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화
“거기, 내 자리.”
“……큽. 바로 비킬 테니, 어서 처리해 주세요!”
지한휘가 일행을 이끌고, 지역의 몬스터를 깡그리 전멸시키는 그사이.
수많은 헌터는 자기 방식으로 재앙의 바람이 가져온 여파를 막고자 분투했다.
* * *
이 중 정부 요원으로 활동하는 이한철.
지난 북부 토벌 당시 크게 활약하여 인기가 많아진 그는, 정석대로의 토벌을 진행하였다.
“지난 토벌 경험을 살리도록 한다.”
“효율은 떨어질 텐데요? 그렇게 되면 왜 그리 효율이 떨어졌냐고 나중에 한 소리 들을 겁니다.”
“어쩔 수 없지.”
그 방식은 북부에서 그러했듯, 지역을 구획으로 나누고 토벌하는 방식.
다소 과격하게 토벌을 하는 지한휘의 방식과 다르게, 그 속도는 더뎠다.
다들 지한휘처럼 괴물도 아닐뿐더러.
몬스터를 소거하는 동시에, 혹여나 남아 있는 생존자 구출에도 꽤 큰 힘을 써야 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효율 면에선 최악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그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하나.
“그렇다고 방식을 바꾸면 주민 피해가 꽤 클 거 아닌가?”
“……휘유.”
정부 헌터로서 제 할 일은 효율이 아니라 주민을 살려 내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가치관 때문에서다.
그 가치관에 이한철 그는 언제나 그런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그 방식이 언제고 환영받는 건 아니었다.
효율이 낮아 보인다는 건 속도가 느린 것이고.
느린 속도로 인해, 피해가 더 커진다는 논리를 사용하는 자들이 더 많았으니까.
그를 질투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논리를 이용해, 그를 압박해 오곤 했다.
그런 압박이 있어도 그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간에 그는 자기 방식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둘.
하나는, 지난 북부 토벌에서 그의 인상적인 활약에 그의 편을 들어주는 자들이 꽤 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의 동료들.
“알아주지도 않는 방식이긴 한데. 해봐야죠, 대장이 하라고 하는데.”
“부탁하지.”
“예. 그렇게까지 고개 숙이지 않아도 도울 겁니다. 가시죠. 앞에서만 이끌어주시면 됩니다.”
“그건 얼마든지 가능하지. 다들, 출발한다.”
“예!”
그를 따르는 팀원들 모두, 그에게 감화된 자들이었다.
모두 이한철, 그에게 반한 자들이다.
그러기에 그가 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고, 위험할지라도 그걸 따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서로 지닌 가치관은 다를 수 있어도 상관없었다.
묵묵히 나아가는 이한철이 주는 힘이 있었으니까.
그러기에 그들은.
‘해야지, 또.’
‘우리가 언제 칭찬만 들었다고. 욕먹어도 할 일은 해야 하지 않나.’
‘쯧. 오늘도 힘들겠네.’
불안감이 내심 느껴지더라도 그를 무시했다.
설사, 이한철과 함께 욕을 먹더라도 같이 할 생각만이 가득했다.
어떤 이유로든 그에게 감화됐고.
또 어떤 식으로든 앞으로 더 그다운 모습을 보여줄 걸 아니까.
그러기에 박봉이면서도, 위험도만 높은 정부 측 헌터를 자처하고 있는 거 아닌가.
다들 같은 각오로.
재앙의 바람을 막고자 나섰다.
“전방 몬스터 출현. 동시에 생존자 세 명 확인됩니다.”
“바로 가지. 에이팀은 나를 따르고, 비팀은 생존자 중심으로 작전을 수행하도록 해.”
“여기서 나누면, 위험합니다!”
“그래서 안 할 건가?”
“후…….”
“어서 가, 비팀 모두.”
“예!”
그 길이 설사, 힘겹다 못해 죽음에 가까운 길일지라도.
저들은 나름의 신념으로 앞을 나서는 데 주저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 각오가 통한 걸까.
“생존자 구출 완료!”
-키이익.
“에이팀, 전부 처리했습니다.”
꽤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큭…… 몬스터가 추가적으로 진입해 옵니다.”
“사수해.”
“옙!”
문제는 그보다 더 많은 몬스터가 그들에게 달려오고 있다는 거지만.
콰아아아앙-!
가장 앞서 몬스터를 격살하고 있는 그가 있는 한, 그들이 사수하는 거점은 뚫릴 일이 없어 보였다.
그야말로 철벽.
제 몸을 갈아 만들어내는 정부팀이었다.
신념을 지키고자 목숨을 건 그들의 행위는 분명 고결하였다.
그러나 모든 자들이 그러한 고결한 길을 걷는 건 아니었다.
* * *
자신이 지어야 할 짐을, 다른 이들에게 떠맡기는 자들.
그런 자들은 어느 시대, 어딜 가든 언제나 있는 법이었다.
그게 약은 자들의 생존 방식이니까.
그런 자들을 욕할 건 없었다.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하는 던전 브레이크의 빈도와 재앙.
그런 가운데서 살고자 약은 수를 쓰는 건 나름의 생존 방식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선이란 게 있는 법이었다.
최소한, 서로 아군이라 하는 자들까지 위험에 몰 필요는 없었다.
그걸 알고 있을 텐데도.
망설임 없이 시행하는 자들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자가, 현재 무전을 취하고 있는 오택수였다.
“어떻게 됐어?”
-성공했습니다, 길드장님. 추가적으로 보내는 거도 가능할 거 같습니다.
“좋네. 그렇게만 하라고.”
오성 길드장 오택수.
얼마 전까지, 한국이 좁다고 여기듯 곳곳을 활개 치고 다니던 그다.
그런 그는 현재, 꽤 초조한 상태였다.
‘우리가 가장 앞서가야 해. 젠장. 이찬호 그 녀석은 왜 임대를 나가 버린 거야? 차라리 다른 녀석들 몇을 더 내주는 게 나았을 건데. 후…… 일이 너무 꼬이는군.’
갈수록 오성의 영향력이 줄고 있었다.
그들의 영향력이 주는 만큼 미래가 가지는 지분은 커지고 있었다.
사실, 단순히 지분이 커지는 정도론 그도 초조해하지 않았을 거였다.
해가 지나고, 시간이 바뀔 때마다 미래나 오성 둘이서 가진 영향력은 언제나 서로 뒤바뀌곤 했으니까.
언제나 엎치락뒤치락하며 세력을 키워가는 둘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경쟁은 언제나 달라지지 않을 거라 여겼다.
얼마 전까지는.
‘지한휘…… 그 새끼만 아니었어도. 망할 새끼 같으니라고.’
지한휘.
이젠 루키 수준은 넘은 지 오래.
그, 오창수와 같은 랭커의 계열에 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자. 혹자들은 그를 랭커가 아닌 그 위의 다른 수준에 있다고 여기기도 하는 그가 문제였다.
그가 헌터계에 출현한 지 채 오 년도 되지 않았다.
아니, 이제 일 년이나 겨우 넘었을까.
일 년도 되지 않는 자가 헌터로 출현하고, 미래의 팀장이다. 아니, 이미 팀장 수준은 넘었다 볼 수 있었다.
고작해야 팀장 하나가 오성 길드의 부길드장을 데려가는 거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그는 그걸 자연스레 해냈다.
그가 현재까지 해놓은 일을 보고 있노라면, 매 순간순간이 새로운 전설을 써내는 수준이었다.
가파른 등급의 상승.
그에 걸맞은 기술들을 얻어내 사용했다.
홀로 강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그 옆에 있는 자들.
소위 유망주라 하는 자들을 랭커 수준으로 키워냈다.
그러며 새로운 자들을 발굴해내는 것도 끊임없이 해내고 있었다.
듣기로, 지한휘가 직접 데리고 다닌 자들보다 많은 사람이 그의 팀원 후보로 있다던가.
그가 간단히 손을 봐줄 때마다, 마치 본래 정해진 길을 간 듯 성장을 해낸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일종의 성장 공략집을 주기라도 한 거처럼.
꽤 많은 자들이 그의 덕을 봤다는 건, 심심찮게 들려오는 일들이었다.
다른 자들은 그런 소문을 듣고 말도 안 된다고 거짓으로 치부하곤 한다만.
오택수 그만은 진실을 알았다.
수많은 정보원이 그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지한휘의 손길이 닿은 자들은, 그의 손에 의해서 각성하듯 새로 태어난다는 걸.
그와 만나는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를 정도로 새로운 능력을 개화해 나가는 자들이 많단, 이야기는 모두 진실이었다.
그러기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이찬호, 그 녀석 능력은 꽤 쓸 만한데…….’
그가 임대해 간 부길드장 이찬호.
그가 가진 진가를 오택수는 알았다.
제 능력보다 더 대단하단 것도.
그게 그를 더 불안하게 했다.
이대로 이찬호가 다시는 안 돌아오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그를 엄습하고 있었다.
제 종처럼 부리던 자가 사라지니 그 빈자리도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무리수를 계속해 일으키고 있었다.
“길드장님, 이거 괜찮겠습니까?”
“뭐가?”
“유인하는 거 말입니다. 당장이야 안 들키더라도…… 워낙 여러 곳을 하셔서, 나중에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무리수에 그 측근들조차 걱정을 하지만, 그는 고집을 꺾을 줄 몰랐다.
그의 뒷배인 오성을 믿고 한 행위.
“말이 나오면, 자기들이 어쩔 거야? 오성에 따지고 들 수 있을 거 같아?”
“그야 그렇지만…….”
그러나.
정작 일이 벌어지게 되면, 오성이 과연 오택수를 품에 두고 있을까.
그에 관해선 그의 측근들도 꽤나 회의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인가.
‘배를 갈아타야 하나.’
‘천하의 오성이 망할 수도…….’
그의 곁을 지켜야 할 자들이 점차 다른 마음을 먹어가기 시작했다. 자신들도 살기 위해선, 수를 달리 사용해야 한다는 걸 차차 깨닫고 있는 거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택수는 자기 길드원들을 더 몰아붙일 뿐이었다.
“다른 곳들도 유인시켜. 동시에, 우리들도 토벌대 속도를 더 높이도록 하고.”
“예? 안 그래도 피로도 호소가 상당한데, 여기서 속도 높이다가는 낙오자가 생길 겁니다.”
“우리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썼다고?”
“그래도 지금은…… 휴……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하죠.”
“그래. 그리고 나머지들도 의견 좀 내봐. 어떻게 하면, 그 지한휘를 이길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고. 미래 엔터랑!”
“네, 넵!”
그가 몰아붙이면 붙일수록, 정작 그가 지닌 길드의 영향력이 소모되는 것을 알지 못한 채로.
“가자. 이번은 내가 직접 이끌 거야.”
“예!”
그는 계속해 제 약은 방식을 가속화 할 뿐이었다.
덕분에 그로선 꽤 많은 성과를 분명 얻긴 하였다.
그가 맡기로 한 지역.
그곳들을 빠른 속도로 수복하였으니까.
문제는 정부 측 인사들과는 다르게, 많은 생존자를 구하지 못했기에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는 것이 첫째요.
둘째는, 일반인 희생자를 각오하고 작전을 수행하는 주제에 오성 길드에 속한 길드원들의 피로도도 상당하단 거였다.
사실 단순히 피로도 수준이면,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다들 넘어가겠다만.
“언제까지 이렇게 전진인데?”
“모르지. 정말 이러다 뒤지겠다니까. 어제 알파팀 애들도 부상 나오는 거 봤냐?”
“X바. 알파팀 뿐이냐. 우리 팀도 어제 사상자 났다고!”
문제는 오성 길드의 길드원들조차도 큰 희생이 나고 있단 거였다.
오택수.
랭커인 그가 앞장서서 길드원들을 밀어붙이니, 일반 길드원들로서는 버틸 재간들이 없었다.
헌터를 매니징 해 줘야 할 길드가 이리 돌아가서야, 헌터들이 제대로 따르겠는가.
“이러면 차라리 던전 행이 더 나을 거 같은 정도잖아?”
“하 씨…… 계약이 끝나면 진짜 길드를 옮기든가 해야지.”
“나도다. X발.”
갈수록 이탈을 생각하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오택수의 방식은, 점차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