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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79화 (179/206)

제179화

이진성의 큰 희생만큼이나 도로도 금방 깔려갔다.

“이젠 네 놈은 나와보지도 않나?”

“알아서 잘해주고 있는데 나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안 그래도 바쁘다고요.”

이 때문인지 이창복이는 꽤 삐진 거 같다.

보아하니, 꼰대 같은 늙은 노친네 말을 들어주는 게 그나마 나 정도나 되니까 그런 거 같다.

다른 놈들은 이창복이가 뭔 말을 하면 예예 하면서 듣기밖에 더하겠나.

나나 되니까 말을 받아주고 노는 거지.

이 양반. 안 그래 보여도 나랑 말싸움을 즐기고 있었던 게지.

“주야장천 게임이나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바쁘긴 무슨.”

“게임이라뇨. 영웅의 전장이 무슨 게임이라고. 안 한 사이 플레로 강등되서 올라가야 한단 말입니다.”

“허허이…… 생사는 오가지도 않고. 고작해야 등급 장난이나 해대는 게 게임이지. 아닌가?”

“아니라면 아닌 겁니다. 목숨을 걸 수도 있으니까.”

“헹…… 잘도 걸겠구만. 겁쟁이들이나 하는 소인배 같은 걸 게임이라고 즐기다니. 나 때는 스타크xx트라고. 좋은 민속 놀이가 있었네만. 알기나 하나 모르겠군.”

“……거, 어디까지 내려가려고요. 게임 역사서에나 있을 거 같은 게임인데.”

“아직 돌아가!”

아니, 왜 여기서 발끈하고 그런담.

“됐고요. 제가 여기서 뭘 하고 사는지 아는 걸 보아하니 요즘은 시간이 좀 남으시는 거 같습니다?”

“남지.”

보아하니 심심해서 나를 갈구러 온 건가.

그럼 삐진 게 아니라 놀러 온 건가.

어느 쪽이든, 분명 이 양반은 꼰대다. 와서 놀아달라고 하면 좀 좋나.

오자마자 시비 아닌가.

거기다 시간이 남는다고 말하면서 당당하기까지 하다.

해서 가서 일이나 더 하라고 한번 혼을 내주려고 하는데.

“남으면 가서 일을 더 해야죠. 안 그래도 러시아랑 한국을 잇는 게 보통 사업도 아닌데. 시간이 남는 게 이상한 거 아닙니까.”

“기초 공사는 끝내놨으니까. 그 뒤까지 내가 책임질 이유는 없지 않나?”

“허…….”

기초 공사를 다 끝내놨단다.

말했잖나. 공사에서 기초는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그걸 다해놨다고 하면, 나도 참 말할 구석이 궁하다.

“그걸 다 말입니까?”

“그럼? 못 했을까 봐?”

“……허어 참.”

도로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기상천외하다 할 정도로 빠르다는 소문도 있었고.

근데 정도가 있지 않나.

‘그 어느 정도라는 게 기초는 다 끝날 정도라고 말을 해줬어야지!’

그 이창복이가 이렇게까지 빠를 줄이야.

하기야 대장벽도 순식간에 쌓은 그였는데. 고작해야 도로를 잇는 기초를 쌓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을지도.

적층 구조로 쌓는 게 아니라, 단순히 길게 뽑아내기만 해도 되었을 테니까.

보통의 도로 공사는 그게 안 되지만, 그는 지형지물 자체를 반죽처럼 만들 수 있는 능력자기에 가능한 일이다.

무슨 자석이 달린 것처럼 거대한 철근들을 이능력으로 나를 수 있는 건 덤이고.

‘하여간 미친 노인네라니까.’

어찌 보면 건설에 관련해서는 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늙은이다.

이 자에게만 맡기면 그게 뭐든 금방 세워지겠지.

[공허]가 내려앉는 걸 막고 나서.

그 뒤에 재건 사업을 그에게 맡기기만 하면 될 정도지 않을까?

가만……?

“그런 눈으로 날 왜 보는 게냐? 뭐, 줄래도 줄 거도 없다. 돈이라도 바라느냐? 돈은 네가 더 많잖냐?”

“흐음…….”

꼭 그의 능력을 재건 사업에만 써먹을 필요가 있을까.

창조만이 예술이랍시고 귀찮게 구는 미친 노인네긴 하다만.

능력은 진짜잖아?

‘생각해 보면…… 딱 사용할 만하지 않나?’

가만 생각해 보니 그의 능력을 써먹을 만한 곳이 하나 있었다.

나헤나와 준비하고 있는 ‘그것’을 공략하는 방법에 딱 어울리는 자가 이창복이라 이 말이다.

그리 생각하니.

늙은 꼰대 늙은이가 귀찮게 군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를 이용할 곳이 있었다.

그런데 이 늙은이.

눈치가 빠르다.

“허이…… 네 놈이 나를 계속 그런 식으로 볼 거면 나는 이만 가보마. 나는 그런 눈빛을 싫어한다고!”

“가만, 가만요. 이 양반. 어딜 갑니까. 성격 급하게!”

정말로 나가려고 하는 그의 팔을 나는 억지로 잡았다.

윽. 거친 저항이 느껴진다.

이 늙은이. 대체 힘이 얼마나 센 거지?

신의 육체를 지닌 뒤로, 이런 식의 저항은 느낀 바가 없었는데.

의외다.

‘힘을 숨겼나……? 생각해 보면…… 회귀 전에도 그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못 들었던 거 같은데. 어떻게든 살아 있었을지도?’

이 정도면 공사 용도가 아니라, 당장 즉시 전력감으로 써먹어도 될 정도지 않나.

어느새 그는 얼굴이 시뻘게지더니, 남은 한 팔로 나를 떼어내려 했다.

“아! 놔! 이 녀석아!”

“허허이…….”

엄청난 저항감이 느껴졌다.

나는 느껴지는 저항감이 크면 클수록 더 만족스러웠다.

이 양반이 힘이 셀수록 앞으로 써먹기가 더 편하니까.

나는 이젠 내게 주먹질을 하려 하는 그의 양팔을 잡아채며 말했다.

“일단 이야기 좀 들으쇼. 이야기 좀!”

“무슨 이야기!”

나는 어렵사리 본론을 꺼냈다.

“거, 영감님이 좋아하는 창조라는 거 좀 합시다. 창조!”

“호오…… 창조?”

그러나 그가 ‘창조’라는 말에 반응해 왔다.

여기가 중요했다.

잘 말하지 않으면, 이 고집만 센 늙은이는 훌쩍 떠나 버릴 거다.

그러고도 남을 노친네다.

“죽이는 게 창조가 아니면, 살리는 건 창조 맞습니까?”

“그렇지! 네 놈이 뭘 좀 알긴 아는구만! 단, 누굴 죽여서 창조하는 건 진짜 창조가 아냐. 알지?”

“예. 예. 그럼요.”

죽여도 살리면 그게 살리는 거지.

그건 또 창조가 아니라니.

하여간 이상한 개똥 논리다.

‘이해도 안 가고.’

-가끔 장인들은 이해 못 할 짓거리를 하긴 하느니라. 그도 장인이랄 수 있는 자이니, 그럴 만하지 않느냐?

‘시끄러. 이 양반은 내가 보기에 순 막일꾼이지, 장인은 아냐. 아 물론, 막일하는 사람 비하하는 건 아님. 다 필요한 사람들인 건 아니까.’

-……이상한 데서 철저하구나. 여하튼 그만의 철학이라 이해하거라.

‘안다. 알아.’

마왕의 말대로다.

말도 안 되고. 앞뒤도 안 맞는다만.

저런 개똥 논리로 움직이는 자들이 있었다.

자신만의 철학이라고 정신 무장을 철저히 해가지고는.

그 철학에 맞지 않으면 죽어도 하지 않는 자들이 있다.

눈앞에 이창복이가 딱 그런 존재다.

좋게 말해 철학대로 움직이는 소신 있는 자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면 똥고집 지닌 꼰대일 뿐이다.

문제는 그런 꼰대가 지금 내게 필요하다는 건데.

마침, 이런 자를 공략하는 방법이 있었다.

별거 아니다.

이해해 주면 된다.

그 개똥 철학을.

정확히 이해해 주는 ‘척’만 해도 된다.

이런 늙은이들. 자신이 이해받지 못함 때문인지, 한편으로 인정이라는 걸 갈구하는 법이거든.

그 인정 욕구를 슬쩍 건드려 주면 된다 이 말이다.

어떻게 하냐고?

“제가 다 이해합니다, 영감님. 많은 자들이 영감님의 금과옥조 같은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그렇지, 그렇지!”

말 그대로 인정을 해 주면 된다.

그런데 이 늙은이.

철저한 거 보게.

“근데 어떻게 이해했나!?”

“그것이…….”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물어왔다.

겉으로 자신을 이해한다고 해놓고,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 자들이 많았겠지.

특히 이창복의 경우는 쓸모가 많은지라, 꽤 많은 자들이 이해하는 척 다가오곤 했을 거다.

쯧.

그 때문인지 저리 물어 오는 거다.

마치 교수가 대학원생을 평가하는 눈을 하고서!

하지만 이쪽도 다 수가 있었다.

‘야. 영력 줄게, 도움 좀 줘라.’

-허어. 필요할 때만 찾는 게 영 마음에 안 드는구나.

‘대가는 충분히 준다니까?’

-제대로 약속한 건가? 또 회수해 가는 건 아니고?

‘다 걸고 약속하지.’

-좋다. 좋아.

그 수는 다름 아닌 마왕이었다.

무력보다도 더 강력한 설력(舌力).

혓바닥 힘을 가지고 인류의 반을 농락했던 게 마왕 아닌가.

수많은 자를 변절자로 만든 게 바로 마왕이었다.

그런 마왕이라면.

‘이 꼰대 늙은이 공략은 쉽지.’

이창복이를 이해하는 ‘척’을 분명히 해 줄 수 있을 거다.

그러기에 나는 이 싸움(?)에 자신이 있었고.

-잘 따라 하거라. 어조도 비슷하게 하고!

‘오케이.’

마왕이 읊어주는 멘트들을 따라, 이창복에게 공감하는 ‘척’을 해낼 수 있었다.

물론, 중간중간 작은 고비가 있긴 했다.

‘이게 뭔 개똥 논리야!?’

-어허! 어서 따라 하래도!

‘……젠장.’

따라 해 읊기만 하는 거라지만, 따라 하는 것조차 영 꺼림칙한 논리들도 있었으니까.

말하기도 싫었지만 어쩌랴.

“허허허, 그렇지. 그래.”

“내가 오늘 친구를 사귀는 거 같구먼!”

“지기로구만. 지기야. 크…….”

내가 주절대면 댈수록, 이창복이는 설득당하는 것을.

아니 설득 수준이 아니라, 아예 세뇌가 되는 수준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어느새 그의 눈에서는 아주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미치도록 부담스럽다.’

어쨌건.

설득은 성공했다.

필요 이상인 거 같기는 하다만.

이 정도라면 당장 그를 움직이게 하는 데는 충분하리라.

그는 무슨 말을 해도 다 들어 줄 듯했고.

“그래. 그럼 자네가 말하는 창조적인 행위는 뭔가.”

“그게…….”

실제 내가 한 가지 부탁을 하자.

“큼…… 민속놀이가 아니고서는 영 안 땡기는데.”

“허허이. 한번만 해 보십쇼. 찍먹 한번 해 보면 말이 달라질 거니까요.”

“뭐…… 지기의 말이라니, 내 한번 해보지!”

그는 한번 슬쩍 튕기는 것을 끝으로, 결국 내 말을 따라주었다.

* * *

‘한고비 넘긴…… 아니, 제대로 준비하나 해낸 건가?’

사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일에 이창복까지 끌어들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남의 말이라고는 죽어도 듣지 않는 이창복이었으니까.

그런 그를 나중에 그 녀석이 벌일 장난질에 투입해 봐야, 제대로 따라주지 않을 거라 여겨서였다.

그런데 웬걸.

마왕의 설검은 그를 공략하는 치트키나 다름없었다.

“뭐하나? 오늘도 시작해야지?”

“그래야죠.”

이창복. 그가 나보다 더 의욕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디서 의욕적이냐고?

그건…….

[영웅의 전장에 들어선 것을 환영한다.]

잠시 동안 잊고 있었던 그것.

영웅의 전장.

그 녀석의 수작질이 슬슬 시작될 기미가 보이고 있는 영웅 전장에서의 접속이다.

‘이제 곧 시작하겠지.’

곧 있을 그때를 대비해야 했다.

그러한 대비를 위해서.

“아, 영감님! 그렇게 움직이는 거 아니라고요!”

“그럼 어떻게 하는데!?”

“……아 씨.”

“지금 씨라고 했나?”

“아닙니다. 아니에요. 큽. 일단 저만 따라 해 보십쇼. 아시겠죠?”

“흠…… 뭐, 우선 지기의 말이니 좀 들어줄까.”

“예. 예…… 그러니까 여기서는 말입니다.”

아무리 봐도 똥 컨트롤을 타고난 이 영감을…… 갱생부터 시켜야 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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