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화
정리였다.
내가 나헤나를 몰아붙여 팀 내부를 정리시키듯.
외부에 있는 다른 것들의 정리를 시행해야만 했다.
‘아무리 거미들을 보냈다 하더라도…… 그것들이 세심하게 사람들을 구출할 리가 없으니까.’
-해서 사람을 보내겠다는 것이냐?
‘당연한 일이지.’
나헤나가 바실락 거미들에게 수습을 명했다만.
그게 모든 일을 해결하길 바라는 건, 꿈같은 일이다.
때문에 이쪽이 움직여줘야 했다.
‘거기다…… 잘 보면 꼭 혼란을 몬스터만이 일으킨 게 아닌 거 같거든.’
-……음, 여도 그리 느껴지는구나.
그밖에 느껴지는 것들도 있었으니까.
우선 행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팀원들을 다시 나눠야 할 거 같아. 최대한 사람들을 구출해야 하니까.”
“또 꽤 고된 일이 되겠네요.”
“대신 전처럼 오래 걸릴 일도 아니긴 해.”
“살리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해야죠.”
“좋은 마인드야. 그럼 바로 팀부터 나눌게.”
팀부터 나눴다.
사람을 구출하는 일이라지만 위험은 언제나 상주한다.
특히나 이런 식으로 아포칼립스화 되어 가고 있는 러시아에서는 같은 사람조차도 무섭다.
무력을 잘 분배해야 한다는 의미.
“예쓰! 이번은 나도 사람들 데리고 다니는구나?”
“……널 제어할 사람들을 주는 거다.”
“그거나, 그거나!”
이사야에게는 무력 수단을 대신하여, 치유계를 배치했다.
무력은 그녀 하나가 감당해 주면 될 일이었으니까.
현재 그녀의 무력을 상당히 강력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제약은 있었다.
“생존자들이 언데드를 보고 심장마비 걸리지 않게, 유령들 위주로 데리고 다녀.”
“그건 기본이지!”
“그래, 가 보라고.”
그건 언데드의 종류를 제한한 것.
구출을 위해서 언데드를 끌고 다니다가, 그 언데드와 전투라도 벌어지면 어떻게 하나.
아니, 차라리 전투만 벌어지면 다행인데.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언데드를 보고 놀라 뒤집어지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때문에 그녀에겐 유령만 데리고 다니도록 제약했는데.
“히히, 이번에 얻은 표본들을 아주 잘 써먹을 거라고.”
그럼에도 그녀는 신나 보였다.
[당신의 동료가 대형 사령술을 사용한다.]
[당신은 영력을 통해 동료의 사령술을 읽어 들였다.]
[당신의 동료 : 이사야가 영혼의 무더기를 창조해 냈다.]
과연.
그 결과물을 보니 왜 신났는지를 알 수 있었다.
‘……미친 녀석.’
변종 슬라임을 보고 영감을 받은 것인가.
그녀는 거대한 영혼 더미를 소환했다.
영혼 더미 소환.
기본적인 사령술 중의 하나였다. 그러기에 이 자체는 대단한 게 없었다.
문제는 그걸 소환하고 보인 그녀의 행위.
그 거대한 영혼 더미가.
슈우욱- 슈욱-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그를 통해서 점차, 그 크기를 키웠다.
단순 크기만 키워지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본질은 사령술사.
사령술사가 소환한 것은 쉽게 영혼이라고는 부르지만, 실제는 원한의 집념 덩어리다.
악의, 부정, 음의 기운, 원한…….
그러한 것들이 크기를 키우는 데 그게 정상일 리가 있나!
그런 비정상적인 괴물을.
그녀는 잘도 키워내고 있었다.
“으흐흐흐흐. 큰다 커! 내 것도 커진다고!”
“……아이고야.”
자신이 벌인 일을 가지고, 축제라도 열린 듯 좋아하기까지 한다.
순간 골이 아파 온다만.
-그래도 용케 전부 컨트롤 하고 있구나. 대단한 악의가 서린 것들일 텐데.
‘……저러다 일 나면 그걸 또 누가 수습을 하겠어. 후…… 그래도 저 녀석은 사령술에 있어서는 천부적이니, 괜찮으려나.’
-후후, 믿어보아라. 사령술의 마족과 악마보다도 더 뛰어난 녀석이다.
‘……믿는 거 외에 달리 수가 있겠냐.’
당장 녀석에게 일을 맡긴 것은 나다.
어쩌겠는가.
“……사고치지 마!”
저 멀리 무리를 이끌고 떠나가는 이사야에게, 사고 치지 말라고 말해주는 수밖에.
그 밖에 다른 수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 뒤는 차라리 편했다.
“마리는 우선 보조 인원들을 데리고 가 줘.”
“예, 전에도 해보았던 방식이네요.”
“맡길게.”
“기꺼이.”
마리에게는 비전투 인원들을 대다수 배치해 줬다.
무력과 치유계로서의 능력 모두 출중한 마리.
그녀기에 가능한 배치였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구할 거예요.”
“마리라면 할 수 있겠지. 다녀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보자고.”
“예!”
그녀도 곧바로 사람들을 움직여 떠나갔다.
사람을 구하는 데 언제나 진심인 그녀다.
그녀는 자신이 지닌 이능력을 아낄 생각도 없었다.
[당신의 동료 : 마리가 기도 : 회복의 근원을 통하여 회복력을 강화시켰다.]
[당신의 동료 : 마리가 기도 : 민첩함의 군세를 통하여…….]
[당신의 동료 : 마리가 기도…….]
그녀는 순식간에 버프를 선물 단지처럼,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걸어줬다.
그것은 단순히 신체 능력만 강화시켜 주는 버프가 아니었다.
[당신은 기술 : 신의 육체로 강화된 육체가 한껏 고양됨을 느낀다.]
[당신은 기술 : 신의 육체가 지닌 한계치가 더 커짐을 느낀다.]
신의 육체.
육체만큼은, 전생보다도 더 큰 가능성을 지닐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기술.
거의 권능과도 같아 보이는 이 기술의 한계치를 열어줬을 정도니까.
‘더 강해질 수 있었던 건가.’
그건 꽤 대단한 일이었다.
전생의 육체도 극한으로 단련된 몸이었고.
지금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졌다고 자부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나의 한계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그를 통해 한계치 자체를 넓혀줄 수 있다는 거.
‘사기네.’
그만큼 그녀가 지닌 기도들이 더 성장했다는 의미였다.
즉, 마리가 강해졌단 거다.
의문은 생긴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강해진 걸까.’
전생에 강력한 성녀였다지만.
현재는 나로부터 빚어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그녀다.
그녀를 겨우겨우 인간 사회에 다시 편입시키자고 미래의 힘도 빌리고 다니지 않았나.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의 능력은 딱 내가 기대하는 정도였다.
내 기대 이상으로 달라진 것은.
‘역시 그때부터지.’
-루브르 말이더냐?
‘어. 그때 전후로 마리의 능력이 확실히 달라졌어.’
그때 그 사건.
마리가 지금도 손에 쥐고 있는 생명의 지팡이.
그걸 얻고 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는, 같이 들어가서 우연찮게 죽음의 지팡이를 얻어왔던 이사야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이것을 얻고 나서부터 내 예상보다도 더 빠르게 예전의 무력을 찾고 있었다.
이는 분명 내게 득이 되는 일이긴 하다만.
동시에 의문을 남기는 일이기도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데 말이야.’
세상에 공짜는 없다.
뭐든 대가는 있는 법이었고, 그 대가로 그녀들도 무언가를 지불했을 터였다.
그러므로 나는 그 대가가 무엇일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직접 알려 줄 생각들은 없는 거 같으니…… 나중에라도 내가 풀어내야겠지.’
분명 대가가 있을 거였다.
알아내긴 해야 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어쩐지 후회할 거 같으니까 말이지.’
나로서도 슬플 대가를 치를 느낌이니까.
뭐, 당장은 나도 방법이 없었다.
대체 무슨 이유에선지 감조차 잡히지 않으니까.
그저.
“잘 다녀와. 몸 보존하고!”
멀리 떠나가는 둘에게 인사를 할 수밖에는…….
떠나가는 둘을 바라보면서, 나는 나머지 일을 행하였다.
“자, 그리고 다음은…….”
남은 자들을 통해 팀을 나눴고.
두 개의 팀이 더 나왔다.
하나는 이진성, 다른 하나는 김민아가 맡아주었다.
이것으로 편재는 완료.
“다 구출해 오라고.”
많은 사람을 구할 시간이다.
참고로.
그러한 구출대에는, 나헤나는 끼어 있지 않았다.
“저는 뭘 하라구요?”
“날 따라와 줘야지. 우린, 우리답게 할 일들이 있다고.”
“……알겠어요.”
그녀는 나와 함께 할 일들이 있었으니까.
* * *
구출팀에서 그 활약이 가장 먼저 도드라진 건 의외로 이진성의 팀이었다.
“여기야.”
“어떻게 찾았어? 빠르네?”
“길드장님에게 배운 거야.”
이진아.
암살자로서 능력을 지닌 그녀가 생각지 못한 활약을 한 덕분이었다.
광대인 이진성에 비하여 평소 말이 없는 이진아.
이는 암살자의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제약 때문이었지.
본인이 원해서 침묵을 선택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그 제약이 풀린 지 오래였다.
[성좌 : 암살자의 신이 당신에게 힘을 전달하여 주고 있다.]
언제부턴가 성좌가 직접 힘을 전달하여 주기 시작하면서.
침묵과 같은 단순한 제약들이 풀렸다.
제약이 사라진 대신 대가를 치를 필요도 없었다.
보통은 제약을 지키지 못한 경우 그 힘을 잃게 되지만.
그녀의 힘은 되려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누구든지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럼으로써 그녀의 암살 능력을 계속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당장 누구라도 죽일 수 있을 듯했다.
자신의 형제인 이진성.
동료라 할 수 있는 길드원들.
특별한 힘을 지닌 마리나 이사야.
그리고…….
어쩌면 자신을 이끌어 준 지한휘조차도…….
‘……가능성은 충분해.’
그녀의 암살 능력이라면 그에게 치명적인 한 수를 선사해줄 수도 있을 듯했다.
물론, 그리할 생각은 없었다.
지한휘.
그가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어 준 것을 알고 있으니까.
단지 유망주 수준에서 그칠 만한 자신을 누가 키웠는지를 알았기에.
그녀는 설사 능력이 더 올라선다고 하더라도 그를 공격할 생각 따위는 갖지 않았다.
그게 그녀의 본심.
그러나.
그런 그녀의 본심과 다르게.
[성좌 : 암살자의 신은 당신에게 계속해 힘을 부여하고 있다.]
계속해서 그녀에게 힘을 부여하고 있는 성좌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어.’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 힘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뭐해? 요즘 들어 왜 그렇게 멍하니 있는 거야. 어서 움직여야지. 여기 구출 다 했어.”
“어? 아…….”
“어서 또 찾아줘, 더 구출하게. 이번엔 우리가 최대한 많이 구출해보자고.”
“……알겠어.”
그녀가 지닌 이 힘.
그 힘이 많은 자들에게 선하게 쓰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또한 자신과 함께 하는 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알기에.
계속해서 전해지는 힘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포기 못 해.’
결단코, 계속해서 이어지는 힘의 이입을 막을 수 없었다.
그것이, 어쩐지 예감이 좋지 못함에도 계속해 그녀가 힘을 받아들이는 이유였다.
‘어쩌면…… 중독돼 버렸는지도.’
그녀는 폭- 한숨을 내쉬고서는.
“다녀올게.”
다시금 구출 작전을 위해서, 발을 디뎠다.
그리고 그러한 구출은 지한휘가 보낸 팀이 도착한 곳곳에서 계속 이뤄지고 있었다.
* * *
그렇게 구출 작업이 빠르게 이어지는 와중에도.
모든 움직임이, 꼭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이어지지만은 않았다.
이 시간은 구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구제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막장이 되어가는 시간 속에서.
피해자들이 항상 선할 수만은 없는 것이니까.
되려 막장이 되어갈수록 악의는 크게 꿈틀대게 되어 있었다.
지금의 상황이 딱 그러했다.
“막장이로구만.”
앞의 꼬락서니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