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2화
던전이 아닌 곳에선 체계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 기본.
등급이나 가호의 등급 상승 등은 분명 던전의 보상 방에서 받았다.
그것은 법칙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바깥에서 활약을 했을 경우, 보상을 받지 못하고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서야 그 덕을 봤다.
때문에 꽤 많은 헌터들이 던전을 가려고 하는 거다.
죽음이 두렵다면 그를 대신해서 영웅의 전장을 간 것이고.
그러나 그 법칙이 이번만은 예외인 듯했다.
[당신은 스스로 가호 : 영력 S급에 도달하였다.]
[당신은 스스로 가호 : 오러 B급에 도달하였다.]
[당신은 강대한 영력을 바탕으로 마력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은 강대한 영력을 바탕으로 오러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이 지닌 가호 : 악마의 등급이 A급으로 상승하였다.]
[당신이 지닌 가호 : 언데드의 등급이 A급으로 상승하였다.]
[당신이 지닌…….]
수많은 가호의 등급이 올라가 버렸다.
이에 따라 전에 어렴풋이 다루던 마력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 마력을 다루게 되었다.
이걸로도 모자란다고 여긴 건가.
오러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죽은 폐허의 공장에서 오러를 익히게 되고. 이 뒤에 어떻게 오러를 수련해야 하는가 걱정했던 게 바보 같아지는 지경이다.
오러의 등급이 단숨에 올라가기도 올라갔거니와.
‘이해도 자체가 말이 안 되게 상승해 버렸네……?’
머릿속에 오러에 대한 관념과 심상들이 자연스레 떠돌고 있었다.
이에 따른 조율은 분명히 필요하기는 할 거였다.
힘은 가진다고 끝이 아니라,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 진짜 힘이 되니까.
그러니 아주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기야 하겠다만.
‘그래봐야 며칠, 길어봐야 한 달이면 될 일이야.’
본래 예상했던 수련 시간에 비하면 티끌도 되지 않을 정도다.
이 외에도 온갖 등급이 상승했다.
특히 악마와 언데드는 급격한 상승이었다. 이 외에도 다른 여러 등급이 같이 상승했다.
이러한 결과를 낳게 된 원인.
그것은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재앙의 바람을 흡수하면서 얻은 거겠지…….’
재앙의 바람.
스스로 던전을 열거나, 게이트를 열 수는 없는 악마들. 이미 있는 게이트를 변질시키고서야 침공이 가능한 그들은 게이트에 자신의 힘을 섞을 줄 알았다.
게이트를 변질시켜서 제 것으로 삼거나, 혹은 자신들이 들락거리기 위한 입구로 재창조하는 게 그들의 특기지 않은가.
이 중에 재앙의 바람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극상승의 게이트 변질 기술 중 하나였다.
바람이 부는 곳곳에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게 하는 거 자체가 쉬울 리 없으니까. 이는 당연한 일.
그러한 변질을 어찌 만들어 내는가 했더니.
이제야 일부 밝혀낸 듯했다.
‘악마가 지닌 본질들을 섞어서 담는 거였어. 그러니 온갖 게 바람 안에 섞여 있겠지. 일종의 혼돈의 마력과 같은 건가?’
재앙의 바람은 악마들의 본질이 담겼다.
자신이 영력, 마력, 오러 등을 이용해서 혼돈의 힘을 사용했듯이.
악마들도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뒤섞어내서 혼돈의 힘에 가까운 재앙의 바람을 만들어 낸 게 분명하다.
그럼으로써 던전 브레이크를 곳곳에 일으키고.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곳에 다시금 자신들만의 ‘씨앗’을 심어서, 게이트를 또 변질시키는 것이겠지.
그야말로 온갖 걸 뒤섞어 인위적인 전염병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과연 악마답다.
또한, 그러한 악마다운 짓에서 혼돈에 대한 이해를 해내서일까.
[당신이 지닌 혼돈의 기운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했다.]
[당신은 혼돈의 기운의 본질에 다가섰다.]
[당신은 고유 가호 : 혼돈의 기운을 알게 되었다.]
“……어?”
생각지도 못한 알림이 울려 퍼졌다.
혼돈의 기운에 대한 이해라니.
혼돈이 가호로 치환될 수 있는 거였나.
또한 고유 가호라는 게 존재한다고?
이는 회귀를 겪은 나로서도 전에 없는, 처음 겪은 이야기였다.
매 던전에 갈 때마다 꽤 큰 결과를 얻어온 나였다만.
안 그래도 보상의 방이 아닌 곳에서 성장한 것도 기이한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전에 알지 못했던 ‘고유 가호’라는 거도 알게 되었다.
‘하나뿐이라 이건데…… 그걸 체계는 알고 있는 거고.’
생각지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
이쯤 되면 나로서도 대략 정신이 멍해질 수밖에 없다.
-왜 그러느냐?
“아니야.”
그러나 이것을 마왕과 공유할 생각은 없었다.
이사야와 마리.
어쩌면 그 둘에게도 숨겨야 할 이야기였다.
이유? 알 수 없었다.
단지 직감이 말해 줄 뿐이었다. 혼돈의 기운에 대해서까지는 말하지 말라는 직감이 있었다.
이러한 직감을 무시할 이유가 없었다.
‘나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꼭 설명해 줄 이유가 없기도 하고.’
그러기에 이에 대해선 우선 꼭꼭 숨기기로 마음먹은 나였다.
그 대신, 다른 작은 것들 정도는 공유해줬다. 진짜인 혼돈에 대해선 숨기고서.
그걸로도 충분했다.
“보상 방이 아닌데도 능력이 상승했는데? 스스로 얻어냈다고 하면서 말이야.”
-뭐라고? 스스로……? 허…….
그 마왕조차도 크게 놀랐으니까.
그렇게 잠시 놀람을 잠재우는 사이.
저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다.
“한휘! 미친 짓 좀 그만 벌여!”
“대체 어떻게 하자는 거에요!? 아직 전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이러면 곤란해요. 한휘!”
가장 먼저 달려오는 건 이사야와 마리.
둘은 미친 짓을 벌인 나에게 꽤 큰 화가 났는지, 얼굴이 잔뜩 붉어져 있었다. 둘 다 이런 식으로 붉어져 있는 건 또 처음이었다.
그 뒤로 오는 팀원들도 마찬가지.
“이 미친 팀장아! 쫓아 좀 갑시다!”
“으아아!”
“허어억. 헉…….”
나를 따라온다고, 미쳐 날뛰는 둘을 따라오느라 잔뜩 지친 기색들이 역력했다.
아마 온갖 기술들을 사용해 겨우 둘을 따라오지 않았을까.
날아 온 나를 조금의 시간 차이를 두고 따라올 정도인 걸 감안하면.
‘오는데 꽤 고생들 하긴 했겠네.’
저들로선 전력을 다해 온 게 분명하다.
그런데 어쩌나.
“여어. 다들 왔어? 근데 이제 돌아가야 하는데?”
여기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재앙의 바람은 사라졌잖아?
어디로 갔는지는 나도 몰?루.
그러나, 더는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건 확실하다.
그래서 툭 하니 말을 던지자.
“……X발!”
팀원 중 하나로부터 들려오는 욕지거리가 있었다.
뭐.
관대한 내가 이번만은 넘어가 줄 생각이다.
대신.
“어서 가자. 마무리해야지. 제일 늦게 도착한 녀석은 팀 막내다. 콜?”
콰아아앙-!
바로 출발할 뿐이었다.
아주 작고 장난스러운 조건을 걸고서.
* * *
지한휘를 포함한 팀원들이 철수하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체를 토벌하는 거도 아닐뿐더러, 말 그대로 몬스터들을 돌파하고 돌아가면 될 뿐이었으니까.
그런 그들을 보고 욕하는 자들은 나오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그의 힘을 봐서였다.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거 같았던 재앙의 바람.
말 그대로 태풍이었다.
그러한 바람을 사람이 막을 수 있을 거라 상상할 수 있을 리가.
재앙은 사람의 손으로 막지 못하기에 재앙이라 불리는 거였다.
그런 것을 일개 개인이 막아 내었다.
팀원들의 도움을 받았다곤 하지만, 그가 중심이 된 걸 모르는 자는 없었다.
그가 바람의 방향을 틀어 낸 걸 모두 보았으니까.
단순히 바람의 방향을 틀었다면 차라리, 반발하는 자들이 있을지도 몰랐다.
문제는 다른 거였다.
그가 재앙의 바람을 쫓는 미친 추격전.
그건 모두에게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진심 똘끼 충만하지 않냐?
-미친놈은 맞는 듯. 근데 맞는 방향으로 미쳤음.
-맞는 방향으로 미치는 건 어떻게 미쳤다는 거냐?
-=지한휘?
-ㅅㅂ. ㅋㅋㅋㅋㅋㅋ
재앙의 방향을 뒤바꾸고. 그 뒤에서 그 미친 바람을 살라먹겠다고 나서는 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막아서 한번 상식을 비틀고.
그걸 잡아 먹어가며 상식을 한 번 더 비틀었다.
말 그대로 미친 짓.
그런 미친 짓이 한국에 도움이 되기까지 했다.
놀라움이 열광으로 바뀌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근데 이 정도면 표창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냐?
-표창 정도냐. 표창 주는 자리 만들어 줄 듯.
-정치하라고?
-못할 건 뭐임. 전대 헌터들 중에 정치에 나선 자들이 몇 명인데.
-그건 좀…… ㅇㅈ.
그가 벌인 일은 말 그대로 주모를 찾기에 딱 좋은 일이었으니까.
-크…… 진짜 요즘 같았으면 좋겠다.
-동감함.
재앙의 바람이 물러남으로, 재앙은 끝이 났고.
재앙이 끝이 나고 나서의 효과는 생각보다 뛰어났다.
모두 지한휘의 생각대로였다.
근래 들어 늘어났던 새로운 던전의 출현.
그 빈도가 재앙의 바람을 막아낸 이후 확실히 줄어들었다.
또한, 본래 있던 던전들 중에 브레이크를 일으키는 던전들이 드물어졌다.
말 그대로 오랜만의 평화였고.
극적이기까지 했다.
그런 그의 인기 상승이 더 극적이게 되는 거?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이 시대에 있어 헌터는 그 누구보다 스타성을 지닌 존재들이니까.
자연스레 그가 속한 미래 엔터에도 대중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아직 미래 엔터주 안 산 흑우 있나?
-진즉에 삼. 이미 세 배는 먹었는데?
-인증 없으면 뭐라고……?
-여기 인증이다. 새꺄.
-와씨. 형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미래 엔터에 관련된 주가도 크게 요동쳤다.
속된 말로 떡상을 해버렸다는 이야기.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거와 달리 미래 엔터의 주요 인물들은, 마냥 이 현상을 두고 웃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거 어쩌죠?”
“흐음…… 출혈이 상당해서 짧게 던졌던 건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달리 볼 걸 그랬어요.”
지한휘.
그가 미래 엔터에 속한 건 영속적인 일이 아니었다.
한 마디로 평생 계약이 된 것이 아니란 이야기.
끽해야 일 년짜리 단기 계약을 진행했을 뿐이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루키라고 데려왔다가, 비명에 사라진 헌터들이 한둘이었던가.
혹은 더 성장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헌터들도 다양했다.
그런 가운데서 계약을 길게 하는 거?
서로에게 좋은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루키 단위로 이뤄지는 계약 기간은 짧았다.
그 짧은 기간 덕에 슬슬 재계약 시즌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들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알음알음 그 소식을 듣고 있을 터였다. 또한, 크게 준비하고 있을 거였다.
그 지한휘를 데려가려고!
안 그래도 화승의 힘도 등에 업은 그였으니, 이는 결코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누구라도 탐낼 만한 상황이었다.
그간의 지원이 있다곤 하더라도, 그가 해놓은 것이 있으니 이제 와 의리라고 지킬 필요는 없는 것이고.
결국 칼자루는 미래가 아닌 지한휘가 쥐고 있는 셈.
그런 가운데서 막상 지한휘는 미래 엔터를 떠나기는커녕, 잡아먹으려고 하는 상황이다만.
그걸 모르는 미래 엔터의 사람들로서는.
“뭘 제시해야 할까요?”
“후…… 모르겠습니다.”
깊게 고민만 할 뿐이었다.
그러고 동시.
그는 마치 제 몸값을 더 올리기 위해서, 사람들의 애라도 태우려는 거처럼.
모든 시선이 집중된 지금 모종의 장소를 향해서 떠나가 있었다.
“근데, 슬슬 재계약 이야기를 할 때에 그는 대체 왜 거기 있는 겁니까?”
“그것이…….”
그 모종의 장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