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6화
그 공허가 내려앉음에.
희비가 뒤바뀐다.
“이 미친……!”
“대체 무슨 짓을 벌이는 거야!”
희망으로 가득 찼던 자들. 바로 전까지 나의 믿음직한 동료였던 자들은, 배신감에 몸부림친다.
그 반대로.
-아아아아! 되었다! 되었어!
어느새 투구를 벗어 던진 마왕의 얼굴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더는 마계에 공허가 발동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겠지.
-캬캬캬캬.
-이 미친! 악마다! 악마야! 우리보다 더한 녀석이라고!
-크하…… 좋구나!
그 미친 악마들은 도망치다 말고, 이 상황을 보고 행복에 겨워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혼란스러운 상황.
그 상황 속에서 오는 음한 기운들.
그것을 느끼고, 실시간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기쁨에 겨운 것이겠지.
이해한다.
그래.
여기 있는 모두가 보기에, 나는 배신자로 보일 수도 또한 어리석은 머저리로 보일 수도 있음을.
그러나.
나는 되려 이 순간을 노렸다.
* * *
전에는 저 공허가 내려앉음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절망 속에 가득 차 있었다면.
지금은 반대다.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잡아 먹히고만 있을 생각이 없었다.
‘내가 맞는 게 그 공허의 정체라면…….’
내가 지금껏 얻은 그 기억대로라면, 공허는 언제고 내려앉을 수 있는 멸망이었다.
언제고.
몇 번이고.
피하고 또 피하더라도 공허는 언제고 다가온다.
모두가 약해지거나 가장 강해질 때.
체계가 정한 선을 넘어서면 언제고 달려오기 때문.
때로는 그 멸망을 다른 차원에 보내 유예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단지 유예한 것일 뿐이다.
뒤로 미룬 것이지.
해결한 것이 아니었다.
그게 뭔가.
뒤로 미룬다고 뭐가 달라지나.
서로가 서로에게 멸망을 미루는 이 꼴을 몇 번이나 봐야 하냐 말이다.
나는 회귀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진짜 해결을 바랐었고.
그 방법을 찾았음에 행할 뿐이었다.
그러기 위하여.
가장 처음.
“후우…….”
고오오오오-!
악마. 마족. 인간.
그 모든 걸 잡아먹어 얻은 지금까지의 기운.
그것을 벼르고 또 벼려냈다.
거대한 혼돈의 기운이 칼날처럼, 크게 벼려졌다.
그 거대한 기운은 감히 휘두르는 것만으로, 차원을 상처 내기에 충분했다.
그 위력적인 검을 갖고 내가 행하는 것은.
콰가가가가각-!
바로 공허를 향하여 끊임없이 공격을 내지르는 것!
* * *
콰아아앙-! 쾅--! 콰앙!
휘둘러지는 혼돈의 기운.
그 기운이 공허에 닿자, 처음 공허의 기운이 지닌 움직임이 멈췄다.
내려앉는 멸망이 멈추는 듯했다.
-설마…….
-부수려는 것이냐?
-안 될 것이다! 우리라고 해보지 않았을 리가!
콰아앙-!
쾅!
모두가 안 된다고 말하지만.
나는 묵묵히 그를 시행했다.
그러나.
한계는 있었다.
“……멈췄을 뿐이잖아?”
“평생 그걸 할 수 있을 리가…….”
“대체 뭘 얻겠다고! 결국 실패할 거면서!”
모두가 아는 대로다
공허는 더 전진하기를 멈췄을 뿐이었다.
더 내려앉지 않고 있을 뿐.
언제고, 내가 휘두르는 혼돈의 기운이 멈춰 선다면.
그때가 오면.
공허는 다시 내려앉을 터였다.
그 시간이 멀지도 않았다.
“흐으…….”
아무리 나라도 혼돈의 기운을 다루는 게 쉬울 리가 있는가.
신의 육체를 지녔음에도 내 몸은 실시간으로 지쳐가고 있었다.
성좌조차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신의 기운.
그것을 휘두르는 대가였다.
몸은 점차 쇠락해가고.
어느덧 수명도 짧아지겠지.
혼돈을 태우는 데 필요한 가장 큰 힘은 영력.
그 영력을 태워 만들어 내는 힘이었으니, 내 근원조차도 쇠락했을 때.
나는 완벽히 소멸할 것이었다.
그래.
죽겠지.
그걸 알면서도 나는.
콰아앙-! 쾅!
계속해 혼돈의 기운을 휘둘렀다.
“그만해!”
“허튼짓이에요……!”
“차라리 어서 지금이라도 던지는 게……!”
모두가 말림에도.
그 미친 발악의 끝이 절망밖에 없다고 말함에도, 쉬지 않았다.
모두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저 휘두를 뿐.
아니, 내가 아는 목표를 위하여 행할 뿐이었다.
콰아아아앙-!
이윽고!
‘……됐나!’
저 거대한 멸망의 한 가운데에, 거대한 생채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상처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공허의 숨은 속살을 끌어내지는 못하였으니까.
그러나.
내게는 남은 한 수가 있었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외쳤고.
“리바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래서 한 번이었구나.”
그 부름을 받은 자.
리바이.
요괴의 몸을 재료 삼아 빚어내고,
영혼은 과거의 내가 지닌 기억과 영력으로 빚었으며.
그 힘은 아직도 남은 외신의 잔재로 가득한 그.
그런 그가,
후우우우욱-!
전장의 시작 전부터 벼리고 벼렸던 검.
과거와 지금.
외신과 체계가 부여한 그 힘.
그 모든 걸 벼리고, 온 힘을 실어 만들어 낸 그 검을 공허의 상처에게로 날려 보냈다.
그 순간.
-----------ㅁㅁㅁㅁㅁ--------
단순 육체로는 느끼기 힘든.
그러나 영혼부터 느낄 수밖에 없는 그 어떠한, 거대한 울림이 있었다.
그 끝에.
공허가 지닌 거대한 상처가 그 속살을 드러냈다.
그렇게 드러난 그 공허의 내부로.
나는 망설임 없이 뛰었다.
“……다녀올게.”
그리고.
다시 모든 게 멎었다.
* * *
처음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너무도 거대한 울림이었기에, 되려 인식하기 어려웠다.
그러한 거대한 울림도 이내 얼마 가지 않아 들려왔다.
-왔구나…….
왔어…….
그것은 환영 인사와도 같았으나.
그 속내는.
-너 또한 잡아 먹힐 것이니…….
-너와 같은 시도를 한 자가 없는 줄 알았더냐.
-이미 몇 번을 반복하지 않았느냐?
같은 처지가 된 자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여기가 공허인가.’
그러한 비웃음 사이에서 인식한 공허.
그곳은 너무도 드넓어 인식하기도 어려운 공간임과 동시에.
그 넓은 공간을 지독하도록 허무한 자들이 차지한 공간이기도 했다.
-흐하하…… 재밌는 아이구나?
-너는 얼마나 버틸 것이냐?
그자들은 한때, 내려앉는 공허를 막고자 노력했던 용사이자 영웅들.
또 한때는.
-흐히히히…….
공허의 일원이 되어, 차원을 잡아먹는 데 일조한 배신자들이었다.
또한.
-왔냐?
또 다른 내가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내려앉는 공허에 절망하던 전생의 내가 조각조각 나 있는 게 가장 먼저 보였다.
“역시…… 공허는 차원을 격하는 건가.”
-그런 셈이지.
이후 수많은 내가 보였다.
전생.
어쩌면 환생.
어쩌면 그 이후.
계속된 실패로 공허에 잡아먹히고 남은 나의 잔재들.
온전한 내가 아니었다.
그러나 저들 전체를 모아서 보면.
하나의 나를 넘어서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존재감들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 이곳은…….
공허 그 내부이자 그 자체.
공허가 잡아먹고 남은 잔재들이 쉼 없이 울부짖고 뛰놀며, 또 다른 동료를 찾기 위해서 움직이는 곳.
나는 그 안에서 적어도 이 시기에서는 처음 이들을 맞이했다.
놀라지는 않았다.
‘이미 예상했어…….’
성좌 아키텍쳐의 영혼을 잡아먹음으로써, 공허라는 존재 자체가 계속해 잡아먹고 남은 잔재들이 모인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
때로 그 잔재가 거대해져, 공허로부터 내뱉어지면 구미호가 말하는 환계 같은 게 만들어지기도 하고.
또 때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 내는 그런 공간이라는 것을.
어찌 보면 하나의 창조주가 끝없이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부수고.
다시 또 만들어 내는 그러한 공허로운 공간이란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공허 바깥을 떠도는 외신들이란 것들은.
‘……도피자일 뿐일지도 모르지.’
결코 피할 수 없는 공허를 피하고자 저 바깥으로 나가 영원히 떠돈다는 걸.
나는 그 아키텍쳐의 영혼을 잡아먹음으로써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놀랄 이유가 없었다.
단지, 내가 이 안에 살아 들어와서 행하려 하는 게 있을 뿐이었다.
“도와줄 수 있나?”
-당연한 소리를.
-왜 아니겠어?
그 행함을 위하여, 나는 나의 잔재들에게 말하였고.
수십, 수백 번 공허에 잡아먹히고 쪼개졌을 나의 잔재들은.
피식- 웃더니, 그런 나에게 기꺼이 합류하였다.
그리하여.
공허로 들어와 점차 흩어지는 나의 몸은, 흩어짐을 멈추었고.
하나의 존재로 온연히 일어설 수 있었다.
하나, 그것으론 부족하였기에.
“너희도 들어와.”
-흐히히. 네가 감히 우리를 담을 수 있겠느냐?
-너는 네가 아니게 될 것이다?
-또 다른 미친 짓인가…… 그래. 그것도 좋겠지.
여태껏 남아 있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어딘가의 영웅 혹은 배신자였던 자들의 잔재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잔재를 내주었다.
어차피 영원 같은 시간이 흘러버리면.
그때 가선, 나조차 이곳에 있는 잔재들처럼 변할 것이고.
그리되면, 자신들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 여겨서였다.
지금, 나에게 잠시 잔재를 내주는 것은 영원같이 긴 시간 속에서 하는 잠시의 유희라 여겼기 때문.
그러나, 나는 단지 이들의 유희를 위한 장난감이 되자고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
스스스스슷-!
-……허.
나는 진심으로 이들을 흡수하고자 하였고.
또한 그를 시행하였다.
그리하여 내 영혼은 점자 거대하고, 비대해져 갔다.
그리하여, 나의 시야는 전에 없이 넓어져 갔다.
그런 넓어진 시야를 통하여.
“……찾았다.”
결국 진짜 공허의 근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너는?
무엇이든 손이 닿는 것은 멸망시키는 괴물.
한 영혼.
체계로부터 빚어졌을.
아니 어쩌면 체계가 빚어지며 만들어진 찌꺼기.
빛이 체계라면.
어둠은 공허인.
언제고 배척당하는 한 존재가 내 눈앞에 보였다.
그러한 공허를 향해서 나는 손짓했다.
그 의미를 알아들은 것인가.
-……너도 실패할 거야. 나를 담을 수 있을 리가.
녀석은 실패를 점쳤다.
한 존재가.
기어이 이 안에 들어와서.
자기 자신을 잡아먹겠다고 하는 것이 우스웠겠지.
비웃는 건 아니었다.
저것은 자조였다.
그 어떤 존재도 자신을 삼키지 못하는, 자기 존재에 대한 자조.
나는 그 자조를 같이 웃어넘기며 말했고.
“어차피 실패할 거라면, 시도라도 하게 하지 그래?”
-……그러지.
내가 인식하게 된 그것, 공허의 본질은 금방 내 안을 향해서 파고들었다.
그것이 내가 원하던 마지막 단계.
공허를 부수는 것을 넘어서, 공허 자체를 흡수하여 없애 버리는 것.
최후의 도박이자.
한 존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발악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발악이 시도되는 그 순간.
------------ㅁㅁㅁ--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함께.
나는 진정한 합일을 시작하였다.
끝없이 멸망하는 공허를 막기 위하여.
에필로그
그그그그그극-
공허에 자리하였던 그 검은 속살.
그것은 한휘가 제 몸을 비집고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라졌다.
온전히 몸을 되찾은 공허.
그것은.
“……멈춰버렸다?”
“어?”
한휘의 존재감이 관측되지 않은 그 순간부터.
마지 재생을 멈춘 동영상처럼, 완전히 멈춰버렸다.
그러고서 지난 시간이 어느덧 오 년이었다.
* * *
그 오 년의 시간.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공허가 멈추며, 모든 이능력이 사라질 거라는 모두의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다.
이후, 이능력은 전보다 더 높은 빈도로 수많은 인류를 각성시켰다.
마치 어떤 드높은 차원으로 인류가 도약하기를 바라듯이.
그러한 수많은 이능력자들이 배출되는 가운데.
마치 미래에도 당연히 그리되어야 할 거처럼.
미래와 같은 이전에도 세력을 이루었던 세력들이 거대 세력으로 발돋움했다.
국가가 아니, 어떠한 거대한 세력이 인류를 아우르기 시작하고.
그게 신호탄이라도 된 듯이.
-이게 새로운 곳인가.
-흐음…… 재밌는데?
“이야. 뭐야. 여기는?”
이전에 열렸었던 차원들이 재차 열리기 시작했다.
그 차원은 이미 멸망하였다 여겼던 구도자들의 것들이 있었고.
무공을 익힌 자들의 것도 있었으며.
흔히 말하는 판타지 세계에서 그 수준이 멈춰버린 곳도 있었다.
온갖 세계가 연결된 통로가 이 지구에 만들어졌다.
그것은 새로운 기회였다.
“갑시다.”
“여기라면…….”
새로운 차원은 곧 전에 없는 새로운 것들의 출현을 의미하는 거였으니까.
그 새로운 것들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또 앞으로의 모든 구도를 결정할 것이었으니.
그 어떤 세력이든 다른 차원을 넘어서 탐험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
어쩌면 강제적이기도 했다.
망설임은 곧,
새로운 세계에서 도태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겨졌으니까.
꽤 많은 자들이 움직였다.
“여기라면…… 한휘가 있을까요?”
“찾아봐야지.”
그 어떤 흔적을 찾기 위한 자도 있었고.
“으음…… 나는 차라리 여기서 세력을 일구겠어.”
기회로 여긴 자도 있었다.
또 때로는.
“크히히…… 난장판을 만들어 볼까?”
제한되어 있던 리미트를 풀어 버리듯, 안으로 들어서는 자도 있었다.
자기만의 실험을 위해서는 차원 하나를 폭파시켜 버리는 광기를 머금고서.
그렇게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여전히 공허가 내려앉은 그때에 멈춰선 자들도 있었으니.
지한휘의 오랜 동료였던 자들이었다.
“하…… 우리는…… 결국 누군가를 희생시켜서 평화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호움…… 아직 답은 안 나오지 않았소?”
“저 공허가 여전히 떠 있는데도요?”
“……호움…….”
마리는 언제부턴가 그녀의 길잡이를 자처하는 문지기와 함께 자리하여, 끝없이 하늘만을 바라보았다.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
그 답을 얻을 거처럼.
김민아.
미래의 일원이자, 이젠 그 지도자가 된 그녀는.
정작 미래를 이끌기보다는 한 명의 구도자를 자처했다.
내부로. 더 내부로 나아가기를 반복했다.
자신의 근원을 찾아낸다면.
그때는.
‘찾을 거야, 한휘. 아직 말을 못 한 게 많다고.’
사라져버린 지한휘.
모든 답을 안고 없어져 버린 그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가장 과격한 자는 따로 있었다.
콰아아앙-! 쾅-
끊임없이 마법진을 그려대고.
그 거대한 마법진을 망설임 없이 공허를 향해 날리는 자.
시간과 영혼을 탐구하고.
이제는 공허조차 탐구하여 점차 깨달아가고 있는 그녀.
유보라.
그녀는 과격한 테러리스트라도 된 거처럼.
끝없이 공허를 향해 공격을 날리고 있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계속해서.
그것이 비록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알고 있을지라도.
그녀의 손길은 절대 멈출 일이 없어 보였다.
“…….”
계속해서.
날려댈 뿐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속죄일지도 몰랐다.
공허의 트리거가 된 자신.
그 자신이 희생했다면, 차라리 편했다 여기는 그녀로서는.
사라져 버린 한휘가 자신을 대신해 죽어 버린 거처럼 느껴졌으니까.
그 거대한 죄책감만큼이나, 사나운 공격성을 지니고서.
그녀는 끊임없이 저 멀리 있는 공격을 날리었다.
마치 그리해야만 하는 거처럼.
그 거친 공격은 쉼이 없었다.
“……보라. 그만 해요.”
“그만?”
“……제발요.”
그 거친 공격이 멈추는 건 아주 잠시였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다.”
“……이모텝. 네가 뭘 안다고!”
“……흠.”
“리바이! 넌 어서 꺼져! 차라리 말렸어야지!”
“……미안하다.”
오래전 동료였던 자들.
최후의 칠 인.
그들이 잠시간 유보라를 잡을 때쯤에서야, 그녀의 공격은 잠시 멎을 뿐이었다.
지한휘가 소중했던 만큼이나, 이들 최후의 칠 인도 그녀에게 있어선 소중한 자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잠시였을 뿐이다.
“……그럼 어서들 꺼져. 나는, 나는…….”
오래가지 않아, 그녀는 그들의 만류를 물리치고는 재차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해야만 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시간과 영혼의 마도사가 된 지금에 와서도 다루기 힘든 거대한 그 마법진을 손수 그려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녀의 손길을 잡아채는 존재가 있었다.
“……뭐야!? 어서 꺼지라고……! 어……?”
그 존재에 버럭 화를 내었던 그녀는, 놀란 눈으로 앞의 존재를 바라봤다.
“오랜만이지? 유보라.”
“……너, 너!”
그 존재.
유보라 자신이 못내 그리워하던 존재였으니까.
“지한휘!”
“……돌아왔다.”
공허와 체계. 그 안에 담긴 비밀. 그것을 풀어헤치고 돌아온 지한휘.
그가 가장 오랜 동료 유보라에게로 돌아왔고.
그때가 돼서야, 저 공허를 향해 끝없이 공격하던 유보라의 반복이 멈췄다.
그러나 아직 멈추지 않은 게 있다면.
“대체 어떻게…….”
“흐흐. 설명하자면 긴데 말이야. 알게 되면 너도 놀라 까무러칠 거다.”
아직까지 그려나가고 있는 모두의 이야기였다.
<완결>
^공^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