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61 --------------
1시간 후, 팰리스는 전생에서 읽었던 소설처럼····
성공하지 못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마나운용을 시작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잠깐!
여러분도 분명 기억할 것이다.
태아시절에는 그것을 성공시켰다는 사실을!
“맞아. 그 때문에 내가 살았고 어머니까지 건강한 체질로 변했어. 그런데 지금은 왜 시작할 수도 없었지? 왜 마나를 순환시킬 수가 없냐고! 거참~ 이상하네.”
힘겹게 가부좌로 틀어 앉은 예쁜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참, 이 대목에서도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릴 것인데 아마도 지독한 사투리가 말끔하게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거시기 나가 아니, 내가 돌대가리도 아니고··· 그동안 이곳의 언어를 완전히 마스터했다.’
그렇다. 팰리스가 겨우 2살이라지만 한국식 나이로 따져보면 무려 ‘4살’이었다.
그동안 이곳의 언어를 확실하게 배워 완전히 입에 붙여 놨다. 이젠 꿈과 생각도 이곳의 대륙공용어를 사용했다.
비록 몸이 덜 자라 발음이 약간 어색했지만···
각설하고, 팰리스의 고민은 크게 세 가지의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당시의 성공은 그가 죽어가는, 너무도 급박한 상황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종의 ‘기적’이었다.
산소가 떨어져 숨이 막히고 뇌세포까지 일부 괴사하던 상황이었고 그래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에서 겨우 성공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 탄생과 동시에 혈도가 굳어지며 사라져갔기 때문이다.
물론, 태아시절에도 혈도는 없었다. 그저,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상태로 아주 부드러운 상태였다.
그러다가 세상의 공기를 접하면서 단단하게 굳어져 가고 있었다.
세 번째 이유, 아마도 이것이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그가 실패한 이유, 그건 팰리스가 마나를 순환시킬 적절한 ‘마나심법’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팰리스는- 단전호흡과 토납법으로 -단전을 성장시켰지만 이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단 이 없었다.
참고로, 뱃속에서는 기적적으로 성공시켰었다.
만일, 태아시절이나 탄생 직후에 계속 그때의 감각을 유지했다면 아마도 양상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이런~ 놓쳐버렸다, 기회를··· 뱃속에 있을 때! 아니, 갓 태어났을 때에도 늦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 그리 했다면 마나심법을 모르더라도 당시의 감각을 몸으로 익혔을 것이고 자신 고유의 것으로 소화시켰을 것이다.
“그때의 감각을 내 것으로 체화(體化)를 시켰어야만 했었어.”
만시지탄(晩時之歎)! 버스는 이미 떠나가 버렸다.
혈도는 탄생과 함께 지금껏 굳어져 왔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그럼 마나운용이 더욱 힘들어지는, 그런 악순환의 연속일 것이다.
“빨리 감각을 찾아야 해. 그래~ 가능한 빨리 감을 찾아야 성취가 빨라진다.”
‘후우읍~ 푸우~ 후우읍~ 후우~’
팰리스는 마나호흡을 유지하면서 그때의 감각을 되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뜻하는 대로 모두 이루어진다면 세상 살기가 참 편해질 것이다.
양수로 호흡했던 당시의 환경과 달라서 그런지 아무리 노력해도 그때의 감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와 달라져서 그런가? 영 모르겠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이젠··· 어떻게 하지?”
방법을 모르면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편일 것이다.
불현듯, 아버지가 가끔 말하던 그들이 떠올랐다.
“아~ 그들이라면 혹시··· 그래! 가능할 지도 몰라.”
[아들아~ 튼튼하게 자라서 꼭 기사(Knight)가 되어라. 그럼 성공한 인생···(생략)]
“그래, 기사! 기사에게 물어보면 되겠다.”
아르펜과 마을 주민들이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들어보니, 기사들은 기본적으로 마나를 다룬다고 한다.
문제는 팰리스가 아직 2살이란 점이다.
기사를 만나러 ‘가출’할 수도 없고 설혹 만났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아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문제였다.
“이런~ 그럼 어떡하지? 아버지에게 물어볼까?”
아이에게 아버지는 슈퍼맨과 비슷한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팰리스는 보통의 아이가 아니었다. 머릿속에 아주 오래된 늙은이가 들어서 있다.
그런 그에게 아르펜은 더도 말고 딱 (영주의 사냥터)그린 포레스트를 관리하는 숲지기이자 사냥꾼. 더욱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숲지기 마을의 자경대 대장 겸 촌장이었다.
“에이~ 설마··· 아주 평범한 아버지인데.”
팰리스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뭐, 술마시면 자신과 동료(부하직원(?) 겸 주민)들은 동수(同數)의 기사단에게 이긴다고 떠벌이곤 했었다.
숲에서 싸운다는 전제였지만···
아이들과 함께한 잔치에서의 ‘큰소리’란 점을 감안하면 아마도 자식들 앞에서 한없이 부풀려지는 허풍선이었다.
아르펜과 주민들은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마나를 순환시킬 그런 ‘대단한 인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르펜은 자경대를 지휘하는 대장답게 매일 검을 수련한다.
그 때문에 기(氣)가 이곳에서는 마나(Mana)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었다.
“뭐, 밑져야 본전이다. 내일 기회를 봐서 물어보자.”
다음날 팰리스는 수탉이 울자마자 마당으로 나갔고 아르펜은 평소처럼 커다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오~ 기회다! 눈치 없게 막 물어보면 곤란하겠지? 그래, 아이답게···’
마음을 다잡은 팰리스가 일부러 혀 짧은 말투로 물었다.
“아빠, 아빠! 지금 뭐해? 우와~ 칼이다, 칼!”
‘으~ 손꾸락이 오글어 든다, 오글어 들어. 이 나이에 내가 이래야 하다니.’
팰리스가 아장아장 다가가자 아르펜은 아들이 다칠까봐 즉시 수련을 중단했다.
“아, 팰리스. 일찍 일어났네?”
“웅~ 아빠. 아빠가 그랬잖아. 기사가 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고. 나~ 잘했죠?”
팰리스의 코맹맹이 소리에 아르펜의 입이 막 찢어지려고 했다.
알다시피 팰리스는 정신연령이 100살이 넘었고 당연히 보통의 아이들처럼 곰살궂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보통의 아이같이 행동했다.
“하하하~ 당연히 잘했지. 그나저나 팰리스. 기사가 되고 싶으냐?”
“웅~ 아빠!”
“오~ 정말?”
“웅, 정말이야. 아빠가 그랬잖아요. 꼭 기사가 되라고. 나는 항상 아빠 말 잘 들을꼬얌!”
‘꼬, 꼬얌이라니··· 하늘이시여~ 제가 정녕··· 이랬단 말입니까?’
“아~ 팰리스··· 사랑하는··· 나의 아들!”
팰리스의 ‘싸비스’에 감격한 아르펜이 눈시울을 붉혔다.
‘아이 씨~ 분위기가 또··· 이래선 죽도 밥도 안 된다.’
“그런데 아빠! 아빠는 기사를 이겨?”
“암~ 당연하지!”
아르펜이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다.
그런데 아무리 좋게 봐도···
“아빠는 힘도 세고 못하는 것이 없거든? 헤헤헤~”
한눈에도 자식에게 큰소리치는 ‘애 아빠’였다.
다시 봐도 역시 허풍이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제대로 확인해보자.’
“기사는 힘이 세지만··· 마나도 다룬다던데···”
“어, 어? 네가 그걸 어떻게···”
‘당신이 예전에 말했잖수.’
“아빠는 기사랑 맞장 뜰 수 있어요?”
“마, 맞짱? 아들아, 그게 말이다···”
“쳇~ 지는구나?”
‘괜히 기대했네.’
“이, 이겨. 아빠가 이긴다. 숲에서 싸우면!”
“숲에서··· 요?”
“지, 진짜라니깐? 아빠는 석궁이랑 활도 잘 쏘잖니. 예전에 너도 봤었지?”
보긴 봤었다. 로빈훗이 사용하는 그런 무식한 활로 100m가량 떨어진 사과의 정중앙을 정확하게 맞추던 모습을···
그러나 아무리 활을 잘 쏴봤자 아르펜은 그저 그런 사냥꾼이었다.
“몰래 접근해서 쏴버리면 지가 죽지, 어떻게 살아? 그러니까 아빠가 이겨!”
그 말인즉 암살이나 빈틈을 노려야만 이긴다는 뜻. 그러나 기사에게 들키면 곧장 살해당할 것이란 뜻과 같았다.
“그래···요? 뭐, 이긴다고 쳐 줄게요.”
‘아버지, 체면세우기가 참~ 힘들죠?’
“진짠데··· 알고 보면 아빠가 활을 아주 잘 쏘고 힘도 굉장히 센데··· 지, 진짠데.”
“에이~ 그럼 마나를 다룰 수 있어요?”
‘거봐요~ 못 다루잖아요. 안 그래요?’
“그럼! 당연히 마나를 다룰 수 있지.”
‘뭐, 뭐? 마나를··· 다룰 수 있어? 리, 리얼리?’
“저, 정말?”
“그러~엄! 정말이고말고.”
‘그럼 진작 그렇다고 말을 하지 그랬어요.’
“와아~ 어떻게 해야 마나를 다룰 수 있어요? 알려줘요~ 빨리빨리~”
분위기가 급변한 팰리스가 호들갑스럽게 달려들었다. 아르펜이 살짝 놀랄 정도였다.
“하하하~ 진정하고 일단은 말이다?”
‘꿀꺽!’
“네, 아버지.”
“으, 응?”
‘앗! 실수.’
“웅, 아빠! 말해줘요. 빨랑빨랑~”
“흠흠~ 일단은 말이다? 네가 이만큼 커야 한단다.”
아르펜이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배쯤에 가져다댔다.
그만큼 성장하려면 아마도 10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뭐, 뭐야! 이런 전개라면 설마 그··· 허풍입니까?’
“···”
“빨리 크려면 당연히 이것저것 골고루 먹어야겠지?”
“···아~ 네에~ 그리고요? 다 컸다 치고요.”
갑자기 팰리스의 말투가 심드렁해졌다.
“그때부터는 당연히 수련! 혹독한 수련이지. 지쳐 쓰러질 때까지, 근육이 찢어질 때까지 수련! 무조건 검을 휘둘러야 해. 그래야 마나가 몸에 쌓인단다.”
“네, 네? 네~에? 정말입니··· 이예요?”
얼마나 황당했는지 혀가 꼬이려고 했다.
‘호흡으로 모으는 게··· 아닌가? 마나를 정말··· 다룰 줄 아시는 겁니까? 정말··· 그런 겁니까?’
“하하하~ 못 믿겠지?”
‘네~ 솔직히 믿음이 안 가네요. 무식하게 칼만 휘두르라니, 안 그래요?’
“아, 아뇨? 당연히 믿어요.”
“팰리스~ 네가 아직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잘 들어라. 마법사의 말에 따르면 이 세상은 마나로 가득 차 있다는 구나. 그런데 마나는···”
자연의 기운(氣運)으로 상처를 치료하거나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아무런 노력도 없이 이것을 이용할 수는 없는 법이다. 마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몸 전체에 일정량 이상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마나를 모으는 방식은 근육이 파열되기 직전까지 혹사시켜야 한다.
그럼, 몸이 피로와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마나를 받아들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마나의 감각까지 깨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마나의 쌓고 감각이 익숙해지면 이것을 이용할 수가 있는데···
“···일종의 ‘요령’을 터득하면 된단다. 아빠처럼 말이지.”
“아~ 네에~”
‘그러니까 결론은 기승전, 아버지인가요?’
“거창하게 말하면 깨달음이라고도 할 수 있단다. 뭐, 아직은 네가 어려서 이해하지 못하겠지?”
“···”
‘전혀요! 결론적으로 말해서 무식하게 몸을 혹사시키란 말이잖아요.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 요령을 깨달을 때까지··· 아버지. 안 그렇습니까?’
확실히 소설 속의 내공고수와 비교하면 하책(下策) 중의 하책이었다.
그러나 중원의 내공심법을 모르니 이곳의 방식이라도 차용(借用)해야 할 것이다.
‘마나를 모으고 이용하는 방법··· 그래~ 찾아보자. 나에게 맞는 나만의 방식, 그래야 내가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이다.’
마나와 관련된 책이라도 있었으면 참고하련만, 아쉽게도 (중세시대의 평민답게)책은커녕 이곳의 문자조차 깨우치질 못했다.
이때부터 팰리스는 아르펜이 알려준 방식과 소설에 등장하는 내공고수의 사례를 깊이 연구하기 시작했다.
“무식하게 몸을 혹사시키는 건 좀 곤란하니까 다른 방법을··· 아참~ 오늘이었나? 마을 처자들이랑 냇가에서 목욕하는 날! 으흐흐흐~”
‘후르릅~ 꿀꺽!’
“이번에도 좋은 구경하고 수련은 내일부터! 그래~ 내일부터 시작하자.”
아니, 눈이 호강한 그 다음날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
각설하고, 팰리스가 원하던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다음날부터 2년이란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래~ 그거야! 그렇게 하면 되겠다.”
그로부터 2년 후, 팰리스가 무릎을 치며 일어나 집을 나섰다.
마침내 그만의 편법 즉, 팰리스식 마나축적과 마나활용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4. 팰리스의 선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