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하면 잘살거 같지-48화 (48/261)

-------------- 48/261 --------------

그 시간, 억센 주먹도 눈앞으로 다가온 전투를 위해 워해머를 휘두르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러자 2,000여 마리의 오크전사들도 로어를 터뜨리거나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며 전투의지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크릉, 크릉, 크르르르~'

'캬릉, 캬르르르~'

시간이 지날수록 오크전사들의 콧김이 거세졌다.

알 수 없는 열기로 주변의 공기가 일렁거렸다. 이쯤 억센 주먹이 다시 단단한 대머리를 호출했다.

"취익, 취익~ 대머리! 준비됐다?"

"취이익~ 엑센 족장! 준비됐다."

단단한 대머리의 보고에 억센 주먹이 전사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췟, 췟! 들어라, 용맹한 오크 전사들아~"

'꿰에에에~ 췟, 췟, 췌에~'

'취익, 취익, 취이이이이~'

"췟, 췟! 굳센 전사들아~ 오늘··· 인간 무리 죽인다. 취이익~ 내일··· 인간마을 뺏는다."

'췟, 췟~'

'취이이이이이~'

억센 주먹의 연설(?)에 오크전사들이 엄청난 고함소리로 호응했다.

"췟, 췟! 용맹한 전사들아~ 인간 마을 풍요하다. 마을 뺏고 암컷들 데려온다. 거기서 많이많이 새끼 까자!"

'췟, 췟! 췟, 췟, 췟~'

'취익, 취익! 취이이이이이~'

이상하게도 방금 전보다 호응이 더욱 격렬해진 것 같았다.

억센 주먹은 격렬해진 분위기를 살려 워해머를 번쩍 하늘을 향해 힘껏 들어올렸다. 그리곤 아나톨리아군을 향해 쭉 내뻗었다.

"취이이이익~ 이제··· 진군이닷!"

공격개시 명령이었다.

오크전사들의 억센 주먹과 단단한 대머리를 선두로 2개의 화살촉이 되었다. 놈들은 아나톨리아군을 향해 일제히 돌격

··· 하진 않았다.

도로의 폭이 좁았고 양측 간의 거리가 아직도 4Km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이렇게 느리게 걸었다.

지금 당장은···

"취익, 취익~ 우리 오크 멍청하지 않는다."

"취이이익~ 맞다, 대머리. 돌격! 돌격할 때 돌격한다."

현명한(?) 억센 주먹은 1Km까지 거리를 좁힌 뒤에는 살짝 빠른 걸음으로 속도를 높였다.

이런 속도를 유지하다가 200m까지 접근하고 그때부터는 가장 빠른 속도로 돌격하여 난전에 돌입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빠른 걸음으로 600m까지 접근했을 때였다.

언덕으로 이어진 길을 가로막은 2열의 수레에 탄 인간들. 그들이 갑자기 장난감 같은 활에 화살을 재어 들어올렸다.

그리곤 자신들을 향해 겨누는 것이 아닌가!

'터벅, 터벅~'

"취에에에에? 뭐! 뭐다냐, 저거?"

빠른 걸음으로 아나톨리아군에게 접근하던 억센 주먹과 오크 전사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간 종족이 자랑하는 장궁(Long bow)은 최대 300m가량 날릴 수 있다지만 보통은 150m 이내에서 살상력이 극대화된다.

그런데 아무리 언덕에서 발사한다지만 까마득하게 먼 거리에서 장난감 같은 활로 자신들을 겨누··· 아니다.

지금 막 일제히 화살을 발사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가관이었다.

'푸풋~ 푸취취취~'

'췌헤헤헤헤~'

억센 주먹과 단단한 대머리 아니, 그 광경을 지켜본 오크전사들이 일제히 실소를 터뜨렸다.

인간들이 쏜 화살이 사수(射手)의 발치에 떨어지거나 무엇에 걸렸는지 허공에서 대롱거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애기살(화살)이 아닌 가이드 역할의 통아였고 매우 정상적인 편전 운용법이었다.

'피릿! 피리리릿~'

한창 낄낄거리던 억센 주먹과 단단한 대머리의 귓속으로 날카로운 파공음이 파고들었다.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화살이 보이지 않았지만 각각 가슴 즈음과 머리통에서 찌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둘은 여러 차례 목숨을 구해줬던 감각을 거스르지 않았다.

억센 주먹은 본능적으로 몸을 획 돌렸다. 단단한 대머리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피릿, 피리릿~ 뻐억, 빠악!'

억센 주먹은 저도 모르게 뻑 소리가 난 뒤편으로 고갤 돌렸다.

머리통에 볼트(석궁용 화살) 같이 작은 화살을 매단 오크전사가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복부에 꽁지깃만 남길 정도로 깊이 박힌 화살을 멍하니 바라보는 오크전사는 아직도 팔팔했다.

침을 바르거나 약초를 으깨붙이면 10여일 만에 낫는 부상일 뿐이었다.

그런데 너무 놀랐는지 텡그리에게 혼을 뺏긴 것처럼 눈만 끔뻑거렸다. 게다가 날아오는 화살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피릿! 피리리릿~'

'푹, 푹, 푸푹~'

600m의 거리 때문인지 3/4가량이 헛되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그러나 나머지 화살은 착실하게 오크전사들의 팔다리나 몸통에 틀어박혔다. 당연히 많이 아팠다.

"꿰엑? 아, 아프다! 졸라 아프다. 꿰에에에엑~"

아직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일이 크게 잘못됐다.

"췌에에에에? 조, 조때따!"

억센 주먹은 후퇴를 명령하려했지만 좀처럼 입술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인간 마을 뺏는다. 그래야 검은 돌도끼 부족 부흥한다.'

부족의 생존을 위해서는 근거지가 필요했다.

풍요로운 인간의 마을이 꼭 필요했다.

'피릿! 피리리릿~'

'푸푹~ 뻑! 푹! 퍼, 퍽···'

"꿰에에에엑~ 아프다. 많이 아프다."

화살에 맞은 전사들이 아프다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워낙 튼튼한 몸뚱이라 죽은 전사는 극히 미미한 10여 마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어느새 전사들의 진군이 멈춰버렸다.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어쩔 수 없다! 많이 이른다. 그러나 지금··· 돌격한다. 그래야 한다.'

"취익, 취익~ 억센 주먹 명령한다! 용맹한 전사들아~ 앞으로··· 돌격이다!"

억센 주먹의 명령에 오크전사들이 일제히 분노의 로어(roar)를 터뜨리며 돌격하기 시작했다.

'구궁, 구궁, 구구구궁~'

길게 줄을 선 2,000여 마리의 오크들이 일제히 돌격하자 대지가 둔중한 소리로 신음했다.

흙먼지가 확 피어올랐다.

"쏴라! 활을 쏴라!"

"잠시도 손을 놀리지 마라. 신중하게 쏴라!'

아나톨리아군도 오크들의 일제돌격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

'피릿! 피리리릿~'

'푸푹~ 뻑! 푹! 퍼, 퍽···'

"꿲!"

"꿰에에엑! 아, 아파··· 췟! 아파도 돌격이다."

거리가 줄어들수록 화살의 정확성이 높아졌다.

살상력도 배가되어 죽어가는 오크의 수가 조금씩 늘어났다. 그러나 지금은 돌격을 멈출 수가 없다.

힘겹게 200m가량으로 간격을 좁혀가자 날아오던 화살이 작은 것(애기살)에서 긴 화살로 바뀌었다.

억센 주먹과 전사들의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졌다.

이제 그만 땅바닥에 누워 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욱 빠르게 돌격할 순간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100m까지 간격을 좁힐 때였다.

억센 주먹이 더욱 분노했다. 놈은 숨을 헐떡거리며 놈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욕설을 터뜨렸다.

"췌헥, 췌헥~ 비겁한 인간 놈들! 췌헥, 췌헥~ 인간 놈··· 고블린 잡놈이다~"

장애물 지대!

말뚝을 박고 넝쿨로 연결한 지역이 한창 돌격 중이던 전사들의 발을 붙들었기 때문이다.

억센 주먹은 워해머를 풍차 돌리듯이 휘둘러 넝쿨들을 손쉽게 잘라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크들의 강력한 돌격이 무산되었다.

"취익, 취익~ 힘낸다, 전사들아~ 이제 다 왔다. 다시 돌격이다~"

억센 주먹이 돌격을 명령했다.

그러나 인간들의 비겁(?)함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뾰쪽한 통나무 3개의 중간을 엮어 만든 장애물이 곳곳에 널려 일제돌격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던 억센 주먹과 오크전사들. 트라이포트를 빙 돌아서 마침내 인간들을 향해 다시 돌격···

"취이이이익? 뭐, 뭐다냐?"

돌격하질 못했다.

황당하게도 넝쿨을 자르고 장애물을 우회하는 동안에 인간들이 수레에 올라 일제히 도망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췟, 췟, 췌에~ 비겁하다, 인간!"

"취이익~ 도망가지 만다, 인가~안! 우리랑 싸운다."

"취익, 취익~ 도망이면 고블린 잡놈이다~"

억울한 오크전사들이 욕하고 고함쳤지만 인간들의 도주를 멈추게 하기엔 너무도 부족했다.

* * *

3분 전, 선두를 이끌던 커다란 오크가 워해머를 휘둘러 넝쿨들을 자를 때였다. 병사들은 새까맣게 몰려든 오크들의 기세에 움찔거렸다.

오크는 병사 2명의 무력에 맞먹는 몬스터다. 그런 강한 몬스터가 자신들보다 훨씬 많은 수로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사들은 잠시도 손을 쉬지 않았다.

내심 무서웠지만 파이온의 병사답게 잠시도 손을 쉬지 않았다. 그런데 오크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왔다.

"에잇~ 뒈져!"

'피릿~'

'으~ 후퇴명령은 도대체 언제 떨어지는 거야? 솔직히 좀 무섭네.'

병사들의 속이 이처럼 까맣게 타들어갈 때였다. 팰리스가 제이콥에게 신호를 보냈고 제이콥은 즉각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지금! 지금이다! 빨리 수레에 올라타라."

제이콥의 지시에 3열 횡대로 늘어서서 화살을 날리던 병사들이 급히 수레에 올라탔다.

그리곤 재빨리 말에 채찍을 가해 꽁지 빠지게 도망갔다.

다행히 내리막길이라 금세 가속도가 붙었다. 그런데 도주를 위한 도주가 아니었다. 팰리스가 계획한 작전상 후퇴였고 또 다른 공격전술이었다.

"방패병 실시! 타워실드를 세워 사수를 보호하더라고."

토머스의 지시에 타워실드를 소지한 병사 3명 중의 2명이 후방에 방벽을 세웠다.

혹시 모를 오크들의 공격(조잡한 활 공격 또는 돌팔매질)으로부터 사수들을 보호할 목적이었다.

"사수(射手)들은 쉬지 말고 계속 활을 쏴라."

제이콥의 명령에 사수(겸 창병이나 검병)6명이 안전한 방패 뒤에서 계속 화살을 날렸다.

이 순간, 아나톨리아군은 임진왜란 당시의 조선함대가 되었다.

추격해오는 오크들은 (수레에)접선하여 백병전을 치르려는 왜군이 되었다.

수레에는 10명의 병사들이 올라탔다.

그들이 무장한 무기와 원정기간 동안 소비할 식량과 물자까지 적재된 상태였다.

그래서 조선의 판옥선처럼 수레가 빠르게 이동할 수가 없었다.

오크들의 달리기 실력이라면 (왜군의 세키부네처럼)금세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한창 욕하고 으르렁 거리던 오크들이 다시 돌격을 개시했다. 맹렬하게 수레를 쫒아 달릴 때만 하더라도 금세 오크전사들에게 휩쓸릴 것만 같았다.

그러자 마음이 급해진 토머스가 큰소리로 명령했다.

참고로, 토머스는 기사에 임명됐음에도 여전히 말과 인연이 없었다.

짐승인 말도 생각하는 머리가 있는지, 무겁고 괴물 같은 토머스를 좀처럼 태우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머스는 전마가 아닌 (제일 후방의)수레에 올라탄 채로 병사들을 지휘했다.

"사, 사수들~ 잠시도 쉬지 말더라고! 빨리 화살을 쏴라, 쏴!"

"잠깐! 서두르지 마라. 너희들은 안전하다."

제이콥의 장담대로 수레에 탄 병사들은 안전했다.

지근거리까지 몰려든 오크전사들이 몹시 위협적으로 보였지만 겉보기에만 그러했다.

오크들은 아나톨리아군을 해칠 방법이 없었다.

당연히 서둘러 화살을 날릴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정확하게 급소를 노려 오크들을 사살할 때였다.

"계속 활을 쏘되 일격필살의 의지로, 한발 한발을 차분하게 발사해라!"

제이콥의 명령이 하달되자 수레의 요동 때문에 떨어졌던 정확성이 다시 올라갔다.

살상력이 더욱 높아졌다.

뭐, 워낙 가까이 접근한 까닭에 빗나가게 쏘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몇몇 오크들이 너무도 가까이에 다가왔다.

그중 하나, 억센 주먹이 워해머를 휘둘러 화살들을 막아내다가 기어이 지금껏 쌓인 분노를 담아 힘껏 휘둘렀다.

단단한 대머리도 전투도끼를 맘껏 휘둘렀다.

"어라? 거, 거기~ 조심해!"

'부우~웅, 까아아아앙~'

'휘이~익, 뻐억!'

강력한 망치질(?)에 타워실드로 막던 병사가 움푹 들어간 방패 째로 뒤로 넘어갔다.

그 옆의 방패는 도끼에 제대로 맞아 커다란 금이 갔다.

예비 방패병이 급히 비어버린 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방패 하나로 모든 사수들을 온전하게 보호하기 힘들 것이다.

마침내 인간들에게 복수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췟! 뒈진다!"

억센 주먹이 다시 분노의 워해머를 힘껏 휘둘렀다.

놈의 완력이라면 아마도 활을 쏘던 병사가 워해머에 맞아 단번에 곤죽이 될 것이다.

'부웅~'

'까아아아앙~'

억센 주먹이 고대했던 '퍽' 소리가 아니었다.

놈처럼 무식하게 생긴 인간이 시야를 가득 채우며 비웃고 있었다.

그 괴물(?) 같은 괴물이 커다란 검으로 워해머를 막아냈던 것이다.

황당하게도 억센 주먹의 손가락이 순간적으로 마비될 정도였다.

연약한 인간이 어떻게 부족에서 가장 강한 족장의 공격을 막아냈지?

"췌에에에에에? 이상타, 졸라 이상타."

기세를 잃은 억센 주먹이 저도 모르게 추격의 고삐를 늦춰다.

1,500m 이상을 전력으로 달려왔기에 알게 모르게 피로가 쌓였기 때문이리라.

어느새 억센 주먹의 숨소리가 거칠어져 있었다. 쓰디 쓴 신물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이렇게 오크전사들이 지친 반면 인간들은 전혀 지치지 않았다.

지치기는커녕 한시도 쉬지 않고 화살을 날려댔다.

귀여울 정도로 작은 활로···

자연, 오크들의 사상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만 죽는다.'

"취이이익~ 그마~안! 그만 돌격 멈춘다."

억센 주먹이 워해머를 위로 들어 돌격을 멈추게 했다.

그러자 얄밉게도 수레까지 멈췄다. 물론, 화살은 쉬지 않고 날아들었다.

'빠드득, 빠드득~'

"취익, 취익~ 인간 고블린 잡놈이다~"

억센 주먹이 이를 갈며 욕했지만 날아오는 화살을 어찌하진 못했다.

다시 인간들을 향해 돌격할 수도, 순순히 화살에 맞아 죽어 줄 수도 없다.

별수 없던 놈은 전사들을 도로 옆의 숲속에 몸을 숨기게 했다.

그제야 인간들은 활쏘기를 멈추고 다시 도망가기 시작했다.

전투 종결!

이렇게 해서 마침내 아나톨리아와 검은 돌도끼 부족 간의 1차전이 끝났다.

* * *

14. 검은 돌도끼 부족을 막아라-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