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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83화 (183/206)

제183화

“나 때문인가?”

“잘 알고 계시네요.”

나를 찾아온 자는 김시연.

더불어 내가 길드 총괄로 두었던 신이현도 있었다.

잔뜩 삐진 김시연과 달리 신이현의 경우는 내게 되려 호의를 보이기만 했다.

눈인사를 해오면서 하는 눈짓이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알 만했다.

‘역시 돈이 최고야.’

길드 총괄을 맡은 신이현.

나는 그녀에게 꽤 많은 일을 시켰다.

이사야와 마찬가지로 미래의 지분을 길드가 보유하도록 손을 쓰게 해뒀다.

여러 일로 꽤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나인지라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돈만으로 지분을 사는 게 쉬울 리가 없긴 하다.

여기서 총괄을 맡은 신이현의 능력이 사용됐다.

곳곳에 얽혀져 있는 미래 그룹의 지분.

그것들을 조사하고.

얻어내는 건 분명 그녀의 능력 덕분이었다.

‘이런 부분은 이사야만큼이나 뛰어났지.’

덕분에 꽤 많은 지분을 얻을 수 있었고.

나는 그것을 대가로 신이현에게 꽤 많은 돈을 안겨주었다.

그러니 나를 보는 눈에 호감만이 가득 할 수밖에.

문제는 김시연이었다.

그녀는 잔뜩 뿔이 나 있었다.

자존심을 부리기엔 너무 많은 돈을 받은 신이현과 다르게 김시연 입장에선 잔뜩 화가 날 수밖에 없긴 하다.

“대체 왜 지분을 그리 사두는 거예요?”

“일종의 안전장치지.”

“안전장치라고 하시는 것 치고는 너무 많던데요?”

“내가 좀 조심스러운 성격이어서 말이야.”

“누가 조심스럽다고요? 말은 좀 바로 하자구요.”

“하하.”

“웃음으로 때우지 말구요!”

이쯤 되면 그녀도 알 만하거든.

내가 지분을 얻어내고 있다는 걸 안다 이 말이다.

물론, 미래가 지분만으로 돌아가는 회사는 아니긴 하다.

아포칼립스 수준까지 가게 되면, 지분 같은 거야 휴지 조각이다.

실질적인 지배력이 더 중요하지.

그렇다 해도.

‘지분을 가졌다는 거 자체가 명분이 되니까.’

지분은 곧 힘이긴 하다.

그리고 그러한 지분이 휴지 조각이 된다고 하면.

그때는 내가 더 유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실질 지배력이라 하는 건 결국 무력.

이 상황에서 강력한 무력을 지니고 있는 건 나다.

‘미래도 숨은 저력인 그들이 있긴 하다만…….’

미래의 힘도 무시 못 할 정도긴 하다.

그러나 그들은 지배력을 갖춘 미래의 가문 사람들을 지켜내야 했다.

알다시피 미래 가문의 사람들은 각성을 잘 못 하니까.

김민하가 특이하다 뿐이지, 대다수는 가문이 지닌 특이한 능력 덕에 무력 자체는 낮은 편이다.

그런 그들을 지켜야 하다 보니 미래는 가진 무력에 비해서 활용할 수 있는 무력은 많지 않았다.

즉 힘이 있어도 휘두르기 힘들다는 소리.

때문인가.

“우리 아가씨가 안 그래도 당신을 신경 써 주잖아요.”

“알지. 알지.”

“그런 둘이 힘을 합치시면…….”

“경영권도 넘어갈 수 있다. 이거지?”

“그걸 아는 사람이 이리 지분을 사요?”

“에이…… 나는 경영권에 그리 관심은 없다고.”

미래가 지닌 진짜 힘.

그 힘을 잠시나마 쓰는 데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런 경영권 따위.

줘도 안 받는 게 내 성격이다.

돈이야 원하면 얼마든 벌어낼 수 있는데. 뭐하러 그런 거대한 그룹을 갖나.

차라리 전문 경영가를 앉혀놓고, 배당금만 턱턱 받는 게 내 성격에 맞았다.

‘그 [공허]만 성공적으로 막는다면 말이지. 생각해 보니 배당금 놀이도 가능하면…… 쓸 만은 하겠네.’

여하튼.

내가 너무 많은 지분을 지녀서인가. 슬슬 견제를 하는 듯하기는 하다.

잘 데려와서 키우고, 써먹으려 했던 일개 헌터인 나.

그런 내가 내부에서 세력을 슬슬 키워대니 그럴 만도 하긴 하지.

여기서 명확히 선을 정리해 주긴 해야 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나는 경영권은 필요 없어.”

“그럼 대체 왜 그리 지분을 얻는 건데요.”

“딱 한 번. 힘이 필요하거든.”

“예?”

목표를 슬그머니 말은 해줘야 한다 이거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힘이라니요? 그건 이미 한휘 헌터가 충분하잖아요.”

“모자라서 그래. 한참이나 모자라서.”

나는 힘이 필요하다 말했고.

그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공허]를 막기 위해선 많은 힘이 필요하거든.

그 의미를 김시연은 어찌 읽은 걸까.

“……음. 그게 말이 되나요? 설마……? 뭔가 또 읽으셨어요?”

“읽다니?”

“미래 말이에요. 또 어떤 던전들이 터져나가는 건데요?”

그녀는 그녀만의 식으로 일을 해석했다.

전에도 보여줬듯, 수많은 던전 브레이크를 미리 읽어 준 나다.

러시아에 와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수많은 마족이나 악마의 움직임을 읽어 미리 던전 브레이크를 알려 주었다.

‘덕분에 짬짬이 돈도 벌었고 말이지.’

그걸로 미래 그룹은 물론이고, 한국도 큰 이득을 봤다.

말 그대로 던전 브레이크에서 벗어난 유일한 나라가 됐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면, 그걸 미리 막는 것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것뿐이긴 하다만.

모로 가든 도로 가든.

결과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닌가.

던전 브레이크 피해가 거의 없다 보니, 꽤 많은 힘을 비축할 수 있었던 걸로 안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서 국력을 소진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선 훨씬 좋은 상황이지.’

이 예언을 이용해서 꽤 많은 이득을 얻어 낸 상황.

특히 미래 그룹은 이 정보력을 이용하여, 정부로부터 꽤 많은 이권을 뜯어낸 것으로 안다.

그러니, 김시연의 생각이 자연스레 내 예언을 향하는 것이겠지.

‘뭐…… 핑계로는 적당하네?’

본래라면 [공허]에 대한 진실을 슬그머니 말하는 것도 방법이다만.

김시연이 이리 알아서 해석해 준다면야.

적당히 말을 맞춰주는 게, 나로선 오히려 편했다.

“비슷한 거야. 꽤 큰일이 곧 벌어질 거 같아.”

“큰일요?”

“어. 그 때문에 이곳에 김시연 당신이나 길드원, 미래 사람들도 부른 거야.”

우선 이번에 부른 이유도 예언 중 하나로 핑계를 댔다.

사실이긴 했다.

슬슬 일이 벌어지긴 할 거니까.

그로도 모자랐나.

김시연은 내게 캐내듯 더 물어왔다.

“……그게 끝은 아니죠? 그러니 지분을 계속 얻는 거구요.”

“맞아.”

여기서 내가 내뺄 이유는 없었다.

“정말로 큰일이 슬슬 벌어질 거야. 그때는…… 미래의 전력을 투사하는 건 물론이고, 전 세계가 힘을 투사해야 할지도 모르거든. 그래서 지분을 모으는 거야. 적어도 미래는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으음…….”

내 말을 들은 그녀가 입술을 질끈 깨문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궁금한 거겠지.

그러나 나는 그녀의 속내를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았다.

그녀는 이미 반쯤 사실이라고 믿고 있을 거였다.

여태껏 내가 한 예언자 노릇은 틀린 바가 단 한 번도 없었다.

또한, 앞으로도 틀릴 이유가 없었다.

회귀 전의 정보, 탐지기인 마왕이 가져다 주는 신호가 있었으니까.

여기에 더해 이제는 내가 지닌 거대한 영력으로 주변을 항시 살피고 있지 않나.

그러니 내 예언자 노릇을 틀리려야 틀릴 수가 없다.

김시연, 그녀도 그걸 알기에.

“……그럼 되려 아가씨가 당신에게 우호적인 걸 밝히는 게 더 낫겠네요. 그래야 피해가 최소화될 테니까요.”

“맞아. 바로 그거지. 크큭.”

그녀는 별다른 설명을 더 얹어주지 않았음에도.

내 협력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내 예언을 무시해서 일이 커지기보다는.

우선은 예언을 들어주는 게 낫다는 계산이 선 거겠지.

그녀답다.

“이번 한 번만이에요. 단 한 번만 당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도울게요.”

“알지. 알지.”

그녀는 확실히 날 돕겠다 말했다.

불퇴권사로 이름을 날리던 전생.

그런 전생과 달리 지금은 미래 그룹의 가신을 자처하고 있는 그녀다만.

한 번 내뱉은 말은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는 성격마저 바뀐 건 아닐 터.

그녀는 분명 약속을 지킨다.

그러기에 나는 히죽- 웃어주었고.

“……어쩐지 계속 말리는 거 같기는 하지만요.”

“에이. 말리기는. 다 대의를 위해서야. 대의.”

그런 내 웃음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녀는 작게 입술을 삐쭉였다.

그것조차도 귀여운지, 옆에 있던 김필서 녀석이 웃어대는 게 참 마음에 안 들었다.

왜 그런 말 있잖나.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

삐쭉이는 김시연보다, 김필서를 더 괴롭히고 싶달까.

해서 나는 마음에도 없던 말을 던졌다.

“왜 그런 표정이야. 진짜 대의를 위해서인데.”

“알기는 하는데. 그 방식에 끌려만 다니는 거 같아서요?”

“쳇. 그런 식으로 따지고 들면 인기 없다고?”

“퍽이나요.”

“그래도 내가 인기 없는 김시연 씨를 위해서 소개팅 자리라도 마련하려고 하는데, 어때?”

소개팅. 그건 옆에 있는 김필서를 향한 도발이었다.

너 아직도 고백하지 않았지?

전생에도 그러는데 이번에도 그런 거 같구만.

그러니 이젠 안 되겠다.

네가 이렇게 있으니, 소개팅이나 해줘서 잔뜩 괴롭혀주겠다 하는 도발!

연애도 안 하는 주제에, 옆에서 실실 웃는 게 영 마음에 안 들었거든.

‘지슨. 그래 지슨 정도면 좋지. 자식이 성격도 좋고, 생긴 거도 괜찮은 편이니까.’

이미 누구를 소개해 줄지 계산을 끝마쳤고.

나는 곧바로 던지려 했다.

“지슨이라고 꽤 괜찮은 녀석이…….”

“아니 됐어요.”

그런데 왤까.

바로 거절하네?

그리고 저 김필서의 표정은 또 뭔데?

‘생각보다 여유롭잖아?’

그 여유의 정체는 금방 드러났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가 뒤이어 들려왔다.

“그사이 저랑 이 사람 같이 사귀기로 했거든요.”

“뭐?”

“여기 김 비서. 아니 김필서와 사귀기로 했어요.”

“……헛. 허어엇?”

비서? 김필서가? 언제 그녀의 비서가 된 건데?

아니, 그것보다 사귄다고?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 연이어 들어오는지라.

나는 대략 정신이 멍해져 가는 듯했다.

귀에서 삐-하고 이명이 들릴 지경.

“……마, 말도 안 되는!”

“축하를 해줘야죠, 왜 말이 안 돼요!”

“프러포즈도 할 겁니다. 미래 대주주인데 축의금은 넉넉히 넣어주실 거죠? 믿습니다.”

“허…….”

현실을 거부하려 하는데.

김필서와 김시연은 각기 한 방씩 내게 쌍타(?)를 먹여왔다.

이 쌍타로 머리가 멍해지는 가운데.

“어머, 여기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요.”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둘을 이어준 지한휘 헌터잖아요. 말해야죠.”

둘은 둘만의 세계에 푹 빠져 있었다.

김시연은 대체 왜 김필서의 품에 푹 들어가고.

그러면서 볼은 왜 붉히는 건데!

김필서는 또 대체 왜 흐뭇해하냐 이 말이다.

이 젠장할!

김시연이 한 방 날리면 쓰러질 녀석이!

“지한휘 헌터. 축하는 안 해주는 거예요?”

“……추, 축하한다.”

나는 정신이 멍한 가운데서 어렵사리 축하를 날렸는데도.

“어머. 진심이 안 들어간 거 같은데. 그런 식으로 하면 인기가 없다구요? 그렇죠?”

“맞죠. 인기가 없죠. 설마 지금도 솔로십니까?”

……이 망할 녀석들은 내게 계속해 공격을 날려대고 있었다.

젠장할.

미래가 대체 어떻게 돌아가려는 건지.

상상도 못 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게 과연 좋은 건지, 아닌 건지.

‘과거랑 달라지긴 했는데…….’

정신이 멍하기만 한 나였다.

아마, 회귀하고 가장 정신이 없는 상황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

큽.

괜스레 심술이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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