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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45화 (145/206)

제145화

“……해서 재계약에 대해서 먼저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조건들은 더 후하게 주는 식으로요.”

아. 방해꾼은 아니었구만.

뭐가 되든 선물 보따리를 주겠다고 찾아온 자를 방해꾼이라고 할 만큼, 나는 야박하지 않았다.

거기다 무려 김시연이다.

실장 사인방.

아니 지난 북부 토벌 상태로 한 명이 털려서, 이젠 삼인방이라 칭할 수 있는 그녀다.

여기에 같은 실장인 신이현과 한팀이 되어버린 그녀 아닌가.

한 마디로, 미래 엔터의 최고 실세라 이 말씀.

여태껏 모습 한 번 보이지 않던 미래 그룹의 회장이 쪼금 걸리긴 한다만.

‘호랑이가 안 보이면 여우가 왕 아니겠어?’

-그건 조금 다르게 쓰이는 말 같다만…….

‘됐고. 어쨌건 좋은 걸 들고 온 게 분명하잖아?’

나중 가면 아무 의미 없는 현금다발이라던가. 쓸데없는 걸 들고 오는 거만 아니면 언제든 환영이다.

그녀라면 내 성격을 파악했을 테니.

그런 쓰레기를 들고 올 확률도 낮았다.

나는 떠보듯 슬그머니 물었다.

“미래가 나한테 더 줄 게 있나?”

“웬걸요. 아가씨께서 지분도 걸어주시겠다고 하던데요.”

“그건 당연한 거고.”

“역시나.”

그녀도 떠보듯 내게 지분을 이야기해 왔다.

미래 엔터의 지분.

나쁘진 않은 거래 물이다.

어쨌거나 이름 그대로 미래에 최고 세력 중 하나가 미래니까. 미래를 보고 투자하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

그런데 말이다.

말이 지분이다.

지분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쓰레기가 되게 되어 있었다.

아, 그럼 화승은 왜 받았느냐고?

‘화승이랑은 결이 다르지.’

그쪽은 무려 화승의 회장과 함께 딜이 된 거 아닌가.

그는 우선 약속만 한다면 그게 뭐가 되든 지키는 자다.

지분이란 게 종이 쪼가리가 되어버리는 신용 없는 사회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는 자신이 지킨 선에선 그 종이 쪼가리를 위해서 뛰어주는 인물이다 이거다.

그러나 미래는?

‘그 회장 자식은 얼굴도 안 보이는 데다가…… 보아하니 이건 김민하가 지분을 포기하고 날 주는 거 같단 말이지. 이러면 내 우호 세력 지분이 사라지는 거잖아? 별로야.’

그깟 지분이라는 거.

종이 쪼가리, 아니 0과 1로 이뤄진 전자 계약서 따위로 서로 신용을 갖기엔 무리라 이 말씀.

그래서 바로 안 받아들였더니, 김시연은 한숨을 푹 내쉰다.

강하게 나온다 이거겠지.

이러면 현실을 알게 할 수밖에.

“뭐가 필요해요?”

“뭐겠어. 권력이지. 내가 여기서 나가서 팀, 아니 길드를 꾸린다고 하면 어떻게 될 거 같아?”

나는 가볍게 말했으나 그 답은 결코 가볍지 않다.

“……대단한 세력이 나오겠죠.”

“그래. 맞아. 팀원들도 죄다 나올걸?”

“계약이 걸려 있기는 하지만…… 시간 문제겠죠.”

“어. 페널티 따위, 돈으로 찍어 누르면 되니까.”

“미래 엔터에 있으면서 돈으로 찍어 누른다는 이야기를 상대한테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살다 보면 뭐든 상상도 못 하는 일이 일어나는 법이지.”

내 가치는 나 하나만이 아니다.

이사야와 어쩌다 보니 아직 계약도 제대로 진행치 않은 마리. 이 둘만해도 그 가치는 결코 낮지 않다.

이진성과 이진아?

‘걔들도 오겠지.’

올 거다. 말을 퉁명스레 하는 녀석들이다만. 분명 날 따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날 따라오지 않을 리없다.

설사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키우면 되는 거지.’

없으면 만들면 될 문제다. 나를 위한 부대를 만드는 거? 어렵지도 않다.

여기 이곳.

나만의 수련장까지 있으니까.

미래에서는 이 던전을 두고 지분을 요구해오기야 하겠다만. 내가 허락지 않으면 결코 쓸 수가 없다.

또한 다소의 희생만 각오하면 그 위치조차 몰래 바꿀 수 있을 정도다.

지금이야 미래가 철옹성을 쌓아놔서 이용은 하고 있다만.

수틀리면 어디 동굴에라도 들어가서 입구 게이트 위치를 바꿔버리면 될 일이다.

물론, 그 대가가 만만치 않기야 하다만.

그걸 대가로 미래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못 할 거도 아니다.

그런 내 의지를 본 걸까.

아니면 김시연 이쪽도 만만치 않다는 걸 의미하는 걸까.

“……못 당하겠네요.”

“언제는 안 당했고?”

“정말 한 번을 안 져준다니까요. 그래요. 고작 지분 하나만 가지고 지한휘 헌터를 데리고 있을 거라 생각은 안 했어요. 뭘 원해요? 완벽한 비어 버린 실장 자리라도 줄까요?”

“아니.”

“그럼 더 줄 수 있는 거도 없는데요? 설마 회장 자리라도 노리는 거예요? 무리예요, 그건.”

“알지. 그런 건 바라지도 않아.”

회장 자리. 권력이야 있겠다만, 그뿐이다.

그만큼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주변에서 압박해 오는 자들도 이겨내야 했다. 그런 상황에 회장을 하라고?

‘머저리나 욕심내는 거지.’

나는 미래를 잡아먹을 생각이다만.

그에 대한 책임까지 질 생각은 없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그게 될 거 같냐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굉장히 상상력이 빈약한 것이다.

권리는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는 거.

아주 오래전부터 몇몇 방법만 동원하면 다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중 하나는 바로.

“독립 팀을 만들어 줘.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는 거. 김시연 씨도, 회장도 터치 못 할 만큼 확실한 독립팀으로.”

“……하. 미래의 이름만 갖겠다는 거군요.”

“어, 그래도 될 거 같아서. 힘든 건 맡기면 되잖아?”

이렇게 속된 말로 짬을 때려버리면 된다.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권리만 누리는 거. 그거 원래부터 윗사람이 되려면 꼭 가져야 하는 태도 중 하나지 않던가.

나는 그걸 미리 당겨 쓸 뿐이다.

아.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왜? 싫어?”

“싫겠어요? 우선은 지한휘 씨를 데리고 있음으로써 얻는 이득들이 있는데요. 그 이득의 유효기간까진 나쁠 거도 없죠.”

“그럼 됐네.”

원하면 되게 돼 있다.

원하는 게 되지 않으면 내가 돈과 힘이 부족한 건 아닌지 한번 되돌아봐라. 뭐든 하나가 부족해서 안 되는 거뿐이다.

그게 진리다.

그래도 문제는 있다.

“다만 나쁠 건 없다고 해도. 이건 우리가 밑지는 거래에요. 참고로 우리 미래 그룹은 밑지는 거래는 하지 않는다는 거 아시죠?”

“알지.”

내 몸값이 아무리 올랐다 해도, 한계선이란 게 있는 법이다.

아직 세세한 부분들은 정하지도 않았다만.

내가 원하는 독립팀. 아니, 말 그대로 미래의 내부에서 하나의 세력을 갖추게 만드는 거.

그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제 아래 있는 거면, 그게 뭐든 지배하에 두는 미래 그룹치고는 도박수나 마찬가지인 셈. 말 그대로 처음 하는 일을 하게 하는 거다.

대한민국 재벌들이란 게 원래 이런 거에 민감한 편이니까.

그런 가운데서 내 몸값 하나 가지고, 독립 세력을 인정받는다?

‘그게 쉬울 리가 있나.’

그나마 나이기에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자, 그러면 저울은 이미 기울어져 있다.

내가 뭔가를 더 제시해 줘야만, 저울이 다시 기울어 균형을 이루게 될 거다.

아직 힘이 부족한 나이기에, 여기서 그 균형을 이루기 위한 제물을 내줘야 했다.

그 제물.

“마리로는 안 돼요. 그녀는 이미 들어오기로 어느 정도 약속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쳇…….”

“미래 유망주들도 마찬가지. 지금 당신이 강하게 수련해 주고 있다지만, 대신 우리는 시간을 할애해서 투자해주고 있는 거라구요.”

“……이거, 이거. 나 아직 뭐 하나 말도 못 했다고.”

단순히 한, 둘의 유망주로도 안 된다.

그들 말대로, 이 훈련소에서 시간을 들이붓게 해 준 거는, 이들이 해 준 배려 중 하나니까.

한 마디로 미래도 여기 있는 유망주들을 데리고 수련이 아닌 사냥을 시키면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단 이야기.

그런데도 그걸 포기하고 훈련을 시켰으니, 거래물로써의 가치는 낮단 소리다.

“미리 선수 쳐 두는 거예요. 안 그러면 지한휘 헌터는 뻔뻔하게 굴 거니까요.”

“지금 내가 보기엔 실장님이 더 뻔뻔한 거 같은데?”

“누구한테 배웠다고 해두죠.”

“……젠장.”

“자, 어떤 걸 미래와 한휘 헌터님 둘 사이의 저울에 얹어놓으실 건가요? 균형은 아직도 기울어 있는 거 같은데. 차라리 이번은 쉽게 재계약하고, 일 년쯤 뒤에 독립팀을 요구하던가요. 그때는 또 이야기가 달라질 테니까.”

“안 돼. 그럼 너무 늦어져.”

“대체 뭐가 늦어진다는 건지…… 어쨌든, 이번은 쉽게 못 넘어가요.”

“흐음…….”

자, 여기서 기울어버린 저울을 어떻게 채워줘야 할까.

어찌해야 미래와 저울추가 균형이 맞을까.

‘정확히는 균형이 잡힌 듯 보이게 만드는 작업이긴 한데.’

무려 미래다.

이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 일만 성공한다면.

어쩌면 미래라는 거대한 파이 중 하나를 한 움큼 잡아먹는 시작일 수 있다.

지금처럼 티끌이 아니라, 말 그대로 크게 잡아먹을 수 있다 이건데.

그에 어울릴 만한 게 내게 있을까.

지금도 마왕을 이용해서 침공에 대한 정보는 넘기고 있는 형편이고.

사냥 노하우 등은 새로 영입한 루키들을 통해서 풀어주고 있는 상황인데?

그렇다고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하자니, 나는 이미 저울의 추가 되어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 성장도 당분간 가파르게 이뤄지기 힘들다.

‘이젠 등급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야. 진짜로 혼돈의 기운을 쓸 수 있어야 되는 거지.’

방금 전까지 수련하고 있던 혼돈의 기운.

이걸 다루고 정제할 수 있을 때까지는 급성장을 이루기 힘들 테니까.

설사 등급이 오른다더라도, 질적 성장이라고 보기엔 양적 성장에 가깝다.

자, 그럼 내가 또 줄 게 뭐가 있을까?

“없어요? 없으면 이번은 역시 넘기시는 게…….”

“잠깐만.”

머리를 굴려 봤다.

대체 뭐가 있는지를.

그러다가.

……어?

내가 지닌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단 걸 깨달았다.

‘될까?’

-뭘 생각하느냐? 아, 설마…….

‘네가 생각한 그걸 걸?’

-……하여간 지한휘 너는…… 미쳤구나. 그런 걸로 추를 맞출 생각을 할 줄이야. 아직 제대로 된 네 것도 아니면서.

‘아, 때로 카드 게임을 하다 보면 뻥카라는 거도 치고 하는 거야. 흐흐.’

마왕의 말처럼.

아직 완전히 내 것은 아니지만, 내 것처럼 보이는 것.

미래에 정말 내 것이 될지는 나도 몰루?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한 게 있었다.

나는 그걸 걸 참이었다.

좋아.

이제 못 먹어도 고다.

나는 당당하니 내가 저울의 마지막 추로 뭘 건네줄지를 말했다.

“내가 걸 것은 말이야.”

그러고 돌아온 반응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또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는 김시연의 표정이었다.

얼토당토않은 걸 말한다는 듯, 그녀는 크게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일은 내가 생각한 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정말로 지한휘 씨 말대로 요청이 들어오네요.”

얼마 전. 내가 장난삼아 던져 놓았던 태엽 하나가 돌아가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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