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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77화 (177/206)

제177화

여느 녀석보다 꼰대력이 강한 듯 보이는 이창복이었다.

뒤이어 그가 힘을 쓰자.

그가 그 나이를 먹고, 은퇴한 지가 오래인데도 꼬장꼬장함을 어찌 유지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가진 힘이 대단해서다.

능력이 되니 꼬장꼬장하게 굴어도, 누가 뭐라 할 수 없는 거다.

그건 마치 나와 같았다.

‘내가 막돼먹게 굴어도, 다른 녀석들이 아무 말 못 하는 거랑 같은 원리군.’

-……알고도 그리하는 것이더냐?

‘어.’

-그게 더 나쁜 것은 알고?

‘모르겠냐? 근데 이러고라도 살아야지, 세상 구하는데 이런 짓까지 안 하면 어찌 사나?’

-……말을 말자꾸나.

내가 이러고 다녀도 다른 자들이 어찌 건들겠나.

내가 줄 게 있으니, 막돼먹게 굴어도 다들 참아주는 거라는 걸 나는 아주 잘 알았다.

회귀 전.

영혼술사의 제대로 된 힘을 얻기 전에는 반대로 내가 당하고 살았거든.

이 힘이라고 하는 게, 그래서 매력적이었다.

이 시대에서는 꽤 많은 권력을 가져다주니까.

물론, 세계 자체가 멸망해 버리면 그런 힘조차도 쓸모없어지기는 한다.

너도나도 망하는 거니까.

어쨌거나, 그런 꼰대력만큼 이창복은 빠른 속도로 주변 공사를 해냈는데.

드드드드득-

그가 손을 휘저으니 땅이 저절로 뒤집혔다.

지휘관처럼 다시 또 손을 휘저어주니.

그그긍-

미리 대기하고 있던 철골들이 곧바로 공사 기초가 되어 주었다.

“와우.”

수십 톤의 철골이 순식간에 움직이는 거.

그 괴력은 아무리 나라도 감탄이 일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속된 말로 공사는 기초가 50%다.

기초 공사를 단 몇 분 만에 끝을 내는 그였으니. 공사의 반은 끝이 난 거나 마찬가지인 셈.

그러니 감탄할 수밖에.

“흘. 이제 내 능력을 알겠는가?”

“이 능력, 전투에 쓰면 더 좋겠네요? 수백 톤이 적을 짜부라트리는 광경이라. 크…… 죽이겠는데요?”

이거 전투에 쓰면 딱 좋아 보이는 능력이지 않나.

해서 있는 그대로 말했는데.

이창복이는 인상을 팍 찡그린다.

여기서 그가 왜 대장벽 공사 같은 일에 몰두하는지 알게 되었다.

“망할 녀석. 네가 그런 파괴행위에만 몰두하니 진짜를 모르는 거다. 진짜는 창조라고. 새로운 걸 만드는 거!”

“전투를 벌여서 사람을 구하면, 그게 생명 창조 아니겠습니까?”

“퉷! 그게 무슨 창조라고.”

그는 제 능력을 예술이랍시고 사용하고 있었다.

전투의 파괴행위보다는 창조행위가 제 성미에 맞는다나.

아주 저 혼자 숭고한 일을 하는 듯한, 저 거만함까지.

그런 주제에, 침은 또 왜 뱉는 거야?

“허허이. 그렇다고 왜 더럽게 바닥에 침을 뱉습니까. 그것도 예술 행위입니까?”

“……빌어먹을 놈이. 하여간 너는 모르는 예술이니라.”

“쯧. 거, 예술하고 있다가 세상 멸망하면 그때는 어쩌려구요?”

그런 예술. 얼마나 갈 거라 보는 건가.

[공허]가 내려앉으면 다 끝나는 게 예술인데.

잔뜩 약탈해놓고 자랑하는 약탈 자랑처 루브르 박물관도 끝이고.

그가 말하는 예술이라는 대장벽도 끝이다.

모나리자? 피카소?

그런 것들이 세상을 구하는 데는 하등 도움도 안 되었었지.

그런데 뭔, 예술이란 말인가.

해서 이쪽도 이창복이의 말이 마음에 안 들어 얼굴을 팍 찡그리려는데.

이창복이 뒤이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왔다.

“그땐 세상을 창조하면 되지 않겠나?”

“……창조라. 뭔 말도 안 되는 말을 다 하십니다 그려. 인간이 어찌 세상을 창조한답니까?”

“더는 인간이 아니게 되면 창조가 가능하지 않겠느냐?”

그 말에 먼저 아연실색하는 건 마왕이었다.

-이 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구나. 성좌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게 창조니라.

‘그래?’

-당연한 것이지 않느냐. 더 강대한 힘을 지녔다는 외신들도 창조는 하지 못한다.

‘그럼 그들의 피조물들은 뭔데?’

-잘 생각해 봐라. 그들은 이미 있는 걸 변형시키고 있는 것뿐이니라.

‘변형이라…….’

-그래 변형이다! 제 사도와 신도로 삼고, 그 형태를 변화 시킬 뿐. 영조차 오염시키는 것이지, 새로 만드는 건 아니지 않느냐.

‘흐음…….’

그 거만한 마왕조차도 창조는 말이 안 된다 말하고 있었다.

-영의 창조. 새로운 것들을 빚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라.

그만큼 창조는 어려운, 아니 불가능한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내 상식에서도 그건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 늙은이는.

“왜? 못할 거 같으냐? 흘…… 하기는 예술을 모르는 네가 뭘 알겠느냐. 창조라는 개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가능해지는 게 창조일 진데. 네 둔한 머리로 어찌 이해할꼬.”

창조가 가능하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꼬장꼬장한 눈을 하곤 확신에 차 말하고 있었다.

진정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 안에 담겨있는 미묘한 ‘현기’가 있었다.

그것이 마냥 내가 그의 말을 반발하게 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어서 이 늙은이에게 헛소리 그만하라고 해라.

‘싫은데?’

어째서일까.

이유도, 무엇도 설명은 할 수 없다만. 괜히 묻고 싶어졌다.

당신은 창조를 뭐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럼 창조를 뭐라 생각하는데요?”

감히 대답을 못 할 거라 생각했다.

이런 걸 누가 대답하겠는가.

그런데 그는 기다렸다는 듯 답을 바로 해왔다.

“빚어내 만드는 거. 전보다 더한 가치를 지니게 만들면 그게 창조 아니겠느냐.”

-궤변이지 않으냐? 이건 궤변이다!

그 말을 들은 마왕은 발작하듯 말을 내뱉었지만.

“흐음…… 전보다 더한 가치를 만들어 내면 된다라…….”

왜일까?

나는 왜인지, 그 말을 쉬이 흘려보내기 어려웠다.

그런 내가 재밌었나.

이창복이는 슬슬 웃음 지으며 물어왔다.

“흘? 뭔가 느껴지는 게 있느냐?”

그에 대해 나는 가감 없이 답해줬다.

모르겠노라고.

“뭐…… 모르겠수다. 창조가 어떤지도, 그 뒤에 파괴가 왜 예술이 안 되는지도요.”

“뭐 모르면 됐다.”

“싱겁기는…….”

그에 대해 뭐라 한마디라도 던질 줄 알았는데.

그는 되려 저보다 호의적이게 보였다.

“흘…… 언젠가 깨달을 때가 있을 거다. 깨달을 때가. 내가 이야기해 주리?”

“됐습니다. 안 사요, 안 사. 안 알려줘도 돼요.”

“헹. 퍽이나. 그래도 한번 들어볼 텨?”

뭐, 왜인지 그의 개똥 철학이 신경이 쓰이는지라.

잠깐이나마 시간을 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을 즈음.

만담과도 같은 대화를 방해하는 자가 있었다.

“한휘! 와보셔야 할 거 같아요!”

마리. 그녀가 급한 얼굴을 하고 뛰어오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향해 손짓하며, 옆에 있는 늙은이에게 말했다.

“못 듣겠는데요?”

“후회할 건데.”

그 설명 못 듣겠노라고 말했다.

나중을 기약하였는데.

“뭐…… 나중에라도 들어보죠. 오늘은 일이 있는 거 같아서.”

“헹. 인연이 여기까지일 것 같은데 나중에는 무슨…… 가봐라. 다음엔 일없다. 나는 여기서 한국까지 연결만 하고 어서 떠날 거야.”

그는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해왔다.

러시아와 한국을 이어야 하는데, 고작 도로 공사만으로 끝내겠다고?

도시까지 공사하도록 시킬 생각이다.

“턱도 없는 소리 하네요. 도시까지 만들 게 시킬 겁니다.”

“시끄러! 이렇게 이어가는 것도 미친 공사인데, 뭘 더 하라고! 어서 가기나 해! 썩 꺼져!”

그는 무슨 터무니 없는 말을 하냐는 듯, 나를 타박했다만.

‘진짜인데. 아직 한 회장이 말을 안 해줬나?’

아무래도 그는 한 회장과 나헤나, 그리고 나의 계획을 잘 모르는 듯했다.

러시아에서부터 한국까지 길게 이어나가고.

그를 바탕으로 흐름을 만들어 낼, 거대한 계획을 말이다.

뭐,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하지 않은가.

보아하니.

겉은 멀쩡해 보여도, 공사를 진행할 때마다 노인네의 속은 상당히 안 좋아 보였다.

기운의 소모도가 상당해 보였다.

즉, 공사를 해내는 게 그에게도 결코 쉽지 않다는 소리.

이런 힘든 공사를 해대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이 공사는 이제 시작일 뿐인데요?

라고 말을 해봐야 의욕만 꺾는 일이지 않은가.

덕담(?) 한마디 던지고 꺼져 줄 수밖에.

“뭐, 못 믿으면 말고요. 그 창조행위라는 거, 아주 죽도록 즐길 수 있게 해드릴 테니 기대나 하십쇼.”

“헹. 닥치고, 가라. 가서 뺑이나 쳐!”

“……거참. 노인네 성격하고는.”

문제는 내 덕담도 덕담으로 못 듣는 거 같기는 한데.

어쩌겠는가.

몇 번 보지 않은데다가, 꼰대력은 넘치는데도 어쩐지 나랑 맞는 노인네기는 한데.

아무래도 그와 어울릴 시간은 정말로 많지 않은 듯했다.

“한휘, 여기 있었네요. 어서 가봐야 할 거 같아요.”

“그래. 어디로 가면 돼?”

“우선 나헤나가 있는 곳으로요. 거기서 이야기하기로 했어요.”

마리가 상당히 급해 보이는 것이, 다시 또 바빠질 거 같았으니까.

그가 말한 ‘창조’라는 거.

과연 그게 뭔지를 남겨둔 채로.

“그럼 노인네나 뻉이 치쇼!”

“……썩을 놈!”

“한휘, 어서 가야 해요!”

나는 마리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 * *

마리의 뒤를 따라서 간 회의장.

평소 나헤나의 집무실로 쓰기도 하는 그곳은 꽤 거대했고 또한 화려했다.

그녀가 지닌 성격을 드러내는 대표적 장소가 이곳이었다.

평소 이곳에 들어선 자들은, 그 화려함을 보고 감탄을 하거나 크기에 주눅이 들기 마련인데.

이번만은 그게 아니었다.

주눅이 들지도, 감탄을 하고 있지도 않았다.

“오셨어요?”

“다들 모여서 뭘 보고 있는 거야?”

화면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화면이 여러 개였다.

수십여 개는 되었으니까.

근데 그 장면들을 보는, 그들의 모습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었다.

“몬스터들…… 아니, 악마에 마족까지 나오는 데가 있군?”

“제대로 보셨네요.”

그 장면들.

악마, 마족, 몬스터가 날뛰는 장면들이었다.

명백히 인류의 적인 것들.

-더러운 악마는 몰라도 마족은…….

‘시끄러, 악마박이 녀석아. 지금 화면에 보이는 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크흠…….

인류의 적인 그것들은 도망치는 인간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각성자건 일반인이건 가릴 것이 없이 그 뒤를 추격하는 그것들은.

-크에에엑!

-컥…….

인류가 가까워지면, 여지없이 손을 휘저었다.

죽이거나.

혹은 죽기 직전의 상태로 만들거나.

-키키키킥.

-재밌네?

그 꼴을 만들고서, 입이 찢어질 듯 웃어대고 있었다.

한 20~30년 전에 이런 장면들이 보여지고 있었다면, 누군가 말했을 거다.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를 보았노라고.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저것들은 잘 만든 영화는 절대 아니었으니까.

잘 만들어진 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니까.

하기는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저 사건들…… 대체 어디서 벌어지고 있는 거야?”

저 일들이 어디서 벌어지느냐는 거.

그리고 왜 벌어지고 있느냐였다.

상황을 알아야, 이다음 행보를 결정할 수 있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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