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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66화 (166/206)

제166화

“이어 붙이려면 재료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팔짱을 끼고 말하는 나헤나.

어딘가 도도해 보이는 겉모습이 꽤 유혹적이었다만.

여기서 그러한 유혹에 넘어갈 만한 사람은 없었다.

곰곰이 생각할 뿐이었다.

“붙이는 데 재료요?”

“재료…… 음…… 재료. 이해가 가는 거 같은데!?”

그리고 내려진 결론.

“설마, 한휘! 저 사람에게 영혼을 사용한 거예요?”

“와…… 그건 좀 멀리 간 거 같은데.”

그 결론에 둘 모두 놀란다.

이에 한휘는 담백하게 대답했다.

“어.”

그 담백함과 대조되는 둘의 반응.

“아아…….”

“……씁, 역시 멀리 가 버렸잖아. 미친, 한휘 같으니라고.”

알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도 큰 고통이다.

손에 작은 생채기를 내라고 해도 내지 못하는 자가 수두룩하다.

온몸이 체한 가운데 바늘로 제 엄지손가락을 찔러보라고 해 봐라.

그조차도 못하는 자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지한휘가 자른 건, 영혼이다.

끌어다 쓰는 것 자체가 고통인 게 영혼.

다루는 것 자체가 어렵기에, 최하급의 이능력으로 칭해지기도 하지 않은가.

고통을 즐기는 자, 고통 가운데 또렷한 이성을 유지하는 자는 드무니까.

그런 영혼을 자르는 거?

쉬울 리가.

죽음을 각오하고서야 가능한 일이다.

설사 신의 육체를 지닌 지한휘라고 할지라도. 이건 전혀 다른 문제다.

“차라리 영력을 소모하지 그랬어요. 근원에 덕지덕지 묻어 있어서 귀찮을 정도라면서요!”

“그게…… 성능이 별로 안 좋더라고? 균열을 이어 붙이려고 하는데, 잘 안 붙어.”

“한휘!”

“……미친.”

어느새.

대가를 말하던 마리는 한휘를 걱정하고 있었고.

이사야는 새삼 감탄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정말 미친놈 곁에 있노라고 하는 감탄이었다.

마리는 이대로 두면 당장 몇 시간이고 한휘를 들들 볶을 기세였다.

그럴 만했다.

전생에서 지금까지.

‘항상 괜찮다고만 하고……!’

지한휘는 수많은 자기 희생을 거쳤다.

고통 속에서 비틀대면서도.

그 고통으로 말미암은 지독한 광기가 자신을 사로잡아 먹으려 할 게 분명한데도.

그는 꾸역꾸역 버텨나갔다.

최후의 칠 인이 될 때까지.

아니, 그 이전 마리, 유보라와 함께 다닐 그때에도.

그는 언제고 자신의 희생을 일삼았다.

-누군가는 할 일을 해야 하지 않겠어?

-해야 할 일이었어.

-나라고 하고 싶어서 했겠어? 필요하니 하는 거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일삼았던 희생이다.

그걸 알기에 그 유보라도 그를 따르는 것이었고.

자신 또한, 내리사랑을 내려주는 성좌와 동일선상에 지한휘를 두는 게 아니던가.

누군가는 인성 파탄이니, 성격이 글러 먹었느니 하는 겉모습에 속아버리지만.

자기 자신만큼은 그의 안에 녹아 있는 그 정신을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 해도.

이번은 크게 선을 넘은 일이었다.

영혼을 나누는 것만은 금기였다. 절대로 해선 안 될 금기.

“……왜 그랬어요.”

“글쎄…… 변덕이라니까는?”

“후…….”

마음 같아선 그 금기를 깨부순, 그의 대가를 대신 받아주고 싶지만.

‘당장은 방법이 없어. 하지만 나중이라면…….’

방법이 없었다. 후로 미뤄둘 뿐이었다.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후읍…… 후.

마리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몇 번의 호흡.

그것만으로 그녀는 평정심을 찾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해서 잊은 건 아니었다.

언제고 지한휘가 치러야 할 금기의 대가. 그 대가를 치르기 위한 그녀만의 준비를 할 테니까.

그러니 우선 지금은 뒤로 미뤄둘 뿐이다.

다시금 본질은 뒤로 미뤄두고.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럼 대가는 받을 필요도 없겠네요.”

“그렇죠. 그가 직접 이어 붙였으니, 한휘가 사라지면 내 힘도 사라진다구요. 그거만 한 족쇄가 어디 있겠어요.”

“그런 걸 잘도 받아들였어요?”

“안 받으면요? 그럼 죽는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당신…… 죽음이라고 하는 건……!”

“……생명을 잃어야만 죽음이겠어요?”

“당신 그렇게 쉽게 말할 게…….”

“아뇨. 오히려 쉽게 말할 수 있죠. 당신, 내 심상 세계에 오래 있었잖아요. 그러니 알겠더라고요. 당신은 죽음이 뭔지 알아요. 그렇죠?”

“으음…….”

문제는 그러려 해도, 나헤나가 마리를 헤집듯 본질을 물어온다는 거였다.

‘너무 오래 본질을 파헤쳤어.’

나헤나를 구하기 위해서 그녀의 심상 세계를 여러 번 다녀온 마리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시도했다.

때문에 읽힌 거다.

마리가 가진 본질이 무엇인지.

또한 마리가 알고 있는 진실들이 무엇인지를.

나헤나도 알아버린 거다.

“당신들 내 예상보다도 더 깊게 이어졌던 걸요……? 마치 먼 과거, 아니 미래에서부터 이어졌다고 할까요.”

“…….”

지한휘, 그리고 마리.

둘 모두 회귀를 하고 돌아왔다는 걸.

정확히는 지한휘 하나만이 회귀를 한 것이긴 하지만.

그녀 또한 과거의 기억을 안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으니.

중요한 건 그 사실 자체를 나헤나가 파악해버렸다는 거다.

지한휘의 회귀를 아는 자가 한 명 더 생겨버렸다.

최후의 칠 인도 아닌.

반은 빌런에 가까웠던 존재가.

최악이었다.

그러나, 문제 될 건 없어 보였다.

“전이라면, 이걸 이용해서 협박이라도 할 거 같은데 말이죠.”

“그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요?”

“당연히 무사하지 않죠. 하지만 검을 쓰려면은 뭐든 대가가 필요한 법이잖아요.”

“그 검에 자기 손이 베일 수도 있어요.”

“그 정도야 기꺼이 감수했겠죠. 무려 지한휘를 이용할 수 있는 건데요. 그렇지만…… 이젠 안되게 되었죠. 그렇죠?”

“그렇지. 제대로 코가 꿰여 버렸으니까.”

나헤나가 과거를 알게 돼도 상관없다.

지한휘의 정체와 회귀.

마리를 통해, 앞으로의 계획 일부를 알아챘다 해도 상관없었다.

“지한휘가 죽으면 저도 죽어요. 그의 영혼 일부가 사라지니까. 이만한 족쇄가 어딨어요? 대가를 받지 않긴요. 나는 그의 말을 들어 줄 수밖에 없는걸요. 예속의 목걸이 따위보다 더한 족쇄라구요. 알죠?”

지한휘가 죽으면 그녀도 죽는다.

그만한 족쇄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런 족쇄에 묶여 있기에 상관없어진 거다.

나헤나가 과거를 안다고 해도, 설사 계획을 안다고 해도 그를 방해할 리가 없으니까.

목숨을 걸고 방해할 이유가 없는 거다.

자기 목숨을 걸고 지한휘를 방해할 정도로 그녀는 어리석지 않았다.

되려 그녀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있었다.

“그것보다…… [공허]라는 게 대체 뭐예요. 그것 때문에 우리 정말 다 죽은 건가요?”

“막지 못한다면 그리되겠지.”

“그러면 제가 다른 짓을 할 일이 없잖아요. 못 막으면 어차피 세계가 망하는데 말이에요. 되려 협조해야죠.”

어느새, 나헤나는 이들에게 동조하고 있었다.

[공허]를 막겠다는 그들의 계획.

그에 같이 참여하겠다고 은근슬쩍 말하고 있는 거였다.

이제 와 착해져서?

지한휘에게 빚을 져서?

아니다.

“착각은 말아요. 내 본질은 여왕이고…… 나는 정말로 러시아를 잡아먹고 말 거니까요.”

“그러겠지. 그게 나헤나다운 거니까.”

“근데 그러고 잡아먹으면 뭐 해요? [공허]라는 거에 먹히면 다 망하는걸요. 내 제국도 없어지는 거라구요.”

“푸흐흐. 내 제국이라니…….”

“그럼 아니겠어요?”

“맞겠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녀는 이미 러시아가 제 것이라도 되는 듯 굴고 있었다.

무리도 아니다.

바실락 여왕과 슬라임의 힘을 지닌 그녀다.

본래 지니고 있던 매혹의 힘이 강화되기까지 했다.

남부가 아닌, 러시아 전역을 먹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기에 동조하고 있는 거였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만의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녀가 지닌 본질은 여왕.

그 본질에 충실한 결론이지 않은가.

“그러니 말해줘 봐요. 내 제국을 지켜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를요.”

“이미 알지 않아?”

“아니죠. 제가 제대로 합류했으니, 계획이 달라질 거잖아요. 그러니 같이 짜봐야죠.”

“……그렇군.”

그 결론으로 말미암아.

나헤나라는 패가 예속의 목걸이 따위로 이어진 게 아닌, 진심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 바탕은 그녀가 갖고자 하는 러시아.

그것을 지키고자 만들어진 합류였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나로선 [공허]만 막으면 되는 거지. 막아 내고 난 뒤까지 알 바냐.’

그 수단이 뭐든 [공허]를 막아 낼 수만 있다면 그 뒤는 생각지 않는 지한휘였고.

“히히. 이거 재미있어지는데.”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네요.”

이는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뒤의 후유증이 어찌 되었든.

[공허]라는 최악이 내려앉는 것보다는, 뭐든 더 낫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기에 지한휘는 웃으며, 나헤나를 향해 말 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합류한 걸 진심으로 환영해, 나헤나.”

진정한 동료 중 하나로서 합류한 것을 축하하노라고.

“암울한 미래에 말이죠?”

“푸흐흐. 그렇지. 미친 듯이 암울한, 다 잡아먹힐 그 미래에 합류한 거지.”

“대단한 곳에 합류했네요.”

비록 그 미래가 암울함의 끝일지라도.

지한휘의 손을 마주 잡은 채, 미소 짓고 있는 그녀는 마지막까지도.

지금처럼 매력적인 웃음을 지어 보일 터였다.

그게 나헤나라는 인간이 지닌 속성이자, 매력이었으니까.

‘참으로 길게도 돌았구나…… 최장기간이었나.’

그렇게 길게 돌고 돌아.

나헤나란 자를 처음 진정한 동료로 합류시켰다.

* * *

나헤나의 완벽한 합류.

그제야 지한휘는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고 내려진 결론.

‘혼란스럽구만.’

엉망진창이라는 거였다.

저 멀리.

-키이이이…….

-……!

모두를 둘러싸고 있는 바실락 거미들은 여전히 그들을 경배하듯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일부는 아직도 나헤나의 존재가 두려운 듯했다.

벌벌 떨어대고 있었으니까.

그들의 맞은편.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길드장님. 이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길드원들은 아직 영문을 알지 못해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헤나가 뭔가를 하긴 한 거 같은데.

뭘 한지를 원체 모르겠으니,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는 거였다.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막기 위해서다.

“후음…….”

그나마 정신을 차린 듯 보이는 게 있다면 지슨 정도다.

그는 나헤나와 지한휘의 대화를 통해 돌아가는 상황을 일부 눈치챈 듯했다.

때문인지, 다른 누구보다 침착해 보이긴 했다.

‘슬라임이 연기할 때도 알아봤지만…… 똑똑한 녀석이야. 쓸 만하기도 하고.’

그런 지슨을 지한휘는 눈여겨봤다.

그러며 동시, 앞서 있던 나헤나를 뒤로 물리고는 모두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뭣들 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어. 전투는 다 끝났으니까.”

오랜 사냥의 종료 선언이었다.

그에 호응하듯,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바실락 거미 무리가 뒤로 물러났다.

마치, 정말 모든 게 끝이 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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