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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80화 (180/206)

제180화

이거 사람 맞나.

사람이라고 다 잘하는 건 아닌 것을 안다.

그래도 계통이란 게 있지 않은가.

주먹질을 잘하면, 근접전에 감각이 있기 마련이고.

검을 조금 다루게 되면 도는 어떻게든 흉내 내며 다룰 수 있는 그런 식의 계통 말이다.

당연히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긴 하다.

같은 계통이라도 요령을 알 뿐이지, 정확히 똑같은 건 아니니까.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는 법인데…….’

이창복이. 이 노인네는 아무리 봐도 재능이 없었다.

똥컨…… 아니 똥이다. 똥.

그를 영웅의 전장까지 끌어들이는 건 성공했다.

스타X래프트라는 민속놀이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그를 끌어들이는 거.

그 자체로 성과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한회장이 말하지 않으면 움직이지도 않는 양반인데…… 잘도 해낸 거지.’

-다 내 덕이니라!

‘시끄러…… 디테일이 안 되잖아. 디테일이!’

여기까지는 마왕의 덕이 맞기는 한데.

들어와서 이렇게 문제일 줄이야.

“거, 고집 좀 그만 부리라니까요. 당장 필요할 때는 벽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허. 공격용으로 쓸 만한 기술이 아니라고 했잖나!”

“……하 참.”

들어와서도 그의 능력은 대단했다.

처음 들어오자마자 해야 하는 배치전.

그걸 전승…… 아니, 전부 생존해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이때까지 나는 그가 재능이 뛰어난 줄 알았다.

‘전부 다 살아 돌아오거나 무승부를 해왔으니…… 재능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당연하긴 하지.’

그렇잖나.

이사야와 마리 이후로 전승은 보지 못했다.

성좌 ‘아키텍쳐’가 무슨 짓거리를 해놨는지, 이 이후로 전승자는 나오지 않았다.

‘배치를 조작한 거 같기도 하고…… 뭔가 페널티를 넣은 거 같긴 한데. 티가 안 난단 말이지.’

어쨌건.

어지간해선 힘든 게 전승이었다.

그런데 이 양반, 전부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지 않은가.

나쁘게 말하면 재능충.

좋게 말하면 페이X의 자질이 보였다 이 말이다.

여기까진 아주 좋았다.

그렇게 그가 배치를 받은 건 역시 골드.

나는 현재 플레에 있는지라 곧바로 같이 랭게임을 돌릴 수는 없었다.

급이 맞지 않으니까.

그러나 연습 게임 정도는 할 수 있는 법이었다.

‘어차피 지금 등급 올린다고 좋은 것도 없고. 잘 됐지.’

모종의 이유로 더 등급을 올릴 필요가 없는 나였다.

그런 상황에 연습 게임을 돌리는 거? 되려 좋았다.

해서 그와 게임을 돌렸는데.

이 꼴이다.

공격을 해야 하는데 공격을 하질 않는다.

벽 쌓고, 지반을 움직이고 하는 기술을 방어용으로만 써댄다.

오로지 방어.

또 방어만 해대고 있었다.

‘저가 무슨 탱커도 아니고…….’

누가 보면 탱커로 타고난 게 아닌가 싶은 모습이다.

근데 문제는 진짜 탱커들도 이러지는 않을 거란 거다.

이 양반은, 말 그대로 자기 방어만 한다.

지시를 따라서 함께 모여들어야 할 때는 모여야 할 것인데.

게임을 시작하면 무슨 건물을 짓는 거처럼.

쉘터 하나를 툭하니 만들어내고는 그 안에 틀어박혀 버린다.

말 그대로 인원수만 차지하고, 어찌 써먹기가 힘들단 소리다.

더불어 지시도 안 받으니, 아주 미칠 노릇이다.

“또 한숨이냐? 때려쳐……?”

“……후. 그게 나을 거 같은데요.”

“진짜? 다 늙은 노인네를 이리 끌어들이고서는 그대로 버린다고? 어?”

“……아니 그럼 말을 좀 듣던가요!”

거기다 인성질까지!

이 미친 늙은이가, 말년에 왜 친구가 없나 했더만.

아주 제멋대로다.

과연 써먹을 수 있을까 싶을 지경.

문제는.

“내가 그래도 죽지는 않지 않았나? 보아하니 많이 죽으면 아군한테도 문제인 거 같던데?”

능력은 있긴 하단 거다.

정말 이창복이는 죽지를 않는다.

어느 순간, 어디에 던져놔도 어떻게든 쉘터를 만들어내더라.

그러곤 생존해 버린다.

수십 판을 돌려보는데 한 번을 죽질 않는다.

덕분에 성좌로부터 생존자라는 타이틀까지 받았을 정도다.

뒤지게 해도 뒤지질 않으니까!

이 부분이 나를 미치게 하고 있었다.

알잖나.

희망이 있다는 게 사람을 더 미치게 한다는 거.

딱 보면 능력은 있고.

그 능력을 백 퍼센트 활용만 하게 하면 앞으로 있을 사태에 이자는 쓸 만할 존재였다.

아니, 쓸 만하다 못해 내 예상보다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게 해줄 거였다.

그 사태가 일어났을 때.

‘치트키나 다름없단 말이지.’

이창복이의 건설 능력은 사기적이니까!

그런데 말을 들어 먹지를 않으니 문제다.

“……아, 이거는 사람을 진짜 죽이는 게 아니라니까요? 게임이라고요. 게임!”

“언제는 게임 아니라면서? 어?”

“……와 씨.”

설득도 먹히질 않는다.

‘……진짜 죽이고 싶다.’

슬슬 없던 살심이 생길 지경이었다.

그러다.

가만 옆에서 보고 있던 마왕이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여가 재밌는 생각이 낫느니라.

‘또 뭔데?’

-저자를 한 번은 움직이게 할 수는 있겠는데. 한 번 들어 보겠느냐?

‘뭐?’

-적당한 영력만 준다면야…… 여가 수단을 알려주마.

‘호오…….’

평소라면 절대로 넘어가지 않을 제안이다만.

‘일단 말해 봐. 효과 있으면 준다!’

이번만은 나도 넘어가 줄 수밖에 없었다.

저 똥 고집쟁이 늙은이에게 어떻게든 한 방 먹이고 싶었으니까!

* * *

그 방법.

‘역시 마왕다워.’

어렵지 않으면서,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기본적으로 꼰대라 하는 자들은 자존심이 강한 법이었다.

지는 자존감이라고 우기지만, 누가 봐도 자존심이다.

문제는 그 자신은 자신이 자존심을 부리는지조차 모른다는 게 문제다.

모르니까 타협의 여지도 없는 거거든.

해서 꼰대라는 것들은 이야기를 하기도 어렵고 무언가를 시키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런 꼰대를 움직이는 거?

자존심을 팍팍 긁어주면 된다.

자, 그럼 어떻게 긁느냐.

처음부터 냅다 도발을 하면 안된다.

“그럼 방어가 최고의 예술이라 이거 아닙니까, 영감님은?”

“그렇지!”

우선 적당히 치켜세워줘야 한다.

이 자존심이라는 게 잘 발동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거지.

그다음에 슬쩍 긁어주면.

“그럼 방어가 깨져 나가면, 그건 깨진 예술이겠네요.”

“허허이. 누가 내 걸 깨겠어?”

살짝이지만 발끈한다.

얼굴이 벌써부터 슬쩍 붉어지고 있지 않나.

여기서 바로 도발을 내지르면 안 된다.

한 번 더 잡아채야 한다.

이 꼰대라는 것들이 쉽게 쉽게 넘어오지는 않거든.

모른 척 한번 물어주게 되면.

“그래요?”

“미국의 랭커라는 녀석도 와서 내 쉘터를 깨지 못했어.”

꼰대들의 최고 기술.

latte is horse!

가 발동된다.

라떼는 말이지라 이거다.

미국 랭커가 자기가 만든 쉘터를 결국 뚫어내지 못했니.

옆에 있는 유럽 랭커가 와서도 못 뚫었느니 하는 이야기가 한창 방언처럼 터진다.

양놈들이 자기를 털어내지 못했으니, 다른 녀석들도 못 털어낼 거란 논리.

꽤 그럴싸하다.

아주 노래 흥얼거리듯 열을 올린다.

잔뜩 신이 난 모습.

여기서 한 방 먹여줘야 했다.

“그거 오래전 일 아니에요?”

“십 년은 됐지. 한창 활동했던 때가 그때니까. 그렇지만 나도 그사이 꽤 강해졌을 거니까. 이번도 막을 수 있을 걸세.”

그거 옛날 아니냐고.

그러며, 의뭉스러운 표정 한번 지어주면?

“그렇다 이거죠. 후음…….”

“왜? 못 믿겠는가?”

됐다.

내가 먼저 도발을 하는 거도 아닌데, 혼자 먼저 말을 걸어온다.

이게 다 내가 짠 판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이때 진짜 도발을 해줘야 한다.

“저는 깰 수 있을 거 같은데?”

슬쩍 반말도 섞어줘야 했다. 그래야 진짜 도발이거든.

자, 여기서 마지막.

“허…… 내 아무리 근래 들어 건설로만 예술을 표현하고 있다지만. 자네 공격을 못 막을 리가.”

“그래요?”

“그렇대도!”

“흐음…… 그렇다고요. 음…….”

바로 그럼 해보실래요? 하는 말을 하면 안 된다.

큰 물고기를 낚으려면, 찌를 가지고 슬쩍슬쩍 움직여 줘야 하는 법이다.

아주 약 오르게.

나는 꼰대님을 존중은 하는데.

그래도 그거 옛날 일이고.

지금은 쫌…….

에이. 그래도 이걸 내가 직접 말할 수는 없고.

그래도 믿기지는 않는데……?

하는 느낌으로다가 말을 던져줘야 했다.

아차차.

표정도 잊으면 안 된다.

그래요. 당신, 한때 날아다니긴 했죠.

그래도 요즘은 아닌 데…… 뭐…… 예전에 잘나갔으니까.

존중합니다.

옛날에 잘하던 것도 중요하죠.

하는 그런 눈빛을 슬쩍 던져줘야 한다.

반 존중, 반 동정이랄까.

참고로 여기서 중요한 건 동정인 부분이다.

이 꼰대들.

라떼는 말이야 기술로 잔뜩 위로 올라가 있는 이때, 동정을 던져준다?

“아니, 그럼 못 믿겠다는 건가!?”

“제가 언제 못 믿는다고 했습니까. 알죠. 알죠. 믿습니다.”

“허…… 그런데 자네가 하는 게 어?! 영 표정이……!?”

알아서 도발이 된다.

분명 나는 별다른 도발을 하지 않았음에도.

몬스터의 어그로 스킬이라도 맞은 거처럼. 미친 듯이 얼굴이 벌게진다 이 말씀.

그럼 이때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냐.

슬쩍 발을 뺴주는 거다.

반걸음 정도?

“표정이 왜요? 제가 믿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네?”

“하…….”

그럼 답답해 미치려고 한다.

이때가 가장 흥분할 때다.

“한. 때 잘나가시는 거 잘 알았다니까요. 뭐…… 지금도 보아하니 생존은 가능하시니까. 잘하시겠죠. 네네. 이해합니다.”

“……후.”

콧김을 흥 하고 내뿜는 것이, 이제 다 끝났다.

여기서 난 더 뭘 하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저 콧김.

내가 살랑살랑 던진 미끼에 다 걸렸단 거거든.

원래 코가 꿰이면, 저렇게 흥분하게 돼 있다.

그럼 어떻게 되느냐?

“……한 판 하자.”

“네?”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기어들어 오게(?) 되어 있다.

내가 원하는 게 대결이었던 것도 모르고.

여기서 슬쩍 모른 척 한번을 해주면서, 막타를 던져야 했다.

“한 판이라뇨. 내가 어떻게 어르신이랑 한 판을 합니까. 그러다 다쳐요. 다쳐.”

“영웅 전장에서 다치긴 왜 다쳐! 안 다치니까 애들이 게임이랍시고 하는 거지!”

“아 거…… 그래도 다쳐요.”

참고 또, 참았다가.

“씁. 헛소리 말게. 자네가 다치겠지. 내 걸 못 뚫어서!!”

“정말로 못 뚫을 거라 여깁니까?”

“어! 왜 아니겠는가!?”

“허…….”

“왜? 쫄았는가?”

상대가 도발을 딱 걸었을 때!

바로 지금! 막타 타이밍이다!

“쫄았을 리가요. 그럼 우리 뚫느냐 안 뚫느냐로 내기라도 하겠어요? 소원 하나 들어 주기로다가?”

“내기……!? 내기이이이……!?”

이럼 끝이다.

나는 이제 돌려주기만 하면 될 뿐!

“왜요? 쫄으셨습니까? 쫄? 쫄?”

“하…….”

이쯤 되면 상대도 물러날 수가 없다.

뭔가 일이 잘못된 거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여기서 내빼면, 자기는 정말 퇴물 되는 거거든.

잘 새겨둬라.

어느 꼰대든 자기가 퇴물이 되었다는 건 죽는 것만큼이나 싫어한다는 걸.

해서 이렇게 판을 깔아 놓으면.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 해! 어떻게 하면 되겠나!?”

바로 지금처럼!

내가 원하는 대답이 딱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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