금했었습니다.”

“그렇소, 프랑크 경. 삼태극이라고 부르는데 하늘과 땅, 사람이 한데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는 뜻을 담은 문양이지요. 초벌구이하기 전에 밑바닥에 인장처럼 찍어 넣지요.”

팰리스는 도자기를 판매하며 상표의 필요성을 느꼈고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삼태극과 문양을 둥글게 감싼 ‘아나톨리아’라는 글자를 상표로 정했었다.

“오~ 정말 놀랐소. 그 작은 문양 속에 그런 심오한 뜻이 담겼다니.”

“아나톨리아의 명운이 달린 도자기인데 어찌 허술하게 만들었겠습니까. 작은 곳에도 세심한 배려가 숨어 있지요.”

“그렇구려. 그런데 총독. 가격을 올리면 정말로 잘 팔리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남작님. 물론, 비싸게 판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그에 대한 품질향상이 수반되어야겠지요.”

‘끄덕, 끄덕~’

“나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소.”

“맞습니다. 가격만 올리면 물건이 팔리지 않고 오히려 욕만 들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각하. 어떻게 품질을 향상시킬 생각입니까?”

“알다시피 지금까지 우리가 판매하는 도자기에는 상표를 제외하면 아무런 문양도 그림도 없었소. 기술자들이 그림과 조각에···”

익숙하지 않았고 실력수준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팰리스는 기술자들에게 도자기를 만드는 틈틈이 그림과 조각을 연습하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그것이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이젠 청화백자(코발트 안료를 사용한 도자기)를 비롯한 다양한 색상의 도자기와 상감기법을 적용한 도자기를 생산할 만한 수준에 올랐다.

“우리는 저질 중국산 아니, 다른 영지의 저가공세에 맞서 더욱 고급스러우면서도 값비싼 도자기로 승부를 볼 것이오. 삼태극 브랜드를 앞세우면서요.”

팰리스의 대책발표에 모두들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그런 수가··· 역시 총독님이십니다.”

“오~ 총독. 정말로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었구려.”

“하하하~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겠지요? 왜냐하면 아나톨리아는···”

아나톨리아의 경제는 너무 도자기 하나에만 의지하고 있다.

이는 언제든지 오늘과 같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다소 들떴던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았다.

“흐음~ 그렇겠지요. 허나, 총독이 이런 말을 한다는 건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다는 뜻이겠지요? 혹시 그것이 바로···”

드레이크가 뒷말을 흐리자 팰리스가 즉각 미완성인 문장을 완성시켰다.

“네, 남작님. 그것이 바로 새로운 주력상품, 비눕니다.”

“비누? 비누라면···”

“아~ 이번에 새로 영입한 알케미 경을 말하는 것인가 봅니다. 알케미 경이 한창 연구한다는 마도시대의 유물이 비누라고 하던데, 각하! 제 말이 맞습니까?”

윈스턴이 뭐라고 소문을 퍼뜨렸는지 비누는 이제 마도시대의 유물로 둔갑했다.

“그렇소. 그것이 바로 비누요. 여러분도 이번에 절감했다시피 도자기 하나만을 믿기엔 너무도 불안한 것이 사실이오. 그렇다면 새로운 전략상품을 개발해야 되지 않겠소? 본 총독은 비누가 그 대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오~ 역시···”

“총독님은 역시 총독님이다.”

사람들의 눈빛이 우상숭배(?)에 빠진 북한주민 같았다.

“그런데 총독님, 알케미 경은 왜 보이지 않습니까?”

친구사이라 원천적으로 우상숭배(?)와 거리가 먼 피리온이었다.

“이 자리는 아나톨리아의 주요 안건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전체회의지 말입니다?”

“리저드 경! 그건 본 총독이 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연구에 전념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라오.”

“아~ 그렇군요.”

피리온이 이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이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바로 이때 초췌한 몰골의 윈스턴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팰리스가 눈썹이 순간적으로 꿈틀댔다.

‘저자가 회의실에 모습을 보였다는 건!’

“오~ 알케미 경! 드디어 가성소다를 대량생산하게 되었소?”

기대감 때문인지 팰리스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수뇌부들도 성공했다는 발표만 떨어지면 언제라도 소리치려는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초, 총독님! 가, 가성소다를···”

“하하하~ 드디어 만들어냈습니까?”

흥분한 팰리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윈스턴이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으며 소리쳤다.

“각하~ 죽여~ 주시옵소서!”

팰리스의 귀에는 사극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 ‘전하~ 죽여주시옵소서.’로 들려왔다.

“엥? 죽여··· 줘?”

“뭐, 뭐라는 것이지?”

“크흑~ 그것이··· 그것이 그만··· 실패했습니다. 흐흑~”

회의실의 공기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팰리스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두 번째 복병이었다.

18. 의외의 복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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