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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73화 (173/206)

제173화

역시. 새로운 동료를 끌어들이는 거다.

힘을 합하는 거.

이것만큼이나 힘을 강화하기에 좋은 수단은 없다.

나 하나만이 아닌, 모두의 힘을 사용하는 거니까.

이제 와 나는 그에 대한 답을 원했다.

이 순간 나헤나에게 있어 한없이 까다로운 자겠지.

거기다, 당장 목숨을 위협받았던 와중에 물어보는 거였으니 꽤 과격해 보일지도.

그러다 답을 들어야겠다.

“……좋아요. 은혜까지 입었는데 어쩌겠어요. 전력을 다할게요.”

“좋아. 바로 그거지!”

결국 답을 받아 내는 데 성공했다.

나헤나가 할 수 있는 완벽한 항복 선언을 들었다.

전력을 다한다고 제 입으로 말했으니 그녀는 분명 약속을 지킬 것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안 그래도 큰 그림을 그리려면 사람이 필요했는데 말이야.’

-……새로운 노예라도 구한 태도로구나.

‘어허. 노예라니. 새로운 인재 등용이라고.’

-……여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만. 우선 그 말 믿어 보겠느니라.

‘됐어. 처음부터 믿어달라고 할 생각도 없었으니까 말이야.’

……이상한 말들이 있다만. 어쨌건, 새로운 인력을 구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것도 여왕이라 불릴 만큼 능력 있는 동료를!

한시라도 바삐 움직여야 할 지금이지 않은가.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다음 시행해야 할 일을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 같이 일 좀 하자.”

“이미 러시아를 수습하고 있잖아요?”

“수습만 하고 말 거야? 재난 수습하면 상황이 다 끝나는 거였나?”

“……뭔데요, 그럼.”

왜인지 질린 표정을 하는 게, 영 의욕이 없어 보이긴 하다만.

어쩌겠는가.

그녀의 표정에 상관없이 급한 일부터 처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그녀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 걸 말했는데.

“우선은 우리 통일부터 해볼까.”

“네?”

왜 놀라는 걸까.

* * *

우선 통일부터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이해하기 힘든 일이긴 하지.’

내가 말한 계획에 다가가기까지는 힘든 일이었다.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우선, 러시아 남부의 수복과 통합이다.

수복 자체는 자동 적으로 되어 가고 있었다.

“올슨 복귀했습니다.”

“지슨이랑 이름이 너무 비슷한 거 아냐?”

“같은 마을, 거기다 옆집에서 나고 자랐으니까요. 부모님들끼리 살아생전에는 친하셨었습니다.”

살아생전이란 말은, 지금은 아니란 건가.

어쩐지, 옆에 붙어 있는 영혼이 둘 있던데. 애틋한 표정으로 봐선 부모님일지도.

“그런가. 괜한 말을 꺼낸 거 같네.”

“아닙니다. 이제는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굳이 부모님을 불러 줄 필요는 없겠군.”

“네?”

“옆에 있으신데?”

여기서 반응은 보통 두 가지다.

영혼이 붙어 있다는 것에 공포를 느끼거나.

아직까지 자신 옆에 함께한다는 것에 애틋함을 느낀다.

“오오……!”

올슨은 후자였다.

감동적인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뭐가 보이지도 않을 텐데. 저리 보고 있어서야.

러시아는 소위 상남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넘친다던데. 녀석은 그런 쪽은 아닌 거 같았다.

‘겉으로 봐선, 워낙에 우락부락해서 그쪽 계열(?)로 보이긴 한다만.’

어쨌건, 이번은 애틋한 쪽이란 건데.

보통 이런 쪽에선 영혼이 있는 걸 알게 되면 내게 요구하는 게 있다.

“호, 혹시 볼 수 있습니까? 한 번만 보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못 할 건 없지.”

바로 보여 달라는 거.

나는 이를 거절 할 생각이 없었다.

지슨의 동료이지 않은가.

지슨을 포함한 그의 동료들은 재앙의 바람이 불어 망가져 가는 러시아를 수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쉬지 않고 곳곳에서 전투를 벌여 영토를 수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생존자들을 구하여, 다시 도시를 복구하는 데도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서 간단한 영매 역할을 해주는 것쯤이야.

몇 번이고도 해줄 수 있었다.

‘본래라면 잘 안 해주겠다만, 이 정도 서비스는 해줄 수 있지.’

거기다.

죽은 지 한참 됐을 텐데도, 제 아들들을 보겠다고 옆을 따라다니는 걸 생각해 보면.

그 사랑의 깊이 때문이라도 해줄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스아아-!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당신은 오래도록 떠도는 영혼을 구체화하고 있다.]

[당신은 약간의 영력을 소모하였다.]

이제 나로선, 약간의 영력을 소모.

그들의 영혼을 크게 키우는 것만으로도, 헌터인 올슨은 그 영혼을 볼 수 있게 되니까.

[당신은 약간의 영력을 추가 소모하였다.]

여기에 조금만 더 힘을 보태어주면?

-올슨……?

“어머니! 아버지!”

보는 것은 물론이고, 안되는 대화도 할 수 있게 된다.

죽은 부모를 다시 만나서 보이는 저 감동이란.

‘크…… 나쁘진 않구만.’

-잘도 이런 일을 해주는구나? 회귀 후 처음 하는 일 같은데.

‘전생에도 몇 번은 해줬어. 해줄 만한 녀석들이 몇 없어서 안 해줬던 거지. 생각보다 인간의 영혼은 금방 사라지거든.’

-그렇구나. 흐음…… 뭐, 나쁘지는 않은 장면이니라.

‘그렇지?’

올슨과 그의 죽은 부모는 꽤 오랜 시간 해후를 나눴다.

올슨과 함께 온 부하들의 보고를 받고, 그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려주는 사이까지도 그들의 만남이 이어졌을 정도다.

그게 몇 시간은 되었으니, 꽤 긴 시간이었지.

보통의 영매나 영혼술사라면 감당도 되지 않을 영력을 소모시키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샤아아아-!

-잘 있거라.

-우리가 없어도 항시 잘 살고!

죽은 자들. 죽어서도 제 아들을 따라다니는 자들이 한을 풀고 어딘가로 향해 흩어지는 그 장면은.

‘황홀하네.’

야단법석을 떨어대는, 이 망할 세상 가운데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진귀한 광경이었으니까.

[당신은 한을 풀어낸 영혼이 떠나가는 것을 보았다.]

[당신은 한을 풀어낸 영혼들이 남긴 영력의 일부를 흡수했다.]

저러한 장면을 위해 조금의 영력 소모를 하는 거.

나쁘지 않다고 여길 수밖에.

-맑구나.

‘이런 식으로 들어 온 영력들은 항상 맑았지. 몇 안 되는 진귀한 것이기도 하고.’

-그래. 보통은 보기 힘든 상황이니, 당연하다.

그 느낌을 음미하고 있으려니.

어느새 올슨은 내게 다가와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 큰 우락부락한 사내가 두 눈이 시뻘게져 있었다.

게다가 이리저리 울어대며 내게 들러붙어 오기까지 한다.

‘……이게 이런 일을 했을 때 발생하는 유일한 부작용이지.’

나로선 이런 식으로 들러붙는 게, 영 적응이 되지 않는 문제였다.

진정한 동료들이라면 모를까.

올슨은 그런 쪽의 사람도 아니니까.

어쨌거나.

때아닌 이벤트처럼. 이런 식으로 한 번 도와주게 되면 얻는 이득은 상당하다.

“지슨과의 일만 아니었더라면, 충성을 바칠 것인데. 드릴 게 없어 죄송합니다.”

“됐어. 뭘 받자고 한 건 아냐.”

사실 받을 게 있긴 하다.

근데 이건 물건처럼 주고받을 게 아니었다.

“그럼 따로 원하시는 거라도…….”

“다른 건 됐고. 이 러시아를 복구하는 데에 힘을 쓰라고. 그거면 돼.”

“오오……! 러시아인도 아니신 분이 어찌 그런 말씀을…… 성심성의껏 해내겠습니다!”

“그래. 그거면 된다고.”

내가 받을 건 상대의 의지였으니까.

보라.

올슨의 저 빛나는 눈빛을.

나로서도 부담스러울 정도의 눈빛이긴 하다만. 그 안에 담긴 건 분명 진심이었다.

이제 그는 말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움직일 터였다.

러시아를 수복하는 데 애쓸 거고.

이후, 나헤나를 돕는 데도 꽤 많은 최선을 기울일 거다.

그녀와 내가 힘을 합하고 있는 건,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좋은 노예…… 아니 일꾼을 얻었네.’

한 번의 선의로, 한 사람을 얻을 수 있다라. 이만큼 남는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재건 중, 꽤 보람찬 하루였다.

* * *

이후, 때아닌 소동들이 났다.

이 시대. 급작스러운 죽음을 겪은 자는 넘친다. 흘러넘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

재앙의 바람이 불어온 탓에 꽤 많은 자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렇게 소중한 자를 잃은 이들이 슬픔에 빠져 있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런 자들이 찾아왔다.

“저, 저는 옆에 안 계십니까?”

“저도……!”

“그 사람이 있죠? 있겠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찾아들 왔다.

자신의 곁에 있지 않느냐고. 같이 남아 있는 게 아니냐는 물음을 해왔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슬픔을 꾹 참고 재건을 위해 움직이고는 있다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 한편에 있는 슬픔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가만히 있다가도, 숨만 쉬고 있다가도 급작스레 찾아오는 게 슬픔이란 녀석이다.

가까이 있는 자들이 사라지는 상실감의 크기를 생각하면.

저들은 버티고 또 버티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불을 지펴 버린 셈이고.

‘예상한 일이었지.’

-예상?

‘그래, 전에도 몇 번은 이런 일이 있다고 했잖냐. 그때도 이런 식으로 영매 역할 한번 해주면 꽤 많은 자들이 찾아오곤 했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되려 내 예상과 같은 일일 뿐이다.

해서 찾아온 자들의 옆을 살폈지만.

“아쉽지만 없어.”

“하, 한 번만……! 한 번만 다시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럴 리가요. 없을 리가 없습니다! 그녀가 저를 떠날 리가…….”

“아아…….”

그들이 바라는 자들. 죽어서도 남아 있는 영들은 보이지 않았다.

없었다.

“찾아 주실 수는…… 없습니까?”

“무리야.”

이미 없어진 자를 다시 찾아내는 재주. 아무리 나라도 있을 리 없었다.

그러기에 다시 절망하는 자들이 생겨났다.

“대체 왜! 왜 벌써 떠난답니까!”

“아아…… 저를 버린 겁니까?”

떠난 자를 원망하는 자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올슨의 경우가 특이한 경우야. 영력이 강한 경우나 드물게 오래 버티거든. 대다수는…… 죽은 지 얼마 안 되어서 떠나게 돼 있어. 그게 순리야.”

“…….”

올슨처럼 죽은 자를 보여주는 경우는 회귀 전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게 경험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육체를 잃은 영혼이 세계에 오래 머무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차라리 음적인 기운으로 남는 건 쉬웠다.

원한이나 원망.

그런 기운들은 영혼에 짙게 배는 편이니까.

영혼 전체는 아니더라도 원한만 남아 배회하는 영혼은 꽤 된다.

그런 영혼의 부분들이 사령술에나 쓰이는 것이다.

반대로 올슨의 부모처럼.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라든가, 사랑하는 이를 더 보겠다는 마음으로 남는 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기에 나로서도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영매 노릇을 많이는 해줄 수 없는 거다.

해서 돌려보내려 하는데.

“누구나 자신만은 특이한 경우이길 바라겠지만. 그게 쉽나. 어서들 돌아가. 지금 옆에 없단 의미는 다들 잘 추스르고 어딘가로 떠났단 의미니까.”

“어디로 말입니까?”

나로서도 알 수 없는 물음을 해온다.

죽은 자들은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하는 물음.

영혼을 다룬다고 하는 나지만.

여기엔 쉽게 답을 해줄 수 없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군.”

나로선 ‘아직’ 답을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그렇게 생각지 못한 헤프닝 하나가 벌어진 채로, 시간은 금세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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