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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97화 (197/206)

제197화

휘오오-

투박한 모래바람이 뒤덮는다.

모래가 뒤덮음에도 그녀의 살결은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모래는 그저 그녀의 몸을 부드러이 스치며 지나갈 뿐이었다.

마치 그녀의 방문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

단순히 사막의 환영 인사라 하기엔 지나친 수준이었다.

그러한 인사를 스치며, 나아가기를 몇 분.

모래만이 가득한 사막의 끝을 말하듯, 거대한 축조물들이 보였다.

체계가 있기 이전엔 보이지 않던 건물들.

모습을 드러냈을 땐, 이 나라의 많은 자들이 다시 신을 믿게 만들었던 신전 건물이 그녀의 눈을 가득 채웠다.

전에 없이 놀랍지는 않았다.

이미 이전에도 한 번 찾아왔던 곳이니까.

그 기억 속에 있던 사원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단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게 되려 소름 돋을 뿐이었다.

수천, 어쩌면 수만 년간 존재했을지도 모를 사원.

기원전 이집트라는 불가사의한 나라를 이끌었을지 모를 자들이 존재하는 곳.

그 이름 모를 사원을 향해 그녀는 끝없이 걸음을 옮겼다.

신기루라도 되는 듯, 걷고 또 걸어도 도저히 가까워지지 않던 사원은.

“이 상황에서도 장난을 하실 거예요?”

그녀의 말이 허공에 던져지고 나서야 변화했다.

우뚝.

멀기만 하던 사원, 가까워지지 않던 사원이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로 앞에 존재했다.

“후…….”

때아닌 장난이지 않은가.

오기 전에도 익히 짐작했던 바이지만, 확실히 이곳의 주인은 고약하였다.

“그럼…….”

그녀는 그 주인의 변덕이 시작되기 전에 어서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안으로 들어서자 모랫빛으로 빚어진 벽들이 그녀를 맞이했다.

그 색은 평범하나, 그 안에 담겨 있는 힘은 바깥의 평범한 모래들과는 다름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저 안에 담겨 있는 힘들이 이 모래 사원을 수만 년간 존재하게끔 한다는 것도.

기이할 정도로 시간이 멈춘 세계.

동시에 천장 사이사이 뚫려있는 구멍 사이로 흘러내리는 빛이 시간의 흐름을 알게 하는 기이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세 발자국쯤 움직이자.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요?”

그녀가 눈치도 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자가 있었다.

이곳의 문지기였다.

신관과 비슷한 복장을 한 그는 세월의 풍파를 겪어 온 듯 짙은 주름을 수백 가닥 가지고 있었다.

그 깊이만으로 그가 살아 온 세월을 짐작할 법한데, 그 목소리만큼은 괴리가 느껴질 정도로 젊었다.

기이한 자였다.

그러나 놀라지 않았다.

이미 이 안은 기이한 존재로 넘쳐났으니.

한낱 문지기의 기이함이야 이곳의 주인에 비하자면 기이할 것도 되지 못하였다.

그녀는 그것을 알기에 약속된 문답을 말할 뿐이었다.

“신을 머무는 자를 찾아왔습니다.”

“호음…….”

그녀의 말에 문지기가 이상한 호흡을 행한다.

“당신은 당신의 신이 있을 텐데요. 그 신이 머무는 자를 바라보는 것을 허락하십니까?”

“바라보아도 흔들리지 않을 걸 아시기에 허락하셨습니다.”

“훌륭하군요!”

기이한 문지기가 손뼉을 쫙- 쳤다.

“기이한 자들에게 보이는 한낱 작은 재주일 뿐입니다.”

“호음. 호음…….”

그녀의 겸손한 모습에 감탄이라도 했는지, 연신 기이한 호흡을 반복해왔다.

그게 허락을 뜻하는 것이었을까.

그가 마주쳤던 손바닥을 다시 펼쳤을 때.

그가 양팔을 벌린 거리보다 족히 수백 배가 되는 거리를 그녀는 이동해 있었다.

기이한 힘이 그녀를 밀어버린 게 분명하였다.

재밌는 건, 그 힘을 그녀는 느끼지 못했다는 거였다.

신성력에 한정하자면, 한휘 이상의 감각을 지닌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힘의 변형을 느끼지 못하다니.

‘법칙이 통하지 않는 곳이야.’

전에도 방문한 곳이지만, 이곳은 역시 일개 수행자들이 머무는 곳이라 하기엔 기이하다.

그렇지 않은가.

저 문 앞을 지키는 문지기조차도, 바깥에 나간다면 신성 따위가 아니라 단숨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터였다.

그런 문지기가 고개를 숙이고, 따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곳의 사제들.

그들이 나간다면 이집트를 뒤덮고 있는 던전은 모두 사라질 터였다.

그들 하나하나가 일개 사람이 지닌 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강력하니까.

그런 존재들이 뭉텅이처럼 존재하는 곳이 이곳이었다.

왜 이곳에 이리 많은 자들이 모였는지조차, 언제 이런 곳이 생겨났는지조차 알 수 없는 곳이었다.

그녀는 그곳을 걸었다.

한 걸음 성큼 내딛음에 수십 걸음이 단축된다.

공간조차 그녀를 안내해주고 있었다.

* * *

그녀가 향하는 방향은 이곳에 있는 자들 중 가장 기이한 자.

이곳에 가장 오래 머무른 자이며, 동시에 이곳을 이끄는 주인이 있는 곳이었다.

투욱-

그 목적지에 이르자, 닫혀 있던 거대한 문이 열리고.

그 주인이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으로 들어서자 보인다.

불멸자. 불가해한 자.

‘어쩌면…… 그는…….’

동시에 이전부터 모든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자가.

조각같이 수려한 외모에 이마에 기이한 각인을 담아 놓은 그가 마리를 맞이했다.

그리고 던져지는 말은.

“예상보다 늦었군요.”

지난번만큼이나 특이한 말이었다.

마치 이곳에 그녀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듯한 말.

“지난번에도 같은 말을 들었던 거 같네요. 마치 점쟁이가 한마디 던져보듯 던져 본 거였나요?”

“그럴 리가요.”

그녀답지 않게 공격스런 어투였다.

그럼에도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이미 끝을 한 번 맞이하고 온 거군요. 호옴…… 끝이라. 끝…… 과연. 그럼에도 기억하는 경우의 수는 특이하네요.”

“끝이 아니라 공허였고. 종말이었어요. 기억을 하게 된 건…….”

“회귀군요? 맞죠?”

“…….”

되려 놀라움으로 물들며 표정이 변한 건 마리였다.

‘대체…….’

이자는 대체 뭘까.

전생에도 그렇지만 알 수 없는 자였다.

모든 걸 알고 있는 듯이 보이는 자.

그럼에도 이들이 이곳에서 그를 부르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는 자가 이자였다.

때로 한없이 아이 같으면서도, 또 때로는 수만 년을 살아 온 늙은이 같은 자.

다른 최후의 칠 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모습들을 유독 셋에게는 자주 보였다.

마리, 유보라, 지한휘에게만 그는 기이함을 숨기지 않았다.

전생에도 마치 너희는 알아도 상관없다는 어투와 행동을 자주 보였었다.

서로 이미 알 것을 다 알지 않느냐는 경망스러운 태도도 보였었다.

전생엔 이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꽈악-

제 손에 쥐어져 있는 생명의 지팡이가 있기에 이제는 안다.

그곳에서 마리 자신 또한, 세상의 이면을 잠시 훔쳐보았었으니까.

그녀가 보았던 이 세계는 어쩌면 계속해서 돌아가는…….

‘……아니지. 아닐 거야.’

계속해 이어지던 그녀의 생각을 멈춘 건 이번에도 그였다.

“답을 안 하실 생각이신가요?”

“…….”

“아니, 못 하시는 거군요. 입 바깥으로 내뱉었다가는…… 지금의 균형조차 깨질 거 같아 무서운 거예요. 그렇죠?”

“알면서 물어보는 악취미는 오래 살아서인가요? 아니면 타고난 건가요?”

“……음.”

한 방 먹여주고 나서야 그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는 그녀였다.

효과는 좋지 못했다.

잠시였을 뿐이니까.

“호음. 그래요. 이번의 마리는 그런 선택을 한 거라 이해하겠습니다.”

그렇게 알 수 없는 선문답이 오간다.

마치 그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고, 또한 모든 걸 모르는 듯했다.

처음은 모르다가, 입밖에 내뱉고 나서야 알아채는 느낌이었으니까.

눈앞의 마리와 대화를 하기보다는, 세계와 소통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

그러한 선문답이 몇 번이나 더 이어졌을까.

‘전에도 이러했지…….’

자기가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계속해 오는 건 전생이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그가 만족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는 잔뜩 만족한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짓고 나서야 본론을 물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그가 신호하는 곳으로요.”

그제야 마리는 답해줄 수 있었다.

신호가 떨어질 때 움직이라고.

“신호라…… 아직 오진 않았군요.”

“미래니까요.”

그는 곧바로 움직일 기세.

그러나 아직 신호는 없었다.

“이해했습니다. 그래도 굳이 신호를 받고 움직일 필요는 없겠지요.”

“네?”

그러나 신호가 없다고 해서, 움직이지 않을 생각도 아닌 듯 했다.

“먼저 가겠습니다.”

“무슨…….”

투우웅-!

그가 발을 찼다.

그 순간, 그의 몸이 급격하게 떠올랐다.

그가 천장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촌각.

천장의 바로 그 앞에서.

그는 그간 귀히 모시고 있던 신전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작렬하던 태양을 가려주던 천장을 부수었다.

그그그그긍-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기이한 힘으로 빚어진 모래 벽이 태양 빛에 산란한다.

그로부터 느껴지는 거대한 힘이란!

“……흡.”

신으로부터 보호받는 마리조차도, 겨우 버티고 설 만큼 강한 압박감이 그녀를 뒤덮었다.

그건 이 안에 있는 자들도 마찬가지인 터.

모두가 그 흐름에 놀랐는지,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에 상관없이 그녀는 가만히, 그가 떠나가고 난 그 천장을 멀거니 바라볼 뿐이었다.

“정말 마음대로라니까…….”

하여간…….

전생에도 지금도 자기 마음대로인 자였다.

그러나.

그가 가진 그 힘만큼은 진짜였으니.

그가 해를 당할 거란 걱정 따위는 할 필요가 없었다.

되려 그녀는 걱정되기보다는 아쉬울 뿐이었다.

‘과연 이번 생에는 얼마나 자신이 지닌 힘을 보여 줄 건가요, 이모텝?’

모든 걸 알고 행하는 듯한 그.

불멸왕이라 불렸던 그가 과연 이번 생에는 얼마나 되는 힘을 보여 줄지가 궁금했으니까.

마왕으로부터 죽임을 당할 때도.

‘이상했었지. 마치 일부러 당해 준 거처럼.’

그 여지가 남아 있었음을 오롯이 그녀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으니까.

어쨌건.

지한휘에 비견 될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그였다.

신호가 떨어지기 전 이른 합류가 되기는 하겠지만…….

그조차도 나쁘지는 않겠지.

어느덧 신전 바깥을 나서는 그녀의 곁에 기이한 문지기가 자리해 있었다.

“호움……가셨군요. 당신도 돌아가실 건가요?”

“저는 다른 길을 행해야 해서요.”

“그렇군요.”

“당신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모텝도 움직였는데.”

전생의 이모텝은 정문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나 지금은 천장을 뚫어내 사원 일부를 부수고 나갔다.

작은 다름일 수도 있으나, 이는 문지기에게 꽤 큰 것일지도 몰랐다.

‘변화가 있을지도 몰라. 여기 있는 자들은 강대한 자들. 나쁜 변화를 일으킬 자들도 아니니까. 물어도 되겠지.’

그에 대해 물으니.

“본래라면 남아 있어야겠으나…… 그분이 모든 걸 부수고 나가심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죠. 이를 해석하자면…… 호움…….”

“어떤 해석이 나오나요?”

그에 대한 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이번만은 우리도 움직여야겠군요. 같이 가지요.”

“어디로 가는지 알고요?”

“그게 어디든 같이 가야 할 거 같습니다.”

낯설고도 새로운 동행을 하게 되었으니까.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한휘가 데려오라 한 자는 이모텝뿐만이 아닌, 다른 위험한 자들도 포함됐으니까.

그런 그들을 찾기 위해서는 더 큰 힘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터였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 노인이 어디로 안내하면 되겠습니까?”

“원탁의 기사가 있는 곳으로요.”

“원탁이라…… 호움. 짙은 연이 있는 곳이지요. 가지요.”

그러기에 마리는 선선히 답하여줬고.

그 대가로.

후우우욱-!

“읏…….”

더욱 빠른 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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