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화
“역시 잘라버려야 했어.”
“끄윽…….”
투욱. 툭.
국장의 양손도 떨어져 내렸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처분이었다.
눈치도 채기 전에 양손이 떨어져 내려버렸으니까.
“캭…….”
그게 신호였는가.
후두두둑-
스티큰이 만들어 내었던 칼날들.
나헤나를 휘감고 있던 모든 칼날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스스스-
이후 제 할 일을 다했다는 듯, 허상처럼 사라져가는 칼날들.
그 사이에 있었던 나헤나는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런 나헤나를 향해, 지한휘는 괜찮냐는 물음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런 물음이 그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는 거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생각해? 이렇게 자르는 게 맞는 거 같은데.”
“맞아요. 썩은 건 도려내야겠지요.”
“역시.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다니까. 그렇다는데?”
“아, 안돼…….”
“안 되기는. 칼을 들이밀었으면, 자기도 칼에 당할 줄 알았어야지.”
써걱.
국장의 양팔도 잘려 나갔다.
국장은 이미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막을 순 없었다.
역시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니.
보이더라도 막을 수 없었을 거다.
[당신의 영혼이 떨어져 나갔다.]
[떨어져 나간 영혼이 당신의 육체에 현실화된다.]
지한휘가 하는 공격은 영혼을 향한 일격.
육체를 공격하기 이전에 영혼을 타격하는 방식이다.
영혼이 사라지면, 그에 이어지는 육체가 사라지는 방식이었다.
강대한 영혼을 지닌 악마나, 마족.
그들에게는 먹혀들지 않는 방식이었으나, 인간에게는 유효한 방식이었다.
이는 단순히 영혼에 타격만 입히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본질이 사라져가는 게 어때?”
“……으아……! 으아아아!”
스스스스-
영혼이 끊어지고 남은 일부.
본래라면 다시 연결되었어야 할 혼을 일부가 점차 스러져가게 돼 있었다.
[당신의 영혼이 지한휘에게로 흡수되고 있다.]
공격하고 흐트러진 영혼 일부조차도, 지한휘에게로 흡수가 되기 때문.
“어찌……!”
육체의 상처도 상처가 치유되듯이, 본래라면 돌아와야 할 영혼.
그 영혼이 낱낱이 해체되어가고 있음에 국장은 절망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렇게까지!”
“안 될 건 뭔데? 전투의 전리품은 승자가 가져가는 게 당연하잖아? 너도 나헤나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던 거처럼 말이야.”
“나, 나는…… 네 전리품 따위가 아니다. 나는 사욕이 아니라, 이 조국 러시아를 위해서…….”
“거기까지. 헛소리는 그만해. 귀가 더러워지는 거 같으니까.”
그 거대한 절망을 지한휘는 받아 줄 생각이 없었다.
패자의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것은 승자의 권리이고.
나헤나가 설사 자신의 완벽한 동료는 못 되어 준다고 하더라도, 국장보다는 나은 패였다.
그런 패가 쓰레기 같은 국장의 패에 의해서 날아간다라.
‘못 참지, 이건.’
항시 최악을 막기 위해서 분투하던 그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거기다.
“너는 본보기야. 내가 하려는 걸 막았을 때는 어찌 되는지 보여주는 본보기. 다들 보이지 않나? 내가 하는 게?”
그는 이를 숨길 생각도 없었다.
[지한휘가 주변에 있는 영혼의 조각들을 흡수하고 있다.]
[주의!]
[당신의 영혼이 강대한 흡입력에 의해서 찢어지려 하고 있었다.]
상대의 영혼조차 흡수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으으…….”
“큿…….”
되려 그는 더 보란 듯이, 영혼에 대한 흡입력을 올렸고.
나헤나와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들을 제외하고.
그녀의 목숨을 노렸던 자들 모두는 영혼이 흔들리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공포도 함께!
그 거친 행위에 감히 반항하려는 자는 없었다.
제 한 몸, 아니 영혼을 지키려는 거 자체가 힘들었으니까.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과 함께 정신은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가는 판국에 어찌 반항을 하겠는가.
그저 고개를 숙이고 지한휘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는 달리 수가 없었다.
그러한 공포가 내려앉은 가운데.
결국.
“……끄륵.”
애처로운 단말마와 함께 국장이 숨을 거뒀다.
이것으로 끝이라 생각한 듯, 국장의 표정은 한결 편해 보였다.
그러나.
“멈춰버렸네요? 이렇게 쉽게 보내줘도 괜찮겠어요?”
“이제 시작인데?”
지한휘는 손을 들어, 국장의 육체에 아직 머무르고 있던 영혼을 끌어 올렸다.
-아, 안돼!
“내가 모두 가져갈 거라고 했잖아.”
그리곤, 스티큰이 그러했듯이 손을 꽉 쥐었다.
그게 신호가 되었다.
-끄아아아악!
쑤우욱-!
국장의 영혼이 지한휘에게로 흡수되는 신호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게 흡수된 국장.
지한휘가 지닌 수없이 많은 영혼 중 일부가 되었으며.
또한.
[당신은 강대하나 타락해버린 영혼을 흡수하였다.]
[영혼의 조각 속에서 당신은 기술 : 전체 상향 일부를 얻어내었다.]
그가 끝까지 비밀스레 지키고 있던 기술 : 전체 상향.
자신이 속한 자들을 한 단계 더 이끌어 줄 수 있을 기술을 흡수당했다.
-이건…… 아무나 지니기 힘든 기술일진데.
‘나도 처음인 거야, 이건.’
-본디 지도자급이나 얻는 것이니까. 여도 없는 것이거늘…… 대체 이런 자가 어떻게 타고난 건지 모르겠구나.
‘지독한 우연이겠지, 뭐. 어쨌건 내게 들어왔고 말이야.’
그 기술의 효용성은 척 봐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국장이야, 정보국장 노릇을 하며 수련을 게을리했기에 고작해야 작은 버프 수준이었지만.
지한휘는 아니지 않는가.
강대한 영혼들을 흡수하고, 계속해 강해지고 있는 그다.
그가 가진 힘의 총량은 도시를 뒤덮고 살피는 게 가능할 지경!
그런 능력을 지닌 그가 자신에게 속한 자들에게 힘을 나눠 준다라.
그 위력이 어찌 될지 상상이 가지 않는가.
지한휘 또한 그걸 알기에, 깊게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생각지 못한 보상이었으니까.
“좋네. 좋아도 너무 좋단 말이지.”
그리고 그러한 보상은 이게 끝이 아니었으니.
그의 곁에선 여왕 나헤나.
“나머지도 잡아먹으세요. 이참에 물갈이를 한번 해야겠으니 말이죠.”
지금껏 당한 게 서러웠던가.
그녀는 남은 자들에 대한 처우도 지한휘에게로 넘겼다.
한점 망설임도, 아까움도 없어 보이는 표정.
“준다면 받아야지.”
“으아아아!”
배반의 깃발을 올렸던 자들의 처우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 * *
[당신은 기술 : 무한의 칼날 생성을 얻었다.]
[당신은 기술 : 자기 복제를 얻었다.]
[당신은 기술 : 육체 강화를 얻었다.]
[당신이 얻은 기술 : 육체 강화가 기술 : 신의 육체에 흡수된다.]
[당신은 기술…….]
과연, 한 나라의 정예를 자처하던 자들의 능력인가.
모든 걸 흡수하자.
과거 전성기의 힘을 꽤 되찾은 나로서도 만족할 만큼의 전리품들이 따라왔다.
‘던전을 다녀온 게 아닌데도 이 정도일 줄이야.’
만족스럽다 못해 배가 불러왔다.
각기 새롭게 가지게 된 기술들의 등급은 F.
그간의 많은 경험을 지닌 내가 이 기술들을 강화시키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리 없었다.
‘최소 B등급까지는 금세 올릴 수 있겠지.’
못해도 B등급.
하기에 따라서 A등급까지도 올리는 게 쉬이 가능해질 거다.
그거만으로 나는 강해질 거다.
여기다 응용까지 한다면.
‘중요한 건 둘이지.’
전성기를 넘어서서 더 강해지는 거도 가능할 터였다.
당장 자가 복제나 칼날 생성, 이 둘만 해도 보라.
마트료시카의 기술이었던 자가 복제.
칼날 생성은 힘만 있다면 무한히 칼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
‘강자에게는 별거 아닌 기술이긴 하겠다만.’
진짜 강자.
오러 따위를 쓰는 강자를 상대론 위력을 보이기 힘들겠다만.
나보다 약한 자들에게는 칼날 하나하나가 위협적일 터였다.
여기에 자가 복제.
마트료시카로 이미 한번 겪어 보았듯이.
그가 하는 자가 복제는 몸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단점을 제외하곤 거의 만능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실제 그는 제 몸을 수십여 개로 분리.
나와 이사야를 추격하는 데 꽤 강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추격이면 추격.
공격이면 공격에, 제 몸을 희생해서 탱커로서의 능력까지.
결코 나쁘지 않은 힘이었다.
‘영력은 또 어떻게 발휘될지 모르니, 연구를 하긴 해야겠다만.’
제한은 있긴 할 거다.
내 몸을 복사한다고 해서 내 힘의 총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실제 마트료시카의 경우도 육체의 능력을 복사해서 사용했지, 어떤 다른 능력을 보이진 못했다.
말 그대로 육체만 복사하는 것이다.
전생이라면 꽤 쓸모없는 걸 얻었다고 생각했겠다만.
이제는 아니었다.
‘신의 육체가 있으니까.’
어지간한 딜러나 탱커도 내 육체 능력을 감히 따라오지 못한다.
신의 육체가 가진 효능 덕이다.
그런 내 육체를 복사한다라?
‘사기지…….’
강력한 육체를 지닌 일인 군단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거다.
영력을 나눠 쓰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강대한 육체는 그 자체만으로 무기가 되니까.
거기다 여기에 무한의 칼날로 복사한 칼들을 쥐여 주면?
망가져도 무한히 재생되는 칼날을 들고, 그걸 휘두르는 일인 군단이 만들어지는 거다.
‘……크. 짜릿하네?’
몸이 부르르 떨려온다.
상상만 해도 짜릿한 능력이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능력 활용조차, 잠시 생각해서 나온 간단한 것들이지 않은가.
사용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내 몸을 복사한 복사체를 그림자 짐승 위에 태워서 기병화 시킬 수도 있었다.
일부는 영력으로 날개를 달아줘서 공군처럼 써먹기도 할 수 있겠지.
또 때로, 영력을 과다하게 담은 뒤에 적진 한복판에 가서 폭발을 시켜버리면?
폭발하는 몸 옆으로 무한의 칼날을 생성. 칼날들이 폭풍처럼 같이 휘몰아치기까지 한다고 생각해 보라.
‘말 그대로 대량 학살이다.’
새로운 육신 자체가 무기가 된다.
그런 육신을 복사하고, 또 복사할 수 있다.
페널티로 다량의 고통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만.
고통 따위.
이제 내게 있어선 그 어떤 것보다 가까운 친구 같은 것 아닌가.
고통을 즐기는 경지에 들어선 나로서는, 그딴 건 페널티도 아니었다.
이 외에 얻은 여러 능력을 다 더하면?
앞으로의 나는 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겠지.
그래.
이제 전성기 힘을 되찾아가는 수준이 아니라.
‘이젠 전성기보다 더 강해져 가는 수준이지. 점차 나아지고 있고.’
나는 전보다 더 강해지고 있었다.
강대한 육신과 영력.
이 둘을 통해서 성장을 도모하는 지금.
이대로 시간이 더 내게 주어지기만 한다면.
그때의 나는 [공허]를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문제는 그 시간이 생각보다 크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만.
그조차도 이겨낼 방법이 하나 있었으니.
“그래서 답은 이제 슬슬 내려줘야 하지 않겠어?”
“……일을 끝내자마자 답부터 찾는 거예요? 안부를 묻는 게 아니고요?”
“떨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당연한 소리를.”
“후…….”
그 방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