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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46화 (146/206)

제146화

협상을 위한 무게추로 내가 제시한 것.

그건 러시아였다.

정확히, 나헤나가 접수하고 있는 러시아였다.

이게 내가 장난스레 던진 태엽의 정체였다.

나로 인해서 자신이 진행한 모든 매료가 풀려버린 나헤나.

인천항에서부터 폭발사건을 터트리고 돌아간 그녀는 제대로 움직여줬다.

내가 한국에서 활약한 것만큼이나, 러시아에서 활약을 벌였으니까.

다만, 나와 달리 떠들썩하게 일이 이뤄지진 않았다.

‘애당초 세뇌나 매료를 하고 다니는 일이 알려지면 곤란하지.’

그녀는 러시아 내부에 거대한 덫을 놓는 거미가 되어서, 걸리는 모든 사냥감을 조용히 휘감았을 뿐이다.

그녀에게 듣기로 매료당한 자들 중 일부는 자신이 누구에게 충성하는지도 모르는 정도라나.

그게 공개될 때는, 자신이 러시아 전부를 잡아먹은 이후라는 그녀의 말.

그 말 한마디만큼은 온갖 일을 겪은 나로서도 잊히지 않는 꽤나 광오한 말이었다.

나는 그 패를 꺼내 들었을 뿐이다.

“대체 언제 러시아에 선을 댄 거예요?”

“아주 얼마 전에?”

“고작 얼마간의 시간으로 될 게 아니던데요. 이건 러시아에 선을 댄 정도가 아니죠. 말 그대로 세력화를 이루신 거 같은데요.”

그리고 그 패는 내 예상보다도 더 잘해줬다.

과연 나헤나는 나헤나랄까.

‘재앙의 바람이 부는 순간을 이용할 줄은 나도 예상 못 했지.’

러시아로부터 불어온 재앙의 바람.

러시아 남부지역을 초토화시키다시피 한 그 극적인 상황 속에서.

그녀는 조용히 세력을 더 길렀단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자들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그와 동시 새롭게 자리에 올라서는 자들을 제 사람으로 채워 넣었다나.

그걸로도 모자라서, 책임을 묻는 시민 세력들 사이에도 사람을 심어 넣었단다.

그야말로 위와 이래는 물론이고, 그 중간까지도 세심히 사람을 박아 넣었다.

서로는 서로를 모른 채로.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지만, 그들 모두에게 나헤나의 손길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럼으로써 이제 러시아 남부는 가히 그녀의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나도 이 정도까진 해낼 줄 모를 일이었다.

흠.

그렇게 생각해서 보면, 나도 위기감을 가지긴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뭐, 완벽히 내 세력은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연히 지한휘 헌터가 그런 세력을 어떻게 가져요. 협력을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죠!”

“……그래. 그것도 그렇지.”

나헤나가 너무 커버렸다.

지금, 나 이상의 세력을 러시아에서 지녀버렸으니까.

아니, 그 세력이 무서운 거보다도 그녀가 세력화를 이루면서 더 성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회귀한 전보다도 더 그녀가 성장했다고 친다면.

‘위험하긴 한데?’

내가 그녀를 보러 가는 건 꽤 위험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쉽게 그녀의 세뇌를 뿌리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 해도 이미 패는 던졌다.

그리고 그 패는 재미있는 제안으로 돌아왔다.

“어쨌든 그래서 그쪽에서 던진 제안이 뭔데?”

“러시아에 터진 재앙의 바람. 그 근원지들을 처리해 달라고 하더군요. 지한휘 당신이, 바람을 물러나게 했으니 근원도 처리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로요.”

“딱 예상 범위로구만.”

“예. 여기까진 저도 예상했어요. 꼭 지한휘 씨가 아니더라도 여력이 남는 건 한국뿐이니, 지원 요청이 올 법했죠. 그 대가가 뭐라도요.”

지원 요청을 했단다.

여기까진 예상 범위다.

러시아가 곤혹스럽고, 중국도 아직 내부 문제를 해결치 못했다.

그럼 남은 건 한국과 일본뿐이다.

그런데 일본은 마침 불어닥친 재앙의 바람이 그쪽을 향하고 있다네?

‘곤란하겠지.’

힘이 빠졌다 해도 재앙의 바람은 바람.

그들로서는 이에 대비하느라 세력을 움직일 여력이 없다.

뭐, 듣기로 이 재앙의 바람이 불어 닥친 사태는 모두 나 때문이라고 원망하는 자들도 있다고는 하는데.

나도 노린 건 아니었는데 말이지.

알게 뭔가.

어차피 도와줄 일도 없는데 말이지.

어쨌건, 나를 집어 요청한 건 미래 그룹으로서도 예상 밖의 일이다.

“지한휘 헌터가 와야 일을 진행하겠다더군요. 급한 건 자기들이면서, 이렇게 뻗대는 걸 보면 러시아답긴 한데……. 대체 뭔 수를 쓴 거예요?”

“이건 말 못 하지. 영업 비밀인데.”

“……칫.”

그 예상 밖의 일은 분명 나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어쨌건, 이 정도면 무게 추가 기울지 않았어? 러시아에서 날 원하고. 거기다가 꽤 많은 대가를 지불한다고 했을 건데 말이야. 이를테면 새로운 육로라든지. 영토 인정이라든지 하는 부분 말이지. 아냐?”

“……맞아요.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값을 제대로 치러주셨어요.”

그 덕으로 나는 미래 쪽에 기울어 있던 무게추의 균형을 서로 동등하게 맞출 수 있었다.

아니, 이 정도면 이번엔 내게 기울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러니까.

“제대로 치른 정도가 아니지. 이 정도면 내가 더 받아야 하니까 말이야. 그러니, 러시아로 출발하기 전에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아아.”

가기 전에 균형은 맞춰야 하지 않겠나.

아주 제대로.

* * *

미래 엔터.

미래 그룹이 가진 최고의 길드라고 할 수 있는 그곳에 새로운 자회사가 만들어졌다.

말이 자회사였다.

다들 새로운 길드라고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았으니까.

그 이름은 꽤 특이했다.

-최후의 칠 인이라니? 뭐지?

-무슨 의미냐 대체.

-팀원도 일곱은 아닌 거 같은데. 더 많지 않냐?

-모르겠다. 진짜.

최후의 칠 인.

이 세계서 오로지 넷만 아는 이름이었다.

“한휘, 이젠 꼭 칠 인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지 않아요?”

“그럼 결사대로 할 걸 그랬나? 그건 좀…… 촌스러워서.”

“으익? 이미 최후의 칠 인이란 이름도 촌스럽다고.”

-여가 봐도 그렇느니라. 차라리 벨린카서스가 어땠느냐?

“넌…… 좀 닥쳐. 진짜.”

그러나 이름을 고른 지한휘는 괘념치 않았다.

되려 좋아했다.

‘드디어 처음 제대로 밝힌 느낌이다.’

다른 자들은 알아주지 못해도 상관없다. 알아줄 필요 또한 없었다.

그저 그만 만족하면 되었다.

과거.

아니, 이제는 존재치 않은 회귀 전.

그때 모였던 최후의 파티.

그중 일 인을 자리했던 자신이 다시 팀을 부활시켰다는 게 중요했다.

이제는 팀이 아닌 길드.

미래에서 데리고 온 유망주들을 잔뜩 흡수해 거대해진 크기지만, 그건 또 무슨 상관이겠는가.

‘최후의 칠 인이 있으면, 같이 하는 결사대도 무조건 있는 거지.’

칠 인의 곁에 천 인의 결사대가 있었지 않나.

그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는 되려 더 좋아할 거다.

최후의 천 인 결사대.

그걸 넘어 만 인, 십만 인을 채운다고 한다면.

인류가 공허로부터 조금 더 멀어질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 그는 아직도 배가 고팠다.

“그나저나 길드 운영은 할 수 있겠어?”

“못할 건 없지. 고작해야 백 명도 되지 않는데. 이 정도는 전에도 다뤄봤잖아? 되려 없어서 아쉽다고.”

“그럼 더 받지 그랬어요?”

“됐어. 어중이떠중이는 필요 없으니까. 흠…… 러시아 가서 괜찮은 애들 있으면 데려올지도? 유망주라도 제대로 훈련시키면 될 거니까.”

“……다국적이네요. 나쁠 건 없죠. 최후의 결사대도 다국적이었으니까.”

“그래. 그거지.”

어쨌건 드디어 제대로 된 길드를 만들어냈다.

겉으로 봐선 미래 길드를 모태로 둔, 길드.

회사로 치면 자회사로 보일 뿐이지만 무슨 상관인가.

이미 업계에 진실은 알려진 지 오래다.

최후의 칠 인이 만들어지면서 지한휘에게 주어진 권한은, 일개 길드장 수준을 넘는다는 진실 말이다.

숨길 이유도 없기에 마음껏 밝혔다.

덕분에 이를 수습해야 하는 김시연 실장은 골머리를 앓았단다.

‘알게 뭐람.’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있는 김시연으로부터, 실장 하나도 흡수해 냈다.

바로, 신이현이다.

그녀의 직함은 정확히 최후의 칠 인을 감사하기 위한 감시역이자 이사.

그러나.

그 속내는 달랐다.

“이제부터 잘 부탁드려요? 후후.”

“내가 더 잘 부탁드려야죠.”

“당연한 말씀을!”

미래를 위한 존재가 아니라, 내게 소속되기로 했으니까.

이것도 일종의 거래였다.

나는 그녀에게 던전 행을 제외한 부분들에서 실장 이상의 권한을 내어주기로 했다.

꽤 많은 이권을 그녀에게 넘겨준 셈.

그 대가로 그녀의 충성을 받아냈을 뿐이다.

권한이 제대로 돌아갈 때에서야 얻을 수 있는 한시적인 충성이라 이 말씀.

그러니 이건 거래나 다름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그녀는 떠날 테니까.

그러나 상관없었다.

그녀가 지닌 능력은 진짜고.

나는 그 진짜배기 능력을 사용키 위한 제물인, 많은 권한을 앞으로도 손에 쥐고 있을 생각이니까.

참고로 그녀의 능력도 가만 쥐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바로 써먹었다.

“……안 그래도 들어오자마자, 이런 식으로 고생할 줄은 몰랐다고요!”

“값은 치르잖습니까? 값은?”

“……쳇. 정말 김실장 말대로 한마디를 안 지시네요.”

“칭찬 감사하고요.”

투덜거리는 그녀에게 유망주들의 장비 세팅을 맡긴 건 시작일 뿐이었다.

어차피 장비 정도야 본래 매니저로 있던 한시영도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여기에 나는 몇 가지를 더 요구했다.

날뛰는 악마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들.

루브르에서 겪기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는 천사에 관련된 것.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신화 속 신기까지.

그야말로, 일개 길드의 이사란 자가 구하기엔 그 난도가 한없이 높은 것들이었다.

하나를 구하는 데도 족히 몇 년은 소모해야 할 것들이다.

그런 걸 잘도 시간 내로 구해내라 말하고 있으니, 그녀가 퉁명스레 굴 수밖에.

그러나 상관없었다.

“대가는 확실히 지불하잖아요?”

“그게 문제에요. 그게! 안 할 수가 없잖아요.”

대가가 지불되는 한 그녀는 제대로 움직여 줄 터였다.

지금까지 내가 본 신이현은 분명 그러했다.

그러는 사이, 내게 일개 팀 매니저에서 이사 자리를 제안받고 움직이는 한시영.

그녀는 또 무얼 하느냐 하면.

“……모두 준비됐어요.”

“고생했어요.”

길드의 첫 행보로 이뤄질 러시아행.

그에 따른 부수적인 준비와 이젠 모회사가 되어버린 미래 엔터와의 협업을 시켰다.

초췌해져 오긴 했지만, 그녀는 잘도 일을 해줬다.

“김시연 실장님이 두 번은 같이 일 못 하겠다고 전달해달라는데요?”

“푸핫. 그게 자기 마음대로 되나요. 미래에서 까라면 까야지. 정 힘들면 이 길드로 옮겨오라 그래요.”

“그거도 이미 먼저 말씀하시던데요. 거기 가도 일할 게 뻔하지, 미리 거절이라고.”

“크…… 역시 선견지명이 있으시다니까.”

그녀는 전령으로서 몫도 충분히 해줬다.

오면서 김시연의 말을 전해줬으니까.

문제는 그 말이 꽤 불쌍하단 건데.

‘자기가 선택한 자리인데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지. 어쩌겠어?’

거기까지 알아주기엔 내 코가 석 자라서 말이지.

어쨌건.

새로운 길드 설립. 장비 문제. 기존에 있는 길드들과의 관계 설정까지.

‘일사천리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사냥을 하지 않고 얻은 성과 중에 가장 돋보인다 할 수 있는 성과였다.

자, 이것들을 가지고 어떻게 하느냐?

“그럼 다들 뭐해요. 갑시다.”

“……네.”

이제 또 구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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