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4화
그가 벌이는 수련은 마치 환상과 같았다.
즈으응-
손에 들린 사슬 낫에 얹혀져 있는 건 오러였다.
그것도 아주 선명한 오러다.
이제 랭커라고 불리는 자들, 그중에서도 전사 계열 직업을 지닌 자들조차 오러를 쓸 줄 아는 자가 드물었다.
다들 자신에게 주어진 가호나 기술 등을 가지고 잠시간 흉내나 낼 뿐이었다.
저런 식으로 오러 자체를 일으키는 거.
결코 쉽게 되지 않는다는 걸 이 자리에 있는 자들 모두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선명한 오러를 볼 때마다,
수련을 하던 수련자들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영혼술사가 오러를 쓰는 게 말이 되는 건지…….”
“그러니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게 더 소름 돋지 않냐.”
특히 전사 계열 직업을 가진 자들은 더했다.
“……시끄러, 이 녀석들아. 조용히 좀 해봐. 집중해야 하니까.”
“알았다. 알았어.”
수군거리는 동료들을 침묵하게 만들고.
지한휘 손에 쥐어진 오러를 탐닉하듯 바라보느라 바빴다.
[흐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수련을 행하는 이곳의 수행자들조차도 하염없이 지한휘의 오러를 바라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스스스스-
그의 손에 펼쳐진 오러의 선명한 형태.
빛으로 이뤄진 그 형태가 춤을 추듯 움직인다.
그러한 움직임은 그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것.
설사 동료라 하더라도 그러했다.
실전 중에 동료가 펼치는 오러를 바라보는 머저리는 없으니까. 그건 자살 희망자거나, 곧 죽을 머저리나 하는 짓이었다.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어찌 오러를 바라볼까.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스슷- 스-
지한휘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들에게 이득을 가져다줬다.
[당신은 가호 : 오러가 펼쳐진 것을 보았다.]
[당신은 가호 : 오러를 바라봄으로 오러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오러에 대한 이해의 상승이었다!
처음은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단순히 오러를 본다 해서 오러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마법을 본 자는 전부 마법사가 될 터였다.
그러니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그 이유.
따로 있었다.
[허허. 재밌는 일이로군.]
[저희가 손을 보태긴 했습니다만은…… 분명 대단한 일이긴 하죠.]
-흐히히. 지 서방이 대단하긴 해.
첫째는 모두가 집중하는 가운데, 힘을 쓰고 있는 수행자들과 도깨비 장인.
이들이 지한휘의 움직임 하나, 하나를 헌터들이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보조해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이곳 던전은 이들의 쉼터이자 수행처이지 않은가.
기계신의 성좌는 이러한 쉼터에 어마어마한 능력들을 심어 놓았다.
그중 하나가 수련을 통한 경험의 공유!
한 사람이 수련하면, 그 사람의 경험치 일부가 모두에게 공유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경험의 공유라니.
말 그대로 사기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마냥 만능의 기능은 아니었다. 조건이 있었다.
그것은 경험이 공유되고 있는 기술이나 가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게 첫째였다.
한 마디로, 관련 수련자야 된단 말이다.
검사나 궁사처럼 오러를 다루는 가호나 기술을 지녀야 했다.
마법사 계열이나 주술, 회복 계열의 헌터들은 오러 등의 기술 공유 따위가 불가능했다.
또한.
아는 만큼만 보였다.
제아무리 전사 계열의 가호를 지녔더라도, 그에 대한 재능과 이해도가 낮다면 공유는 불가능했다.
말 그대로 일정 수준 이상만이 이러한 경험의 공유가 가능했다.
억지로 끌어 올리는 건 불가능하단 이야기.
“와…….”
“……이런 거였나?”
그러나 이곳에 있는 자들은 그러한 조건으로부터 예외였다.
지한휘가 고르고 골라 데려온 자들이었으니까.
이곳에 있는 자들 모두 어디 가서 루키 혹은 숙련된 전사라 불리는 자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간단한 이해를 못 할 리가 있겠는가.
할 수밖에 없다.
가만히 보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영감을 얻어내고 있었다.
샤아아-!
이 중 일부는 그 영감을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고자 시도도 하고 있었다.
지한휘의 움직임을 따라해 보기도 하고.
자신이 지닌 가호나 기술에, 그의 움직임을 심어보려 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체득하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시도가 동시에 이뤄졌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시도는.
[당신은 동료의 경험 일부를 영감으로 얻고 있다.]
[당신은 가호 : 오러의 개념에 대해서 정립해 가고 있다.]
[당신은 가호 : 오러를 알아간다.]
[당신은…….]
실시간으로, 그들을 한 차원 도약시켜 가고 있었다.
빠른 성장이었다.
전에는 상상치도 못할 정도의 수련 속도!
그러한 수련은, 큰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과 그에 따른 성과, 그 모든 것들이 그들을 점차 수련에 열광케 만들고 있었다.
중독되듯, 지한휘의 움직임을 탐닉해갔다.
그러며 동시 감탄했고.
또한 감사해 할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네…….”
“이런 걸 잘도 준단 말이지.”
이 수련장의 경험 공유를 위한 마지막 조건 때문이었다.
그 조건은 가혹하기까지 했다.
그것은 바로, 앞서 경험을 전파하는 수행자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도록 허락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다.
허락이 없으면 공유도 불가능했다.
그러기에 이건 대단하기만 한 일이었다.
누가, 쉬이 자신의 것을 공유해준단 말인가.
돈을 수억, 수조로 쌓아도 자신만 부를 독차지 하고자 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힘도 마찬가지다.
살기 위해선 강해져야 하는 지금.
자신이 지닌 힘을 독점하고자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한 자들을 두고 원망할 것도, 힐난할 것도 없다.
이 또한 본능이니까.
그러한 본능을 이겨내는 거?
말로만 쉬울 뿐이다.
실제로 이를 행하는 자는 드물다. 아니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
그런데 그것을 그는 쉬이 해 주고 있었다.
어찌,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한 감사해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모든 게 그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고 있기에, 감사하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앞날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 그러했다.
그러기에 이들은 필사적으로 지한휘의 움직임을 따라 했다.
조금이라도 더 따라가기 위해서.
더 배우기 위해서.
이 기회를 살리고자!
그러나 한계는 쉬이 찾아오곤 했다.
“후우…….”
“못 따라가겠는데.”
[당신은 육체가 지닌 힘을 전부 소진하고 있다.]
[당신은 회복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한휘의 수련.
그 시작은 작은 산들바람처럼 가볍게 시작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태풍처럼 격렬해져 갔다. 그 격렬함은 쉬이 따라 할 수 없었다.
그간 그가 얻은 경험을 체득하고 있는 육체가 만들어 낸 움직임이었으니까.
그걸 쉬이 따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큿…… 여기까지.”
“……하 씨.”
때문에 하나둘씩 무너지는 자들이 생겼다.
오기로 버티는 자도 있었지만, 그들도 얼마 가지 않아 리타이어 할 수밖에 없었다.
한계치였으니까.
몰입하듯 그를 따라 하다가도,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전사 계열의 직업을 지닌 자들.
오러를 다룰 줄 아는 자들 모두가 그렇게 주저앉았다.
그러나 다들 입꼬리의 한쪽은 올라가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당신은 가호 : 오러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상승했다.]
[당신은 자신이 지닌 기술 : 검술에 대한 이해도가…….]
실시간으로 자신들이 성장함을 느끼고 있었다.
말 그대로 게임에서 하는 성장처럼 빠른 성장이었다.
그러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몸은 고되더라도, 얻는 성과라는 게 분명하였으니까.
기쁠 수밖에.
그런 가운데, 수련에 집중하고 있던 지한휘는 또 다른 변화를 줬다.
“와…… 또 바뀌네?”
“……저게 사람이냐.”
그 변화.
즈으응-
여전히 선명하게 사슬낫에 맺혀져 있는 오러.
그 오러에 마력을 한 겹 더 덧입히는 거였다.
즉, 지금까지는 전사로서의 오러만 사용하였다면. 지금은 마치 마검사처럼 마력을 사용한다는 거!
또한 그는 단순히 마력을 덧입히는 데서 끝내지도 않았다.
변화를 줬다.
그 변화는 바로, 마력을 계속해 뒤바꾸고 섞는 거였다.
불, 물, 금속, 바람.
여러 형태로 변화할 수 있는 게 마력의 속성.
그러한 속성의 힘을 그는 오러에 덧입히면서 계속해 변화시켰다.
변화한 마력은 춤추듯 주변에 흩뿌려졌다.
그리고 그것은 마법이 됐다.
불이 화살 형태로 쏘아지니 불의 화살이 됐고.
바람이 거세게 일어나 곳곳을 쏘다니니 살상력을 지닌 바람이 만들어졌다.
물은 압축에 압축을 거듭하더니.
콰아앙-!
다른 곳에 닿기가 무섭게 그를 부숴버렸다.
지한휘로선, 여러 속성을 휘두를 뿐이지만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것이 다른 헌터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우리 차례다!”
“기다리고 있었다고! 흐흐.”
오러에 이어서 마력!
그 마력의 흐름을 보고서 얻는 것이 또 있었으니까.
이제부턴 마력을 사용하는 모든 자에게 영감을 주는 시간이었다.
이곳에 있는 자들 중 그 시간을 거부할 자가 있으랴.
“오오오…….”
“시끄러. 집중 하자.”
“크흠.”
다들 그의 움직임 하나라도, 놓칠세라 바라보고 또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수련이 끝나기 전까지!
이를 바라보는 모든 이가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 수련을 행하고 있는 지한휘는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큿…….”
또 실패인가.
한숨이 비어져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가호 : 오러의 사용을 종료했다.]
[당신은 마력의 사용을 종료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내가 단순히 오러와 마력을 사용하는 것만이 보였을 거다.
이것만으로 대단하긴 하다.
어지간한 자가 아니고서야 둘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자는 드무니까. 그것도 수준급으로 말이야.
미래에 이집트 이모텝은 그걸 비슷하게 쓰기야 하긴 하는데.
‘나랑은 결이 다르지.’
현재로서는 이 정도 수준도 드물다 이 말씀.
거기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 더하고 있었다.
[당신은 가호 : 영력의 사용을 종료하였다.]
[당신이 풀어 낸 대규모의 영력이 당신에게 다시 돌아와 흡수된다.]
그것은 바로 영력.
영혼 술사가 없으니 다른 자들에게는 보이지 않겠다만. 나는 마력과 오러에 영력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그 이유야 단순했다.
‘혼돈의 마력을 다시 꺼내야 했으니까.’
근래의 나는 머릿속에서 오로지 한 가지 결론만이 내려지고 있었다.
그 결론.
혼돈의 마력을 다뤄야만 한다는 것.
혼돈의 마력의 정체가 뭔지, 그 힘을 제대로 쓰는 것이 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공장의 폐허 보스를 쉽게 무너트릴 만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단 것 외엔 아무것도 모른다.
그뿐이다.
사실, 파괴력만 놓고 보면 혼돈의 마력에 이리 집착할 필요도 없었다.
어떤 수를 쑤든 상관없이 파괴 행위는 어떻게든 일으킬 수 있는 법이었으니까.
그런데도 내가 이것에 집중하는 이유는 하나다.
‘이걸 얻어 내면…… 공허도 어떻게 할 수 있을 거 같단 말이지.’
내 최종 목표 공허를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는 거.
오로지 그거 하나 때문에 이곳에 내가 머무르고 있는 거였다.
혼돈의 마력을 마음껏 꺼낼 수 있게 되고.
이후 그걸 제대로 다룰 수만 있다면,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갈 테니까.
그러나.
“후우…… 성과가 없네.”
도무지 성과가 나오질 않았다. 결과물이 영 시원찮다.
해서 이 일만으로도 답답함이 그득 나오는 상황인데 말이지.
쯧.
“그래서 왜 여기까지 온 거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생각지 못한 방해꾼이 찾아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