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1화
스스스스-
내륙으로 들어오던 바람의 방향이 뒤바뀌었다. 그 방향은 정반대로 꺾였다. 이대로 가게 되면 저 멀리 바다 바깥으로 나가게 되겠지.
그러다 다시 또 방향을 틀 거다.
러시아나 일본.
내륙에 있는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게 될 거다.
그건 재앙의 바람이 가진 본능 중 하나니까.
그러나 한국 방향으로 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한번 호되게 당한 맹수가, 다시금 이 한국으로 오는 짓을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니까. 이 또한 재앙의 바람이 지닌 본능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이대로만 둔다면.
-되었구나. 확실히 사라지겠어.
‘그러겠지.’
재앙의 바람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더 이상 던전 브레이크도 일어나지 않을 거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거다.
‘한번 재앙의 바람이 헤집고 지나가면, 한동안은 자연스러운 브레이크가 일어나지 않곤 하니까…… 당분간 한국 자체가 안전해질지도?’
그리 생각한다면 이것은 분명 완벽한 성공이었다.
그러나.
지한휘 그가 여기서 만족할 리가 없다.
바람의 방향을 틀었고, 마법진을 움직이게 한 다음 해야 할 일도 남아 있었다.
스스슷-
점차 물러나는 재앙의 바람.
그 바람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한휘!”
“무슨 짓이에요!”
들려 오는 동료들의 말은 무시한 채로.
“이리 와라.”
[당신은 조율하는 데 성공한 마법진의 힘을 끌어당겼다.]
그는 대신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데 성공하고, 고작 반 정도의 힘이 남은 마법진.
그 마법진에 섞여 있는 영력들을 새로운 동료 삼아 끌어들였다.
샤아아-!
어느새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바람이 만들어졌다.
영력으로 이뤄진 바람이었다.
그 바람은 방향을 튼 재앙의 바람에 비하면 한없이 작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또렷하게 보였다.
그만큼 강력하고 짙은 농도의 마력이 맺혀졌다는 의미였다.
이 작은 바람으로 된 날개를 가지고서, 그는 재앙의 바람의 뒤꽁무니를 향해 부딪쳤다.
콰아아아앙-!
강력한 충돌이었다.
-미친 짓이니라!
‘전에도 이미 해 봤어!’
콰아앙! 쾅!
부딪칠 때마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폭발음보다도 더 거대한 충격이 그를 뒤덮는다.
‘크흐…….’
신의 육체를 지닌 지금에 와서도, 그 충격은 결코 작은 게 아니었다. 온몸의 뼈가 뒤틀리고, 온 신경이 고통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멈출 생각은 없었다.
-끄끝내(@끝내) 살라먹고 있구나…….
‘바로 그거지!’
샤아아-!
거대한 재앙의 바람.
그에 담겨 있는 마력들이, 그와 부딪칠 때마다 점차 사그라든다.
그 마력이 흩어지고 있었다.
거대한 재앙의 바람의 크기에 비하면 아주 일부.
그러나 절대적 크기로 보면 결코 작지 않은 마력이 흩어진다.
그리고 그 마력이 흩어지고 나면,
지한휘는 또 미친 짓을 벌여버린다.
“존재 포식.”
[당신은 기술 : 존재 포식을 사용하였다.]
[당신은 재앙의 바람이 지닌 포악한 마력을 포식하였다.]
재앙의 바람이 지닌 마력.
그것을 흡수하는 시도를 해 버린다.
이는 전생에서도 없었던 시도 중 하나.
현생에 들어서도, 주로 영력을 흡수하는 데 사용했을 뿐이었던 존재 포식을 거대한 바람을 향해서 사용했다.
그것은 말 그대로 미친 짓.
이대로 흡수하는 데 실패한다면.
-그만 두거라! 네가 죽을 수도 있느니라!
“크흐으…….”
말 그대로, 그의 통제를 받지 않는 마력들이 그의 몸에 들이차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마력들이 온몸에 쌓이면?
말 그대로 육체가 터져 나가겠지.
그나마 그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하나.
신의 육체를 지니고 있기 때문.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타인은 짙은 마력으로 인해 몇 초 버티다가 폭발을 한다면.
그는 몇 분을 더 버티다가 폭발을 할 뿐이었다.
그야말로 미친 짓이요, 도박이나 다름없는 일을 벌이고 있었다.
몇 초에 터지냐 몇 분에 터지느냐 차이일 뿐이다.
어찌 보면 더 잔혹한 일이었다.
온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단 몇 초만 겪느냐, 몇 분이고 뒤틀림을 겪느냐의 차이기도 하니까.
그걸 알기에 마왕은 어서 그만하라 말하지만.
-어서 내뱉어라!
‘우선 닥쳐 봐. 뒈지겠으니까……! 크흐…….’
그걸 들을 리가 있겠는가.
지한휘는 되려 더 악을 쓰면서, 짙은 마력을 흡수하길 멈추지 않았다.
그러고 이내.
꿀꺽-
[당신이 흡수한 짙은 마력이 영력 일부로 치환된다.]
지한휘는 기어이, 그 거대한 짙은 마력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고 마력은 영력으로 변환되기 시작했다.
때로는 마력보다 상위의 것으로 칭해지는 것이 영력.
거대한 마력은 영력으로 치환되며,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갔다. 그러나 그가 흡수한 절대량 자체가 어마어마했다.
그것을 영력으로 치환하자, 그 양은 결코 작은 양이 아니게 되었다.
[당신의 영력이 더욱 강대해진다.]
말 그대로 그의 영력이 더욱 거대해졌다.
그는 이 거대해진 영력을 다시, 바깥을 향해 방출시켰다.
스스슷-
그러곤 그 영력을, 자신을 보듬듯 양옆으로 같이 날뛰고 있는 영력들을 향해 쏟아부었다.
재앙의 마력이 지닌 마력을 더 흡수하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였다.
더 살라먹고, 살라먹어 재앙의 바람을 말 그대로 사그라트릴 기세였다.
그에 열이라도 받은 것일까.
고오오오-!
재앙의 바람이 분노했다.
분노한 재앙의 바람.
그것은 제 큰 몸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으나, 그 일부를 지한휘를 향해서 쏟아붓는 것은 가능했다.
콰아앙-!쾅!
순수하고도 짙은 파괴적인 마력.
그것이 레이저라도 된 듯 지한휘를 향해 쏘아진다.
지한휘는 날개를 펼치듯, 양옆의 마력을 펼쳐 그것을 피해갔다. 그러며, 재앙의 바람의 본체를 향해 계속해 달려들어 갔다.
그에 재앙의 바람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높이려 한다만.
“넌 너무 커, 새꺄.”
작은 지한휘를 피하기에는 재앙의 바람은 너무도 거대했다.
때로 거대한 크기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기도 하지만, 큰 약점이 되기도 하는 법이었다.
지금이 딱 그러했다.
샤아아아아-!
지한휘는 그 쏘아지는 레이저를 피하며 계속해 마력을 살라먹었다.
재앙의 바람에게는 극히 일부의 마력이지만.
여전히 지한휘에겐 거대했다.
[당신의 영력이 비대해지고 있다!]
그것은 그의 영력을 전생처럼 크게 늘리는 데 일조를 하고 있었다.
그러며 동시 그가 생각지도 못한 효과를 낳았다.
그 효과는.
[당신은 기술 : 근원 흡수를 통해 얻은 마력으로부터 오러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다.]
[당신은 기술 : 근원 흡수를 통해 얻은 마력으로부터 악마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다.]
[당신은 기술 : 근원 흡수를 통해…….
이 재앙의 바람을 만들어 냈을, 악마들.
그들이 지니고 있었을 힘의 파편을 읽어 들임으로써 얻는 부수적인 것들이었다.
오러, 마력 그 자체, 악마의 기술, 가호, 악마 그 자체에 대한 이해…….
수많은 파편이 재앙의 바람 그 자체에 섞여 있었다.
지한휘는 거대한 마력을 흡수함으로써, 그 자체에 섞인 걸 이해하고 흡수해 나가고 있었다.
그제야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게 근원 포식을 사용하는 진짜 방법이구나.’
전생엔 없었던 근원 포식. 단순히 영혼 포식으로 사용하였던 그것이, 그림자 가호를 만나게 되고 얻게 된 기술.
그 기술이 가진 진짜 힘과 활용 방식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너무도 느려 보이지만, 또한 긴 시간으로 보면 너무도 빠르게 얻게 된 이 사용법이기도 했다.
한평생 자신이 가진 가호나 기술을 이해 못 한 헌터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그는 고작해야 몇 년도 되지 않아 전에 없는 기술을 깨달은 셈이니까.
그러나 그의 급한 성격으로 보면.
‘나치고는 늦었군.’
한순간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느린 것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기술 그 자체를 활용하는 거 자체는 굉장히 빠르다고 느끼는 지한휘 자신 아니던가.
그런 그로서는 회귀하고 초창기부터 얻었던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단, 그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처음은 도박으로 벌였던 재앙의 바람을 뒤쫓는 것.
그 뒤는 마법진에 성공했으니, 남은 힘을 이용해 재앙의 바람의 힘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했던 발악이었던 이 행위.
그것을 그는 좀 더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먹고 뒤져보자! 존재 포식! 존재 포식!”
계속해 재앙의 바람을 흡수하기 위해 날아갔다.
퍼어엉-! 펑-!
그에 대응하는 재앙의 바람이 지닌 무차별 폭격들.
그를 피하는 지한휘.
때로 그에 직격당하기도 하지만.
“큿…… 오지게 아프네.”
그는 그 고통에도 괘념치 않고, 미친 듯 재앙의 바람을 쫓을 뿐이었다.
샤아아아아-!
그러한 공중전이 얼마나 오래 이어졌던 것일까.
동료들은 점이 되다 못해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몇 개의 지역을 따라 움직였다.
꽤 먼 거리의 공중전이었다.
그런 그의 공중전을 따라 드론들과 헬기들이 들러붙어 촬영하려 했으나, 아주 잠시의 화면만 잡아낼 수 있었을 뿐이었다.
퍼어어엉-!
따라가진 얼마 되지 않아, 공중전의 파편으로 인해서 터져 나갔기 때문!
그러한 미친 짓이 벌어진 지 한 시간쯤 되었을까.
-바다다! 더 가는 건 미친 짓이야!
“……하씨.”
어느새, 내륙을 떠나 해안가까지 이른 지한휘였다.
그때쯤 되어서 보인 그의 상태는 넝마나 다름없었다. 몇 번의 포격으로 인해서 방어구의 일부는 날아간 지 오래였다.
또한 그의 양옆에 수호자처럼 매달려 날개 역할을 해 주던 마법진의 마력들.
그것들도 금방 소멸할 기세였다.
그가 계속해 힘을 보충해 주었으나, 한계가 있었고.
또한 그들의 근원이랄 수 있는 마법진과 점차 거리가 벌어졌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상태로, 바다 바깥으로 나가 재앙의 바람을 쫓는 거.
도박 따위가 아니었다.
자살행위였다.
저 멀리 바다 안에 수많은 던전이 있고, 그 주위에 더 많은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게 바다였다.
때로 내륙보다 더한 괴물들이 바다에 있었다.
그러한 곳에 재앙의 바람과 함께 일전을 벌이는 거?
될 리가.
더 추격하긴 불가능했다.
그는 도박에 가까운 모험을 즐길 뿐이지, 죽으러 가는 취미는 없었다.
“후…… 아쉽네.”
그러기에 그는, 그제야 제 몸을 멈춰 세웠다.
그를 공중에 떠오르게 하던 마력들을 재차 흡수하기 시작하며, 점차 아래로 내려갔다.
[당신은 거대한 영력을 재흡수하였다.]
[당신은 거대한 영력을…….]
그는 아쉬워하고 있으나 그 결과는 결코 작지 않았다.
-저건 재앙의 바람이라고 하기엔 초라해 보이는 구나.
“그런가? 아직 던전 몇십 개는 브레이크 일으키기에 충분할걸? 잘하면 백 개까지도 될 듯?”
-이전의 크기는 수백 개도 되었을 것이니라.
거대한 재앙의 바람.
방향을 틀고도, 힘이 남았었던 재앙의 바람은 크기 자체가 줄어들었다.
그가 상당한 힘을 흡수한 거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지한휘를 떼어내기 위해서 거대한 힘을 수없이 낭비한 덕분이었다.
때아닌 공중전으로 일어난 레이저와 같은 마력의 방출.
한두 개라면 모를까, 수백 수천 개를 방출하였으니 제아무리 재앙의 바람이라도 뼈아픈 손실이었다.
그러니 그 결과가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재앙의 바람을 쫓아낸 걸 넘어서서, 재앙의 크기 자체를 줄인 거니까.
그거도 한 일개 개인이 해낸 일이었으니, 이는 기적과도 같은 일!
그리고 그러한 기적과도 같은 일을 벌인 결과는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덕이 되고 있었다.
“호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