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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85화 (185/206)

제185화

그그그그극-

갑자기 주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디디고 서 있던 모든 게 흔들렸다.

때마침 세계가 격변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였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간다.

나와 동료들이 서 있던 곳은 영웅의 전장 한가운데.

그런 영웅의 전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내가 예언한 대로 영웅의 전장이 터지고 있는 거다.

바로 지금 터질 줄은 몰랐지만.

이는 분명 여기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아마 이곳뿐만 아니라, 안에 있는 자들 전부 같은 걸 느끼고 있겠지. 접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부, 느끼고 있을 거다.’

흔들리는 세상은 마냥 무너지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점차 넓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서 있는 맵은 수천 명의 헌터가 날뛰기에도 충분한 넓이.

이미 거대하기만 했던 그 맵이 더 넓어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천지창조나 다름없는 형태가 눈앞에 그려지고 있었다.

전에 없던 땅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드러난 것들이 서로 부딪치고, 합하여진다.

맵 따위 수준이 아닌 세계가 구성되고 있었다.

이건 마치 거대한 존재를 가진 누군가가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는 듯하다.

실제 사실이기도 했다.

[흩어져 있던 영웅의 전장이 결합된다.]

[영웅의 전장이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영웅의 전장.

이라는 이름을 빌려 성좌 아키텍쳐가 만들어 냈던 그곳.

성좌가 만들어 냈을 자기만의 세계가 우리의 눈앞에 구현되어가고 있었다.

단순히 구현된다는 것만으로, 주변에 있는 자들은 힘들어했다.

“큭…….”

“빠지지 않게 조심해! 잡아!”

디디고 서 있는 바닥.

그 바닥이 내려앉는 것은 헌터라 할지라도 반응하기 힘든 일이었다.

흔들리는 가운데서는 대응이 더더욱 힘들었다.

당연한 이야기.

그 당연한 일 때문에, 꽤 많은 헌터들이 곤혹스러워했다.

“뛰어!”

누군가는 갈라져 가는 땅 위를 개구리같이 뛰어다닌다.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피했다…… 아악!”

디디고 서려고 했던 목표지점이, 발을 채 디디기도 전에 무너져 버리면 끝이 나는 방법이니까.

그렇다고 무턱대고 버티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언제 디디고 선 곳이 무너질지 모르니까.

그러니 저리 발악하는 거도 어쩌면 최대의 발악일지도 몰랐다.

다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게 문제일 뿐이다.

꼭 나쁜 방식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이진아가 택한 건 동화인가.’

암살 성좌의 힘을 받은 이진아.

그녀는 주변 지형지물에 동화되었다.

말 그대로였다.

움직이고 변형되는 지형지물과 하나가 되었다.

그럼으로 되려 그녀는 모든 게 흔들리는 와중에서도 안정감을 갖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물살 한가운데서도 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부평초처럼.

그녀는 휩쓸리되 휩쓸리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켜나갔다.

이진성은 반대였다.

“으차차…… 이쯤이야 쉽지.”

그는 광대.

이제는 웃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순까지 갖게 된 그였다.

그는 이런 난장판 가운데서도 웃음 지으며, 광대노름을 벌였다.

흔들리는 이 지형이 그에겐 놀음판이었으며.

또한 제 묘기를 선보이기에 적합한 광대판이기도 했다.

“으차차.”

그는 디디고 있는 땅을 무대 삼아, 놀음을 펼쳤다.

그게 하나의 극이 되었다.

그 극에서 유일한 출연자이자 주인공은 이진성 하나였다.

극 안에서 주인공은 절대로 죽지 않는 법.

극을 만들어 내는 집필자가 작정하고 베드 엔딩을 그리지 않는 한은, 주인공은 어떤 위기에서라도 살아남는다.

그런 의미로 이진성은 죽을 리가 없었다.

그가 모시는…… 아니 강제로 모시게 된 성좌, 광대.

그는 절대로 광대의 죽음을 쉽게 그리지 않으니까.

그 성좌가 자신의 신도들을 죽이는 것은 되려 기쁘고 안전할 때였지,

이런 식으로 위기만발인 가운데서는 결코 제가 후원하는 자들을 죽이지 않았다.

그는 모순을 즐기는 자이지, 그럴싸한 곳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를 그려내는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흐흐. 여기도 구해주지! 이리 와! 이리 와!”

이진성도 그 속성을 아주 잘 알았다.

그러기에 그는 갖은 여유를 부렸고.

저 혼자만 시작한 극에 살아남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댔다.

극 안에 끌어들이면 들일수록, 더 많은 자를 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손짓으로 말미암아 주변에 있던 자들은 꽤 많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온갖 수단들이 보였다.

냥곰은 제가 쏘아 올린 화살 위에 스스로 올라서, 격변을 내려다보고 있었으며.

김필서나 김시연은 서로 힘을 합하여, 망가지는 주변을 무시하고 위로, 더 위로 올라서고 있었다.

이사야나 마리도 마찬가지.

성력과 사마력의 보호를 받는 그 들은 주변 환경에 상관없이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이 가운데서도 사람을 구한다라…… 마리답네.’

자신을 보호하는 한편 마리는 사람을 계속해 구해가고.

“이야. 이건 또 무슨 현상이래? 마법? 아닌가. 체계 자체를 뒤트는 느낌인데! 히히. 미쳤다, 미쳤어!”

이 미친 상황에서도 주변을 탐구하는 미친 눈을 하는 이사야.

둘 모두 그다운 모습을 한 채로, 세계의 격번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하느냐고?

* * *

-과연 되겠느냐?

‘되게 해야지.’

이 거대한 성좌의 놀음.

아키텍쳐가 만들어 낸, 아니 오래전부터 빚어놓고 숨겨놓았던 영웅의 전장.

그만의 세계에 내 세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었다.

실상, 이건 말도 안 되는 일.

‘성좌의 영역에서 다른 영역을 구축하는 게 될 리가 없긴 하지.’

같은 성좌라도 이는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성좌는 자신의 영역에서 절대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오죽하면.

같은 등급의 성좌끼리도 상대의 영역에 들어서는 건 주저하겠는가.

겁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다른 성좌의 영역에 들어섰다가, 그곳에서 잡아먹힐 수 있기에 주저하는 것이었다.

자기 보호 측면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성좌 아키텍쳐는 큰 실수를 한 상태다.

‘놈도 이곳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려고 무리했지.’

놈은 이번 판에 장난질을 치기 위해, 영웅의 전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회귀 전에도 이러한 장난질을 쳤다.

그때는 모르기에 당했었으나, 지금은 전혀 달랐다.

‘이미 알고 당하는 함정이…… 함정일 리가.’

그때는 알지 못했으나, 지금은 안다.

그러기에 사람들을 끌어모았고, 준비를 했다. 이 아키텍쳐의 장난질을 막기 위하여.

물론, 완벽한 준비는 할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언제 예언이 벌어지느냐고 물어오는 걸 답도 못 하지 않았던가.

준비는 하고 있었다만.

막상 언제 일이 벌어지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나다.

일이 벌어질 건 알지만, 정확한 날은 모르니 제대로 된 예언을 한 건 아닌 셈이다.

그러다 보니 준비는 완벽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나헤나가 들어 왔으면 일이 한결 편했을 텐데…….’

내가 협조를 요청한 자들.

수많은 동료들 중에서 지금 당장 영웅의 전장에 들어오지 못한 자가 많았다.

배신 따위가 일어나서는 아니었다.

다만 서로의 사정이 있어서였다.

당장 나헤나만 해도 그러했다.

러시아 남부를 접수했고, 이제 북부를 잡아먹고자 하는 나헤나다.

그런 그녀가 한가로이 영웅의 전장을 노닐 수 있겠는가.

며칠에 한 번 정도나 들어오면 감지덕지였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접속하지 않은 채 바깥에 나가 있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필 그사이에 전장은 터져나가버린 거고.

이 격변이 끝날 때까지 그녀는 접속할 수 없을 게 분명하다.

다른 몇몇 존재들도 비슷한 이유로 접속하지 못했다.

지슨은 있어도, 그의 동료들은 접속하지 못했고.

박동길은 있어도, 한이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미래 길드원들도 반수 정도는 토벌을 위해 나가 있느라 없었다.

다행히 이창복이는 있긴 하다만.

그를 보좌한다고 하던 비슷한 능력을 지닌 자들은 없었다.

나로선 성좌 아키텍쳐가 일을 벌일 건 알고 있었지만.

그가 언제 일을 벌일지는 몰랐기에 벌어진 전력의 공백이다.

‘대략 삼분의 일은 날아간 건가.’

그러기에 준비가 완벽하지 않다고 한 거다.

뭐, 그렇다고 절망만 할 건 아니었다.

‘사실 반만 와도 된다고 여겼는데 삼분의 이가 왔으면 나쁘지 않지.’

고작해야 파티 단위.

그만큼만 같이 있어도 다행인데, 여기 있는 자들을 긁어모으면 길드 단위는 된다.

그거만으로도 감지덕지 아닌가.

마냥 좌절할 필요가 없었다.

거기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내 역할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보다도, 당장 여기 이 아키텍쳐의 영역에 내 영역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했다.

처음 이걸 말했을 때, 마왕은 말도 안 되는 짓거리라 했다만.

‘가능성은 충분하지.’

나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여겼다.

그러기에 대격변이 일어나는 와중에, 나는 쉼 없이 힘을 일으켰다.

또한.

전에 혼돈의 기운을 일으켰던 그때처럼, 꽤 많은 종류의 힘들을 만들어 냈다.

그럼으로써.

[당신은 오러를 사용하였다.]

[당신은 사마력을 사용하였다.]

[당신은 성력을 사용하였다.]

[당신은 대량의 영력을 일으켰다.]

[당신은 혼돈의 기운을 빚어내는 데 성공했다.]

전에 이창복이 만들어 낸 쉘터를 단번에 부쉈던 그 힘.

혼돈의 기운을 격변 가운데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흐.’

이거만으로도, 내가 준비한 계획 중 반은 성공했다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영웅의 전장이 격변을 일으키고.

성좌 아키텍쳐가 영웅의 전장을 만들었던, 진짜 이유를 보이려는 지금에서.

혼돈의 기운을 만들어냈다는 의미는 그를 방해할 수 있을 힘을 일으켰다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자, 그럼 여기서 내가 이 기운을 이용하여 어찌 빚어낼 것인가.

-차라리 지금 이것으로 공격을 하면, 영웅의 전장 일부가 무너질 거다.

‘그러면?’

-그때를 노려서 도망치면, 이 주변에 있는 자들은 바로 살 수 있을 거다. 아무리 성좌라도 자기 영역 바깥으로 당장 달려들 수는 없으니까. 그게 수지 타산이 맞지 않겠느냐?

-별로. 나한테는 성미가 안 맞는 거 알잖아?

격변 가운데서도, 성좌 아키텍쳐의 공간을 찢어발길 이 힘.

설사 이창복의 두터운 쉘터라도 단 한방에 무너트리던 혼돈의 기운.

이 기운을 이용하여, 나는 처음으로 파괴가 아닌 무언가를 빚어낼 생각이었다.

그게 아키텍쳐의 성역이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유일한 가능성이었다.

되냐. 안 되냐는 추후에 생각할 문제.

그러기에 나는.

“후으…….”

[당신은 혼돈의 기운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친 짓이야.

‘아니, 해야 할 일일 뿐이지.’

나는 거칠기만 한 혼돈의 기운을 내 몸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순간.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영력이 아닌, 다른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으니까!

아득해져 가는 상황 속에서, 다시금 눈을 떴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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