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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56화 (156/206)

제156화

그리고 그러한 결정은 때로, 타의에 의해서도 내려지는 법이었다.

대혼란이 일어났다 싶을 정도의 전장.

우리는 최대한 살인을 피하고 있었고.

적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달려드는 상황이었다.

“캭……!”

그런 가운데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게 욕심이었다.

결국 허를 찔렸다.

정신없이 적들을 제압하고 다니던 한이수.

우리 중에 가장 경험이 적은 그가 사고를 터트려버렸다.

“……컥!”

“이런, X발!”

본래 어깨를 찔러 제압을 하려고 한 거 같은데.

어깨가 아닌 목을 찔러버렸다.

정신을 놓았다 해도 목이 찔리고 살아 남은 자는 없다. 몬스터라 해도 목은 급소 중의 하나였으니까.

상대는 단말마를 꺼내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부르르-

몸을 떨어댄다.

떨어진 몸 사이로, 대뜸 피가 솟구쳐 나왔다.

“아…….”

“정신 차려, 한이수! 어쩔 수 없는 사고잖아!”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진성.

지한휘가 길드장이 되고. 여러 팀의 팀장 노릇을 하던 그다.

그사이 실력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장한 그는, 멍하니 제 아래 쓰러진 시체를 바라보는 한이수에게 소리쳤다.

“저, 저는…… 이러려고 한…….”

“닥치고! 어서 이리 와! 네 탓 아닌 거 다 아니까! 아니 네 탓이어도 내가 책임진다!”

그건 옳은 대응이었다.

손을 벌벌 떨어대기 시작하던 한이수.

눈에는 아직 놀람이 가시지 않았다만.

그는 명령에 따르는 병사처럼, 팀원들이 있는 안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손은 떨고 있는 채였다.

“저, 저는…….”

“X발. 탓 안 하다니까. 사람 처음 죽이냐?”

“예? 예에…….”

“샌님 새끼. 하여간 도련님 출신들은…… X발. 빌런 죽였다고 생각해. 빌런. 알았어?”

“예? 저 사람은 조종당하는 걸 수도…….”

타아앙-!

이진성은 자신에게 다가오던 적에게 매몰차게 발차기를 날리곤 말했다.

“조종? 그래 조종이라고 하자? X발. 근데 말이야.”

“캭……!”

“저렇게 달려드는데 저걸 빌런이라고 안 할 수 있냐고!”

“그, 그래도…….”

“X발. 정 안되면 자기방어라도 한 거라고 생각해! 알았어?! 너부터 살아야지! X발. 너 여기서 또 죽으면, 네 할아버지가 좋아하시겠냐?!”

“……아아…….”

그건.

팀장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또한.

그의 말대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

사고였다.

‘할아버지 일은 괜히 꺼냈나…… 아니지. 지한휘 길드장이라도 이렇게 했을 거야.’

괜히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싶어 잠시 후회를 한 이진성이긴 하다만.

그래도 이럴 때 정신을 차리기에는 가족만큼이나 좋은 특효약은 없었다.

다소 이기적이라 할지라도, 가족이란 말을 들으면 대다수의 사람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우선 자기 보호라도 하게 되는 게 사람이니까.

그러니 가족 이야기를 꺼낸 거였다.

‘X발. 왜 이리 상황이 엿같은 거야. 길드장…… 어서 처리해 달라고요! 결정을 내려주든가!’

사실 그도 속은 혼란스러웠다.

사람을 처음 상대하는 건 아니다.

지한휘 그를 따라다니며 쌓은 경험이 있었다.

빌런, 광신도, 암살자.

온갖 놈들을 상대했던 그다.

실제로 몇 번 죽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런 식으로 무언가 약에 취한 듯 달려드는 사람들이라니!

아무리 그라도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그가 버틸 수 있는 건 하나.

‘후…….’

그간 그가 쌓은 경험들이 그를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이 순간에 가만 멈춰 서 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또 없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으니까.

쒜에엑-!

그러기에 손에 쥔 것들을 휘두르는 거였고.

화르륵-!

때로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을 들이부으며. 적과의 거리를 계속해 벌리고 있는 거였다.

그거라도 해야 한다는 걸 아니까.

그는 그렇게 버티고 버티면서.

지한휘가 내려 줄 판단을 기다렸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앞서 나헤나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지한휘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주변을 살피기도 했다.

“일단 마리한테 치료부터 받고 와. 마리! 정신 보호라도 해 줘요!”

“예! 성휘의 빛이여 그에게 안정의 힘을!”

“……후.”

마리에게 말해, 정신적으로 고욕을 치르고 있는 팀원들을 보듬게 하고 있었고.

때로 육체적으로 부상을 입은 자들을 치유하게 했다.

그리고.

“X발. 적이 죽으면, 우리가 이 고생한 보람이 없잖아요. 치료 좀 부탁드립니다!”

“이미 하고 있어요! 잠시만요!”

“부탁할게요!”

과잉 진압 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한 적들.

고통스러워하는 와중에서도.

“캬아아!”

“죽어! 죽어! 죽어!”

광신도처럼. 이쪽을 향해 ‘죽어’를 외쳐대는 X신같은 그들을 위해서 힘을 쓰는 것도 아끼지 않았다.

‘……X발. 호구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다. 우리를 위해서.’

이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지한휘가 아직 결정을 내려주지 않은 상태.

이 상태에서 사람을 죽였다?

지한휘는 그들에게 책임을 지라고 말하진 않을 터였다. 차라리 자기 자신이 책임을 지면 졌지, 누군가에게 책임을 미룰 자는 아니었으니까.

문제는 그 뒤다.

죄책감.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그게 전투가 끝나고 사람을 뒤덮어 온다.

그 커다란 죄책감이 주는 압박감이란.

한 사람 몫을 충분히 하던 헌터를 무너트리게 하기에 충분한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 급박하고 힘든 와중에서도 적들을 죽지는 않게 하는 거였다.

여기서 죽어 버리면.

‘다 망하는 거지.’

그 뒤에 살아남은 팀원 중 꽤 다수가 죄책감에 무너져 내릴 수 있으니까.

아니 무너지지 않고 버티더라도.

자기 자신을 항시 갉아 먹으면서, 고통스러워할 게 뻔히 보이니까.

그러니 치료하게 한 거다.

호구여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차라리 빌런 새끼들 상대하는 게 편한데 말이야.’

광신도, 빌런 따위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의 형상을 한 금수(禽獸) 새끼들을 죽이는 데는 죄책감 따위가 없었으니까.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그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있었다.

“후아아…… X발!”

그러니 나오는 건 욕지거리였고.

발악처럼 적들을 제압하는 거밖에 다른 여지는 없었다.

그렇게 일이 분이나 지났을까.

정신적 안정을 찾은 한이수가 다시 움직이려 했다.

“저, 저 복귀하겠습니다!”

“닥치고 일 분은 더 쉬어!”

그는 그런 한이수의 가슴팍을 밀쳤고.

다시 뒤로 밀었다.

그가 판단하기에 한이수의 눈이 아직 흐리멍덩하기 때문.

마리의 기도를 통해 최악으로 가는 건 막았다만.

이대로 갔다가는 분명 문제가 발생할 거였다.

최소가 부상.

까딱하면 최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건, 무리한 생각이 아니었다.

실제 꽤 많은 헌터들이 죄책감이나, 잠시의 망설임 때문에 큰 위기에 처하곤 하니까.

그 자신도 그런 적이 없진 않았더랬다.

그러니 막은 거다.

거기다 이미 길드장 지한휘와 마리가 한 번 되살린 녀석을 다시 죽게 두라고?

그때 가선 왜 막지 않았느냐고, 지한휘가 X랄을 해댈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속도 모르고.

“할 수 있습니다!”

한이수, 이 자식은 각오를 한 신병처럼 크게 외쳐댄다.

새끼.

X발. 여기서 그렇게 외치는 게 고문관 짓이라고.

이 새끼는 평소는 안 그러다가, 멘털이 망가지면 가끔 이런 신병 같은 짓거리를 한다.

‘X발. 이러니까 네 할아버지가 지한휘 옆에 너 붙인 거다. 새끼야. 사람 구실 좀 하게 만들어 달라고 . X발. X발.’

속으론 욕과 온갖 잔소리가 터져 나오려고 한다만.

그간 단련을 한 게 효과가 없진 않았는지, 한이수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외쳤다.

“지금은 아냐! 한휘 길드장도 그러라고 안 했을 거라고! 맞죠! X발. 답 좀 해 줘요!”

처음은 잘 말하다가, 그 뒤가 결국 지한휘를 찾는 꼴이 되긴 했지만.

할 수 있을 만큼 하고 외친 이진성이었다.

이쯤 되면, 지한휘라도 나헤나를 상대하다 말고 한마디라도 외쳐줬을 거다.

그러나.

“…….”

지한휘는 거듭 나헤나를 상대로 분투를 벌이고 있었을 뿐이다.

답이 없었다.

그럴만하긴 했다.

나헤나를 포함한, 지슨과 같은 헌터들. 꽤 강력한 헌터들이 집요하게 그를 노리고 있었으니까.

그들을 상대하고 버티는 거 자체로 묘기처럼 대단한 일이 아니던가.

그런 가운데 이런 작은 일까지 그가 챙기는 건 무리였다.

‘X발. 그래도 한마디만 해 달라고……!’

이진성으로서도 그걸 알긴 하다만.

심정적으로서도 그도 내몰리고 있는 상태였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전투를 해야 할지.

어쩌면 일반인을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에 점차 정신이 으스러지고 있었다.

그를 탓할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훈련을 진행한 신병이라도, 적을 상대로 방아쇠를 당기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제아무리 수많은 실전을 겪은 헌터라도 마찬가지다.

몬스터가 아닌 사람.

그것도 빌런을 상대로도 망설이는 자가 넘친다.

그런데.

조종당하고 있을 수도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라고? 힘들다. 아주 힘들다. 아니 못 한다.

그러나 그 일이 곧 일어날 수도 있었다.

“더는 못 버텨요!”

“아악……! 치료 좀!”

“큿…….”

헌터들도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적들은 지치지도 않고 달려들고 있었고.

대체 무슨 힘을 주입받은 건지, 일반인이 괴력을 부려댄다. 고블린보다 더 사납게 달려들기까지 했다.

헌터의 힘을 지닌 자는, 무슨 랭커라도 되는 거처럼 힘을 써댔다.

이 상황에서 한계가 오지 않을 리가.

그러니 어서 결정이 내려져야 하는데.

“……저거였구나!”

그때, 지한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전에 없는 확신에 차 있었다.

* * *

‘뭐야? 뭐가 저건데!?’

대체 무슨 소리일까.

한이수는 전투를 벌이다 말고, 지한휘를 바라봤다. 우리를 보고 이야기하는 건가.

그런데 확신에 찬 지한휘의 눈은 길드원들을 보는 게 아니라 다른 데 있었다.

‘어? 저건 아까…….’

그가 보는 건 아까 한이수가 실수로 죽인 자의 시체였다.

일반인인 게 분명한데, 그들에게 미친 듯 달려들었던 자의 시체다.

저기서 대체 지한휘는 뭘 본 걸까.

“어……?”

잘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멱이 따이고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던 그 시체.

그 시체의 피가 다 쏟아지고 난 뒤에.

그 뒤에 슬그머니 흘러나오는 액체들이 있었다. 그건 피 같기도 했는데, 색이 달랐다.

“피가 초록이라고……!?”

그 피는.

초록색이었다.

뭐지? 사람이 중독되면 초록색 피가 흐르나? 설화 속에 나오는 파란 피? 그런 거냐?

대체 뭐지.

그리고 길드장인 지한휘를 그걸 보고 무슨 확신을 얻은 걸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이진성이다.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뒤 이어지는 지한휘의 말.

그 말에 그는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이 새끼들 사람 새끼들 아냐! 다 찔러 죽여! 그러면 답 나오니까!”

“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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