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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82화 (182/206)

제182화

“큿…… 진심을 다하다니. 네 녀석은 노인공경도 없더냐?”

“진심은 누가 다했더라? 흠…… 낫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망할 놈. 게임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크크큭.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저 늙은이의 힘없는 꼬라지를 보라지.

노인은 공격하지만, 꼰대는 무시를 하는지라 아주 마음 놓고 웃어줄 수 있었다.

대결에서 이긴 지금에선 더더욱!

“그래서 소원이 뭐냐?”

“흠. 글쎄요?”

“생각해 놓은 바가 있을 거 아니냐! 어서 말하고 끝내도록 하자! 건설을 해줄까? 도시를 만들어 줘? 어? 쉘터는 어때?”

“거, 한 방에 깨지는 쉘터라 조금…….”

“……크흑. 노년에 이런 소리나 듣다니.”

대결에 이김으로써 이 양반한테 완벽한 소원 받기를 해냈으니까!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게임 X같이 하네 라는 칭찬을 들은 이상.

이제 이 자는 나의 노예요.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주 완벽하게 이겼거든.

그래서일까.

이 꼰대 늙은이도 비밀을 알고 싶어 했다.

“대체 어떻게 그런 힘을 쓴 거냐?”

“글쎄요?”

아주 은근히 물어온다.

평소답지도 않은 모습.

“아, 거참! 말을 좀 해 달래두!”

“뭘까요? 흐흐.”

그러나 쉽게 알려줄 리가.

“리플레이 돌려보시면서 한번 노력해 보십쇼. 노오오오오력.”

“젠장!”

영웅의 전장에선 리플레이도 지원하니까.

그를 보고 알아보라고 할 수밖에.

그러나 나도, 이 노인네도 잘 안다.

“그런 게 리플레이 따위로 잘 표현될 리가 없지 않으냐! 그 힘이!”

내가 보였던 그 힘.

그 힘이 제대로 포착될 리가 없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알려 줄 생각이 없었다.

그가 저리 발광하는 게 딱 보기 좋거든.

계속 궁금해하시라.

궁금하면 할수록 호기심은 커져 갈 것이다.

그러나 호기심은 커지기만 할 거다.

그에게 있어 내 능력은 미지에 가까울 테니까.

아무리 리플레이를 돌리고.

머리로 계속해 굴려봐도 답은 안 나올 거다.

궁금증에 미쳐만 가겠지!

대체 내가 어떤 힘을 쓴 건지를 몰라서!

그 호기심에, 그는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게 될 거다.

오롯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자가 나밖에 없으니까.

그 힘이 무엇이었느냐고?

‘별거 아녔지.’

그것은…….

* * *

이전에 썼던 혼돈의 기운이 정답이었다!

그와 대결을 딱 시작한 순간부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10분간 발악해서는 안 되었다.

많아야 세 방.

사실은 딱 한 방에 저 쉘터를 뭉개줘야 했다.

그리해야만 저 꼰대 늙은이가 내 말을 들을 테니까.

자, 그렇다면 결론은 뭐냐.

‘이쪽도 최선을 다해줘야 한다는 거지.’

이창복이가 그러했듯이, 나도 최선을 다해줘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그러니 자연스레 내가 가진 최고의 힘을 꺼낼 수밖에.

저 하늘 위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 성좌 ‘아키텍쳐’.

영웅의 전장에 있는 한은 그가 신경 쓰이기야 한다.

그에게 내 힘을 보여 주는 거.

그리 끌리는 선택지는 아니니까.

그러나 앞으로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야 감수할 가치가 있지.’

한 번 정도는 보여줘도 될 만한 일이었다.

한 번 보여 준다고 알아낼 것도 아니고!

흐흐.

그러기에 나는 영감이 만든 쉘터 앞에 단단히 서서는.

후우웅-!

사신의 낫을 길게 빼어 들었다.

부르르르-

낫은 내가 무얼 할지 이미 아는지, 마치 무언가 기대하는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그런 낫에게 힘을 하나둘씩 부여했다.

“처음은 역시 영력이지.”

[당신은 대량의 영력을 사용했다.]

[당신은 당신의 근원 일부를 사신의 낫에 부여했다.]

신기이자 이제는 나만의 애병이 된 사신의 낫.

그에 부여된 거대한 영력은 낫의 크기 자체를 키웠다.

그것으로 낫은 그릇이 됐다.

그 무엇이든 담을 수 있을 그릇이!

나는 여기에.

‘이제 돕지?’

-그러마.

영력의 일부를 돌려 마왕을 통해 마기를 주입하였고.

또 동시, 이사야가 지니고 다니던 사령술의 힘을 흉내 내었다.

그러며,

“이건 아깝긴 한데.”

파드드득-

[당신은 성스러운 아이템을 파괴했다.]

마리가 위기 상황에 급히 사용하라 직접 빚어 만들어 준 성수.

즉 최상급 포션을 깨부쉈다.

깨부순 유리병.

그 아래로 흘러내리는 짙은 성력이 담긴 성수.

그 모든 성력을 낫에게 부여했다.

우우웅- 우웅-!

이 정도면 되지 않았나 라고 느끼는 건가.

낫이 몸을 떨어댔다.

이해하는 바였다.

‘영력으로 그릇을 늘렸다만…… 신기로서도 견디기 힘든 기운이겠지.’

영력. 성력. 사마력. 마왕의 마기.

수많은 기운이 낫에 담긴 상태다.

서로 같이 닿기만 해도 폭발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것들이다.

그걸 잔뜩 불어넣어 버렸으니.

신기라 할지라도 힘들 거다.

당장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그러니 보채는 거다.

어서 작업을 마무리해 달라고!

“알았다. 알았어.”

나는 그런 신기를 달래듯 쓰다듬으며, 마지막 열쇠 조각을 집어넣었다.

[당신은 오러를 사용하였다.]

그것은 오러!

수행자들을 구하게 되며 기계 신으로부터 얻어냈었던 새로운 힘.

동시에 혼돈의 기운을 일으킬 수 있는 키워드!

나는 그것을 사신의 낫에 주입하였고.

“크흐…….”

동시에 어마어마한 격통이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없다.

동시에 여럿의 기운을 섞어서 써대는 거.

그건 신기인 사신의 낫도 두려워할 일이거니와 나 또한 결코 쉽지않은 일이니까.

그러나 해내야 했다.

지난 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가 추측하기로,

이 혼돈의 기운만이 내려앉은 [공허]를 막아 낼 수 있을…… 열쇠였으니까!

그 열쇠를 겨우 얻어냈는데, 있으면 써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직접 [공허]를 상대할 때, 제대로 써먹기 위해서라면.

지금처럼 기회가 닿는 족족 이 기운을 미친 듯 써먹어야 했다.

연습에 연습을 계속해 놔야만, 필요한 때에 이 기운을 쓸 수 있을 테니까.

그러기에 나는 격통으로 온몸이 고통스러운 와중에서도, 계속해 기운을 주입하였다.

그리하여.

[당신은 스스로 혼돈의 기운을 불러일으켰다!]

[당신의 업적이 체계에 기록된다.]

“크큭…… 거봐. 결국 되잖아.”

나는 혼돈의 기운을 다시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몇 번을 시도해도 때로는 실패했고.

또 성공하더라도, 푸슥-하고 고자처럼 꺼져버리는 이 기운.

그것을 오랜만에 완벽히 빚어내는 데 성공했다.

자, 이리 빚어내는 기운이 향할 곳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곳은.

“휘둘러져라.”

그그그그긍-!

수십여 미터는 되는 두터운 쉘터.

한 인간이 빚어낸 거라고 여기기엔, 너무도 두텁고 완벽한 방어력을 지닌 이창복의 쉘터를 향해서였다.

그를 향해 사신의 낫이 휘둘러졌다.

혼돈의 힘을 지닌 사신의 낫.

그것은 모든 힘을 다 들이붓겠다는 듯, 망설임 없이 휘둘러졌다.

파스스스슥-

휘둘러지는 사신의 낫.

사선으로 그어지는 경로에 있는 모든 것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경로에 있는 공기.

기운.

성좌 아키텍쳐가 구현해 냈을 맵.

차원.

그 모든 것들이 찢어발겨져 갔다.

파스스슥-

알 수 없는 무언가.

마치 [공허]와 닮은 무언가가 되어가며, 맵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 낫이 쉘터에 닿았을 때는.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들과 함께 쉘터가 반으로 갈라졌다.

한 겹. 두 겹. 세 겹

겹을 셀 필요도 없었다.

세계적인 명검이 부드러운 두부를 잘라 내는 것보다도 더 빠르게!

그 두텁고 완벽했던 쉘터가 베어져 나갔으니까.

이내 검은 속살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검은 속설은 보이기가 무섭게 낱낱이 분해되어갔다.

쩌어억-!

그러고 드러나는 이창복의 놀란 얼굴.

“으어어어억!”

비명을 지르는 그.

그런 그의 앞에서도 사신의 낫은 멈출 줄 몰랐다.

닿는다! 닿아!

그의 얼굴에 닿는 그 순간.

그가 만들어 낸 쉘터가 그러했듯, 그의 몸도 녹아 사라져 버리겠지.

혼돈의 기운으로 인한 공격이기에, 그 본체까지도 타격이 갈지 몰랐다.

이창복도 그것을 아는가.

그는 겁에 질린 눈으로 사신의 낫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동시에 몸을 움직여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으아아! 몸이 안 움직여!”

겁에 질린 건지.

아니면 다른 그 무언가에 막힌 건지, 그는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대로 있으면 몸이 반으로 쪼개져 버릴 절체절명의 상황!

그런 그를 살릴 수 있는 건 오로지 나였다.

나 또한 그것을 알기에.

나지막이 말했다.

“그만.”

그만하라고.

그 명령이 입력되는 그 순간.

터억-!

거칠 것 없이 모든 것을 베어 내던 사신의 낫의 움직임이 돌연 멈췄다.

“하…… 흐아…….”

이창복의 얼굴, 그 바로 앞에서.

1cm도 남지 않은 채로.

멈춰선 날카로운 사신의 낫이었다.

그제야 이창복이는 움직일 수 있게 된 듯, 몸을 주저앉았다.

놀란 눈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자기를 쪼갤 듯 다가왔던 거대한 사신의 낫의 날.

부화한 알껍데기처럼 조각조각 나버린 자신의 쉘터 조각들.

그리고 마치 신기루처럼 흔들리고 있는 이 맵의 고요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 자네…… 대체…….”

그 모든 일을 만들어 낸 지한휘를 보았다.

한휘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은 여전히 놀람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일개 인간이 감히 그러한 힘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하였으니까.

그건 기적이며, 경이로웠다.

그런 일을 잘도 해낸 주제에.

“크큭. 내기는 누가 이긴 거 같습니까?”

“허어…….”

지한휘는 그저 히죽 웃어 보이고 말 뿐이었다.

* * *

그 뒤로, 정신을 차린 이창복은 한참을 대체 어떤 힘을 쓴 거냐고 물어봤지만.

지한휘가 그걸 알려줄 리가 없었다.

그는 철저하게 그 힘의 정체를 감췄다.

그래서일까.

오기가 생긴 이창복은 유일한 희망이랄 수 있는 리플레이를 끝없이 돌렸다.

치이이익-!

그러나 아무리 돌리고 돌려도, 영상엔 노이즈 만이 가득했다.

그 어떤 이능력이라도 담아낼 수 있다고 자부하던 영웅의 전장의 기능.

그 기능의 일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창복으로선, 지한휘의 비밀 일부를 알고 싶을 뿐이었다.

그 일부라도 알기 위해서 파헤칠 수 있는 건 노이즈 껴있는 리플레이 영상뿐이었다.

보고 또 볼 수밖에.

그렇게 그가 얼마나 영상을 돌려보고 있었을까.

그가 영상을 보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사이.

이창복에게 생각지도 못한 과제를 주었던 지한휘.

그는 정작 리플레이를 돌리기는커녕, 오랜만에 영웅의 전장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그 이유?

단순했다.

“오랜만이네요?”

“여어, 표정이 왜 그래? 엄청 삐진 거 같은 표정이잖아?”

“누구 때문인 거 같아요?”

그를 찾아온 자들이 있어서였다.

아주 오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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