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2화
나를 끊어낼 수 없다면, 제 영혼 자체를 끊어버리는 것!
“미친……! 영혼을 포기한다고!?”
영혼을 끊어내고 남은 것은 육체뿐일 게 분명하나.
그 육체에 남은 잔재를 이용한다면, 영혼도 다시 복구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에 내린 행동일지도 몰랐다.
나로선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놈이 자신의 영혼을 포기하자.
내가 서 있던 놈의 영적 세계.
그 거대했던 세계가 산산이 흩어져가기 시작했다.
놈이 쌓은 지식, 지혜, 힘, 권능.
수많은 것들이 스러져 가고 있었다.
“아아…….”
짙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것은 너무도 아까운 것이었다.
나란 존재가 성좌라는 거대한 존재를 잡아먹을 온전한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니까.
‘더 빨리 잡아먹었어야 했는데!’
그러나 가만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산산이 사라져 가고 남은 절반.
그 절반이라도 나는 흡수할 생각이었다.
흡수하면 하는 그만큼, 나의 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러기에 나는 게걸스레 놈의 영혼 조각을 탐했다.
스스슷-
사실.
흩어진 잔재라도 상관없었다.
흡수하면 할수록.
[당신은 스스로 격이 올라서고 있다.]
나의 격은 계속해 올라가고 있었고.
[당신이 지닌 특성 : 전투 지능이 강화되었다.]
[당신이 지닌 특성에 전략이 추가되었다.]
[당신이 지닌 특성에 전술이 추가되었다.]
[당신이 지닌 특성에…….]
격이 올라서는 만큼, 나는 수많은 특성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 거대한 특성들은 아키텍쳐가 자신이 지닌 세계 전부를 잡아먹고 얻은 힘들.
그 힘은 그가 홀로 고고히 존재하나, 전능에 가깝게 움직일 수 있게 해준 근본이나 다름없었던 것들이었다.
그러기에.
그 근본들은 하나로 뭉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 결과.
[당신이 지닌 특성 : 전투 지능, 전략, 전술, 인공지능이 하나의 특성으로 묶인다.]
[당신이 특성 : 전뇌를 얻었다.]
“……뇌가 하나 더 달린 거 같은데? 거기다…….”
나는 특이하다 할 수 있는 특성을 하나 얻어낼 수 있었다.
전뇌.
전생한 나로서도 알지 못한 힘 중 하나였다.
당장 두 가지의 생각이 단번에 이뤄지는 건, 전뇌가 지닌 아주 작은 기능 중의 하나였다.
이 뇌는.
“……전투나 연구 특화인가?”
전투 중에서는 내가 놓친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으며.
동시 본래 지닌 뇌가 움직이는 그사이에도, 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려주는 기능들을 지니고 있었다.
뇌에 기능 따위의 말을 붙이는 게 웃기는 이야기기는 하나.
‘그 외에 달리 표현할 게 없는데?’
이건 마치, 하나의 뇌라기보다는 어떠한 프로세스를 위한 기계 장치 혹은 소프트웨어를 달아 업그레이드를 한 느낌이었다.
내가 생각하기로, 여기 전뇌에 있는 기능들은 당장 이것들만이 아니었다.
‘잘하면…… 수련장과의 연동이 가능할지도?’
당장 생각나는 것들이 넘쳐날 만큼, 많은 영감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게 대략 수십, 수백 가지였다.
재밌는 건 그 모든 기능이, 이 전뇌 하나로 감당될 게 분명하단 거였다.
근거는 없지만, 내 감이 그리 말해주고 있었다.
아키텍쳐를 흡수한 것은 단순히 격의 상승과 특성 효과로 끝나지 않았다.
[당신이 지닌 가호 : 영력이 단번에 SS 등급으로 상승하였다.]
[당신이 지닌 가호 : 그림자가 단번에 S 등급으로 상승하였다.]
[당신이 지닌 가호 : 오러가 단번에 A 등급으로 상승하였다.]
[당신이 지닌 가호 : 언데드가…….]
남은 잔재들을 흡수하고, 또 흡수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지닌 가호들의 등급이 급격히 상승하였다.
등급을 단번에 수십 개는 올릴 법한 경험치가 상승했음은 물론이었다.
또한.
신의 육체, 존재 포식, 그림자 발걸음 등등.
수많은 기술이 그에 걸맞은 등급으로 단번에 상승하였다.
몇 개의 기술들을 서로 합하여지고, 나뉘기를 반복했다.
그림자 짐승은 상위 기술 그림자 부대 소환과 영혼으로 빚어진 짐승이라는 하이브리드 스킬로 올라섰다.
신의 육체는 어느덧 S등급을 돌파하더니, 육체가 영력에도 관여하기 시작했다.
영과 육신이 일종의 일체화를 시작한 것이다.
‘든든한데…….’
또한, 잘 오르지도 않는 상급 저항은 A급을 돌파해 버렸으며.
그림자 주머니는 어느새, 던전 하나를 잡아먹고도 용량이 남을 정도였다.
그 모든 것들이 단숨에 올라서고 있었다.
그럼으로 말미암아 상승한 나의 격과 기술, 가호들이 막혀 있던 무언가를 뚫어내는 느낌이 들더니.
생각지도 못한 알림을 만들어 냈다.
[당신의 직업 : 근원의 영혼 마법사를 스스로 진화시켰다.]
[당신은 직업 : 근원의 영혼 조율사를 얻었다.]
[당신이 지닌 직업 : 근원의 영혼 조율사가 당신의 격에 맞게 승급한다.]
[당신은 직업 : 근원의 영혼 조종자가 되었다.]
“……특별 던전을 간 것도 아닌데, 단번에 두 번이나 승급을 시킨다고?”
그것은 직업의 진화였다.
스스로를 마법사라 칭하지만, 전사나 다름없는 나.
그런 나의 직업이 한 단계 상승할 줄이야.
영혼 조율사라니.
이는 전생에서도 얻지 못했던 힘이었다.
마법사나 조율사는 있는 법칙을 활용하고 비틀어 사용하는 존재라면, 조종자는.
“……말 그대로 인가.”
때에 따라 법칙 자체를 조종하여 만들 수 있는 존재였다.
아직까지 그 힘을 확실히 할 수는 없으나.
‘곧 알게 될 느낌인데.’
막연하지만은 않았다.
이번에 지닌 특성 전뇌와 함께 활용하게 되면, 금방 그 능력에 대해 알게 될 느낌이니까.
이후 수많은 스킬들이 줄줄이 따라붙었고, 나는 이를 눈으로 익혀갔다.
스스슷-
그러며 게걸스레 남은 잔재들을 흡수하는 걸 잊지 않았다.
지금 내가 얻고 있는 이 모든 성과들이 성좌 : 아키텍쳐의 영혼을 탐함으로써 얻고 있단 사실을 결코 잊을 리 없었으니까.
‘아직 나는 배가 고프다고.’
아무리 강해졌다 하더라도,
눈앞에 주인 없는 강대한 힘이 떠도는 데 두고 갈 이유가 없었다.
고오오-!
때문에 나는 계속해 흡수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어느 순간 그 모든 잔재와 힘이 사라지고, 내 힘이 되었음을 느끼었을 때.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돌아가 볼까.”
성좌 : 아키텍쳐와의 연결을 끊어, 복귀할 때였다.
* * *
복귀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당신은 쇠락한 자신의 육체를 스스로 일으켰다.]
[당신의 육체가 기술 : 재생을 통해 재생된다.]
[당신의 육체가 기술 : 신의 육체를 통해 조율된다.]
망가졌던 육체가 순식간에 수복되었다.
으드드득- 으득-
모든 걸 잃었으나, 되찾는 데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망가졌던 육신의 복구.
이전에 수련한 흔적을 재현해낸다.
이후 전보다도 더 강화된 육체로 재탄생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몇 초일 뿐이었다.
근질은 이미 인간의 근육을 넘어선 지 오래였고.
거죽은 단순한 날붙이 정도는 스스로 막아 낼 수준이었다.
오감은 발달하다 못해서, 제각기 육감으로 진화해나가고 있었다.
그걸 말미암아 과도하게 들어오는 정보들은 전뇌를 통해 분류 분석되어 다시 내게 들어왔다.
단순히 영혼의 격이 상승한 게 아니었다.
육신조차도 영혼의 격에 맞게 그 격이 상승해 있었다.
“……이미 인간이라고 하기엔 무리인 거 같기도 한데.”
-형상만 인간이로구나.
“넌 또 어떻게 다시 왔냐?”
-네가 불렀느니라. 이런 공간 안에 저도 모르게 여를 불러들인 것을 보면…… 격이 보통 오른 게 아니야.
“그런가.”
육신과 영의 원만한 성장.
그 성장을 보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숙적이랄 수 있는 마왕이었다.
변화된 나를 보고 무슨 심경 변화라도 있는 것인가.
-여와의 약속은 지키는 것이지?
“뭘?”
-……협정말이다. 여가 없는 마계와 협력을 할 수도 있단 협정.
“흐음…… 글쎄다?”
-격이 오른 자가, 자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격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협박이냐, 그거?”
-……조언이다.
“조언이라고?”
-그래. 조언.
마왕은 여전히 자신을 여라고 칭하면서도, 겁이라도 먹은 듯했다.
이미 꽤 지난, 전의 협정에 대해서 자기 스스로 들먹일 줄이야.
그렇게 언급하는 거 자체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모르지 않을 마왕이다.
그런데도 이야기를 이제 와 꺼낸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성장했단 건가…….’
저 콧대 높은 마왕이라고 할지라도 겁을 먹을 만큼 내가 성장해 버렸다는 것이겠지.
하기야 이제 와서 그런 게 왜 중요할까.
중요한 건 격 그 자체의 상승이 아니었다. 따로 있었다.
‘……복잡하긴 하지만, 이제 좀 알겠어.’
아키텍쳐를 흡수하며 얻은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건 힘이 아니었다.
전생의 격을 뛰어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는 했으나, 이는 언제고 도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요는 시간이 문제일 뿐이라는 이야기.
그러기에 진짜 중요한 건 힘이 아니라 그로부터 얻은 지식과 정보였다.
놈의 전체를 얻어낸 것은 아니지만, 그 일부를 통해서 얻은 바가 적지 않았다.
그 정보들을 통해 내 힘을 투사한다면.
‘계획의 대폭적인 수정…… 아니 수정 따위가 아니라 이제 끝을 볼 수도 있겠어.’
슬슬 이후는 어떻게 해야 할지가 답이 나와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누구를 얻어내야 할지, 또 누구를 격살해야 할지도.
내 나름대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 결론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나는 얼마든 움직일 생각이었으니.
그를 위해서는.
“협정이고 뭐고 우선 나가보자고.”
나를 불러들인 이 빌어먹을 공간부터 나가는 게 우선이겠지.
지금 내가 있는 공간은, 들어서자마자 내가 쇠락했던 그 암흑의 공간이었으니까.
“음…….”
전이라면 이 공간을 나가기 위해서 꽤 공을 들여야 했을지도 모를 터.
그러나 지금은.
‘보이네.’
어디로 어떻게 나가야 할지가 보는 순간부터 파악됐다.
각이 나왔으니 남은 건 실행이지 않은가.
[당신은 혼돈의 기운을 스스로 일으켰다.]
나는 순식간에 혼돈의 기운을 일으켜냈다.
-어떻게 단번에!
“다 수가 있지.”
그에 놀라는 마왕이었다.
기운들의 조합과 결합도 없이, 단번에 일으켰음에 놀란 거겠지.
이전이라면 겨우겨우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탈력감이 느껴졌던 혼돈의 기운.
이제는 그것을 일으키는 거 따위는 일도 아니었다.
“후우…… 찢어져라.”
또한 그걸 내 손에 쥐어서, 휘두르는 것도 이젠 유달리 힘든 일도 아니었기에.
나는 손에 쥔 거대한 혼돈의 기운을 말 그대로 휘둘렀다.
쩌저적-
그 순간 무언가 쪼개지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그그그극-
쪼개짐과 동시 만들어진 틈으로 균열은 점차 벌어졌다.
그 균열이 공간 전체를 뒤덮는 그 순간이었다.
“어……?”
-비명이었느니라!?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비명이 들림과 동시,
쩌저적-!
공간 자체가 깨어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