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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54화 (154/206)

제154화

안으로 들어서서 본 생존자들의 피난처.

그곳은 쉘터라 칭해질 만큼 본격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곳곳에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 방면에 경험이 있는 자가 있는 게 확실하네.’

경계 태세를 이루고 있는 그들은 사각지대가 없어 보였다.

몬스터 전략에 관한 경험이 있는 자가 배치한 게 분명하다.

대신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은 몬스터에겐 잘 먹히지 않은 몬스터용 총기 정도의 수준이긴 하다만.

이 쉘터 안에서 그 정도 수준을 갖춘 거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몬스터 침입 시 사살은 불가하다만, 저지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관통이 안 돼도 물리력을 이용해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단 의미.

어렵긴 하지만 일점투사를 하면 새끼 정도의 가죽을 관통하는 건 가능할 거다. 그게 치명상까지 가느냐는 다른 문제긴 하다만.

어쨌건 저들이 시간을 끌어주면 그사이 안에 있는 자들이 나서 줄 거다.

‘꽤 하네?’

-기운들이 심상치 않다.

‘흠…….’

기운이 느껴지기로 저들이 지닌 기운은 결코 약하지 않았으니.

바실락 성체가 아니라 새끼 정도를 상대로는 살아남을 수준은 되어 보였다.

그조차도 수가 많아지면 막기 힘들어 보이긴 했다.

‘그게 내가 의문이 남는 지점인데…… 흐음…….’

-여가 보기에도 여태 살아남았다는 거 자체가 기적이다.

‘바로 그거야.’

하루는 어찌 살아남을 수 있다.

이틀은? 일주일은?

브레이크가 일어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가운데 살아남는다라.

매일같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새끼 한두 마리 정도는 이곳을 지나갈 법한데…… 그 바실락의 새끼들이니까. 그런데도 걸리지 않았다라…….’

기적이 없다곤 하지 않겠다만.

기적이 매일 같이 일어난다는 건 도무지 못 믿어주겠다.

새끼 한, 두 마리.

그 정도만 지나가면 본래 여긴 끝나야 했다.

한둘은 어찌 처리할 수 있어도.

그 한둘이 죽고 나서 몰려들 다른 바실락 새끼들을 처리하는 건 무리이기 때문이다.

떼를 지어 들이닥치는 게 바실락 새끼들의 사냥방식인 건 상식이었다.

당장 내가 이곳 둥지에 이르러서 처음 전투를 벌일 때만 하도 그러잖는가.

그때만 하더라도 처음 시작은 한 마리였는데, 그 이후엔 백여 마리를 넘게 상대하게 되지 않았는가.

근데 여기는 살아 있다라.

거기에.

체계적이기까지 하다.

-배급 시간입니다. 생존자들은 와서 식량들을 배급받으세요.

방송이 있자마자, 우르르 생존자들이 몰려든다.

아이나 노인들도 있었다.

그들은 손에는 그릇이나 바구니를 들고 있었고.

이를 여유롭게 배급받았다.

“여기요.”

“에잉. 지슨, 조금만 더 주라고!”

떼를 쓰는 자들이 있긴 했다만.

그조차도 여유롭게 넘기고 있었다.

“그건 안되는 거 잘 아시잖아요? 이것도 겨우 버티는 거예요.”

“헹…… 깍쟁이 같으니라고. 그러니까 결혼을 못 하는 거야. 이 늙은이가 보기엔 지슨 자네는…….”

“네네. 알겠습니다. 알겠어. 어서 가세요. 자, 다음!”

“하여간 저 노인네는 너무 욕심이 심하다니까. 그렇지 않아, 지슨?”

“하하. 자네도 내가 보기엔 비슷하다고.”

농담까지 하는 자들도 있었다.

‘어쭈……?’

여유가 없는 자가 농담을 할 수 있겠는가.

특유의 성격을 지닌 몇몇들이야 그게 가능은 하다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여유 따위는 갖지 못한다.

그런데도 다들 여유롭게 농을 주고받는다.

“쳇…… 편들어 주면 조금은 더 줄줄 알았는데. 어서 주기나 해.”

“내 자네 수법에 또 넘어 갈라고. 어서 받기나 해. 자, 다음.”

당장 생존의 위협을 느끼진 않는다는 의미.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대피소 안. 쉘터 수준으로 방어를 갖추긴 한 곳이라지만, 이런 여유로운 분위기가 가능한가?

아포칼립스 수준에서도 여유를 가진 자들이 있기야 하다만.

그거야 상황이 장기화되어서 적응을 끝마쳤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나만 하더라도 온갖 전투를 벌이고, 회귀까지 한 주제에 이리 방정맞게 굴고 다니지 않는가.

그게 다 회귀 전에 별의별 막장을 다 겪다 보니 형성된 성격이었다.

회귀 전, 헌터 초반 시절에 음침한 나와는 정반대의 성격이 되어버린 셈이랄까.

그것도 결국 망해가려는 세상 속에 적응하려다 보니 만들어진 또라이 같은 기질이다.

그때의 나는 이 사람들처럼 결코 여유롭게 굴지 못했다.

그런데 여긴 너무 여유롭다.

‘……여기 사람들이 전부 다 나처럼 된다고? 이렇게 빠르게?’

배급된 식량을 먹는 자들 사이로 곳곳에, 웃음소리가 들린다.

역시 이상하다.

나는 그 기이함에 몸서리치며 더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지슨이라 불렸던 자.

“흠…….”

그자가 배식을 하다 말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자는 얼마 안 가서.

“제이슨, 잠시 맡아줘. 찾아왔다던 손님들이 벌써 온 거 같으니까.”

“예, 제이슨. 맡겨만 주세요.”

배식을 위해 들고 있던 국자를 놓고선, 우리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 * *

다가온 지슨은 본능적으로 내가 이들을 이끄는 대장이라 여긴 듯했다.

꽤 큰 덩치를 지닌 지슨이다.

그 키만 2미터에 가까워 보였고, 옆으로 발달한 근육들은 그가 꽤 거친 수련을 했음을 짐작게 했다.

그는 곧바로 나를 향해 다가오더니 고개를 숙였다.

의외의 모습.

“지슨이라고 하네.”

“지한휘. 발음이 힘들면 휘라고 부르면 돼.”

예의 바르게 다가온 그를 향해, 나도 손을 슬슬 저어 보였다.

상대적으로 예의 없어 보이는 모습.

이조차 나는 의도한 거였다.

‘역시.’

내 의도대로였다.

-저 자식이!

-지슨이 인사를 하는데……!

-허어. 요즘 것들이란.

곳곳에서 반발이 튀어나온다.

사람 좋아 보이는 지슨.

저자가 이곳에 있는 자들을 휘어잡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는 그걸 확인해 보고자, 일부러 예의 없는 모습을 보여봤다.

뭐,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내가 예의를 지킬지는 모를 일이긴 하다만.

어쨌건.

그런 내 모습에도 지슨은 피식- 웃어 보였다.

그러더니 손을 내보였다.

“휘. 이름 좋군요.”

“뭐, 그런 소리 꽤 듣지.”

악수를 하자는 의미.

나는 그의 거친 손을 잡았다.

그러자마자 느껴지는 악력은 그 거칠어 보이는 육체만큼이나 강력했다.

‘어쭈? 꽤 강하네.’

신의 육체를 지닌 내가 악력이란 게 느껴질 정도라. 이거 일반인이면 그 손이 으스러지지 않았을까.

과연 사람 좋아 보여도, 지고는 못 산다는 건가.

아니면 기선 제압?

어느 쪽이든 상관있을 리가.

어쨌건 이 자는 키였다.

내가 여기서 느껴지는 꺼림칙함.

던전 한가운데서, 마치 아늑한 휴식처라도 만들어진 듯한 이 기이한 공간의 정체.

그것을 알아내려면 이 자가 꼭 필요해 보였다.

해서 적당히 손에 힘을 빼주려니.

이 자도 만족스레 손을 놔주었다.

그러더니 나오는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좀 치네?”

“후후. 이걸 좀 친다고 하다니요. 그래도…… 대충 증명은 된 거 같군요?”

“증명이라니?”

“뭔가 이상하다고 여겼거든요. 러시아 정부에서 사람을 보낼 리도 없고. 그나마 보낸다 하더라도 러시아인일 텐데, 갑작스레 등장한 동양인이라. 이상하지 않습니까?”

“흐음. 일리는 있네.”

이 자도 나를 떠봤다는 말이 나왔으니까.

흥미로울 수밖에.

“그러니 한번 본 겁니다. 당신이 어떻게 나올 지를요.”

“성격 안 좋은 용병들이면, 당장 당신을 곤죽으로 만들었을걸?”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흥미로움은 이내 더 커졌다.

그가 슬쩍 눈짓하는 곳.

어느새 그곳엔 일단의 무리가 보였다.

그 수는 열 명 정도.

아까 안에서 느껴지던 강력한 기운의 주인들이었다.

“제가 아니더라도 저들도 있는데요.”

“호오…… 지슨, 네 수준이 되는 자들이 또 있다고?”

그 수준은 눈앞에 있는 지슨의 수준이었다.

그도 강력한 힘을 지닌 걸 생각하면, 저들도 꽤 강력할 거다.

서로 주고받는 눈길로 보아하니 우리 팀원들만큼이나 손발도 맞아 보인다.

팀원들끼리는 힘을 합하는 건 1+1=2와 같은 단순한 논리가 아니었다.

둘이 힘을 합하면 셋의 효과가 나고. 때로 셋이 힘을 합하면 여섯의 힘의 효과가 나는 게 팀이었다.

즉, 시너지 효과를 갖춘다는 이야기.

그런 힘을 가진 자들이 열이 넘었다.

가진바 전력은 결코 약하지 않을 거다.

“제 동료들이죠.”

“동료라…….”

재밌는 건,

‘아무리 봐도 내 기억에 없는 자들이란 거였다.’

회귀를 한 나라고 해서 무조건 강자를 다 기억하진 못한다.

특히 여긴 러시아긴 하다.

이사야 같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러시아 헌터와 합을 맞춘 건 많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어지간해서는 얼굴을 기억하는 법인데.’

이들이 지금 지닌 힘의 수준을 생각해보면, 내가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영 이상한 일이었다.

생각해보라.

지금은 회귀 전이 아니다.

내가 기억하기로 그때 살아남은 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강자였다.

이름 모를 누군가의 말처럼 강해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에 강하다는 것은 세계의 진리 중 하나 아닌가.

그때 살아남은 자들은 그래서 강하였다.

그런 강자들의 얼굴은 기회가 되면 어떻게든 기억해 놨었다. 그 능력까지도.

‘언제 배신자가 될지도 모르니까. 미리 파악해 놔야 방비를 하지.’

그러다 보니 어지간한 유망주나 랭커는 내가 다 얼굴을 알고 있는 편이었다.

이번 생에도 그걸 이용해 꽤 끌어들이기도 했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들 정도 수준이면 분명 알아야 했다.

‘회귀 전이면 못해도 랭커를 할 만한 녀석들인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상하다, 이상해.’

내가 다른 것도 아니고 랭커를 모를 리 없으니까.

[이사야 저들이 어떤 자들인지 알아?]

“……몰라요.”

거기다 러시아 남부의 여왕이란 이사야조차 저들을 모른다.

“흐음…….”

궁금증은 더 커져 갈 수밖에 없다.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슨은 전보다 더욱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말했다.

“듣기로 저희를 구출해 주실 거라구요?”

“일단은……?”

“그럼 제가 안 모실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배식이나 하는 곳에서 뭘 모시려고?”

“하핫. 궁핍한 곳도 뒤지면 뭐라도 나오지 않겠습니까. 거기다, 구출 작전을 위해서라면 서로 정보도 공유해야 하구요.”

“흐음…….”

정보 공유라. 어느 식이든 나쁘지 않은 일이다.

현재의 나는 정보가 필요한 상황이니까.

이것도 일종의 초대인데 거절하는 것도 우스운 일인 터.

지슨을 포함한 자들.

어느새 다가온 동료들까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들이 이끄는 곳으로 가는 건 별로 좋지 않을 수 있느니라. 여가 보기에 함정일 가능성도 있느니라.

‘함정이라…….’

-잘 생각해 보거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긴 한다만.

아까부터 나를 간질거리는 묘한 꺼림칙함.

그걸 해결하자면,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 초대.

어쩌면 처음부터 답이 정해져 있을지도 몰랐다.

“뭐, 한번 가봅시다.”

“하하. 좋습니다. 어서 가죠.”

초대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말이다.

나는 더 성큼 안으로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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