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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61화 (161/206)

제161화

“후…….”

몇 분의 시간이 더 지나가서야, 그녀는 굽혔던 무릎을 펴고 몸을 일으켰다.

완벽한 기도였다.

그녀의 주변에 더 이상 피를 흘리는 자는 없었다.

외상은 전부 치유되어, 상황이 더 악화되는 자도 없었다.

“와…… 진짜 저 정도면 성녀보다도 더한 거 같지 않아?”

“사기적인 능력이야. 대체 팀장, 아니 길드장님은 어디서 저런 자들을 데려오는 건지…….”

자연스레 주변에서도 감탄들이 터져 나왔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같은 치유계 헌터들마저도 놀라서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리고 있었으니까.

마리의 능력이 뛰어난 것은 이미 알고 있긴 했다만.

이 정도로 강력할 줄은 그들도 몰랐던 것이겠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들도 마리가 이런 대량의 치유 능력을 선보이는 걸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뭐든 처음은 놀라운 법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겠지만.

그러나, 아직 익숙하지는 못했기에 잠깐의 소요가 있었다.

소란스러움이 가라앉는 덴 일 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고 얼마 뒤, 마리는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외상이 급한 자들은 치유했어요, 그래도 내상이 남은 자들이 있으니 이들은 치유계 헌터님들이 도와주셔야겠어요.”

“다, 당연한 소리를요!”

“잘 부탁드릴게요.”

“예, 옙!”

치유계 헌터끼리도 실력으로 고하가 나뉘는 편.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부탁해오자, 그걸 받는 치유계 헌터들은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죽은 사람 살렸다는 소문이 사실일지도…….’

‘미쳤다, 진짜.’

‘어떻게,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하면 가르쳐 주시려나.’

‘후아.’

그들은 가만히 있는 마리의 눈치를 보며, 외상을 입은 자들을 함께 돌보았다.

남아 있던 다른 자들도 한 손씩 보태었다.

“저희가 이분들을 우선 같이 분류하겠습니다.”

“저희도요.”

가만히 두고 볼 분위기도 아닐뿐더러.

이참에 치유계 헌터들을 도와주면, 부상 시 도움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서 있으리라.

나쁜 일은 아니었다.

저런 식으로 함께 움직이다 보면 동지애가 쌓이는 법이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동지애가 쌓이다 보면 길드에도 도움이 될 거였다.

지한휘를 중심으로 뭉친 길드다 보니, 길드원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내외하는 경향이 있었다.

수련을 같이하고, 바실락 거미를 잡다 보니 나아진 게 있긴 하다만.

파티 수준에서부터 함께해서 성장하는 길드와는 다르게 서로 냉랭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사냥에 효율은 높을지언정, 그 외의 것들은 서로 남에 가깝달까.

이런 식으로 서로 가까워지다 보면 없던 동지애도 생기고, 그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생길 터였다.

‘좋네.’

옆에서 가만 지켜보는 지한휘. 그도 그 효과를 알기에, 더 나서지 않고 가만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몇 분간의 분류 작업이 끝을 맺게 되었고.

그를 같이 지켜보던 마리는 지한휘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괜찮아요?”

그녀는 되려 한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 마리가 기꺼웠기에.

“나는 괜찮지. 되려 마리가 걱정인데?”

“저는 괜찮아요.”

“……그래. 마리는 항상 괜찮지.”

한휘는 되려 그녀가 걱정된다고 진심 어린 어조로 말하지만.

평소 하지 않던 일을 해서일까.

“비꼬지 말고요!”

“비꼬기는. 크큭. 대단한 걸 대단하다 여기고 있을 뿐이야.”

“……됐어요.”

마리는 되려 그가 그녀를 놀린다고 여기는 듯했다.

하여간, 미묘하게 삐뚤어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둘이었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잠깐의 대화만으로도, 서로가 잠시나마 정신적 휴식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휴식을 더 길게 할 순 없었다.

“한휘도 슬슬 눈치챘죠?”

“어. 확실히 눈치챘지. 같이 기술을 사용했는데,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하지 않아?”

“……기술이 아니라 기도라구요. 어쨌든, 생각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겠어요. 이번 치료요.”

치료를 하던 도중, 알아챈 문제가 있었다.

이번 치유는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안 그래도 어려웠는데 상황을 파악하고 보니 더 어려워 보였다.

“휘유…… 하여간 쉬운 게 없다니까. 문제는 정확히 뭐 같아?”

“그게요…….”

마리의 입에서 그 이유가 흘러나왔고.

그를 들은 지한휘의 눈가가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 * *

‘섞였다라…….’

하여간 뭐든 쉽게 가는 법이 없었다.

놈의 탐욕을 얕봤다.

슬라임은 이들을 단순히 미끼로 사용하고.

종래에 힘을 흡수하는 데서 욕심을 그친 게 아니었다.

놈의 본능을 무시했다.

“……그러니까 제 새끼로 삼으려고 했다 이거지?”

“네. 이들의 몸 안을 보면 느껴지지 않아요? 대다수 몸의 일부가 잠식됐어요.”

“하, 참…….”

그것은 바로 종족 번식에 대한 본능.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 몬스터도 이 본능엔 예외가 없었다.

기회만 되고 보면 새끼를 치려고 하는 게 몬스터였다. 빌어먹게도, 인간보다도 번식률이 높아서 수도 금방 불어난다.

슬라임?

말할 게 있나.

무성 번식인 데다가, 일정 조건만 맞으면 곧바로 번식을 해댄다.

분열해 버린다 이거다.

그러다 보니, 한번 번식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수를 불리는 게 슬라임이기도 했다.

괜히 게임할 때 슬라임 따위가 초기 필드부터 넘쳐나는 게 아니라 이 말이다.

이 경우는 조금 다른 거 같기야 하다만.

어쨌거나.

이번 녀석도 같은 경우였다.

강자들을 잠식시켜서 제 새끼를 치려고 한 거 같다.

엿같은 경우다.

“일체화가 거의 이뤄졌어요. 강자들부터 신경을 쓴 거 같은데…… 반쯤은 인간이 아니라 해도 될 정도이기도 해요.”

“슬라임 인간도 아니고…… 씁.”

덕분에 심각해 죽겠는데,

“슬라임 인간…… 그 말이 딱 맞네요. 앗, 이사야! 거기 손대지 마요!”

“쳇…….”

저기 이사야 녀석은 잔뜩 신이 나 있었다.

하급 언데드도 뇌가 존재치 않고, 슬라임도 마찬가지.

그러한 슬라임을 잘 보면 언데드와 공통점이 많으니, 연구할 거리가 넘친다나.

하여간에 실험 앞에선 앞뒤 안 가리는 성격이 여기서도 드러날 줄이야.

‘리치가 돼서 미친 게 아니라, 미쳐서 리치가 된 거라니까.’

분위기에 맞지 않는 녀석이다.

덕분인지, 다른 팀원들은 그걸 보고 표정이 좀 풀리긴 했다.

일종의 긴장이 풀렸다 할까.

그렇다 해도, 아직 산 사람을 가지고 실험하는 건 도가 지나치다.

“거기 다 죽고 남은 잔해들이나 챙겨.”

“이거만 챙겨서 뭘 하라고!”

“아예, 다 태워주리?”

“젠장. 하여간 지한휘 다 네 마음대로라니까는!”

“……누가 누구 마음대로인 건지. 어서 썩, 가지고 꺼져!”

“흥이다!”

결국 일부를 주고 나서야, 순순히 물러나는 녀석.

또렷한 눈빛을 나헤나에게 보내는 게 영 불안하기는 한데.

‘선 넘는 녀석은 아니니까…….’

우선은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러한 작은 헤프닝보다도, 결정해야 할 큰 문제가 있으니까 말이지.

“어떻게 할까요? 살리더라도 몬스터랑 섞여 있다고 하면…… 아시죠?”

“알지.”

“본능이 강화되서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어요. 이번은 아닐 수도 있긴 하지만요…….”

“요점은 가능성이라 이건가. 그에 따라 결정을 해야 하고 말이지.”

“네. 이들이 인간일지 아니면 몬스터일지, 보시고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해야 해요. 딱, 가능성만 가지고요.”

“후…….”

어려운 문제였다.

이들을 치유한다고 해도, 몬스터화 되어 있을 수도 있을 터.

설사 당장은 몬스터화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그 뒤다.

특정 상황에 잠들어 있던 본능이 깨어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어쩐다…….’

회귀 전에도 꽤 있었던 고민이다.

인간이 몬스터화 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니까.

때로 아포칼립스가 꽤 오래가다 보니, 수인하고 섞인 경우도 많았고. 요괴 중 인간화된 녀석과 섞인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 문제도 꽤 됐었다.

작은 도시에서 난리를 쳐대는 혼혈도 넘쳐났었고.

그때야 혼란의 시대였으니 작은 사건이자 헤프닝으로 넘어간다고 쳐도.

‘이번은 다르긴 해. 적어도 내게는 처음 있는 일이니까.’

아직은 그렇게까지 혼란스럽지 않은 시대다.

결국 내 결정에 따라 이 뒤가 어떻게 될지가 결정된다.

몇 분을 고심했을까.

결국 답은 나왔다.

“애당초 공허가 내려앉는 데도 이리 발악하는 건, 작은 가능성이라도 키워보자고 하는 거잖아. 그치, 마리?”

“……그렇죠?”

“그럼 더 고민할 게 있을까. 최악으로 다 죽는 거보다는 한 명이라도 살리는 게 나은 거 같은데 말이야. 마리의 생각은 어때?”

“훔…… 저야, 당연히 살리는 쪽을 택할 거 아시잖아요? 후후.”

그 답은 살리자는 거.

가능성이 어떻든 발악하고 또 발악하는 게 나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들은 살려야 했다.

이제 와 몬스터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이들을 죽이는 건.

‘마치 내가 공허가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다 포기하고 주저앉아 있는 거와 같은 행위니까…….’

설사 그 확률이 99%라 할지라도, 1%에 걸고 고(go)하는 게 나다.

사실, 1%면 혜자 아니냐?

그런 의미로다가.

“당장 하자.”

“예!”

나는 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저들의 치유를 곧바로 시작했다.

* * *

몇 번의 복잡한 과정이 있었다.

겨우 치유했던 살을 째고.

저들 내부에 있는 슬라임을 걷어냈다.

그게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발악이니까.

마음 같아선 병원에라도 데려가 수술이라도 시키고 싶다만.

‘사치지.’

어떤 이유에서인지, 당장 여기를 벗어나게 하려 하면 발작을 해댔다.

실제 갑작스레 죽어 버린 자도 있었다.

이 상황에서 이송을 한다?

차라리 의사들을 데려오는 게 나았다.

근데 문제는 이 의사 놈들은 이런 오지까지는 잘 안 온다 이거지.

억지로 끌고 오면 한둘이야 되겠지만, 저들 전부를 치유하자고 데려오는 건 무리다.

뭐, 그 전에 치유계 헌터들이 나오면서부터 죄다 망해버린 게 크기도 하지만.

어쨌건 그런 어려움 가운데 최대한 슬라임을 걷어내고, 처리했다.

그렇게 조악한 처리를 해내고 나서.

곧바로 치유의 파도로 다시 외상의 치유를 도모함과 동시에, 저들의 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 기도를 죄다 날렸다.

[당신은 대량의 영력을 소모하였다.]

덕분에 나로서도 상당한 힘을 소모해야 했고.

“으읏…….”

이에 중심에 서 있었어야 할 마리도 소모된 힘만큼이나 고된 기도를 해야 했다.

말이 쉽지.

실제 행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

그런 어려운 일에 대한 대가였을까.

“으음…….”

“여…… 기는?”

생존자들 가운데 일어나는 자들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전부 인간인 채는 아니었다.

“캬아아아!”

“……저 자식 우선 제압해. 이후 후속 조치는 일차가 다 끝나고 할 테니까.”

“넵!”

반쯤 몬스터화 돼서 날뛰는 녀석들도 있었다.

다행인 건 그런 자들이 소수라는 거.

몬스터화 된 몇몇을 제압하는 사이, 꽤 많은 자를 다시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거부를 한다고?”

“예.”

변수가 하나 발생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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