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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78화 (178/206)

제178화

“나라로만 치면 세 곳이네요.”

“세 곳이나 된다고?”

“예. 일본, 중국, 우리 러시아도 포함입니다.”

“하…… 이거 참.”

일본은 재앙의 바람의 남은 잔재가 섞인 거라 치자.

보아하니 북쪽에 있는 몬스터들이 재앙의 바람의 힘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한 거 같은데.

전생에도 몬스터들이 일본 북부를 잡아먹기는 했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더 빨라졌을 뿐이지. 이제 와선 빨라진 게 특별한 일도 아니기도 하고.’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이 몬스터 웨이브 사태를 아직 막지 못한 건 확실히 의외의 사실이다.

‘중국의 전력이 그 정도로 약하지는 않을 건데. 이거도 뭔가 있군.’

권력 간의 알력 다툼이라도 있는 거 같은데.

하기야, 오래전 코로나 사태 당시 상하이 쪽을 틀어막은 건 정치적 이유라는 소문도 곧잘 돌았다고 하지 않은가.

상대를 이겨 먹기 위해선 말 그대로 학살도 마다하지 않는 자들이 수두룩한 게 중국이니까.

몬스터 웨이브를 이용한 서로 간의 견제.

이상한 일은 아니다.

되려 이상한 건 러시아다.

“러시아 남부는 다 처리한 거 아닌가. 우리가 그리 굴러줬는데도 이 꼴이라면…… 좀 실망인데?”

“북쪽이 문제여서 그렇죠. 거기까진 아직 제가 힘을 쓰기 힘들고요.”

“지난번 파티로도?”

“그래봐야 중부에 힘을 쏟기 시작했을 뿐이에요. 그 미친놈이 저를 견제하겠답시고, 북부에 있는 힘을 이리로 보냈으니 저 꼴이 난 거죠.”

“무능하구만.”

“그렇죠, 뭐.”

남부의 여왕인 나헤나. 이젠 러시아의 여왕이라고 차츰 불리는 그녀다.

그런 그녀를 견제하겠답시고 러시아 북부 전력을 이곳 남부로 파견했나 보다.

그 빈 공백을 노리고 악마들이 날뛰고 있는 거고.

그럼 러일중이 왜 그리되었는지는 일단 알겠다.

이렇게 되면.

왜 이곳으로 우리를 급히 불렀는지를 알겠다.

“당장이야 우리한테 불똥이 튀진 않을 거예요.”

“그러겠지. 이쪽이나 한국이나 대비는 확실히 하고 있으니까.”

다른 삼국은 몰라도, 그녀가 다스리는 러시아 남부와 한국은 안전 태세를 확실히 갖췄다.

실제 전력도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갖추고 있는 수련장을 그녀의 수족들도 보내서 사용케 하고 있으니까.

수련장의 훈련 도구들이 괴악해질수록, 성장 속도는 증가하고 있는 덕에 수련 효과도 점차 커지고 있었다.

‘믿을 만하지.’

여기에 추가로 다른 고정 던전들도 탐색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혹시 모를 대피처로 사용하거나, 또 다른 수련장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문제가 발생할 리가 없다.

‘설사 생겨난다 해도 내가 해결하면 될 일이니까.’

문제는 다른 데 더 있었다.

“당장은 문제가 아니지만, 나중이 문제라는 건데…….”

“그렇죠. 거기다 또 다른 문제들도 있어요.”

“또?”

“예, 유럽도 슬슬 게이트 출몰 빈도가 늘어나고 있데요.”

“……확실해?”

“예. 믿을 만한 소식이에요.”

“그럼……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겠군?”

“네. 예로부터 둘이 세트인 것처럼 빈도가 비슷하긴 했으니까요. 유럽 쪽의 빈도가 오르면…… 미국이라고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죠.”

“음…….”

전 세계적으로 게이트 출몰의 빈도가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조금 늘어난 것 정도야 지금의 전력으로도 버티긴 하겠다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이런 식으로 빈도가 증가하면 슬슬…… 그 망할 녀석도 움직일 거 같은데.’

게이트가 터져나가고.

사회가 망가지는 속도가 오를 때쯤.

그 녀석이 움직일 수 있단 거였다.

그 녀석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내가 미리 힘을 써놓기는 했다지만.

‘……빌어먹을 놈이라 도무지 안심이 안 되지.’

워낙에 예측불허인 놈이다.

또 어떤 변수를 만들어 낼지 몰랐다.

그 녀석은 무려 성좌니까.

‘이렇게 되면 이쪽도 더 속도를 내야 하나. 안 그래도 바쁜데…….’

그에 발을 맞추려면, 내 쪽도 슬슬 속도를 높여줘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당할 테니까.

“현상황 때문에 유럽 쪽에 저희 측 사람을 지원해 주려고 하고 있어요.”

“영향력 확대 때문인가?”

“맞아요. 이참에 유럽 쪽 영향력을 확대해 놓으면 제가 러시아를 잡아먹기에도 좋으니까요.”

해서 나는 이 상황을 이용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나헤나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었다.

“본래라면 그러라고 말을 하겠는데, 이번은 그럼 안 될 거 같네.”

“예?”

그녀로서도 놀랄 만했다.

여기서 내가 제동을 걸 줄은 몰랐을 테니까.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우리는 최대 전력을 필요로 했다.

“러시아 전역에 한국 인력들을 좀 갈아 넣어야 할 거 같거든.”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럴 만한 던전도 없을 건데.”

“잘 들어 봐.”

그래야만 그 녀석이 만들어 낼 사태를 막아 낼 수 있을 테니까.

그를 위해서 설명을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나와 같이 나헤나의 표정도 심각해져 갔다.

“정예로 투입할게요. 지슨도 여기엔 넣어야겠네요.”

“지슨이라. 좋아. 그 정도면 같이 움직일 만한 수준은 되지. 믿을 만하네.”

“예, 전력에 다소 공백이 생기기야 하겠지만…… 그쯤은 어떻게든 해봐야겠죠.”

“부탁하지.”

결국 그녀로부터 확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녀석을 막기 위한 내 계획에 대한 확답을.

* * *

내 우려와 다르게 세상은 잘만 돌아가는 걸로 보였다.

미리 보내었던 수련장.

그곳에서는 매일같이 곡소리가 난단 소리를 들었다.

감독관 역할로 보내 놓았던 이진성. 그가 통화를 통해 말하는 걸 봐서는 과장은 아닌 거 같았다.

-정말 다 죽을 거 같단 말입니다.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진짜로 죽은 사람은 없던데?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였으면, 까딱하다가 죽는 사람이 정말 나올 법하잖아?”

-수행자들이 미친 듯이 데이터를 뽑아대고 있어서 그런 거죠!

“데이터?”

-예, 어디까지 저희를 몰아붙여야 딱 죽기 직전이 되는지 데이터를 만들더군요. 그걸 바탕으로 정말로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이고요.

수행자들. 훈련소의 원주민이나 다름없는 그들은 그사이 수련방식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데이터를 이용해 인간이란 존재가 어디까지 몰아붙여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확보한 거 같았다.

그걸 바탕으로 훈련을 진행해서.

정말 죽기 직전까지만 몰아붙이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가 보다.

본래 이런 미친 훈련을 하면 골병이 들다 못해 몸 자체가 쇠락해 버려서 문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니었다.

‘수행자들이 지닌 치료 능력이 미치긴 했지.’

그들은 반 인간 반 기계 몸을 유지하고 살던 자들이지 않은가.

망가져 가는 몸을 스스로 ‘조율’이라는 명목하에 자가 치유를 할 수 있던 자들이다.

한 명, 한 명이 의사 수준을 넘은 치유계 이능력자인 것과 마찬가지란 소리.

그들의 회복 능력만 놓고 보면 마리와 비견 될 정도다.

다만 회복 속도는 마리를 따라오지 못해서 그보다 떨어질 뿐이다.

한시라도 낭비하면 전세가 기울 수 있는 전장.

그곳에서 회복 속도가 더뎌지게 되면, 부상자 치유는커녕 전세 자체가 기울어 버릴 수 있으니까.

그러나 저들이 하는 건 전투가 아닌 수련이지 않은가.

‘미친 듯 몰아붙이곤 있지만 말이지.’

다소 회복 속도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일단 회복만 시키면 그 후유증은 확실히 사라진다.

한마디로 골병이 드러나 육체 자체가 쇠락해 버릴 일이 없다 이 말이다.

한마디로 저들 수행자가 만들어 낸 수련방식은.

“크…… 과학적인 고문이라 이거네?”

-고문? 그래요, 고문입니다, 이거!

잘 만들어진 고문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육체를 극한으로 몰아붙인다는 점에서 말이다.

다만 육체가 쇠락하기는커녕 점점 더 강해진다는 게 진짜 고문과는 다른 부분이다.

웃긴 건, 수련의 성과로 강해지면 더 강해지는 만큼 수련의 강도도 더 강해진다는 거겠지.

“그래도 효과는 죽이겠네. 등급도 꽤 오르지 않았어?”

-오르기야 했죠! 이 수련장도 던전이라면 던전이니까요.

과연, 미친 효과를 지닌 수련장이다.

‘내가 회귀하고 잘한 일 중에 탑 3에 꼽힐 만한 성과네.’

아주 마음에 드는 상황이었다.

“크…… 희생자 없는 던전 등급업이라니, 사기구만.”

-사기는 무슨 사기에요! 진짜 사기 친 건 길드장님이죠!

문제는, 이진성은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

내가 사기꾼이라니.

이게 무슨 소린가.

가만 생각해 보면 아까부터 잔뜩 흥분한 거 같은데.

대체 왜지?

때문에 나는 물었고.

“내가 왜?”

-저 분명 감독관으로 온 거 아닙니까? 왜 저가지 이 고문을 당해야 하는 겁니까! 예!?

“허허이…….”

꽤 황당한 답을 들었다.

나는 분명 그를 감독관으로 보냈을 뿐인데, 어느새 그까지 훈련에 참여를 하고 있는 듯했다.

감독관으로 간다고 희희낙락했던 그로서는 죽을 맛이겠지.

“나는 분명히 감독관으로 보낸다고 했는데?”

-말은 그렇게 했죠! 근데 훈련을 금지시키진 않지 않았습니까?!

“그게 무슨…… 아아. 허점을 이용한 건가.”

이런 영악한 수행자들 같으니라고!

안 그래도 전에 이진성이 수련할 때면, 눈을 빛내곤 했었다.

광대 특성을 타고난 그는 수련이 극악해지면 극악해질수록 반쯤 미쳐버렸었다.

광기를 질질 흘려댔달까.

웃긴 건 그러한 광기가 숙성되면 될수록 그의 능력은 더 강해졌다.

지극히 이성적인 성격을 지닌 수행자들은 그런 그를 보고 꽤 흥미로워했다.

미친 존재가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음이 흥미롭다나.

자신들 중엔 그런 존재들이 없어서,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표본이라며 기뻐했었다.

그때의 그 흥미를 수행자들은 잊지 못했나 보다.

‘감독관이긴 하나 수련을 금지당한 건 아니라는 거. 그걸 이용할 줄이야.’

수련을 금지시킨 건 아니라는 허점을 이용.

감독관인 이진성도 수련을 시켜버린 거다.

이진성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하게 수련을 하게 되어 버린 셈.

그가 날 사기꾼이라 칭하는 거도 이해는 가는 바다.

-……어서 수정해 주십쇼! 어서요!

“으음…….”

-왜 고민하는 겁니까! 어서 해 주십쇼! 지금도 겨우 연락한 거란 말입니다. 주간 보고라는 말을 안 했으면 지금쯤 저는…….

근데 생각해 보면 이 이진성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나한테 이득이지 않나?

안 그래도 성좌인 그 녀석이 슬슬 움직일 땐데 말이다.

“생각 좀 해 볼게.”

-네!? 생각은 무슨…… 생각을! 계속 이러시면 저도…….

딸칵-

때문에 나는, 아주 가슴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이진성과의 통화를 끊어냈다.

가슴은 아프지만, 대의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크…… 진심으로 가슴이 아프구만.”

진심 그리 생각했는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말이 되는 소리를. 그 웃음부터 지워야 하지 않겠느냐?

“아아…… 나 웃고 있었네?”

-…….

웃고 있는 걸 보면, 사실 아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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